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의 이마에 큰 혹이 불거져 나온 데다 또 팔에 찰과상을 입은 것을 보고 노지철은 죄책감을 느끼는 동시 마음이 아팠다.선생님을 보자, 그는 얼른 물었다.“선생님, 이게 무슨 일이죠?”선생님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몇 명의 아이들이 세희를 괴롭혔는데, 세희는 오히려 정당방위로 손을 써서 자신을 보호했지만...”말하던 참에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 다섯 아이의 부모님이 각자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왔다.노지철은 그 아이들의 얼굴에 선명한 멍이 든 것을 보고 놀라움에 젖은 눈빛으로 세희를 보았다.노지철은 마을에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기에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공손하게 노지철에게 인사를 했다.그러고 나서 그들은 노지철에게 말했다.“물론 우리 아이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이 아인 너무 독한 거 아니에요!”“어르신! 도대체 이 아이를 어디서 데려온 거예요? 너무 막돼먹었잖아요! 우리 아이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좀 봐요??”“어르신, 이 아이에게도 부모님이 있을 거 아니에요? 가서 이 아이 부모님 불러와요, 우리는 그 사람들 찾아가서 제대로 한 번 따져볼 거예요!”“그래요, 어르신. 이 일은 어르신과 상관없으니까 우리는 반드시 이 아이의 부모님을 만나야겠어요!”노지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건 틀린 말이 아니지만, 내가 알기론 이 녀석들이 줄곧 우리 세희를 괴롭혔지! 지난번에 우리 세희는 참고 넘어갔지만 이번에 또 이런 일 생기다니! 설마 우리 세희가 이 아이들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 건가? 그럼 난 또 누구를 찾아가야 하지? 내가 어떻게 세희의 부모님에게 설명을 하겠어?“우리는 얘 괴롭히지 않았어요!”한 아이가 고개를 들어 항의했다.“분명히 강세희가 먼저 거짓말을 했단 말이에요!”세희는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난 고아도, 잡종도 아니야!! 아니라고!!!”“네가 아니라고 하면 다야?” 그 소년은 반박했다.“어떻게 증명할 건데?”“할아버지께서 잘 알고 계셔! 나한테
아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그래, 내가 말했다! 고아면 고아지!!”“펑!”세준은 말라깽이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쳤고, 그 말라깽이는 바로 땅에 쓰러졌다.말라깽이의 부모님은 놀라서 얼른 말라깽이를 안았다.그리고 하영을 바라보며 비난을 했다.“아니, 당신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한 거예요?! 어쩜 이렇게 버릇이 없는 거죠?! 왜 우리 아이를 때리는 건데요?!”하영은 세희를 내려놓더니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직 당신들과 따지지 않았는데, 당신들은 오히려 내 아들을 비난하다니. 내 아들은 단지 자신의 여동생을 보호하며 오빠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손을 쓰는 것은 물론 옳지 않지만, 난 여전히 내 아들을 응원해요. 당신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그럼 우리도 앉아서 아이들 사이에 일어난 일을 잘 얘기해 볼 수 있으니까.”“이거 완전히 말이 안 통하네!!” 한 아이의 아버지가 하영의 코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대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한 거야?!”하영은 비록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그러는 당신들은요? 당신들은 아이들을 잘 교육했고요? 그렇게 잘난 이상, 왜 이유 없이 내 아이를 괴롭힌 거죠?”“증거 있어?” 그 아이의 아버지가 말했다. “당신의 아이가 먼저 우리 아이를 괴롭혔을 수도 있잖아?!”“증거를 원하는 거예요? 내가 증거를 내놓을 수 있다면요?”“그럼 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우리는 각자 자신의 아이들 데리고 집에 돌아갈 테니까, 이 일은 그냥 우리가 손해 본 걸로 하지!”“그건 안 될 거 같은데.”하영이 말했다.“당신들은 내 딸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으니 이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뭘 이렇게까지 따지고 그래요?!”“그러게! 당신의 딸은 얼마 다치지도 않았는데, 우리 아이가 더 심하게 다쳤잖아요!”하영은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맞아요, 당신들의 말이 틀리진 않아요. 그런데 당신들 아이들이 다친 건 완전히 싸죠! 만약
경찰의 말에, 그 학부모들은 순식간에 기가 죽었다.하영도 그들에게 돈을 배상하라고 하지 않았고 단지 세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만 했다.그리고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그들더러 병원비를 내라고 했을 뿐이었다.일을 해결한 후, 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노지철의 집으로 돌아갔다.노지철의 집은 크지 않았고, 인테리어도 한 적이 없는데, 그냥 평범한 시골의 시멘트 집이었다.세준과 희민은 세희가 지내는 환경을 보고,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미간을 찌푸렸다.노지철이 문을 열자, 크지 않은 정원은 오히려 무척 정결했다.그들을 데리고 방에 들어간 후, 노지철은 그들에게 물을 따라주었다.진석에게 물을 건넬 때, 노지철은 눈빛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지만 결국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세희에게 이런 일 생긴 것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네. 내가 아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으니 여기서 사과하마.”말을 마치자, 노지철은 일어서서 모두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하려 했다.하영은 얼른 가서 노지철의 손을 잡았다.“선생님,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이 일은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니 왜 저희에게 사과를 하시려는 거예요?”노지철은 한숨을 내쉬었다.“세희는 도시에서 복을 누려야 할 아이인데, 나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고 있으니 죄책감이 드는구나.”“선생님, 전에도 저희에게 상황을 설명하셨잖아요. 세희는 선생님의 곁에서 기예를 배우는 것이니 고생을 좀 하는 것도 당연하죠. 그리고 세희도 스스로 이 길을 선택하겠다고 한 거잖아요. 저도 많은 걸 바라지 않는데, 오직 세희가 무사하고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세희는 팔자가 좋지만 귀신이 붙는 체질이라서 큰일이야. 이건 내가 전부 알고 있는 것을 세희에게 배워주며 세희가 자신을 잘 보호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필경 나도 세희의 일생을 지켜볼 수 없는 법이지.”“저도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오늘 이 일 때문에 선생님도 너무 자책하실 필요 없고요.”노지철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세희는 고개를 숙였다.“난 오빠들과 엄마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나 때문에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오게 하는 건 더욱 원하지 않았단 말이야. 할아버지 따라서 기예를 배우는 건 나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해.”희민은 세희의 작은 손을 잡았다.“세희야, 너한테 오빠들 그리고 엄마가 있잖아. 무슨 일 생기든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마, 알았어?”세희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꼭 오빠랑 엄마에게 알려줄게.”하영은 세희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가볍게 품에 안았다.세희는 하영 품에 안긴 채, 하영에게서 나는 익숙한 향기를 만끽했다.“엄마...”“응?”“나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하영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한쪽에 있던 세준과 희민도 안색이 많이 안 좋아졌다.지금 유준의 죽음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안겨다 주었다.하영은 감정을 억누르며 위로했다.“괜찮아, 세희야, 아빠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꼭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야.”그날 밤, 그들 네 사람은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그들은 돌아가면 내일 또다시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모처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또 어떻게 꿈속에서 보내고 싶어 하겠는가.이튿날 아침, 하영 그들은 아쉬워하며 노지철과 세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그들이 떠난 후, 세희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노지철 집 앞에 서서 눈물을 닦았다.노지철은 한숨을 내쉬며 세희의 작은 어깨에 손을 얹었다.“세희야, 이 세상의 고통 중 하나가 바로 가족들과 헤어지는 것이야.”세희는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할아버지. 하지만 엄마와 오빠들과 헤어지는 건 너무 아쉬워요.”“그래, 할아버지도 다 안다. 그러나 이제 넌 고통에 익숙해져야 해. 오직 이렇게 해야만 너도 마음을 갈고 닦을 수 있단다.”사흘 후, 하영과 인나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인나는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 하나를 보았다.그 검색어를
하보연은 30분을 간격으로 방에 들어와 주민에게 몸을 닦아주며 온도를 낮춰 주었다.주민은 지금 임신 중이어서 해열제를 복용할 수 없었다.어렴풋이 눈을 뜬 주민은 하보연의 모습을 보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지금 몇 시야? 선생님은 돌아왔어?”“아직입니다, 사모님. 아직 밖에서 일 보시는 것 같은데, 전화드릴까요?”“아니, 중요한 일로 바쁜 거니까 방해하지 마.”“사모님, 열이 계속 나시니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주민은 천천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나 좀 일으켜 줘, 그리고 같이 병원에 가자.”하보연이 부축하고 일어서자, 주민은 눈앞이 아찔했다.가슴은 무슨 충격을 받은 것 같았고, 숨을 쉬는 순간, 주민은 목구멍에서 짙은 비린내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바로 선혈을 토했고, 곧바로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졌다.30분 후, 주민은 ICU에 보내졌다. 주씨 가문의 사람들이 소식을 알고 달려올 때, 진석도 하보연의 통지를 받고 병원에 도착했다.수술실 밖에서 한 시간을 기다린 뒤, 의사는 주씨 가문 사람들 앞으로 걸어왔다.“주민 아가씨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습니다.”주씨 가문의 사람들은 안색이 보기 흉해졌고, 이진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문득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의사에게 물었다.“그냥 열 한 번 났다고 아이가 없어지다니? 주민은 원래 몸이 좋았는데!”“CT 결과를 보면, 아가씨의 오장육부가 쇠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근의 혈류 속도가 감소된 것이 쇠약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바로 유산을 초래한 주요 원인일 수 있습니다.”“그럴 리 없다!” 이진희는 무척 흥분했다.“우리 주민은 매년 신체검사를 했고, 심장 방면에 문제가 있은 적이 없다!”의사가 설명했다.“어르신, 매년 검사한다고 해서 모든 병을 검사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느 기간 동안 강도 높은 일을 했거나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음식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
이진희가 말했다.“자, 자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아니면요? 제가 무슨 말을 해야 되는 거죠?”진석이 되물었다.“지금 주민 씨의 문제를 저에게 던진 것은 당신들이 주민 씨가 한 일 때문에 마음이 찔려서 배씨 가문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래서 제 손을 빌려 배씨 가문이란 눈엣가시를 제거하려고 하는 거잖아요.”진석의 말에 그들은 말문이 막혔다.“주민 씨 뱃속에 있는 아이는 제 것이죠. 지금 저는 아이를 잃은 고통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병에 걸린 주민 씨를 돌봐야 하죠. 지금 당신들더러 배상하라고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전 이미 충분히 당신들을 봐주고 있는 건데, 지금 오히려 저더러 배씨 가문을 상대하라고 하다니, 이건 너무 염치가 없지 않나요?”진석의 말에 체면을 중히 여기던 주씨 가문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창피함을 느끼게 했다.오후, 하영과 인나는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사무실에서 비서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그래서 임신 초기에 이런 기사를 퍼뜨리면 안 된다니깐. 이거 봐, 임신 소식이 발표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이가 벌써 없어졌다니.”“그러게! 오전에 금방 소식을 발표하지 않았어? 이제 겨우 4시간도 안 됐을걸?”“그 집 아가씨가 글쎄 심장병에 내장 부전에 걸렸다나, 앞으로 임신조차 할 수 없다고 들었어.”“그럼 이건 그 여자 자신의 문제네. 부 대표님 너무 불쌍해.”비서들의 의론 소리를 듣고, 하영과 인나는 재빨리 눈을 마주쳤고, 두 사람은 바로 하영의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녀들은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했다.위의 제목은 비서들이 토론한 것과 일치했다.[주씨 가문 큰 아가씨 주민이 유산하다.]이 기사를 본 인나는 침묵하며 옆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인나야, 주민은 이미 마땅한 벌을 받았는데, 넌 왜...”“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냐고?” 인나가 반문했다.“음.”인나는 가볍게 웃었다.“나도 내가 왜 하나도 기뻐하지
진석은 안색이 어두웠다.“너 지금 전면적인 신체검사를 받아야 해!”하영은 멈칫했다.그녀는 진석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주민의 일로 날 의심하는 게 아니구나.’하영은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대답했다.“난 당신의 의도를 모르겠어요!”진석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의도라...’진석도 자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오늘 주민이 고열에 피를 토하고 또 장기부전이란 검사결과가 나왔단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진석의 머릿속은 온통 하영이 열이 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의 앞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이었다!진석은 왠지 모르게 당황해지더니 공포를 느꼈다.의사가 당시 하영의 실제 상황을 검사해내지 못했을까 봐.진석은 하영에게도 주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병원을 떠난 뒤, 진석은 계속 아크로빌에 있으며 하영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난 하영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해!’‘그래...’‘난 하영이 무사하기만 하면 된다고. 이게 바로 내 의도야!’진석이 침묵하는 것을 보자, 하영의 태도는 더욱 나빠졌다.“당신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를 잘 파악했으면 좋겠네요! 당신과 주민의 일은 현재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예요! 약혼녀가 유산을 해서 병원에 누워 있는데, 당신이 오히려 이곳에 나타나다니. 만약 파파라치에게 찍힌다면, 난 내일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거라고요! 여태껏 나에게 가져다준 문제는 이미 충분하니 제발 나 좀 혼자 내버려둬요!!”진석은 멍해졌다. 그는 하영이 말한 이 문제를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경호원더러 널 데리고 들어가라 할게!”“내가 왜 전신검사를 해야 하는 거죠?!” 하영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도 그건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요!”“너에게 그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으니까!”순간, 진석도 이유 없이 이성을 잃었다.하영은 오히려 진석이
병원 밖, 진석이 차에 있는 동안, 주민은 줄곧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진석은 하나도 받지 않았다.대신 남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병원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진석이 전화를 받지 않자, 주민은 아예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부진석 씨, 전화 받아요! 전화 받으라고요!]문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진석은 핸드폰을 확인했다.주민의 문자를 보며 진석은 심지어 주민의 절망을 감지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는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진석은 화면을 끄고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러나 주민의 문자가 또 들어왔다.[누가 날 이렇게 만들고 또 누가 우리의 아이를 죽였는지조차 알고 싶지 않은 거예요?!]문자 알림 소리에 진석은 짜증을 느끼며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그리고 전원을 끄는 순간, 하영이 문 앞에 나타났다.진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영이 차에 오르기를 기다렸다.하영이 검사 보고서를 한 묶음 건네주자, 진석은 차 안의 불을 켜고 일일이 훑어보았다.마지막 결과까지 본 진석은 눈빛이 차가워졌다.[초보적인 검사에 의하면 심근의 혈액공급이 약간 부족하고 기관이 쇠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만약 주민에게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은 배씨 가문 때문이라면, 하영은 또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너무 슬퍼서?!’‘두 사람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비슷한 이상,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진석은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 너...”“내가 왜 이렇게 침착한지를 묻고 싶은 거예요?”하영이 반문했다.진석은 분명히 당황해졌다.“그래!”“당신은 날 죽게 하지 않을 테니까, 안 그래요? 지금 이 상태로 본다면.”진석은 보고서를 꽉 쥐었다.“널 다시 건강하게 만들 거야. 그러나 그 전제는 네가 내 치료에 협조해야 해.”“좋아요.” 하영은 흔쾌히 대답했다.“내가 남에게 당하지 않는 한, 안심해요. 나도 끝까지 살고 싶으니까! 아이들도 내가 필요하고, 나와 당신 사이의 원한 역시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잖아요!”하영이 말을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