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만은 의자에 앉았다.“30%의 주식은 생각도 하지 마!”“협상할 여지가 없는 이상,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죠.”“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정창만은 한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너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배양할 수 없을 것 같아?”“다른 저를 배양하실 때, MK는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있겠죠.”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내가 회사를 계속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냐고!”유준은 의자에 기대었다.“10년 전에 회사 일을 저에게 맡기셨으니, 이제 와서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업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신제품 기획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당신은 또 얼마나 알고 계시죠? 당신은 그 많은 정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정창만은 유준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게다가 정주원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까지 잘 생각해 보세요. MK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정창만은 두 손을 꼭 쥐었다. 이런 말을 듣자, 정창만은 더욱 유준이 MK를 떠나면 안 된다고 느꼈다.‘이 자식을 내보내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능력과 욕심으로 MK를 삼켜버리겠지.’‘이렇게 보면 주식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김제에 있는 정씨 가문의 지위까지 대신할 수 있을지 몰라.’‘그러나 만약 내가 주식을 이 자식에게 양보하면, 주원은 더 이상 이 회사를 물려받을 수 없겠지.’‘그때 되면 정유준은 날 더욱 안중에 두지 않을 거야!’이익과 손실을 고려하며 정창만은 오랫동안 침묵했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그래, 너에게 30%의 주식을 주겠다!”“그러나 만약 감히 주원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짓을 한다면, 난 이 주식들을 전부 회수할 거야!”유준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변호사가 곧 도착할 테니 바로 주식을 제게 양도하시죠.”정창만은 유준을 노려보았다.“진작에 준비를 하고 있었군!!”“미리 대비하는 것뿐인데, 이것도 당신에게서 배운 셈이에요.”점심, 주식 양도 계약서를 체결한 후, 정창만은 노발대발한 채 MK를 떠났
하영은 미안한 마음에 세희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졌다.“미안, 엄마 방금 다른 일 좀 생각하고 있었어.”“아저씨가 보고 싶은 거예요?” 세희는 깜찍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영은 일부러 모른 척했다.“세희 지금 누구를 말하는 거야?”“그 찌질한 아빠.” 옆에 있는 세준이 일깨워 주었다.하영은 멈칫했다. 유준이 문을 박차고 떠난 지 이미 이틀이나 지났다.요 며칠 유준은 전화 한 통도, 심지어 문자 하나도 보내지 않았는데, 마치 줄곧 삐져 있는 것 같았다.하영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아니야, 엄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거짓말!” 세희는 흥얼거렸다.“요 며칠 집에 있을 때, 계속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잖아요!”‘그렇게 티가 났나...’세준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엄마, 엄마는 대체 왜 그 찌질한 아빠를 좋아하시는 거예요?”하영은 감정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저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참, 날씨도 곧 따뜻해질 텐데, 엄마가 직접 너희들에게 옷 몇 벌 만들어 줄까?”세준은 어이없어하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엄마, 지금 화제 돌리고 있는 거죠?”“아니.” 하영은 계속 발뺌했다. “엄마는 단지 너희들에게 좀 더 많은 정력을 쏟고 싶었을 뿐이야.”하영이 말을 마치자, 세희는 작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받쳤다.“엄마, 그럼 자꾸 눈살 찌푸리지 마요, 네? 정 보고 싶으면 문자 보내면 되잖아요.” 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요 며칠 오지 않은 이유는 틀림없이 바빠서 그런 것일 거야. 그러니 나도 그 사람 방해하고 싶지 않아.”‘그리고 나도 설명할 건 다 했어.’‘날 믿지 않는 남자를 계속 달랠 필요가 없단 말이지.’세희는 맑은 눈동자를 빙글빙글 굴렸다.‘엄마가 연락하기 싫으면, 아빠더러 먼저 연락하라고 해야겠어!’‘이따가 집에 돌아가면 바로 아빠한테 문자 보내야지!’‘다들 왜 이렇게 꾹 참는 거야! 하나도 안 귀여워!’병원에 도착하자, 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검사를 하러 갔다.설
점심을 먹고 있던 유준은 세희의 소식을 받았다. 세희의 귀여운 목소리를 듣자, 그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다만 문자를 다 듣고 나니, 유준은 어이가 없었다.‘남자답게??’‘내가 언제 남자답지 않았단 거지?!’유준은 세희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그럼 네 엄마에게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어?”“무슨 말이든 다 좋아요.”유준은 잠시 심사숙고하다가 계속 물었다.“세희야, 네 엄마와 부진석 아저씨는 예전에 사이가 아주 좋았니?”유준의 말을 듣자, 똑똑한 세희는 바로 이게 함정이란 것을 알아차렸다.세희는 사실대로 말했다.“맞아요, 진석 아저씨는 우리 엄마를 아주 잘 챙겨줬고, 엄마도 진석 아저씨에게 아주 잘해줬어요.”“그런 거 말고 또 뭐 없었어?”세희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아빠가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거지?’‘지금 질투하는 건가?’세희는 질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질투를 하면 할수록, 상대방을 더욱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이것은 캐리가 알려준 것이었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아빠더러 계속 질투하라고 해야지!’‘그러면 아빠도 엄마한테 강렬한 애정을 선보일 거야!!’“아마 세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손을 잡거나 포옹을 했을 거예요. 왜냐면 엄마가 음식 먹다 체했어도 진석 아저씨는 엄청 걱정했거든요!”이쪽의 세희는 빙그레 웃으며 앳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맞은편의 유준은 그녀의 말 때문에 안색이 무척 어두워졌다.‘뭐? 손을 잡고 포옹해!’세희의 말은 칼처럼 유준의 심장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애매한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유준은 가슴이 턱 막혔다.그래서 유준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알았어!”“엄마 달래야 하는 거 잊지 마요!”30분 후, 하영은 인나네 아파트 아래층에 도착했다.이때 인나는 맥없이 나와 하영의 차에 올라탔다.인나의 얼굴이 약간 빨간 것을 보고, 하영은 손을 그녀의 이마에 놓았다.
“아, 인나 씨 지금 어디 간 거야?”현욱은 목소리가 다급했다.“난 이미 집에 돌아왔는데, 인나 씨가 보이지 않아서 깜짝 놀랐단 말이야. 왜 말도 한마디 하지 않고 나간 거지?”인나는 하영을 바라보았다.“오늘 출산 검사받으러 나왔어요. 어제 현욱 씨에게 말하는 거 깜박해서 하영더러 같이 가자고 부탁했어요.”“아.” 현욱이 대답했다.“그럼, 이따가 병원에 데리러 갈게.”“아니에요!”인나는 거절했다.“검사 마치면 하영이랑 쇼핑 좀 하고 싶어서.”하영은 영문 몰라 하며 인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인나는 그녀에게 눈짓을 했다.“끊을게요. 이제 내가 검사받을 차례라서!”“그래, 꼭 안전에 주의하고. 난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전화를 끊자, 하영은 어이 없어 하며 물었다.“왜 현욱 씨에게 열났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거야?”“말하면 괜히 걱정하잖아.” 인나는 배를 만지더니 눈빛은 무척 부드러워졌다.“그동안 현욱 씨 정말 너무 꼼꼼하게 날 챙겨줬거든. 무엇이든 알려주면 현욱 씨도 따라서 긴장해 하니까 그 사람 너무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하영은 인나의 약간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졌다.“아기도 앞으로 자신의 아버지처럼 자상하고 꼼꼼하고 또 책임감이 있는 사람으로 될 거야.”인나는 웃으며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 만약 딸이라면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할까? 아들은?”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아직 너무 일러. 게다가 이건 현욱 씨 의견도 물어봐야 하지 않겠어?”인나는 눈을 반쯤 드리우며 짜증을 냈다.“글쎄 그 사람이, 딸은 배하나라 부르고, 아들은 배우라고 하겠다잖아.”하영은 웃음이 굳어졌다.“이건 좀...”“그러니까 현욱 씨와 이름을 상의하는 것은 아예 잘못된 선택이야! 난 그와 상의하고 싶지 않아!”검사실 입구, 하영은 아침에 금방 왔던 검사실을 바라보며, 마음이 어수선했다. 그러나 그 이유를 또 말할 수 없어 그저 불안함이 점차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인나가 들어간 후, 하영은 바깥의 의자에
하영이 생각하고 있던 참에 핸드폰이 또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이번에는 주희였다.하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어, 주희야.”“하, 하영 언니!” 주희는 말을 더듬었다.“지금 정원에 보양식이 가득 쌓여 있어요!!”하영은 깜짝 놀랐다.“보양식이 가득 쌓여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주희는 혀를 차며 말했다.“나도 모르겠어요! 방금 장을 보고 돌아왔는데, 글쎄 집이 보양식으로 가득 찬 거 있죠!”“가득 찼다고? 대체 얼마나 많길래??” 하영은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없었다.“대략 수십 박스 정도요!!”‘유준 씨 방금 뭐라고? 보양식을 다 먹으라고?!’‘수십 박스나 되는 걸 내가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다 먹을 수 있겠어?!’‘이 남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하영은 머리가 아팠다.“경호원더러 전부 창고로 옮기라고 해. 저녁에 다들 같이 좀 먹자.”“네, 하영 언니.”하영은 전화를 끊은 후, 한숨을 내쉬며 검사실로 향했다.검사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하영은 문을 열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의사만 있었고, 인나가 보이지 않았는데 하영은 다급히 물었다.“선생님, 방금 여기서 검사하던 임산부는 어디에 갔죠?”의사는 고개를 돌렸다.“우인나라는 환자를 말하는 건가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왜 여기에 없는 거죠?”의사는 한숨을 쉬며 책상 위의 보고서를 하영에게 건네주었다.“방금 그 환자, 검사 보고서를 본 후, 바로 떠났어요.”하영은 의사가 건네준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본 순간, 그녀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검사 보고서에는 에이즈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하영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인나가 어떻게 이런 병에 걸린 거지?!!’“젊은 나이에 이런 병에 걸려서 이미 멘붕이 온 상태예요. 얼른 가서 환자부터 달래줘요.”하영은 정신을 차리더니 창백한 얼굴로 복도 양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비상 통로가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생각지도
인나는 멍하니 턱을 하영의 어깨에 기대었다.“하영아, 너 그거 알아?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 정말 무서웠어. 그러나 현욱 씨에게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준 후, 정성껏 날 돌보는 그 남자를 보았을 때, 난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 아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그렇게 난 내 아이와 하나로 되어 서로 갈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마찬가지로 나도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을 줄곧 기대하고 있었어. 이 아이는 내 혈육이고 내 핏줄이니, 만약 누가 그를 해치려 한다면, 난 필사적으로 그 사람과 싸울 거야! 그런데 내가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 아이는 어떡하지? 현욱 씨는 또 어떡하지? 하영아, 의사 선생님이 이 아이도 감염될 것이라고 말했어. 만약 내가 정말 이 아이를 낳았다면, 앞으로 그는 평생 이런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을 거야. 그러나 이 아이를 지우기엔 너무 아까워,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만약 내가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내가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정말 아닌데...”인나는 온몸을 떨며 더 이상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하영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너 자신을 이렇게 말하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우리 이제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으면 돼.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야. 인나야, 자포자기하지 마. 네 곁에 아직 우리가 있잖아...”인나는 하영의 어깨에 기대며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녀는 하영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하영에게 안긴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오장육부는 터질 것처럼 아팠고, 인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죽고 싶어...’하영은 조용히 인나의 곁에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인나는 서서히 하영을 밀어냈다.그녀는 붉게 부은 두 눈을 반쯤 드리우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자, 날씨가 춥네.”하영은 인나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도 두
말을 마치자, 인나는 하영의 손을 꼭 잡았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하영아, 제발, 제발 현욱 씨에게 말하지 말아줘! 그리고 나랑 같이 이 아이를 지우러 가면 안 돼? 난 이 아이가 계속 고통 속에서 살게 할 순 없어!”가슴이 아픈 하영은 인나를 바라보았다.“현욱 씨도 이 일을 알아야 하지 않겠어?”“안 돼!” 인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하영아,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현욱 씨에게 말하지 마!”“네가 아이를 지운 일은 언젠가 들킬 거야.”하영은 설득했다.“인나야, 만약 이 일을 숨긴다면, 앞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현욱 씨와의 오해도 더욱 깊어질 지도 몰라.”“난 현욱 씨가 평생 날 오해했으면 좋겠어!”인나는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내가 지금 현욱 씨와 함께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난 에이즈에 걸렸어! 다른 병이 아니라 에이즈라고!! 난 현욱 씨가 나에게 실망을 느끼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 하지만 난 현욱 씨가 나 때문에 무슨 일 생기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다고!!”하영은 마음이 아팠다.“그래서 이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질 거야?”“이건 다 내가 지은 죄야.” 인나는 울면서 무기력하게 웃었다.“제발, 하영아, 내가 처음으로 너한테 애원하는 거니까 날 도와주면 안 돼? 제발 내 소원 좀 들어줘...”“현욱 씨가 이런 널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하영이 물었다.“난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난 현욱 씨에게 미안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정말 그이를 사랑하거든.”인나는 다시 눈물을 줄줄 흘렸다.하영은 인나의 눈빛에 드러난 쓸쓸함과 고통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하영은 자신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계속 유준 씨와 함께 하려 했을까?’순간이지만 그 답은 너무나도 뻔했다.‘그럴 리가 없지.’‘난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유준 씨에게서 멀어지도록 노력할 거야.’‘혼자 견디더라도, 혼자 어둠에 빠지더라도 난 그 남자를 어두운 구렁텅이로 끌어들이지 않을 거야.’하영은
끊임없이 아픈 복부는 인나의 아이가 이미 없어졌단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그렇게 고통을 감추며 인나는 다시 현욱을 바라보았다.“배현욱 씨.”인나의 허약한 목소리에 현욱은 즉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바로 침대로 달려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나 여기에 있어. 인나 씨, 대체 왜 그래? 나한테 말해봐, 응?”인나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현욱 씨...”“응!”“우리 헤어져요.”쿵 하는 소리와 함께 현욱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는 깜짝 놀라 하며 인나의 두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뭐, 뭐라고?”인나는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헤어져요.”현욱은 온몸이 갑자기 굳어지자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지금 무슨 농담을 하고 있는 거야? 하나도 안 웃겨. 어디 아프면 나한테 말해. 내가 고생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너와 아이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이제 아이 같은 거 없어요.”인나는 현욱의 말을 끊었다.“그러니 더 이상 날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고요. 난 이미 아이를 지웠어요.”그 말에 현욱의 잘생긴 얼굴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단 듯이 인나를 쳐다보았고, 안색은 점차 창백해졌다.“뭐라고?”“몇 번을 더 말해요?” 인나는 힘없이 말했고, 목소리는 무척 싸늘했다.“아...”현욱은 당황함에 시선은 인나의 배에 떨어졌다.“아니, 이유가 뭐야?”현욱은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손에 목 졸린 듯 숨이 막히더니 거의 숨을 쉬지 못했다.“당신이 너무 짜증 나서요. 매일 할 일 없는 것처럼 나만 에워싸고 있잖아요. 너무 나한테 매달리기만 하니까 이제 질렸어요.”이 말을 듣자, 하영은 두 눈을 꼭 감더니 얼굴을 돌렸고 감히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아니...”현욱은 당황해하며 말했다.“난 할 일이 없는 게 아니야. 나도 바쁜 사람이지만 지금은 단지 너와 함께 임신기간을 보내고 싶을 뿐인데... 인나 씨,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거지? 오늘이 만우절인가? 왜 나에게 이런 농담을 하는 거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