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마마가 송석석에게 연고를 발라 주면서 미간을 떨구었다.눈 밑으로 그녀의 슬픔이 깃들었다.“돌아오셔서 선을 본다고 하셨을 때, 얼마나 많은 도련님이 찾아왔는지 기억하십니까.””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네.”“네. 하지만 모르시는 게 있습니다.그때는 아가씨께서 매산에서 돌아오시기 전이었습니다.”양 마마는 연고를 바른 손을 계속 어루만졌다.그리고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그때는 후작 나리..국공대감님과 도련님들의 부고를 받았던 날입니다.장군이 사라져 결국 북명왕이 남강의 대원수가 되었지요.”송석석이 자신의 손을 어루만졌다.곧이어 속눈썹이 점점 촉촉 해졌다.“이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네.”그녀는 아직까지 부모와 형제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려왔다.“제 말 끝까지 들어 주셔야 합니다.”양 마마가 눈물을 머금었다.오늘 처럼 기쁜 날에는 무슨 일이든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북명왕이 병사들과 함께 성을 나가기 하루 전날 밤.제 기억으로는 새벽이었습니다. 북명왕이 방문한다는 말에 마님께서 옷을 갈아입고 마중을 하셨습니다.”송석석은 잠시 멈칫하고는 무언가를 떠올렸다.곧이어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목소리가 떨렸다.“그 늦은 시간에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양 마마는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북명왕은 단검을 가져오셨습니다. 그리고 말씀 하시 길, 국공 대감과 도련님들을 죽인 군사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져오신 단검을 신물로 드리고는 아가씨와 결혼을 약조 하셨습니다.”사실 눈치를 채고 있었다. 하지만 양 마마에게 듣자 깜짝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가 나에게 혼인을 요구했단 말인가.’“모친은 반대하셨지?”물으면서도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이어서 양 마마가 대답했다.“마님께서는 허락하셨습니다.”송석석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허락했다면 왜 전북망을 받아들이신 거야?”양 마마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북명왕을 허락한 이유는 그분이 마음 놓고 전투에
양 마마가 말을 끝냈다.곧이어 시녀가 국수를 들고 들어왔다.송석석은 배가 고팠다.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을 보고 식욕이 떨어졌다.양 마마가 다정하게 말했다.“드시지요. 하늘에서 마님이 보고 기뻐하실 겁니다. 제가 약조 드립니다.”송석석이 그릇을 건네받았다.곧이어 그녀의 눈물이 한 방울씩 국 안으로 떨어졌다.목이 메여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바꾸었다.“왕관도 참 무겁네. 목이 다 아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야.”양 마마가 옆에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참 바보 같으십니다. 드시고 나시면 왕관을 빼고 옷을 갈아 입혀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시가 되기 전에 왕야 께서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송석석은 면을 몇 입 먹었다. 훌쩍 거리는 바람에 어린 소녀와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그 단검은? 모친이 신물에 대한 답례는 주셨는 가?”“단검은 국공 대감의 군기창에 있습니다. 노비가 정리해서 가져 왔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내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님께서는 답례를 주셨습니다.”양 마마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가씨께서 직접 자수하신 손수건입니다.”송석석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뭐, 그 손수건이 약혼 선물이었다는 것인 가.”그녀는 모친이 모두에게 나눠 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합니다.”“그 많은 물건 중에 왜 하필 손수건을 나눠 주신 건가?”송석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모친은 왜 하필 못생긴 손수건을 사여묵에게 건네 준 것일까?’그녀는 그가 가진 손수건을 보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흉을 보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전투장에서도 손수건을 아끼고, 자신의 옆에 두었다.송석석이 전북망과 이미 혼인을 했어도 손수건을 버리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 한편, 양 마마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지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아가씨가 처음으로 수공예를 하셨지 않습니까. 마님께서는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는지 모릅니다.”송석석은 우는지 웃는지 알 수가 없다.곧이어 국
혼인식 때문에 새로 만든 옷이 엄청 많다.게다가 북명황실에서 식을 올리기 때문에 비단은 필수다.그녀의 상자 안에는 사계절의 옷이 가득 들어 있다.다양한 색깔과 동시에 정교한 자수 솜씨를 볼 수 있었다.그 밖에 다른 상자 안에는 호피와 두루마기가 들어 있다.하지만 받은 예물과 혼수 덕에 평생 동안 옷감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오늘 입은 옷과 옷장에 넣어 둔 옷들은 요 며칠 동안 입을 예정이다.눈에 띄는 색깔이지만 촌스럽지는 않았다.게다가 송석석은 붉은 색 계열의 옷이 어울렸다.특히 방금 갈아입은 자홍색이 그러하다. 자홍색 안에 복숭아의 붉은기가 들어가 있는 색깔이다.그 덕에 그녀의 피부가 더욱 화사하게 보였다.고급스러운 외투는 부드럽기 그지없고, 비단 표면에서 광택이 났다. 조금 얇지만 온돌 덕에 큰 문제는 없었다.오히려 송석석은 가벼운 차림새에 홀가분했다.게다가 목욕을 하면서 울음 때문에 막혔던 코도 뚫렸다.앞마당에서 왕야가 술에 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그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신방으로 올 예정이다.아직 해시다.양 마마가 말한 것보다 더 일찍이었다.왜 남의 혼인식에서 취할 때까지 술을 먹는 것일까.소식이 들려오자 양 마마는 하인들에게 서둘러 식사를 준비하라 시켰다. 신방에는 풍족한 음식이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의미는 부족함이 없는 부부생활을 하라는 뜻이다.술과 술잔을 제외하고 모든 음식이 새롭게 바뀌었다.사실 다른 음식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뜨겁게 데워서 다시 내보낸 것이다.그들은 빠르게 식사 준비를 마쳤다. 곧이어 장대성이 왕야를 부축이며 매화원에 도착했다.송석석은 갑자기 든 생각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축하가 하나 더 있지 않은 가.’신혼부부의 방에 친척이나 친구들이 찾아오는 순서가 남았다.문득 전북망과 혼인을 치룰 때가 생각이 났다. 당시에 그는 전쟁에 나갔었지만 사람을 불렀었다.결국 민망한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만약 그때와 같은 성격이라면 결말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송석석은 걱정 되
보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자리에서 나와 사람을 시켜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 시켰다.그리고 왕야의 얼굴을 한 번 더 닦으라고, 지시했다.송석석이 그를 평상에 눕혔다. 이어서 보주가 다시 방으로 들어와 말했다.“사부들이랑 사형들이 술을 많이 먹인 것 같습니다. 장 부장께서 말씀 하시 길,왕야께서는 술을 거절하는 게 두려우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이 드신 술은 ‘도화주’입니다.”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렸다.“사부들이 계속 술을 권했다니?”괴롭힘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이다.게다가 만종문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그들과 일일이 마시려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이어서 보주가 물었다.“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월파의 도화주는 농도가 낮지 않습니까?”“아마 사부가 만든 술은 고월파의 도화주가 아닐거야.”송석석은 귀가 빨개진 사여묵을 바라보았다.‘교배례는 하지 못하겠구나. 오늘 이 한상 가득한 식사는 나 혼자만 먹게 되겠지.’그를 깨우지도 못하는 상황에 물을 수도 없었다.곧이어 명주가 뜨거운 물을 가져왔다.송석석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이제 다들 내려가 봐. 오늘 밤은 내가 보살펴 드릴게.”명주가 잠시 머뭇거렸다.“하지만 오늘 밤은...”오늘은 양 마마가 명주에게 신방의 망을 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야의 상태는 교배례도 할 수 없는 모양새였다.“마마, 교배례가 남지 않았습니다.”명주가 뒤를 돌아 양 마마에게 물었다.곧바로 양 마마의 한숨이 들려왔다.“왜 이 꼴이 되도록 술을 먹인 거야? 왕야를 생각도 안 하고 빈속에 술을 넣으면 어쩌 자는 건지, 참.”양 마마는 임병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오늘 밤은 송석석에게 제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왕야는 좋은 사윗감이 아닌가.왜 이 모양이 될 때까지 그를 괴롭혔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왕야는 전투장에서 얻은 상처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진성으로 돌아오고 나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적도 없다.송석석 뿐만 아니라 양 마마도
양 마마가 옆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그녀는 곧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다음 순서는 부부가 직접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만약 옆에서 송석석에게 충고를 한다면 화가 점점 커질 뿐이다. 게다가 그녀는 왕야가 아닌 자신의 사부에게 화가 난 것이다.이리하여 양 마마는 두 사람만 남겨 두자는 결론을 내렸다.‘그래야 아가씨도 남편을 마음 아파하겠지.’한편, 송석석은 왕야의 얼굴을 닦아주고 손을 씻었다.그리고 탁자 위에 있는 차를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왕야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동시에 송석석이 화가 났다는 걸 알았다.그도 자신을 향한 분노가 아닌 걸 알고 있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이지만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었다. 방 안에는 용과 봉황이 그러져 있는 화촉이 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곳곳에는 매듭이 걸려져 있다.그는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물었다.“제가 거의 다 한 매듭입니다.어떻습니까?”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사실 왕야가 말하지 않았다면 발견을 못 했을 수도 있다.매듭의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계속 떨렸기 때문이다.그녀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리고 그의 길고 얇은 두 손을 바라 보았다.“정녕 혼자 만드셨습니까? 이런 것도 하실 줄 아십니까?”왕야의 머리가 살짝 흐트러졌지만 잘생긴 외모는 여전하다. 곧이어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답했다.“사실 배운 겁니다.”송석석의 눈빛이 반짝 거렸다.반짝 거림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이어서 모르는 척 하면서 그에게 물었다.“왜 배우셨습니까?”“이유는 모릅니다. 하지만 직접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희 혼례식 이니, 많이 참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리고 잠시 머뭇거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지금까지 말을 못 했던 것이 있습니다.”그는 손을 이마에 두었다.어지러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다.제일 또렷한 정신에서 말을 해야 취언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송석석은 천천히 식탁 앞으로 다가
사여묵이 손수건을 꺼냈다.그리고 그녀의 눈가를 살살 닦아 주었다.“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권은 과인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병권을 어떻게 당신과 비교하겠습니까. 제가 병권을 가지고 있으면 그저 시기 질투의 대상만 될 뿐입니다. 그리고 구도 명령이 없었어도 병권을 포기했을 겁니다.”심지어 당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만약 구도 명령이 없었다면 어떻게 청혼을 했을지 모릅니다.후궁이 되는 선택과 저라는 선택지에서 분명히 저를 선택하셨지 않습니까.그분이 도와주신 것과 다름없습니다.”송석석이 그를 노려 보았다.“좋습니까? 남한테 당하기만 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그녀의 애교 섞인 불만은 그의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괜찮습니다. 이렇게 소원이 이루어졌지 않습니까.”송석석이 눈을 아래로 내렸다.사실 마음이 간질거렸다.그녀는 그제야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왕야는 각각 다른 반찬을 그녀에게 집어 주었다.“배가 많이 고프셨지요?”송석석이 답했다.“오늘 제가 먹은 건 국수가 다 입니다. 저는 양 마마께서 가져다주시기라도 했지,당신은 그저 빈속이 아닙니까.”왕야가 답했다.“하객들을 접대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없었습니다.”“제 사부가 그런 겁니까?”송석석이 연근을 집어 입으로 넣었다.부드러운 식감에 간도 잘 배었다.마치 연근처럼 부부의 마음이 연이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는 왕야에게도 연근을 집어 주었다.사랑하는 여인이 집어 준 반찬은 입에서 녹아내렸다.이렇게 두 사람은 조용히 식사를 즐겼다.당연히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하지만 혼인하고 처음 하는 식사 자리인 만큼 신중한 마음이 들었다.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송석석은 우아하다 못해 규수처럼 밥을 먹었다.한편, 사여묵은 무언가 생각난 건지 계속 미소를 짓고 있다.그때는 이리성을 공격했을 당시였다. 송석석이 국수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던 적이 있다.심지어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었다.
목욕방에는 사여묵의 침의를 미리 준비해 있었다. 붉은 색 침의이다. 부드러운 재질이 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구름 자수를 제외하고 다른 도안은 들어가지 않았다.송석석과 같은 색깔의 침의이다.사실 침의에는 도안 말고 수놓은 글자가 있었다.옷깃 한쪽에는 백년해로, 다른 쪽에는 다남다자라는 글자다.사여묵은 몸은 씻었지만 머리는 씻지 않았다.오늘 힘들 것을 알고 어젯밤에 미리 씻어 두었기 때문이다.곧이어 그가 목욕방에서 나왔다.붉은 색 침의가 그의 얼굴을 더욱 환하게 비춰 주었다.게다가 진성에서 관리 한 덕에 피부가 많이 깨끗 해졌다.송석석은 전투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얼굴에는 수염이 잔뜩 나서 엉망진창을 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지금과는 현저히 다른 사람 같았다.한편, 화촉이 붉은색의 이불을 비추었다.곧이어 사여묵이 송석석의 손을 잡고 침대로 향했다.송석석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살면서 이렇게 긴장한 적이 있었나.’하지만 사여묵이 그녀보다 더 긴장하고 있다.그는 모든 사람들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묻고 싶다. 청혼하고 싶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절망에 빠졌을 때,자신의 곁으로 와서 아내가 된 적이 있었는 가.그의 흥분과 기쁨을 아는 자가 있는가.이어서 사여묵이 실수로 송석석의 침의 치마를 밟아 버렸다. 그 바람에 그녀가 앞으로 넘어지려고 하자 서둘러 그녀를 덥석 안았다.“미안합니다.”은은하게 퍼지는 향기에 사여묵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곧이어 세상이 또 한 번 더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동시에 머릿속에서 천둥이 내려치는 것 같다. 순식간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편, 송석석이 떨리는 손으로 사여묵의 침의를 벗기고 있다. 그녀는 침대에 엎드려 상대방과 눈을 절대 마주치지 않았다.그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마치 사과를 연상케 했다.그의 침의는 반쯤 열러 가슴팍이 드러났다.송석석은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손을
오전 7시가 다 될 무렵.양 마마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침실은 안쪽과 밖으로 나누어져 있다.밖에는 문이 배치되어 있고, 안은 장막으로 분리되어 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깼다.송석석이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잠시 멈칫했다.옆에 있던 사여묵 뿐만 아니라 자신도 헐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둘러 이불로 몸을 감쌌다.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뜨거웠다.사여묵은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부실한 실력 탓에 송석석을 당당히 바라볼 수 없었다.게다가 헐벗은 몸도 아직은 습관이 되지 않았다. 서둘러 이불 안으로 들어가 침의로 갈아입었다.그리고는 헛기침을 한번 내쉬었다.“제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낭자는..낭자께서는 침의를 다 입으시고, 사람을 부르시는 게 좋겠습니다.”신방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사여묵은 여전히 송석석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하지만 흘깃 보기는 했다.금방 일어난 얼굴에도 불구하고 청순하고 예뻤다.오늘은 대비에게 다례를 올리는 날이다.대비의 성격대로라면 송석석을 괴롭힐 게 분명하다.사여묵은 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할 생각이었다.그가 먼저 가서 문을 열었다.양 마마가 하녀들을 데리고 문밖에 서있다.고 씨 유모도 옆에 있었다.“왕야를 뵙습니다.”사여묵은 그들의 인사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왕비의 옷을 갈아 입혀 주게나.”한편, 고 씨 유모는 다른 이유에서 그를 찾아왔다. 그녀는 태비 마마의 명을 받들어 거사를 치루 었는 지에 대한 검사를 하러 온 것이다.침실로 들어가자 송석석이 침의를 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 씨 유모는 그녀에게 허리를 숙였다.“노비, 왕비를 뵙습니다.”“편히 하세요.”그녀의 시선이 양 마마에게 향했다. 곧이어 벌겋게 변한 목을 침의로 가리기 바빴다.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평온한 태도로 사람들을 맞이했다.“다 온 건가? 세수하고 환복을 하도록 하지.”사여묵의 시중을 드는 하인도 있다.하지만 신방에 들어 오지 말라고 지시했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