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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양다인을 챙겨라

“말씀하세요. 뭔데요? 듣고 있을게요.”

양운희는 눈을 뜨고 천장을 한번 보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하영아, 사실 너는…….”

“여보!”

양운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병실 입구에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남자가 하나 보였다.

고개를 돌려 보았을 때, 이미 남자는 병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술과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후줄근한 옷차림의 사내는 병상 옆 하영의 건너편에 앉았다.

“주 사장이 널 괴롭히지 않았지?”

양운희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뭐 하러 왔어?! 아직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뜯어간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강성문은 입을 쩝쩝 다시더니, 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영아, 잠깐 커피 좀 사 와라. 엄마랑 단둘이 할 얘기가 좀 있다.”

하영은 걱정 어린 눈길로 양운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아버지를 보며 부부에게 얘기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자에서 일어나며 한마디 당부했다.

“아빠, 엄마 화나게 하지 마요.”

강성문은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강성문이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하영은 여러 번 고개를 돌려 양운희 쪽을 보며 병실을 나섰다.

방문이 닫히는 순간, 강성문의 얼굴에 있던 관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감정 없는 사람처럼 양운희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야, 그 입 좀 얌전히 다물고 있으면 안 돼?”

양운희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이제 하영이 그만 이용해!”

강성문은 냉소했다.

“내가 지금껏 키웠는데, 키워준 밥값 좀 하라는데 그게 어때서?”?

“당신만 입 다물면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어! 만약 그 얘기를 꺼내면, 하영이가 더 이상 직장에 다니지 못하게 할 테니까…… 그리 알아!”

침대 시트를 부여잡은 양운희는 분노한 나머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강성문! 너는 사람 새끼도 아니야!”

강성문은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나는 사람 새끼도 아니니까…… 당신 입이나 조심해. 괜히 쓸데없는 말 했다간 서로 좋지 못한 꼴 볼 테니까!”

이 말만 내뱉고 강성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병실 문을 열자, 하영이 아직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곤 강성문은 얼른 표정을 바꾸었다.

“하영아, 아빠 먼저 간다! 오늘 주 사장에게 준 돈은 아빠가 너에게 빌린 것으로 치자.”

하영이 대꾸하기도 전에, 강성문은 몸을 돌려 나갔다.

하영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정유준의 전화임을 확인한 하영은 마음을 졸이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디야?]

수화기 너머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영은 병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갑자기 급한 일이 좀 생겨서…….”

유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래서 양다인 씨 챙기라는 것도 깜빡한 거야?]

하영은 뜨끔하였다. 겨우 그것 물으러 전화한 건가?

그러나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유준의 오피스 와이프 외에 또 다른 신분은 수석비서이다.

유준이 지시한 일을 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잘못이다.

하영은 낮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지금 바로 패션디자인팀 팀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됐어…….]

“하영 씨!”

정유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부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영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약봉지를 건네주었다.

“해열제예요, 먹어요. 하영 씨 지금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하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약을 받았다.

“부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따가 약값은 드릴게요.”

부진석은 웃으며 하영이 귓가에 둔 휴대전화를 가리켰다.

“먼저 일 봐요.”

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다시 귀에 갖다 대었다.

“사장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전화에서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하영은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통화가 언제 끊겼는지도 몰랐다.

하영은 바로 유준의 지시에 따라 패션팀 팀장에게 전화했다.

패션디자인팀 팀장 우인나는 하영의 친구이다. 둘은 학교에서부터 친했다. 그래서 양다인을 챙겨달라고 부탁하는 건 하영에게 별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우인나는 약간 언짢은 목소리였다.

“하영아, 걱정하지 마…… 걔 벌써 칼퇴근했거든.”

“…….”

그럼 정유준의 방금 그 전화는 뭐지?

한 편.

전화를 끊은 유준은 약간은 걱정스러운 듯 차에 앉아 여러 생각을 했다.

‘방금 전화 속 남자가 해열제를 먹으라고 하던데…… 언제부터 열이 난 거야?’

‘열이 나고 아프면 휴가 내고 쉴 것이지…… 왜 이런 얘기를 내가 다른 남자한테 듣게 하는 거야?’

‘부 선생? 닥터 부……?’

잠시 생각하다가 유준은 운전 중인 허시원을 쳐다보았다.

“강 비서 가족 중에 입원환자 있나?”

허시원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동안 강 비서의 어머니가 자궁암으로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정유준은 순간 미간이 일그러졌다.

“나한테는 그런 말 한 번도 한 적 없더니만…….”

허시원은 마음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첫사랑만 백방 찾아 헤맨다고, 강 비서에게 모질게 대한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그러나?’

허시원은 이번 기회를 틈타 하영을 위해 좋은 말을 몇 마디 하기로 결정했다.

“사장님, 강 비서…… 사실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렵습니다.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유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양다인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그 여인을 찾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허시원에게 레스토랑을 예약하라고 했었다.

마침 마이바흐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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