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나가 생각하던 참에 하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다음 순간, 하영은 또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인나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 하영을 붙잡으며 말했다.“하영아! 경찰에 신고하자!! 이 일은 꼭 경찰에 신고해야 해!! 이런 잔인한 악마는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고!!”“그게 아니라...”하영은 인나를 밀어내더니 넋을 잃은 채 다시 일어섰다.“아이들, 아이들 만나러 가야해... 내 곁으로 데려와야 한다고...”하영은 비틀거리며 룸에서 뛰쳐나왔고, 인나는 가방을 들고 그녀를 바짝 따라갔다.차에 오르자, 하영은 온몸을 떨며 경호원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학교에 도착하라고 분부했다.옆에 있던 인나는 휴대전화를 꺼내며 말했다.“나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하영은 인나가 무엇을 하든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하고 싶을 뿐이었다.‘받아들일 수 없어!’‘내 아이들이 양다인 때문에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니, 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아직 어린아이들인데!!’‘아직 경험해야 할 일이 그렇게도 많은데!’‘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하영의 손톱은 이미 손바닥을 파고들어갔고, 그녀는 가슴이 아파 질식할 것 같았다.‘양다인과 임수진은 대체 얼마나 악독한 사람이길래 이런 잔인한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은 학교 앞에 도착했고, 인나는 가는 길에 하영의 휴대전화로 이미 선생님에게 연락했다.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나오자, 하영은 황급히 그들을 데리고 병원에 달려갔다.가는 길 내내 하영은 세준과 세희를 꼭 껴안으며 한시도 놓으려 하지 않았다.세희와 세준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엄마.”세희는 멍하니 앞길만 바라보는 하영을 보며 겁에 질렸다.“엄마 왜 그래요? 세희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세준도 하영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무슨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세준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인나를 바라
“세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나빴어, 방금 엄마가 잘못했어...”하영은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고 마음속은 무척 괴로웠다. ‘방금 왜 나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했을까?’‘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직 그렇게 어린데 뭘 안다고.’아이들은 임수진이 하영의 비서라는 것만 알고 있었기에 단순하게 임수진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다 내 잘못이야.’‘내가 만약 일찍 임수진과 양다인의 관계를 발견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인나도 마음이 아파서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하영아, 나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그 사람들 다 감옥에 들어갈 거야. 울지 마. 우리 이제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가서...”말하면서 인나도 더는 참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세준은 이미 그녀들의 대화에서 대충 사건의 경위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비서 이모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손을 댔다 엄마에게 들킨 거야.’‘하지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우리의 몸에 큰 해를 끼치는 건가?’세준은 침묵하며 눈을 드리웠고, 왠지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병원에 도착하자, 하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아이들을 데리고 검사를 하러 갔다.검사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하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인나는 컨디션이 안 좋은 하영을 바라본 다음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누구시죠?” 인나가 물었다.“강하영 씨 맞습니까?”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경찰이에요. 방금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나요? 우리 지금 회사 아래층에 있는데, 사장님의 허락 없이 들어갈 수가 없어서요.”“네, 잠시만요. 전화 바꿀게요.”인나는 휴대전화를 하영에게 건네주었다.“하영아, 경찰이 지금 회사에 찾아왔어.”하영은 핸드폰을 천천히 받았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강하영 씨, 지금 회사 프런트에 통지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용의자를 데리고 내려와야 해서요.”“네, 지금 바로 전화할게요.”곧 프런트는 하영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가 나왔다. 하영이 그들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할 때, 경찰의 전화가 들어왔다.“강하영 씨, 범인이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저희는 지금 병원 입구에 있어요. 당신은 어디에 있는 거죠?”이 말을 듣자, 하영은 두 손을 꼭 쥐었다.“지금 바로 나올 테니 입구에서 잠시 기다려줘요.”“그래요.”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인나를 바라보았다.“인나야, 나 대신 아이들 좀 봐줘. 병원 입구에 볼일이 좀 있어서.”“뭐 하러 가려고?” 인나는 긴장을 하며 물었다.“경찰이 임수진을 데리고 왔어. 잠깐 내려가서 한 번 만나려고.”“저 미친 여자가 널 만나러 왔다고?! 그럴 자격이 있긴 한 거야?! 정말 뻔뻔하군.”“먼저 내려갈게.” 하영은 화를 억지로 참으며 병원 입구로 걸어갔다.임수진의 곁에는 경찰 두 명이 서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잇달아 그녀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임수진은 아무런 느낌도 없는 듯 조용히 제자리에 서서 하영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하영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임수진을 보았다.그녀는 성큼성큼 임수진 앞으로 걸어간 다음, 임수진의 얼굴에 따귀를 세게 날렸다.이 상황을 본 두 경찰은 얼른 앞으로 나가 저지했다.“강하영 씨, 당신은 사람을 때릴 수 없습니다. 설령 범인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지금 진정을 유지해야 합니다.”하영은 경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뺨을 맞은 임수진을 보며 노발대발했다.“네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봐, 난 이미 널 충분히 배려해줬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내 아이들한테 이럴 수가 있냐고?! 그들은 겨우 다섯 살이야! 아직 기나긴 인생이 남았는데, 넌 어떻게 그들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 거지?”임수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하영은 더욱 화가 났다.“말해, 임수진! 대답하라고!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나한테 이러는 거지!!!”“죄송합니다, 사장님.”임수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장님
“하영아!'유준의 잠긴 목소리가 하영의 뒤에서 울렸다.하영은 고개를 돌리자, 급히 달려온 유준과 현욱을 발견했고, 놀라서 물었다.“다들 여긴 어쩐 일이에요?”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무척 어두웠고, 먹물처럼 까만 눈동자는 걱정을 드러냈다.“아이들은 어떻게 됐어?”하영은 사실대로 말했다.“별일 없을 거예요. 그러나 양다인이 뜻밖에도 이렇게 악독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현욱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하영 씨, 인나 씨는요?”“두 아이들 데리고 검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현욱은 얼른 다리를 들어 달려갔다.“내가 가서 그들을 찾을 테니 두 사람은 여기서 얘기하고 있어요. 참, 유준아, 이따 같이 점심 먹자!”현욱이 떠나자, 유준은 하영의 부은 두 눈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이렇게 큰 일을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어? 왜 혼자서 버티려 하냐고?”하영은 시선을 드리웠다.“그 당시 머릿속에 아이들만 있어서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유준은 손을 내밀어 여전히 차가운 하영의 작은 손을 잡았다.“커피 사러 가자. 너도 정신 좀 차려야 할 거 아냐.”두 사람은 병원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 두 잔을 시켰다.하영은 한 모금 마셨는데, 차가운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몸속으로 파고들어갔다.“유준 씨.” 하영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응, 말해.” 유준의 나지막한 대답이 울렸다.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이번 일이 양다인이 지시했다는 것을 안 이상, 여전히 그 여자를 감쌀 건가요?”“우리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당분간 그 여자를 건드릴 수 없어.”유준의 눈빛은 점차 싸늘해졌다.“내가 지금 양다인을 상대한다면, 그 여자는 틀림없이 어르신을 찾아가 도움을 청할 거야. 하지만 안심해, 이 일들을 해결한 후, 내가 직접 양다인을 처리할 테니까.”하영은 커피잔을 꽉 쥐었다.“양다인이 그렇게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데, 지금 뜻밖에도 그 여자의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군요.”“그건 아니야.”유
‘임수진이 아무것도 안 할 줄은 더더욱 몰랐는데!’‘이런 병신을 내 곁에 두고 이용하려 했다니, 내가 눈이 멀었군!!’‘이번 계획이 끝장난 이상, 주민 그 여자더러 빨리 움직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양다인은 침대 밑에 고정한 휴대전화를 꺼냈고 주민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주민이 전화를 받았다.양다인은 주민이 말하길 기다리지 않고 급히 입을 열었다.“물건을 이미 손에 넣었는데, 아직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거예요?!”주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양다인 씨,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성급한 것 같군요. 물건을 손에 넣은 이상, 당연히 더욱 자세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어요?”“난 강하영과 유인나 그 두 천한 여자들이 잘 사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고요!!”양다인은 소리를 낮추어 울부짖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었고 눈빛은 또 무척 매서워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 같았다.주민은 가볍게 웃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요, 양다은 씨.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항상 기다림이 필요하죠.”양다인은 한사코 이를 깨물었다.“이렇게 말한 이상, 나도 잘 지켜보고 있을게요. 만약 날 실망시킨다면, 난 당신이 한 일을 모두 터뜨릴 거예요! 두고 봐요.”주민은 미소를 거두더니 혐오를 느끼며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양다인은 정말 미친 여자야!’“양다은 씨, 여긴 당신이 화풀이할 곳이 아니에요. 난 일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말을 마치자 주민은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탁자 위의 커피를 들더니 고개를 돌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히 한 모금 마셨다.사실 양다인이 전화를 걸어 그녀를 재촉하지 않더라도 주민은 가능한 한 빨리 손을 쓰려 했다.‘지금 현욱 오빠의 부모님까지 그 여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어.’‘만약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와 현욱 오빠 사이는 정말 끝장이야.’‘현욱 오빠는, 내 것일 수밖에 없어!’주민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휴대전화를 들고 인나에게 문자를 보냈다.[안녕하세요, 인나
하영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불안한 느낌이 드는데.”“그렇지?” 인나가 말했다.“나도 이런 느낌이 들어. 아무튼 주민과 현욱 씨 사이에 뭔가 있는 것 같아!”“음, 그건 아닐 거야. 현욱 씨가 같이 가준다고 한 이상, 자신이 떳떳하다는 것을 설명하지.”“아니야!”인나는 일부러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난 오히려 현욱 씨가 나한테 뭐라도 들킬까 봐 내일 같이 따라가자고 한 것 같아. 이렇게 되면 현욱 씨는 주민에게 눈짓을 할 수 있잖아. 말하지 말아야 할 일들은 말하지 말라고!”“그러면 그냥 전화로 얘기하면 될걸.” 하영이 물었다.“현욱 씨 지금 옆에 있어?”“응!” 인나는 주방을 쳐다보았다.“앞치마 두르고 날 위해 야식 만들어 주고 있어.”하영은 웃었다.“예전의 현욱 씨는 정말 바람기가 많은 남자였는데, 지금은 뜻밖에도 너한테 붙잡혀 살다니. 심지어 주방에 가서 요리도 할 줄 알고.”이 말을 듣자, 인나는 달콤한 추억에 빠졌다.“그래, 사실 현욱 씨에게도 장점이 많다니깐!”하영은 시간을 보았다.“자, 나도 두 사람 알콩달콩 하는 시간 방해하지 않을게. 이제 아이들 데리고 씻으러 가야하거든.”“그래, 내일 내 문자 기다려!”“오케이.”하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이들을 재촉하려 했다.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주희가 멍하니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하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주희는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 언니, 옆집 혹시 팔렸어요?”“나도 잘 모르겠어.”하영이 대답했다.“평소에 너무 바빠서 이 일을 비서에게 맡겼는데. 누가 집 보러 온 거야?”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녁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처음이에요.”하영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본 뒤, 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소정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사장님.”하영이 물었다.“소 비서, 최근에 누가 집 보고 싶다고 연락한 적 있어?”“네.”소정이 대답했다.“오늘 중개인더러 가 보라고 했는데,
주민의 말에 인나는 생각에 잠겼고, 그녀는 눈을 들어 주민과 눈을 마주치더니 담담하게 물었다.“현욱 씨가 매우 친절하단 걸 또 어떻게 알았대요?”주민은 손을 거두더니 자신에게 커피를 따랐다.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천천히 말했다.“나와 현욱 오빠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기 때문에 자연히 많은 보살핌을 받았죠. 인나 씨는 사실 이런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불여우!!!’인나는 마음속으로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현욱 씨가 친절하다고 말하면서 또 나더러 신경 쓰지 말라니!’‘그럼 그냥 입 다물면 되잖아?? 연기 참 잘하네!’인나는 가볍게 웃으며 현욱을 바라보았고 애교를 부렸다.“현욱 씨, 주민 아가씨 좀 봐요. 정말 이해심이 많다니깐요!”유심의 말에 현욱은 닭살이 돋았다.그는 인나가 화 났다는 것을 알고 얼른 주민을 보았다.“뚱... 주민아,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다 지나간 일이잖아.”이제 현욱은 ‘뚱민'이라고 부를 엄두도 없었다.주민은 눈을 드리우며 낮게 웃었다.“오빠 말 맞네. 내가 말을 가리지 않았어.”말이 끝나자, 주민은 옆에 놓인 선물 두 개를 들더니 탁자 위에 놓았다.“이건 두 사람의 아기에게 주는 선물이고, 이건 두 사람을 위한 결혼선물이야.”주민은 웃으며 말했다.현욱은 여전히 영문 몰라 하며 선물을 받았다.“이렇게 돈 쓸 필요가 없는데. 우리도 다 알아서 살 거야.”그러나 인나는 오히려 대범하게 말했다.“현욱 씨, 왜 주민 아가씨의 호의를 거절하고 그래요? 우리를 축복하기 위해 이렇게 초대했는데, 현욱 씨가 이렇게 거절하면 주민 아가씨도 너무 난처하겠죠?”인나는 웃음 어린 눈빛으로 현욱을 경고했다.‘받지 않으면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뭐가 있는 거잖아!’현욱은 감히 반항하지도 못하고 억지로 주민의 선물을 받은 후, 인나에게 건네주었다.“한 번 봐봐.”인나는 주민을 바라보았다.“지금 뜯어봐도 될까요?”주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인나는 선물을 하나하나 뜯기 시작했다.아기
MK 그룹.시원은 한 중년 남자를 데리고 유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시원이 소개했다.“대표님, 왕 선생님은 어젯밤에 이미 대표님을 대신해서 아크로빌의 별장에 가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좀 찍었는데,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해서요.”시원이 말을 마치자마자 왕성필은 가방에서 사진 몇 장을 유준 앞으로 건넸다.“대표님, 어떤 인테리어를 원하시는지 모르겠네요.”유준은 사진을 훑어보았다.“2층에 어린이 방 세 칸을 준비해. 그중 두 칸은 회색 톤으로 정하고. 너무 크게 만들 필요 없어. 중간의 안방은 다른 두 칸의 어린이 방의 공간을 차지할 수 있어, 아무튼 크게 고쳐. 그리고 별을 볼 수 있는 공주님 방을 하나 만들어, 안에는 정교한 드레스룸이 있어야 하고. 3층의 방은 모두 하나로 만들어서 장난감 방으로 설치해.”말이 끝나자, 유준은 시원을 바라보았다.“가서 최고급 조립식 컴퓨터 두 세트를 준비해서 그 두 작은 침실에 설치하고.”‘대표님도 참, 작은 아가씨만 너무 관심하는 거 아니야!!’‘작은 아가씨는 엄청난 큰 방에 3층 전체의 장난감 방을 가지고 있는데, 두 작은 도련님은 컴퓨터방 하나도 가질 자격이 없단 말인가??’“어, 그게 말입니다, 대표님, 이렇게 계획하시면 두 작은 도련님의 침실은 아마 엄청 작을 텐데...”유준은 눈을 들어 시원을 바라보았다.“잘 곳 있으면 되지. 더 큰 집에 살고 싶다면 스스로 돈 벌어서 사라고 해.”왕성필 디자이너는 식은 땀을 흘렸다.“대표님, 오늘 바로 구입하실 겁니까?”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언제까지 끌려고? 두 주일의 시간만 주겠어.”디자이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오늘 바로 수속 밟으러 가겠습니다.”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허 비서, 수표 끊어줘.”디자이너가 떠난 후, 시원은 다시 유준에게 말했다.“대표님, 이제 작은 도련님들과 작은 아가씨를 독립시킬 예정이십니까?”유준은 담담하게 시원을 보았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