하영은 유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왜 말을 한꺼번에 다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묻고 나서야 대답하는 거지?’‘그리고, 유준 씨는 무엇 때문에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거지?’하영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씨 가문 이 몇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잠시 후, 하영은 점차 평온해졌다.“당신이 직접 경찰에 신고하면 MK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정창만의 지분도 당신에게 남겨지는 건 아니니까. 이 점이라면 나도 당신을 응원해요.”이 말을 듣자, 유준은 무척 흐뭇해했다.그는 넓은 손으로 하영의 이마에 있는 잔머리를 빗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널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유준의 행동에 하영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시선을 살짝 떼며 대답했다.“모르겠어요.”“사람 마음 잘 헤아려줘서.” 유준은 입을 열었다.“분명히 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경찰에 넘길 수 있었지만, 넌 오히려 나를 위해 뒤로 물러났어.”하영은 멍해졌다.“난 물러난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 나를 위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으니, 나도 당신을 위해 잠시 기다려주고 싶었어요.”하영은 작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어색하게 일어섰다.“나 샤워하러 갈게요!” 몸을 돌리려 할 때, 유준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속으로 와락 안았다.코끝에서 익숙한 향기가 전해오자, 하영은 몸이 약간 경직되어 고개를 들어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나 아직 샤워를 하지 않...”유준은 하영을 약간 풀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이 몇 년 동안 자신이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그 작고 깨끗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우리도 할 건 다 했잖아.”유준은 천천히 하영의 입술에 다가갔다.“지금 널 원해.”말이 떨어지자, 유준은 하영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유준의 능숙하고 뜨거운 키스에, 하영은 몸이 점차 나른해졌다.그러나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진석 씨가 왔습니다.” 경호원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하영은 진석 앞으로 걸어갔다.“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진석은 하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별일은 아니고, 그냥 하영 씨가 아직 자지 않았을 것 같아서, 오늘 오전에 산 보양식 들고 왔어요.”하영은 보양식을 바라보았다.“왜 이런 걸 샀어요? 여긴 이것저것 다 있는데...”“이건 품질이 아주 좋은 보양식이에요. 얼마 전에 하영 씨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몸보신 좀 잘 하라고.”“괜히 돈만 쓰게 했네요.”하영은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다음엔 이런 거 사지 마요.”“우리 사이에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진석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하영은 눈을 들어 진석의 옆모습을 바라보았고, 마음속으로 다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유준은 그들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잘생긴 얼굴은 점차 어두워졌다.‘우리 사이?’‘5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그들은 친구처럼 간단한 사이가 아닐 텐데!’가슴이 답답한 유준은 유난히 불쾌했다. 그는 손을 뻗어 하영의 어깨를 안더니 고운 미간에 경계심이 나타났다.“부 의사는 자신의 호의가 내 여자에게 일정한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군.”하영은 골치가 아팠다.‘정유준 씨 왜 또 이러는 건데!’진석의 시선은 유준의 손에 떨어지더니 이내 부드럽게 웃었다.“정 대표님, 굳이 이렇게 애정을 과시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하영 씨와 함께 한 시간은 당신보다 적은 편은 아니기에, 친구들끼리 서로 관심을 갖는 것도 정상 아닐까요?”유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생각, 네 마음이 지금 얼굴에 다 적혀 있는데,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정 대표님 지금 하영이 친구를 사귀는 자유를 박탈하려는 건가요?”진석은 담담하게 반문했다.“하영이 어떤 친구와 지내는지 난 간섭을 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 사람이 하영에게 어떤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을 가진다면, 난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지금 내가 보양식 두 상자로 하영의 마음을 샀다고 생각하나요?”진석의 말은 분명히 다른 깊은 뜻이
“정 대표님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아마 하영 씨와의 관계가 점점 더 멀어질 텐데.”순간, 유준은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쥐도 새도 모르게 너 하나 제거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한 일이야! 하영은 절대로 알아차릴 수가 없다고!”진석은 가볍게 웃었다.“정 대표님 만약 하영 씨와 헤어지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봐요.”“하영이 병원보다 더 중요한 건가?” 유준의 검은 눈동자에는 한기가 감돌았다.“맞아요.” 진석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유준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진석의 멱살을 꽉 잡았다. 그리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검은 눈동자는 진석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하영에게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면, 김제에서 사라지게 하는 수가 있어!”비록 유준이 발산하고 있는 무섭고 포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진석은 여전히 평온했다.“그럼 정 대표님은 하영 씨에게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말아야겠네요. 아니면 내가 틈을 타서 하영 씨를 빼앗아갈 수도 있으니까.” 진석은 웃었다.유준은 분노가 치솟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었고, 이 순간, 뒤에서 갑자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유준은 바로 고개를 돌려 주방을 바라보았다. 그는 심장이 갑자기 조여오더니 진석을 풀어주며 급히 주방으로 걸어갔다.하영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그릇 조각을 줍고 있었고, 유준은 얼른 그녀를 붙잡으며 들어 올렸다.화풀이할 곳이 없던 유준은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하영에게 소리쳤다.“손 베이고 싶어?!”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뭘 그렇게 화를 내요? 그냥 좀 치우고 있을 뿐인데.”유준은 짜증이 났다.“앞으로 이런 일은 하인에게 시켜!”“주희는 하인이 아니라고요. 앞으로 말 좀 똑바로 해요.”“그럼 하인을 찾든가!”하영은 유준과 따지고 싶지 않았다.“그럼 지금 누군가 주방을 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설마 내일 하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 아니겠죠?”“내가 할게!”유준은 사방을 둘러보다가 주방 문 앞에 있는 빗자루를 보
하영은 듣다 못해 다리로 캐리를 걷어찼다.‘유준 씨가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데, 말을 가려서 할 줄도 모르다니!’‘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려는 건가?’캐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왜 날 차는 거야?”하영은 골치가 아파서 이마를 짚었고, 곁눈질로 준수한 얼굴이 이미 새까매진 유준을 슬쩍 보았다.“아니야, 그냥 다리 좀 뻗으려고.” 하영은 피곤한 마음으로 설명을 했다.“아.”야식을 먹은 다음, 진석은 떠났고 캐리는 만족스럽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하영과 유준은 다시 침실로 돌아왔는데, 유준은 스스로 침대에 올라갔고 더는 하영을 아랑곳하지 않았다.하영은 유준을 떠보았다.“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 진석 씨가 찾아와서 그래요?”“아니야!” 유준은 두 눈 꼭 감고 얼버무리며 대답했다.하영은 야유하며 말했다.“앞으로 더 이상 그런 거 사지 말라고 했어요.”유준은 입을 오므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영은 인내심을 가지며 계속 그를 달랬다.“오해하지 마요. 다음에 다시 진석 씨에게 말할게요.”하영이 말을 마치자마자 유준은 불쾌함에 입을 열었다.“앞으로 그 사람과 또 따로 만날 작정이야?!”“그런 뜻이 아니에요.”하영은 어이가 없었다.“전화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진석 씨도 전에 날 많이 도와줬으니 지금 너무 냉담하게 대할 순 없잖아요.”“이런 말 듣고 싶지 않아!”유준은 화를 냈다.“전에 두 사람 도대체 무슨 관계였어?!”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전에도 여러 번 말했잖아요, 우린 단지 친구일 뿐이라고!”“친구?” 유준은 콧방귀를 뀌었다.“강하영, 그럼 넌 부진석과 함께 할 생각, 있었어 없었어?”하영은 유준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다만 죄책감 때문일 뿐이고요.”“죄책감?!” 유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일생을 망치려고?!”하영은 무척 피곤했다.“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 마음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도대체
유준은 찬장에 있는 술을 꺼내 잔에 가득 채운 후, 한 입에 다 마셨고, 현욱은 말없이 스스로 와인 한 병을 꺼내 술잔에 따른 다음, 가볍게 한 모금을 마셨다.유준은 불쾌한 눈빛으로 현욱을 바라보았다.“술도 마시지 못한 양반이 왜 나왔어?!”“왜 억울한 나한테 화를 내는 건데!”현욱은 끙끙거리며 말했다.“인나 씨가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만약 내가 너무 많이 마셔서 냄새라도 난다면 아마 날 혼낼지도 모른다고!”유준은 술을 들고 소파에 앉아 한 잔 한 잔 끊임없이 마셨다.현욱은 한숨을 내쉬며 유준에게 다가갔다.“도대체 왜 그래? 물어봐도 말을 안 하고.”“부진석 그 자식이 나한테 뭐라 했는지 알아? 싱글인 두 남녀가 무엇을 했겠냐고 그랬어!”유준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부진석이??” 현욱은 혀를 찼다.“설마 자신과 하영 씨를 가리킨 건 아니겠지??”“아니면 뭐겠어??”유준이 반문했다.현욱은 얼른 자리에 앉았다.“부진석 씨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 같지 않은데? 멀쩡한 사람이 왜 이렇게 물어봤겠어? 이건 분명히 널 도발하고 있는 거라고!”유준은 저녁에 있었던 일을 현욱에게 말했다.“아, 그럼 그 사람도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구나. 네가 먼저 건드렸으니까.”“내가 잘못했다고?” 유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남자 줄곧 하영을 좋아했어! 그들은 심지어 결혼할 생각까지 했다고!”“그게 뭐가 어때서?” 현욱이 말했다.“그때 모두 싱글인 데다 부진석 씨는 하영 씨를 백방으로 보살펴줬어. 하영 씨는 매정한 사람이 아니니 당연히 감동을 받았겠지. 지금 문제는 하영 씨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어.”“하영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 유준은 초조하게 말했다.“지금 내 사람이잖아!”“그게 아니잖아!”현욱이 설명했다.“하영 씨가 부진석 씨에게 널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냐고! 넌 이게 왜 납득이 안 가는 거지? 두 사람 다 결혼을 하지 않은 데다 남자는 또 그렇게 친절하고 훌륭하니 나 같으면 직접 시집갔겠어!”“나보
다음날, 정씨 가문 본가에서.정주원은 정창만과 함께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다 먹은 후, 정창만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주원아, 오늘부터 더 이상 회사에 나갈 필요 없다.”정주원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요 며칠 주원은 수많은 돈을 들여 재료를 다시 바꿨고, 놀이공원이 건설된 후, 유준을 호되게 자극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물러나라니?!’‘그게 말이 돼!’‘난 아직 정유준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잖아! 절대로 그럴 순 없어!’정주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창만은 거짓말을 꾸며낼 수밖에 없었다.“지금 회사에 적지 않은 손실을 입혀서 고위층들도 의견이 아주 많아.”“이까짓 거 때문에 가지 말라는 거예요??” 정주원은 믿을 수 없었다.“아버지, 놀이공원이 건설되기만 하면 전 바로 이 부분의 손실을 메울 거예요!”“더 이상 가지 말라잖아!” 정창만은 호통을 쳤다.“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거야?!”정주원의 안색은 점차 창백해졌다.“정유준이 찾아온 건가요? 아버지 어떻게 이렇게 쉽게 그 사람의 협박에 넘어가실 수 있죠?!”“내가 협박을 당할 사람이야?!”정창만은 체면 때문에 계속 변명했다.“넌 그냥 전에 하던 일 다시 해. 다른 사람이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는 것만으로 부족한 거야?!”정주원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 저도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기어코 회사에 나가려 한다면, 지금 바로 널 해고하라고 할 거야!”정창만은 말을 마치고는 화가 난 채 일어서서 자리를 떠났다.정주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틀림없이 정유준 그 자식이야!’‘이런 짓을 할 사람은 정유준밖에 없어!’‘만약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난 또 어떻게 정유준이 미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어?!’‘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하고, 온몸에 피가 들끓게 하는 그 표정, 난 절대로 놓칠 수 없어!!’‘반드시 정유준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어머니가 죽던 그 모습
정주원이 납작 엎드린 후, 유준은 여전히 주먹으로 한 번 또 한 번 그의 얼굴을 때렸고, 심지어 정주원을 때려죽이려는 기세까지 보였다.비서들은 놀라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비서실 팀장은 재빨리 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에 있는 정주원은 계속 미친 듯이 웃으며 정신이 나간 듯 크게 소리쳤다.“정유준, 배짱 있으면 날 때려죽여 봐!”“잡종 같은 것! 넌 네 어머니처럼 천한 인간이라고!”정주원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얻어맞고 있을 때, 시원이 뛰어들어왔다.그는 얼른 앞으로 가서 유준을 막았다.“대표님! 대표님 이제 그만하세요!!”유준은 핏기에 물든 눈을 들더니 냉혹하게 소리쳤다.“꺼져!”시원은 유준의 허리를 꼭 껴안으며 한사코 손을 떼지 않았다.“대표님, 진정하세요! 지금 이 사람은 대표님을 자극하고 있으니 절대로 이성을 잃으시면 안 돼요! 이 사람을 때려죽이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유준은 동작을 멈추더니, 눈 속의 분노는 시원의 설득에 점차 고통으로 변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거의 죽어가는 정주원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경비원더러 이 사람을 밖으로 내던지라고 해!”유준은 억지로 포악한 기운을 억누르며 말했다.“저한테 맡기세요, 대표님은 일단 좀 진정하시고요!”유준을 놓아준 후, 시원은 즉시 경비원을 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기절한 정주원을 업고 밖으로 나갔다.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이 일은 바로 정창만의 귀에 들어갔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도중에 화가 난 채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정창만은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쳤다.“이 짐승만도 못한 자식! 도대체 어떻게 해야 주원을 가만둘 거야?!”유준은 빨갛게 부은 손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정주원의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시다면, 저랑 거래를 하시죠.”30분 후, 정창만은 유준 사무실에 나타났다.그는 화가 난 모습으로 유준 앞으로 걸어갔다.“이 자리에 앉았다고 나와 주식에 대해 협상
정창만은 의자에 앉았다.“30%의 주식은 생각도 하지 마!”“협상할 여지가 없는 이상,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죠.”“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정창만은 한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너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배양할 수 없을 것 같아?”“다른 저를 배양하실 때, MK는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있겠죠.”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내가 회사를 계속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냐고!”유준은 의자에 기대었다.“10년 전에 회사 일을 저에게 맡기셨으니, 이제 와서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업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신제품 기획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당신은 또 얼마나 알고 계시죠? 당신은 그 많은 정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정창만은 유준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게다가 정주원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잘 생각해 보세요. MK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정창만은 두 손을 꼭 쥐었다. 이런 말을 듣자, 정창만은 더욱 유준이 MK를 떠나면 안 된다고 느꼈다.‘이 자식을 내보내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능력과 욕심으로 MK를 삼켜버리겠지.’‘이렇게 보면 주식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김제에 있는 정씨 가문의 지위까지 대신할 수 있을지 몰라.’‘그러나 만약 내가 주식을 이 자식에게 양보하면, 주원은 더 이상 이 회사를 물려받을 수 없겠지.’‘그때 되면 정유준은 날 더욱 안중에 두지 않을 거야!’이익과 손실을 고려하며 정창만은 오랫동안 침묵했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그래, 너에게 30%의 주식을 주겠다!”“그러나 만약 감히 주원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짓을 한다면, 난 이 주식들을 전부 회수할 거야!”유준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변호사가 곧 도착할 테니 바로 주식을 제게 양도하시죠.”정창만은 유준을 노려보았다.“진작에 준비를 하고 있었군!!”“미리 대비하는 것뿐인데, 이것도 당신에게서 배운 셈이에요.”점심, 주식 양도 계약서를 체결한 후, 정창만은 노발대발한 채 MK를 떠났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