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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23 15:10:06
자신의 사부에 대한 뒷담화는 거침이 없었다.

이어서 송석석이 손을 흔들어 시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시자만이 입을 열었다.

“내려 온 지는 이틀이나 지났어.

하지만 진성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신 건 네 사부야.

들어오기 전에는 진성 밖에 있는 시골 객실에서 지냈는데, 어쩜 그 작은 시골에도 도둑이 그렇게 많니?

그래도 혼수는 하나도 안 도둑맞았어.”

이틀 전, 대사형이 떠나면서 사부와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하지만 네 사부는 매일 선배를 데리고 진성으로 들어갔어.

아침에 들어갔다가 해가 지면 다시 시골로 내려오긴 했지만 말이야.

어디서 들은 소식 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진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혼수가 준비된 걸 다 보고 나서야 서둘러서 들어온 거야.”

시자만이 계속 해서 흉을 보았다.

“이렇게 피곤한 적은 처음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뻤어. 모든 과정을 지켜 본 거 잖아.”

옆에 있던 모신신도 흥분하며 말했다.

“와, 진짜 엄청 시끌벅적 하더라. 우리 경화파 사형들 발성이 어찌나 또랑또랑 하던 지, 진성 전체에 다 들렸을 거야.”

송석석이 눈썹을 찌푸리며 웃었다.

“그럼 당연하지.”

시자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시골이 얼마나 추웠는 지 알아? 손 좀 녹이려고 태운 연탄 냄새 때문에 눈이 다 아팠다니까.

내가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이지만 너 때문에 참는 거야.”

그녀는 자신을 까다롭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다.

모신신이 말했다.

“다른 건 괜찮은 데, 먹는 게 좀 부실했어.”

사실 특출난 요리를 자랑하는 파들이 있다.

그들이 한 음식들은 색과 향이 모두 완벽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모신신이 소속한 경화파는 요리에 대한 명성이 자자하다.

한편, 송석석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수장들이랑 후배들이 그 작은 객실에서 지냈다는 게 마음이 좋지 않네. 내가 큰 은혜를 졌어.”

시자만이 답했다.

“그렇다고 네가 갚을 필요는 없어. 네 사부가 갚는 다고 그러셨어. 만약 명단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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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평서백부에서 왕준은 경조부에 찾아가기 전에 가족들을 전부 모아 최악의 결과를 알렸다. 큰 적을 앞두고 원수가 도망을 쳐 군심을 흔들어 온갖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평서백부를 기다리는 건 가문을 멸족당하는 죄가 될 것이다. 설령 승리를 한다고 해도 작위와 가문을 빼앗기고 유배를 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마터면 놀라 정신을 읽을 뻔한 노부인은 결국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최 씨를 바라보며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예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먼저 바쁘게 움직였기에, 최 씨에게 희망을 걸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 씨는 침묵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엔 의아함이 하나도 없었고 마치 예상했던 일이란 듯 덤덤한 모습이었다. 그렂 노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법이 없다는 것이냐? 너 북명왕비와 친하지 않느냐? 그러니 어서 가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해보거라. 아직 희망이 있을지 모르지 않느냐?” 그러자 최 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엔 누구에게 부탁해도 소용없어요. 우린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왜 방법이 없다는 것이냐?” 노부인은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찌 계속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냐? 어서 가서 물어보거라!” 이때 왕준이 울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 형수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 지금은 누구에게 부탁해도 소용이 없어요. 우리 가문은 이제 끝입니다…” “말도 안 된다…!” 노부인의 숨결은 점점 흐려졌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왕표가 남강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키며 고생을 했는데 어찌 공이 조금도 없단 말이냐?” “정말… 없습니다.” 최 씨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자신의 시어머니가 충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자, 자신의 아들딸을 생각나 목구멍이 점점 쓰라렸다. “그는 남강에 살면서 한 번도 고생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진성에 있을 때보다 더 잘 살았지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9화

    하지만 란주는 결국 대황자를 만나지 못하고, 자안궁 사람들에게 대황자가 천자문을 베끼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 태후가 아무도 대황자를 방해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란주는 대황자가 책 베끼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가 어떻게 순순히 말을 듣는지 궁금했지만, 자안궁의 소식은 알아내기 쉽지 않았고 돈으로도 소용없었다. 하도 규칙이 많은 곳이라 그녀는 한참 끈질기게 조르고 나서야 겨우 한 마디 얻었다. 태후께서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오늘 다 베껴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그러자 란주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대황자께서 자안궁에 들어간 후 줄곧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는 말입니까?”‘대황자께서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바로 금화전으로 가셨는데,지금까지도 아직 밥을 드시지 않았다니…’하지만 란주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녀는 밖에서 한참 서 있다가 결국 장춘궁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보고하기로 했다.황후는 자안궁에서 대황자에게 밥도 주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파 주먹을 꽉 쥐고 토로했다.“아무리 그래도 친손자인데 어찌 이리도 모질 수 있단 말인가? 안 되겠어. 내가 자안궁으로 가서 그를 데려와야겠다! 그가 언제 이런 고생을 한 적 있겠느냐.”그러자 란주는 급히 가로막았다.“마마께서는 아직 근신 중이시니 가실 수 없습니다. 다시 황제폐하의 화를 돋우시면 근신 기간이 언제 끝날지도 모릅니다.”황후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분통을 터뜨렸다.“나보고 대황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란주가 황후에게 말했다.“마마께서도 이전에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대황자는 태후의 친손자이니 태후께서도 분명 마음이 아프실 겁니다. 제가 보기엔 태후께서 대황자를 진보하게 하기 위해서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태후의 가르침으로 인해 대황자께서 환골탈태하게 될 수도 있다는걸.”황후의 표정이 살짝 풀린 것을 본 란주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황제폐하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8화

    밖에 있던 오 대반은 둘의 대화를 듣고 놀라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며 다리에 힘이 다 빠찐듯한 기분을 느꼈다. 심지어 송석석이 걸어 나올 때까지도 아직 가슴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황제가 진노하지 않은 것도 그의 예상 밖이었다. 그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배웅하자, 송석석이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오 공공, 걱정 마십시오.” 오 대반은 가슴이 찡해서 말했다. “송 대인, 그럼 조심히 가시지요.” 송석석이 떠난 후, 오 대반은 궁으로 들어가 시중을 들며 황제를 흘끔 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환희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다시 깜짝 놀랐다. ‘오늘 아침 대황자를 지안궁으로 보낼 때까지만 해도 북명왕이 남강으로 가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했는데 왜 지금은 기뻐하는 것이지? 정말 군주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군.’ 숙청제가 그를 쳐다보더니 분부를 내렸다. “식사를 내오너라.” 왕표가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황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오 대반은 서둘러 사람을 시켜 식사를 내오고 차를 따랐다. 숙청제는 입이 마르고 쓴 맛이 나 괴로웠었는데, 차를 한 모금 마시니 나아져 기분이 좋아졌다. “모르겠느냐?” 또한 그의 어조가 매우 가벼운 것으로 보아 기분이 좋아진 것이 확실해졌다. 그가 웃는 것을 보고 오 대반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저는 몰라도 괜찮습니다. 폐하께서 기뻐하시면 소인도 기쁘니깐요!” 그러자 숙청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로 기쁘구나. 송석석이 오늘 한 말들이 북명왕의 속마음이라면 기쁜 일이고, 만약 반대라면 북명왕이 송석석까지 속이는 것이니 부부가 한마음 한 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느냐? 그럼 송석석은 여전히 날 위해 충성을 다 하겠지.”오 대반이 대답했다.“폐하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북명왕과 아무 다툼도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니 내심 그땐 정말 기뻤다는 후회가 든단다.”숙청제는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하지만 물을 삼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7화

    그녀가 손으로 성지를 받들며 말했다.“황제폐하, 왕야껜 사실 마음의 질병이 없습니다. 임태의와 오대반을 속이고 바로 매산에 가지 않고 남강으로 향한 것입니다.”“너희는 남강의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이 문제는 숙청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아뇨, 왕야께서 남강에 갔을 땐 왕표가 도망간 줄 몰랐고 그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간 것이라 저희도 몰랐습니다.”송석석이 숙청제 앞으로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왕야께서 안심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와 함께 사국인을 시몬에서 몰아낸 전우 때문입니다. 그들은 생사를 함께하며 목숨까지 버리고 오직 하나의 공통적인 목표만을 바라보며 싸웠습니다. 결국엔 남강을 수복하고 병권을 넘겨주었는데 사국인이 다시 들이닥친 데다 내부 인원과 결탁한 혐의까지 받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오랫동안 전쟁터에 나간 적이 없고 쾌락에만 빠진 사람을 원수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왕야는 남강의 백성들이 더 이상 전선을 확장하는 전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속전속결해야 한다고 했고, 왕표는 작전 경험이 부족해 잘못된 결정으로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그러자 숙청제의 눈빛이 점점 흔들리더니, 순간 자신이 사람을 잘못 썼다는 후회가 들었다. 송석석은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왕표는 정말로 쓸모없는 놈일 뿐만 아니라 아주 악랄한 놈입니다. 그리고 그의 탈출로 인해 군심이 흔들리고 있으니 황제폐하께서도 책임이 있습니다.”숙청제의 표정은 순간 파리 한 마리를 삼킨 것 같았다.“그리고 그가 출정 요청을 올리지 않은 건 황제폐하께서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황제폐하께서 그를 시기하고 의심하는 건 그가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군대를 통솔할 수 있고 민망이 있다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지요.”송석석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말했다.“황제폐하께서는 제가 망언을 한다고 해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황제폐하께서 그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마음을 꺼내서 폐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6화

    오늘이 비록 상조하는 날은 아니었지만 황실 서재에서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숙청제가 관리를 소집해서 남강전사에 대해 계속 논의하는데 바빴다. 하지만 사람들은 황제가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전장으로 가는 것 말고는 해 줄 조언이 없었고 추천할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자 숙청제가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로 그들에게 한바탕 화를 냈다. “문무백관 중에 중요한 때에 쓸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임금의 은혜는 받으면서 임금의 근심은 덜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들을 남겨둬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서재의 문무백관들 중 아무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들에겐 아무 방법도 없었다. 황제는 항상 젊은 무장을 발탁해야 한다고 하면서 북명군과 송가군 중에서 선택하지는 않았다. 또한, 전쟁터에 오래 나가지 않는 왕표를 발탁할지 언정 제린 등 사람들은 선택하지 않겠다며 말했다. 숙청제는 냉정하게 한 번 훑어보더니 왕표가 자신이 발탁한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나면서 분노와 분통이 더욱 치밀어 올랐다. “공양, 너는 사람을 데리고 평서백부를 조사해. 왕표의 식솔들은 감옥에 가두어 놓고 처분을 기다리게 하고.” 경조부윤의 공양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은 후 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눈빛 속에서 물러났다. 공양이 떠난 후 백관들이 침묵하는 것을 본 숙청제가 다시 화를 내려고 할 때 오대반이 헐레벌떡 달려오며 말했다. “황제폐하, 송대인께서 폐하를 뵙기를 청합니다.” 숙청제는 입가에까지 나온 욕설을 순식간에 삼키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먼저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내가 조정의 문무와 군무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해.” 그는 오대반에게 송석석이 그에게 단독으로 말을 하려는 건지 아니면 조정의 문무에게 알릴 수 있는 말인지 묻게 한 것이었다. 그러자 오대반이 걸음을 멈춰서서 말했다. “송대인께서도 바로 이 일을 듣고 오셔서 어르신들과 함께 의논하고자 하십니다.”숙청제는 그녀가 사여묵의 행방을 알리러 온 것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5화

    벼루는 당연히 대황자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 대반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 대황자에게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됐다.비록 맞지는 않았지만, 대황자는 놀라서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숙청제는 분노에 차 말했다."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천자문을 이미 술술 외웠다. 그런데 너는 두 구절조차 외우지 못하다니! 오늘부터 네 할마마마의 궁으로 가서 살아라!""싫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할마마마는 정말 싫습니다!" 대황자는 태후와 살라는 말을 듣고 울음을 더 크게 터뜨렸다.그는 태후를 싫어했다. 태후께 매번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갈 때마다 마치 아버지처럼 공부에 대해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대황자는 왜 이토록 공부를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질문이 정말로 싫었다."당장 데리고 가서 지안궁으로 보내라!" 숙청제가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귀생은 얼른 두 명의 어린 환관을 불러 대황자를 지안궁으로 데려갔다.숙청제는 분노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마음 한편에는 깊은 슬픔이 밀려들었다. 자신의 적장자가 어쩌다 이토록 쓸모 없는 존재가 되었단 말인가?오 대반은 벼루를 정리하면서 복잡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폐하, 고정하십시오."숙청제는 숨을 고르며 분노와 불안을 억누르려 했지만 도저히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어머니께 수렴청정을 청하고, 대황자가 성장한 뒤에 정권을 돌려줄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쓸모없는 인물이라면, 어머니가 아무리 고생하며 길러도 제대로 된 인재가 될 수 없을 것이었다. 오히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숙청제는 두 눈을 감았다. 한숨도 못 자지 못해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또렷했다.한참 후 그는 눈을 떠 오 대반을 주시하며 물었다."북명왕이 어디로 갔다고 생각하느냐?"오 대반은 나름 추측하고 있던 것이 있었으나 감히 말하지 못했다."소인은 알지 못하옵니다."숙청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4화

    제 황후는 대황자를 오 대반에게 보내면서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너무 이른 시간이라 대황자가 아직 잠에서 덜 깼소. 가는 길에 공공께서 잘 살펴주시어 그가 헛소리를 하거나 전각에서 예를 잃지 않도록 해주시오."제 황후가 말을 마치자 란주가 앞으로 나아가 은표를 건넸다. 그러나 오 대반은 받지 않고 공손히 말했다."마마, 안심하십시오. 전각에서 예를 잃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자제를 보고 싶어 하시어 소인이 부름을 받은 것뿐입니다."오 대반은 수많은 얼굴과 마음을 읽어온 사람이었다. 제 황후는 그로 하여금 황제가 대황자에게 무엇을 물을지 미리 알려주고, 길에서 대황자에게 답을 가르쳐 주기를 바란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하사품을 받았겠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황후는 얼굴에 약간의 굳은 기색을 띠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부탁드리겠소."오 대반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대황자의 손을 잡고는 물러났다.숙청제는 금화전 앞을 서성이다 걸음을 옮겼다. 그는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전장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가시가 돋친 덩굴처럼 그를 단단히 휘감았다.전장에 나서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그가 전장에 나서야 한다면 태자를 세워야 했다. 그러나 대황자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자질 또한 평범했다. 성격은 교만하고 나태하여 어느 면에서 보아도 황태자로 적합하지 않았다. 황제의 자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하필이면 그가 자신의 적장자였다."오 대반이 떠난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그는 옆에 있던 귀생 공공에게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귀생은 공손히 대답했다."반 시진 정도 지났사옵니다."실제로는 반 시진을 훨씬 넘겼으나, 귀생은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황제의 얼굴빛이 이미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반 시진이라고 해도 황제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는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장춘궁이 여기서 그렇게 먼 것도 아닌데, 어찌 반 시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것이냐?"귀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3화

    황후는 금족령을 받은 이후로 장춘궁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나 오랜 세월 궁중을 관리해 온 덕분에 바깥의 일들은 여전히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오늘 목 승상이 황제께 친히 전장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는 소식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이는 그녀의 심장을 격렬히 뛰게 했다. 흥분과 기대가 그녀를 사로잡았다.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서게 된다면 태자를 세워야 할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 태자로 지명될 후보는 그녀의 대황자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북명왕이 이번에 병을 얻은 것이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흥분을 조금 가라앉힌 뒤, 그녀는 점차 냉정을 되찾으며 이번 일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생각했다. 황제는 오랫동안 전장에 나서지 않았고, 지금의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게다가 조정에는 여전히 사용할 만한 무장들이 있고, 지금 연왕의 반란까지 더해져 내외부의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었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서면 민심을 크게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연왕의 반란도 더 이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황후는 밤새 뒤척이며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날이 밝기도 전에 궁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밤을 지키던 궁녀 동이가 급히 들어와 보고했다.“마마, 황제께서 대황자를 데려오라 명하셨습니다!”황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서 본궁의 옷을 준비하라!"금족령 이후 황제는 한 번도 황후를 찾아오지 않았고, 대황자를 부른 적도 없었다. 황후는 조급했지만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이번 전란은 조정과 황제에게 있어 내우외환의 위기였지만, 그녀와 대황자에게는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였다.“황제께서 본궁도 부르셨느냐?” 황후는 세수를 마친 후 문득 생각나 물었다. “아니옵니다. 오 대반께 대황자를 데려오라고만 명하셨습니다.” 동이가 대답했다.황후는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2화

    밀고에는 왕표가 전장에서 도망쳤으며, 남강에서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며 군심이 흔들리고 있고, 심지어는 이탈병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기존의 남강군마저 동요하며 물러서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제린은 밀고에서 조정에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무장을 파견해 줄 것을 청하며, 그렇지 않으면 남강이 함락될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숙청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관원들에게 소리쳤다.“남강에 갈 무장을 추천하라!”그러나 모두 서로 눈치만 보며 추천을 주저했다. 현재 북명왕을 제외하면 파면된 소 대장군만이 있을 뿐이었다.다른 무장들, 즉 주 장군, 방시원 혹은 이전의 진청 장군은 지금 남강의 혼란을 진압하고 군심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북명왕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으나, 최근 북명왕이 심질환으로 고생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병을 안고 있는 그가 전장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사국의 군대가 성문 가까이까지 접근했기에 서둘러 달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질환을 앓고 있는 북명왕이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소 대장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지만, 현재 성릉관에 있는 그가 남강으로 출발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 반달은 걸릴 것이었다.또한 그의 고령 또한 큰 걸림돌이었다.이 둘 외에 적합한 인물이 더 있을까? 어쩌면 아직 있을지도 모른다.일부 대신들은 은근히 시선을 숙청제에게로 돌렸다. 황제가 친히 전장에 나서는 것이 군심을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었다,그러나 그 누구도 이 제안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황제가 전장에 나가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를 먼저 제안한 사람이 엄청난 죄를 뒤집어쓸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결정적인 순간, 목 승상이 침착하게 나섰다.그는 먼저 물었다.“북명왕의 현재 상황은 어떠합니까? 병세는 호전되었습니까?”숙청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답했다.“그는 매산에서 정양 중이다.”대신들은 이 말을 듣고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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