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의리가 있는 사람이니까, 엄마와 삼촌 그리고 희민을 봐서 그냥 100억만 받을게요.”“어?” 유준은 입술을 구부렸다.“제대로 할인 좀 해준 것 같군. 그런데 희민에게도 좀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세준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희민을 보며 대답했다.“희민에게 줄 돈은 아저씨가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왜 또 나야?”유준이 물었다.“내가 희민이에게 부탁해서?”세준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희민이 받아야 할 돈이 더 많은데.”“이유는?”유준이 반문했다.“희민에게 물어봐요, 다른 사람이 시켰다면, 희민이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일을 하려 했을까요?”유준은 희민을 바라보았다.희민은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뒤에서 조종하는 건 괜찮지만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난 절대 이곳에 오려 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렇게 유준은 희민과 세준에게 각각 100억을 입금해 주었다.아이에게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유준은 절대로 자신의 돈을 인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두 아이가 이 돈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새벽.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을 보고 희민은 먼저 본가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했다.방에서 서재로 통하는 감시 카메라를 전부 수정한 후에야 유준은 세준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준이 배치한 경호원은 이미 정창만의 사람과 교체했다.세 사람이 서재 입구에 도착하자, 두 아이는 미니 컴퓨터를 꺼내 설정하기 시작했다.시간은 1분 1초 지나갔고, 곧 성공하는 순간, 유준은 갑자기 문자 한 통을 받았다.[셋째 도련님, 큰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유준은 미간을 비틀었다.‘내가 어떻게 정주원을 잊어버렸을 수가!’유준은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언제 끝날 수 있지?”희민은 스크린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코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적어도 3분 정도요!”“정보를 입력하는 데에 시간이 몇 분 정도 더 걸릴 거예요. 물론 데이터를 삭제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죠.” 세준은 한 마
양다인은 얼른 부인했다.“주원 씨, 난 그런 뜻이 아니에요!”“그래?” 정주원은 안경을 들었고 눈빛은 점차 어두워졌다.“그럼 말해봐, 지금까지 날 기다린 이유가 무엇인지.”양다인은 떨리는 손을 들어 정주원의 가슴을 어루만졌다.“딱 한 번만이라도 당신의 몸을 느껴보고 싶었어요.”정주원은 사방을 둘러보았다.“아, 정원에서 해보고 싶은 거야?”양다인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네!”“그래, 그럼 만족해 주겠어.”다른 한편.유준은 이미 자신의 정보를 성공적으로 안면 시스템에 입력했다.문을 여는 순간, 유준은 경호원더러 도청 장치를 설치하게 한 뒤, 또 세준더러 자신의 정보를 삭제하게 했다.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기 전, 유준은 정원을 힐끗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 것 같았지만 그 소리는 곧바로 사라졌다.유준은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잠을 자러 갔다.이튿날 아침, 유준은 희민과 세준을 데리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떠나기 전, 정창만은 유준을 불렀고,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 찼다.“어젯밤에 돌아온 이유가 뭐야?”유준이 대답하려고 한 순간, 희민이 먼저 입을 열어 설명했다.“할아버지, 제가 오고 싶어서 아버지에게 졸랐어요.”정창만은 멍하니 있다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이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거야?”세준도 따라서 거짓말을 했다.“희민이 며칠 전에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홀로 외롭게 지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해서요,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외롭게 지내는 할아버지?’정창만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내가 이미 그렇게 늙었단 말인가?’‘하긴, 틀린 말은 아니지.’‘이 두 아이가 오지 않았다면 별장 안은 줄곧 썰렁했으니까.’정창만은 유준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다음에 그 꼬마 아가씨도 한 번 데려와.”유준은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의 손을 잡으며 본가를 떠났다.차에 탄 후, 유준은 가장 먼저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영은 바로 전화를
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너희들은 갈 곳이 그렇게도 없는 거야?”유준의 목소리를 듣자, 두 사람은 즉시 고개를 돌렸다.현욱은 웃으며 인사했다.“유준아, 빨리 와서 커피 마셔!”기범도 맞장구를 쳤다.“유준아, 이게 누가 우리 아버지에게 준 고급 커피인데, 어서 마셔봐!”유준은 두 사람 앞에 앉았고, 현욱은 그에게 커피잔을 건네주었다.유준이 가볍게 커피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어때, 괜찮지?”유준은 두 사람을 힐끗 보았다.“너희들이야말로 괜찮은 거야? 용건 있는 것 같은데.”현욱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확실히 네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기범도 은근슬쩍 손을 들었다.“나도...”유준은 현욱을 바라보았다.“넌 또 무슨 일이야?”“네 와이너리에 가서 술 몇 병 좀 골라 내 장인어른께 드리고 싶은데.”“허.” 유준은 코웃음을 쳤다. “이제 겨우 네 아버지 허락받았는데, 벌써 인나 씨 아버지를 장인어른이라 부르는 거야?”“나 오늘 저녁에 인나 씨랑 같이 돌아가서 욕먹어야 한단 말이야. 그럼 이제 장인어른이라 불러도 되는 거 아니야?”“네가 어떤 술을 원하면 그냥 가지러 가, 왜 나한테 설명을 하고 난리야?”“그야 당연히 네 동의를 거쳐야 하니까!”현욱은 진지하게 말했다.“네 와이너리도 온갖 좋은 술을 긁어모았으니 가격이 만만치 않잖아!”유준은 더 이상 현욱을 상대하지 않고 기범을 바라보았다.“넌 또 무슨 일이야?”“유준아!” 기범은 흥분해하며 말했다.“나한테 여자친구 좀 소개해 줄래?!”유준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그는 참다못해 두 사람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여기를 혼인 상담소로 생각하는 거야?!”현욱과 기범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얼른 가서 유준의 등을 두드리며 다리를 주물러주었다.“유준아, 하영 씨 지금 완전히 널 받아들이지 못했잖아? 내가 가르쳐 줄게! 외국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예의를 배웠는데, 여자의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나도 있잖아
맨 뒤에서 양다인을 미행하던 차량은 양다인이 가속하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가속페달을 밟았다.그렇게 양다인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야 상대방은 조금 먼 거리에서 차를 세웠다.남자는 양다인의 뒤에 있는 풀숲에 가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가방에서 카메라와 녹음 펜을 꺼내 양다인을 감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자동차 한 대가 달려왔고, 임수진이 차에서 내려왔다.풀숲에 숨어 있던 남자는 두 사람이 만나는 사진을 마구 찍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양다인은 차 앞에 기대어 두 손을 가슴에 얹은 채 임수진을 쳐다보았다.“내가 너더러 내 피를 강세준과 강세희 그 두 녀석의 음식에 넣으라고 했잖아. 이 일을 아직 하지 않은 거야?”임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난 이미 네가 시킨 대로 했는데, 그걸로 아직 만족하지 않은 거야?”“너 지금 그게 무슨 태도야?!” 양다인은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 “넌 양심도 없는 거야?!”임수진도 따라서 화를 냈다.“양다인, 네가 내 여동생에게 베푼 은혜, 난 내 인생으로 전부 갚은 셈인데, 지금 나더러 뭘 더 하란 거야?”“방금 내가 시킨 대로 했다고 그랬지?” 양다인은 눈빛이 매서웠다. “그런데 왜 강세준이 멀쩡하게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왜 조금도 이상한 곳이 없는 거냐고? 홍진은? 고열은? 왜 그 아이는 아무런 반응도 없냐고?!”임수진도 이 방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기에 담담하게 대답했다.“에이즈는 잠복기간이 있는데, 언제 그런 증상이 나타날지 누가 알겠어? 빠르면 며칠, 느리면 십여 년, 내가 그 많은 것을 보증할 수 있겠냐고??”양다인은 음흉하게 말했다.“난 네 말 믿지 않아! 그렇게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겠어? 너 분명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거야!”“나도 이 말밖에 할 수 없어. 난 이미 네가 시킨 대로 했다고! 만약 믿지 않는다면, 내가 입이 닳도록 설명해도 소용없겠지!”“그래!” 양다인이 말했다.“지금은 널 믿겠어! 하지만 만약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난
인나가 생각하던 참에 하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다음 순간, 하영은 또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인나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 하영을 붙잡으며 말했다.“하영아! 경찰에 신고하자!! 이 일은 꼭 경찰에 신고해야 해!! 이런 잔인한 악마는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고!!”“그게 아니라...”하영은 인나를 밀어내더니 넋을 잃은 채 다시 일어섰다.“아이들, 아이들 만나러 가야해... 내 곁으로 데려와야 한다고...”하영은 비틀거리며 룸에서 뛰쳐나왔고, 인나는 가방을 들고 그녀를 바짝 따라갔다.차에 오르자, 하영은 온몸을 떨며 경호원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학교에 도착하라고 분부했다.옆에 있던 인나는 휴대전화를 꺼내며 말했다.“나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하영은 인나가 무엇을 하든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하고 싶을 뿐이었다.‘받아들일 수 없어!’‘내 아이들이 양다인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니, 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아직 어린아이들인데!!’‘아직 경험해야 할 일이 그렇게도 많은데!’‘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하영의 손톱은 이미 손바닥을 파고들어갔고, 그녀는 가슴이 아파 질식할 것 같았다.‘양다인과 임수진은 대체 얼마나 악독한 사람이길래 이런 잔인한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은 학교 앞에 도착했고, 인나는 가는 길에 하영의 휴대전화로 이미 선생님에게 연락했다.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나오자, 하영은 황급히 그들을 데리고 병원에 달려갔다.가는 길 내내 하영은 세준과 세희를 꼭 껴안으며 한시도 놓으려 하지 않았다.세희와 세준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엄마.”세희는 멍하니 앞길만 바라보는 하영을 보며 겁에 질렸다.“엄마 왜 그래요? 세희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세준도 하영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무슨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세준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인나를 바라
“세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나빴어, 방금 엄마가 잘못했어...”하영은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고 마음속은 무척 괴로웠다. ‘방금 왜 나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했을까?’‘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직 그렇게 어린데 뭘 안다고.’아이들은 임수진이 하영의 비서라는 것만 알고 있었기에 단순하게 임수진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다 내 잘못이야.’‘내가 만약 일찍 임수진과 양다인의 관계를 발견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인나도 마음이 아파서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하영아, 나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그 사람들 다 감옥에 들어갈 거야. 울지 마. 우리 이제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가서...”말하면서 인나도 더는 참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세준은 이미 그녀들의 대화에서 대충 사건의 경위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비서 이모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손을 댔다 엄마에게 들킨 거야.’‘하지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우리의 몸에 큰 해를 끼치는 건가?’세준은 침묵하며 눈을 드리웠고, 왠지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병원에 도착하자, 하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들을 데리고 검사를 하러 갔다.검사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하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인나는 컨디션이 안 좋은 하영을 바라본 다음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누구시죠?” 인나가 물었다.“강하영 씨 맞습니까?”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경찰이에요. 방금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나요? 우리 지금 회사 아래층에 있는데, 사장님의 허락 없이 들어갈 수가 없어서요.”“네, 잠시만요. 전화 바꿀게요.”인나는 휴대전화를 하영에게 건네주었다.“하영아, 경찰이 지금 회사에 찾아왔어.”하영은 핸드폰을 천천히 받았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강하영 씨, 지금 회사 프런트에 통지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용의자를 데리고 내려와야 해서요.”“네, 지금 바로 전화할게요.”곧 프런트는 하영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가 나왔다. 하영이 그들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할 때, 경찰의 전화가 들어왔다.“강하영 씨, 범인이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저희는 지금 병원 입구에 있어요. 당신은 어디에 있는 거죠?”이 말을 듣자, 하영은 두 손을 꼭 쥐었다.“지금 바로 나올 테니 입구에서 잠시 기다려줘요.”“그래요.”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인나를 바라보았다.“인나야, 나 대신 아이들 좀 봐줘. 병원 입구에 볼일이 좀 있어서.”“뭐 하러 가려고?” 인나는 긴장을 하며 물었다.“경찰이 임수진을 데리고 왔어. 잠깐 내려가서 한 번 만나려고.”“저 미친 여자가 널 만나러 왔다고?! 그럴 자격이 있긴 한 거야?! 정말 뻔뻔하군.”“먼저 내려갈게.” 하영은 화를 억지로 참으며 병원 입구로 걸어갔다.임수진의 곁에는 경찰 두 명이 서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잇달아 그녀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임수진은 아무런 느낌도 없는 듯 조용히 제자리에 서서 하영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하영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임수진을 보았다.그녀는 성큼성큼 임수진 앞으로 걸어간 다음, 임수진의 얼굴에 따귀를 세게 날렸다.이 상황을 본 두 경찰은 얼른 앞으로 나가 저지했다.“강하영 씨, 당신은 사람을 때릴 수 없습니다. 설령 범인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지금 진정을 유지해야 합니다.”하영은 경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뺨을 맞은 임수진을 보며 노발대발했다.“네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봐, 난 이미 널 충분히 배려해줬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내 아이들한테 이럴 수가 있냐고?! 그들은 겨우 다섯 살이야! 아직 기나긴 인생이 남았는데, 넌 어떻게 그들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 거지?”임수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하영은 더욱 화가 났다.“말해, 임수진! 대답하라고!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나한테 이러는 거지!!!”“죄송합니다, 사장님.”임수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장님
“하영아!'유준의 잠긴 목소리가 하영의 뒤에서 울렸다.하영은 고개를 돌리자, 급히 달려온 유준과 현욱을 발견했고, 놀라서 물었다.“다들 여긴 어쩐 일이에요?”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무척 어두웠고, 먹물처럼 까만 눈동자는 걱정을 드러냈다.“아이들은 어떻게 됐어?”하영은 사실대로 말했다.“별일 없을 거예요. 그러나 양다인이 뜻밖에도 이렇게 악독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현욱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하영 씨, 인나 씨는요?”“두 아이들 데리고 검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현욱은 얼른 다리를 들어 달려갔다.“내가 가서 그들을 찾을 테니 두 사람은 여기서 얘기하고 있어요. 참, 유준아, 이따 같이 점심 먹자!”현욱이 떠나자, 유준은 하영의 부은 두 눈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이렇게 큰 일을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어? 왜 혼자서 버티려 하냐고?”하영은 시선을 드리웠다.“그 당시 머릿속에 아이들만 있어서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유준은 손을 내밀어 여전히 차가운 하영의 작은 손을 잡았다.“커피 사러 가자. 너도 정신 좀 차려야 할 거 아냐.”두 사람은 병원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 두 잔을 시켰다.하영은 한 모금 마셨는데, 차가운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몸속으로 파고들어갔다.“유준 씨.” 하영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응, 말해.” 유준의 나지막한 대답이 울렸다.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이번 일이 양다인이 지시했다는 것을 안 이상, 여전히 그 여자를 감쌀 건가요?”“우리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당분간 그 여자를 건드릴 수 없어.”유준의 눈빛은 점차 싸늘해졌다.“내가 지금 양다인을 상대한다면, 그 여자는 틀림없이 어르신을 찾아가 도움을 청할 거야. 하지만 안심해, 이 일들을 해결한 후, 내가 직접 양다인을 처리할 테니까.”하영은 커피잔을 꽉 쥐었다.“양다인이 그렇게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데, 지금 뜻밖에도 그 여자의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군요.”“그건 아니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