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방에는 사여묵의 침의를 미리 준비해 있었다. 붉은 색 침의이다. 부드러운 재질이 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구름 자수를 제외하고 다른 도안은 들어가지 않았다.송석석과 같은 색깔의 침의이다.사실 침의에는 도안 말고 수놓은 글자가 있었다.옷깃 한쪽에는 백년해로, 다른 쪽에는 다남다자라는 글자다.사여묵은 몸은 씻었지만 머리는 씻지 않았다.오늘 힘들 것을 알고 어젯밤에 미리 씻어 두었기 때문이다.곧이어 그가 목욕방에서 나왔다.붉은 색 침의가 그의 얼굴을 더욱 환하게 비춰 주었다.게다가 진성에서 관리 한 덕에 피부가 많이 깨끗 해졌다.송석석은 전투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얼굴에는 수염이 잔뜩 나서 엉망진창을 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지금과는 현저히 다른 사람 같았다.한편, 화촉이 붉은색의 이불을 비추었다.곧이어 사여묵이 송석석의 손을 잡고 침대로 향했다.송석석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손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살면서 이렇게 긴장한 적이 있었나.’하지만 사여묵이 그녀보다 더 긴장하고 있다.그는 모든 사람들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묻고 싶다. 청혼하고 싶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절망에 빠졌을 때,자신의 곁으로 와서 아내가 된 적이 있었는 가.그의 흥분과 기쁨을 아는 자가 있는가.이어서 사여묵이 실수로 송석석의 침의 치마를 밟아 버렸다. 그 바람에 그녀가 앞으로 넘어지려고 하자 서둘러 그녀를 덥석 안았다.“미안합니다.”은은하게 퍼지는 향기에 사여묵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곧이어 세상이 또 한 번 더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동시에 머릿속에서 천둥이 내려치는 것 같다. 순식간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편, 송석석이 떨리는 손으로 사여묵의 침의를 벗기고 있다. 그녀는 침대에 엎드려 상대방과 눈을 절대 마주치지 않았다.그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마치 사과를 연상케 했다.그의 침의는 반쯤 열러 가슴팍이 드러났다.송석석은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손을
오전 7시가 다 될 무렵.양 마마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침실은 안쪽과 밖으로 나누어져 있다.밖에는 문이 배치되어 있고, 안은 장막으로 분리되어 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깼다.송석석이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잠시 멈칫했다.옆에 있던 사여묵 뿐만 아니라 자신도 헐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둘러 이불로 몸을 감쌌다.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뜨거웠다.사여묵은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부실한 실력 탓에 송석석을 당당히 바라볼 수 없었다.게다가 헐벗은 몸도 아직은 습관이 되지 않았다. 서둘러 이불 안으로 들어가 침의로 갈아입었다.그리고는 헛기침을 한번 내쉬었다.“제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낭자는..낭자께서는 침의를 다 입으시고, 사람을 부르시는 게 좋겠습니다.”신방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사여묵은 여전히 송석석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하지만 흘깃 보기는 했다.금방 일어난 얼굴에도 불구하고 청순하고 예뻤다.오늘은 대비에게 다례를 올리는 날이다.대비의 성격대로라면 송석석을 괴롭힐 게 분명하다.사여묵은 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할 생각이었다.그가 먼저 가서 문을 열었다.양 마마가 하녀들을 데리고 문밖에 서있다.고 씨 유모도 옆에 있었다.“왕야를 뵙습니다.”사여묵은 그들의 인사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왕비의 옷을 갈아 입혀 주게나.”한편, 고 씨 유모는 다른 이유에서 그를 찾아왔다. 그녀는 태비 마마의 명을 받들어 거사를 치루 었는 지에 대한 검사를 하러 온 것이다.침실로 들어가자 송석석이 침의를 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 씨 유모는 그녀에게 허리를 숙였다.“노비, 왕비를 뵙습니다.”“편히 하세요.”그녀의 시선이 양 마마에게 향했다. 곧이어 벌겋게 변한 목을 침의로 가리기 바빴다.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평온한 태도로 사람들을 맞이했다.“다 온 건가? 세수하고 환복을 하도록 하지.”사여묵의 시중을 드는 하인도 있다.하지만 신방에 들어 오지 말라고 지시했다.사
사여묵도 조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하지만 너무 복잡한 탓에 혼자 입지는 못했다.결국 조북을 밖으로 가지고 와서 노 집사와 하인을 불렀다.머리에는 익선관을 쓰고,단령을 입었다.단령 어깨에는 용 무늬가 수놓아 있다. 그리고 허리에는 붉은색 비단으로 묶여 있다. 허리의 양쪽으로 옥, 용 무늬, 옥주, 금이 달렸다.리본은 붉은색, 흰색, 회청색, 녹색으로 엮어져 있다. 왕야의 큰 키 덕에 조복의 위엄이 한층 높아 보였다.한편, 송석석은 눈썹을 그리고 분을 칠하고 있다.외모가 뛰어난다고 해서 민낯으로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곧이어 화장이 끝났다.송석석은 양 마마와 하녀들에게 둘러싸여 나갔다.그녀는 그들에게 송서우의 안부를 물었다.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는 점,서주에서 보살피고 있다는 점이 그녀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밖을 나가자 조복으로 갈아입은 사여묵과 눈이 마주쳤다.어쩌면 오늘의 용모가 뛰어난 탓일까.두 사람은 어젯밤의 일을 모두 잊은 것 같았다. 그들에게서 민망함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사여묵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송석석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을 그에게 주었다.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갔다.이때, 양 마마는 뒤에서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그녀는 울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한편, 혜 태비는 이미 정청의 태사 의자에 앉아 있다.그 의자는 일부로 사람을 시켜 특별 제조한 의자다.정청이 외원에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적다.만약 송석석이 문안을 하려면 직접 방으로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그 위세를 눌러야만 한다. 이때, 염구진이 두 사람의 길을 막았다. 오늘은 혼수를 창고로 가져가는 날 이다.만약 진주가 몇 알 빠졌어도 무조건 보고를 올려야 한다.그는 혼수가 관청에서 준비해 준 사실을 알고 있다.심지어 예물 목록도 모두 적혀져 있다.조금 확인만 하면 금방이라도 알
두 사람이 들어오는 장면은 아름다웠다.준수한 외모의 아들과 송석석의 예쁜 외모가 눈에 띄었다.게다가 두 사람에게 풍기는 위엄과 합이 맞았다.방금 전,고 씨 유모가 빠르게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송석석이 처녀였던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왕야에게 그녀의 처음을 준 것이 확실했다.혜 태비는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처음을 주었다는 것 빼고, 이혼을 한 여자라는 사실은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단정한 태도로 앉아 살짝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사여묵은 화를 꾹 참았다.송석석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여 혜 태비에게 문안을 올렸다.“신부는 태비에게 차를 올리셔야 합니다.”고 씨 유모가 찻잔을 들고 옆에서 말했다.송석석은 차를 받아 들고 혜 태비에게 건넸다.“태비 마마, 차를 대령하겠습니다.”혜 태비는 서둘러 받지 않았다. 사여묵이 화를 내기 일보 직전에 손을 내밀어 찻잔을 건네받았다.몇 입 마시고는 말했다.“상을 올려라.”혜 태비의 목소리에는 교만함이 잔뜩 들어 갔다.고 씨 유모는 용과 봉황이 그려져 있는 팔찌를 꺼냈다.곧이어 송석석의 손목에 채워다 주었다.“태비 마마께서 신부께 상을 주셨으니, 머리를 조아려 감사를 표하셔야 합니다.”송석석은 규칙대로 머리를 조아려 감사 인사를 표했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혜 태비가 자신의 목을 쓰다 듬었다.“어제 잠을 많이 못 잔 탓에 머리가 좀 아프구나. 저에게 안마를 해주지 않겠습니까?” 이때, 사여묵의 말이 들렸다.“잠시만요. 모친께 묻고 싶습니다. 어젯밤, 제 아내의 혼수에 손을 댄 게 사실입니까?동주를 몇 알 가져가서 장공주에게 준 것도 사실입니까?”혜 태비는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그의 눈빛을 피하기 바빴다.하지만 눈을 피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는가.“대체 누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가. 궁이 그놈의 혀를 잘라버릴 것이야!”사여묵이 물었다.“사실입니까? 맞으면 맞다고, 틀리면 틀리다고 말씀해주세요.”혜 태비는 아들이 화 내는 모습이 제일 무
송석석이 웃음을 터뜨렸다.동시에 이빨까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곧이어 다정한 말투로 답했다.“태비 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원래 장사라는 것이 잃을 때도 있고, 얻을 때도 있는 법입니다. 아, 맞습니다. 금경루는 반반씩 책임지고 계시는 게 맞습니까? 계약서는 쓰셨는 지요? 장부는 보신 적 있으십니까?”이어서 혜 태비가 교만한 태도를 보였다.“본궁을 무시하십니까? 계약서는 당연히 썼지요. 반반이 아니라 7은 저의 소유입니다.장부는 당연히 보고 있습니다. 매 계절마다 보낸 장부를 확인하여 득실을 확인하지요.”“네? 태비 마마께서 꽤 큰 지분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손해가 클수록 결국 마마께서 은을 쓰셨을 테지요. 몇 년 동안 얼마를 쓰셨는 지에 대한 장부는 확인 하셨습니까?”“당연한 소리.은을 쓸 때마다 항상 확인하지요.”송석석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렇다면 지금까지 은이 얼마 정도 나가셨습니까?”혜 태비는 그녀의 질문에 기분이 상했다.“누가 그걸 기억하고 있겠습니까?장부를 확인하면 적어도 몇 만 은냥은 썼을 겁니다.”“그렇습니까!”송석석은 어두운 얼굴을 한 사여묵을 한번 바라 보았다.그녀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태비 마마께서는 금경루에 가보셨습니까?”혜 태비는 차갑게 답했다.“본궁은 궁 안에서만 지내는 거 모르십니까? 두 사람의 혼인을 위해 잠시 나간 적은 있습니다.하지만 본궁이 가든 말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금경루는 관리자가 직접 관리합니다. 게다가 본궁과 장공주의 신분은 감히 공개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매 계절마다 받는 장부가 있으니, 저희가 두려울 건 없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은 진성의 곳곳에 권력층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모두 관리자를 찾는다는 점이다.그리고 관리자들이 장부를 보내온다.감시자를 보내거나 직접 한번 찾아와 검사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없다.혜 태비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저희’ 라는 말만 빼면 말이다.사여묵은 듣는
태후는 자신의 동생이 언짢아하고 있다는 것을 단숨에 알아차렸다.곧이어 사여묵과 송석석이 황제와 황후를 보러 갔다.자리에는 자신을 포함한 혜 태비와 고 씨 유모가 남았다.먼저 고 씨 유모에게 말했다. “관아는 사람들 간의 신뢰가 제일 중요하네.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북명 황실에 먹칠을 가하는 것과 다름없지. 언행에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하네. 자네가 모시는 공주가 자네의 손으로 키웠다고 할지라도 틀릴 때는 바로잡아야 하는 게 옳은 일이야.”고 씨 유모가 대답했다.“노비, 명 받들겠습니다.”혜 태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언니,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그리고 황실 일은 거의 제가 관리합니다. 게다가 고 씨 유모랑 집사뿐만 아닌 염구진도 같이 있습니다. 어떻게 문제가 생기겠습니까?”“네가 황실을 맡고 있다고?”태후가 손을 휘저었다.동시에 머리도 절레절레 흔들었다.“안돼. 너는 그냥 가만히 황실에 있는 게 오히려 도와주는 거야. 그냥 네 주위 사람들이나 관리해.”혜 태비가 답했다.“언니. 저는 여묵의 모친입니다. 제가 황실을 신경 쓰지 않으면 누가 신경 쓴 답니까.설마 송석석에게 맡기라고 하실 거는 아니죠? 그저 계집 일 뿐입니다.”태후는 혜 태비를 혼냈다.“아무리 계집이라도 너보다 아는 것이 많아. 모친이 장부 보는 법도 알려 주려고 했는데, 네가 싫다고 했었잖아. 금방 궁에 들어 와서 량소 한테도 졌잖아. 내가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해. 여묵이가 한 살도 안 되었을 때, 독으로 죽을 뻔 했던 건 기억하지?”혜 태비는 순간 민망해졌다.“이미 다 지나간 일을 왜 다시 꺼내십니까. 그때는 실수였다고 말씀드렸잖아요.량소가 유이식에 약을 타서 여묵이 토를 했던 겁니다. 그 악독한 년은 벌써 내쫓으셨지 않습니까.”“내쫓았어. 근데 내가 없었으면 량소가 한 짓 이라는 거 몰랐을 거야. 그리고 량소가 왜 약을 탔을 것 같아? 다 네 탓이잖아. 예쁘다고 질투하면서 매일 밤새 화풀이 대상으로 대했잖아. 네 성격에 무슨 황실을 관리해?
황제와 황후가 의전을 나와 사여묵과 송석석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인사를 끝내고 황제가 자리에 앉았다. 황후는 가벼운 화장을 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곧이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궁에 들였다면 후궁 자리는 송석석이 앉게 될 것이 분명하다.그녀의 청순한 외모는 궁에서 이길 자가 없다.황후는 자연스럽게 황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송석석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 잠시 긴장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다면 의미심장한 눈빛을 내보내곤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또 다시 송석석이 사여묵과 결혼한 사실에 안도했다.그 당시, 황제가 내린 구도 명령에 황후는 몇 날 밤을 자지 못했다. 전쟁에서 죽은 송석석의 부모 형제가 황제의 마음에 깊게 남아 있는 모양 이었다.게다가 그녀의 외모도 빼어나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하지만 황후가 겁내던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훗날 송석석은 자신의 동서가 되었다.오늘 날, 송석석을 향한 황제의 웃음은 진심이다.감추고 있는 마음이 무엇이든 간에 동생의 아내를 뺏을 수는 없다.게다가 황후도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황제는 과거 사여묵과 송석석을 결혼 시켜서 병권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았나.’즉, 황제는 처음 부터 송석석을 궁을 들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이제와서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사실 송석석이 궁에 들어온다고 하여도 그녀의 후위는 변함이 없다.하지만 후궁은 전쟁터와 다름없다.만약 황후가 후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무능을 뜻하는 것이다.아내이기 때문에 황제가 다른 여인에게 마음이 갈까 두려웠다.규칙상 후궁을 아껴 할 수 있지만 사랑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명성이 떨어 질까 봐 두려웠다.한편, 황제는 송석석을 몇 번 보고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혹시 송석석에게 마음이 간다고 한들, 나라의 안정, 형제의 평화 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그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 자리에 앉고 나면
황후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진왕이 제씨 가문의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본 혜 태비는 한녕공주도 제씨 가문 사람과 혼인시키고 싶었다.하지만 태후께서 이를 묵인하셨기에 효성이 지극한 황제는 태후의 뜻을 따를 것이다.제씨 가문의 남자들 중, 오직 여섯째, 제서훈만이 글공부에 흥미가 없어 매일 강아지, 고양이들과 함께 뛰놀며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학문에 열을 올리며 언제가 조정에서 한 자리는 차지하려고 노력했다. 그중 다섯째가 유독 학문에 목을 맸다. 그가 어릴 적부터 머리를 싸매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노력했던 것은 오직 과거시험만을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만약 공주와 혼인하게 되면 훗날 한가한 부마로 지내게 될 테니 그러면 그동안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황후는 자신이 장공주의 혼사에 관여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송석석에게 도움을 청하였다.송석석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지막 한마디에서 그녀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한녕공주와 제 동생이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면 왕비님께 신세를 진 것이니 큰 선물을 드리겠습니다.”송석석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물 같은 건 그녀에게 있어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 하나 더 두는 것이 적을 만드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제서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녕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정작 이 일을 반대하는 자는 그녀의 까다로운 시어머니, 혜태비였다. 송석석은 한녕을 자신의 여동생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마치는 즉시 궁을 나섰다. 사여묵은 먼저 왕부로 돌아가고 송석석은 혜태비와 함께 마차를 타고 장공주부로 향했다. 혜태비는 송석석과 단둘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해 고씨 유모도 함께 마차에 태웠다. 어찌 된 일인지 송석석의 얼굴을 볼 때마다 설교당할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