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순간 멈칫하더니 시선을 돌려 나상준을 바라보았다.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발신자는 하성우일 것이다.하성우에게 인내심이 없는 것 같았다.결국 차우미는 가방에 넣었던 휴대폰을 꺼냈다.하지만 발신자는 하성우가 아닌, 낯선 번호였다.차우미는 의아한 눈빛으로 휴대폰을 바라봤다. 하성우가 머리를 써, 낯선 번호로 전화를 걸었을지 모른다고 여겼다.차우미는 휴대폰을 받았다. "여보세요.""언니!"밝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움도 잠시, 차우미는 당황한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성우에게 코알라처럼 매달려 있던 그녀였다.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심나연이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발신자에, 다소 당황했다.그녀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심나연에게 물었다. "옆에 성우 씨 있어요?"하성우가 나상준과 연락이 닿지 않자, 심나연이 그녀에게 전화한 것 같았다."어! 언니 어떻게 알았어요? 진짜 눈치 빠르네요! 전 성우 오빠랑 같이 있어요. 지금 밥을 먹으러 가려고요, 언니 혹시 상준 오빠랑 같이 있어요?"차우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심나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언니, 상준 오빠 기분은 어때요? 안 좋아요?""왜 성우 오빠 전화를 안 받는 거예요?"심나연은 말이 많았다, 쉬지 않고 말을 해댔다. 차우미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차우미의 시선이 나상준에게 향했다.'기분이 안 좋냐고?'딱히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물론, 그러지도 않았다.그는 자기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그래서 간파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오늘 그가 한 말로 볼 때, 나상준은 기분이 나빴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차우미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아니요, 상준 씨 화장실 갔어요.""아~ 어쩐지!""그럼 언니랑 상준 오빠는 지금 어디예요? 호텔이에요? 밖이면 저희가 거기로 가도 돼요?""밖이에요.""데상타이에 있어요.""네! 저희 금방 가니까 기다려줘요!"말을 마친 심나연이 전화를
밥을 먹은 뒤, 나상준은 일하러 가고 그녀는 호텔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두 사람은 접촉할 기회를 줄이는 편이 좋았다.나상준은 덤덤하게 밥을 먹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뜨거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하게 계속해서 밥을 먹었다.결국 수저를 놓고 어두운 눈빛으로 차우미만 바라보는 나상준이다.심나연과 하성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언니, 상준 오빠!"심나연은 안으로 들어오면서 둘을 찾았다. 즐거운 얼굴로 차우미의 곁으로 달려가 앉았다. 심나연은 어느새 차우미에게 친숙한 사람이 되었다.하성우도 뒤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하성우는 나상준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나상준이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는 하성우도 어느 정도 눈치챘으나, 여기에 와서 직접 보니 그 믿음이 더욱 확실해졌다.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나상준의 곁에 앉았다. 하성우는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수님 발은 어때요?"심나연은 그제야 차우미가 발을 다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그녀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멀쩡해 보였는데?""성우 오빠가 언니가 발을 다쳤다고 해서 처음엔 안 믿었는데, 진짜 다친 거예요?""형수님, 많이 아프세요? 걸을 수 있겠어요?"그녀에게 쏟아지는 질문세례에 차우미는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괜찮아요, 살짝 삐끗한 거예요." "진짜요? 성우 오빠는 언니가 제대로 걸을 수 없다고 하던데."심나연은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상준 오빠, 언니 어쩌다가 다친 거야?""이 발로 어떻게 걸어."나상준은 하성우의 오른쪽에 앉아 눈을 늘어지게 뜨며 물 한 모금을 마셨다.심나연의 악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하성우는 심나연을 저지하기는커녕, 태연하게 주문을 했다.그는 아직 저녁밥을 먹지 않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이 나상준에게 대놓고 물어볼 줄 몰랐다. 나상준이 대답할 기미
차우미는 나상준이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여겼다.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상준을 한동안 바라보았다.나상준의 태도가 납득가지 않았다.나상준의 두 마디 말에 심나연과 하성우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한참뒤,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이 서둘러 말했다.한 명은 나상준을 속이 좁다고 나무랐다. 차우미와 다툰 그를 원망하며 차우미를 달랬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기에 나상준을 용서해달라는 말로 보충했다.차우미는 자리에 앉아 얼굴을 붉히며 나상준을 대신해 항변하는 심나연과 하성우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어두운 눈빛으로 손가락으로 컵을 문지르며 생각에 빠졌다.차우미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심나연은 그녀에게 밖으로 나가 걷자고 제안했다. 하성우는 나상준에게 따라가지 말라고 눈짓했다.차우미의 휠체어를 밀고 심나연은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길에 빛나는 등불이 가득했다."언니, 상준 오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적어도 성우 오빠보다 믿음직한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이에요.""무뚝뚝하게 말하지만, 마음은 따듯한 사람이에요. 상준 오빠를 먼저 알게 되었으면 나도 분명 상준 오빠를 좋아했을 거예요."심나연은 순간 말실수를 했다고 여기고 얼른 변명했다. "오해하지 마요. 성준 오빠를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니까 언니가 그만 화 풀었으면 해서요. 언니가 화를 내면 성준 오빠가 가슴 아파할 거예요."심나연에게 나상준은 하성우보다 백 배, 천 배, 만 배는 더 좋은 사람이다.나상준은 그녀의 이상형이었다.하지만 나상준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녀는 하성우가 제일 좋았고, 아무도 하성우을 대신할 수 없었다.차우미는 밖에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숨 막히는 공간에 있지 않아 정신이 맑아졌고 그녀의 의심도 사라졌다.그녀는 그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맑고 깨끗한 내가 하성우한테 아까워요!""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흥!"차우미는 심나연이 화를 내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그를 놓지 못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눈이 있는 사람이면 심나연이 하성우를 좋아한다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다.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한편, 데상타이.차우미와 심나연이 나 뒤, 나상준과 하성우는 일어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소란스러운 바깥 소음이 줄어들고 나서야 하성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쯧쯧~ 쯧쯧~"하성우는 설교하는 모습에서 한순간에 얼굴을 바꾸고 고소하면서도 기쁜 듯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세상에서 가장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여자, 여자란 말이야...""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럽고 현모양처 같지, 귀엽고 발랄하고 섹시하게 유혹을 하지. 널 좋아할 땐 간이고 쓸개고 전부 빼줄 것처럼 굴다가도 네가 속상하게 하면 순간 마음이 차갑게 식어 널 죽이려고 든다고."하성우의 말은 과장된 것이지만, 비유가 찰떡같아 나상준의 현 상황을 제대로 설명했다.나상준은 입안에 물을 쏟아넣으며 말했다. "너부터 조심해야겠다."모처럼 나상준을 걱정하던 하성우의 가슴이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 "조심하라니? 난 너랑 달라. 내가 형수님 같은 분을 만났으면 매일 손에 움켜쥐고 입안에 머금고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해주고 아꼈을 거야.""넌 늦었어!""보기에는 온화하고 부드럽지, 하지만 주관이 매우 강해 한번 내린 결정을 절대 번복하지 않는다고, 그런 사람이 아직도 널 좋아할까?""우미 씨는 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던데, 자칫하다간 너랑 아주 멀리 거리를 둘 것 같아.""나였어도 너랑 마주치지도 않았을 거야. 3년 동안 뭘 해주길 했나... 이혼한 뒤에야 챙기는 척하긴... 죽을 때가 되어서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할걸!"하성우가 내뱉는 말은 나상준의 가슴에 꽂혔다. 하지만 나상준은 무표정하게 컵만 매만질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심연처럼 어두웠다
하성우는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쳐다보았다.나상준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컵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차가웠다.'아이라...'하성우가 다시 물었다. "네가 피임한 게 아니면, 설마 우미 씨가 피임한 거야?""아니, 우미 씨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인데 어떻게 3년간 피임을 할 수 있어? 분명 아이를 원했을 건데, 게다가 그 정도 기간이면 시부모가 오히려 더 서두렀을 텐데?""손자 한 번 안아보려고 하는 시어머니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 엄마도 맨날 재촉하는데, 어서 결혼해서 애부터 낳으라고. 나연이가 없었다면 그 잔소리 속에서 어떻게 버텼을지... 얼마나 가시방석이던지..."말을 끝내기도 전에 옆에서 듣고 있던 나상준이 벌떡 일어났다. 급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의자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하성우는 깜작 놀라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은 자기 휴대폰을 챙겨 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하성우는 멍하게 멀어지는 나상준을 쳐다보았다.'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하성우가 정신을 차렸을 땐 나상준이 이미 가버린 뒤였다. 크게 열려 있는 문으로 바깥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왔다.하성우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나상준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를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우미에 관한 일에서는 그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하성우는 혼잣말로 탄복했다. "역시, 하느님은 공평하셔. 한 명에게 모든 재능을 줘서는 안 되지."술잔을 들고 감탄하던 하성우는 시간을 확인하고 심나연에게 연락했다.바로 이때,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하성우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살짝 굳었다.발신자는 주혜민이다.심나연이 차우미와 함께 떠들썩한 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둘은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다. 그리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차우미의 기분을 전환하게 하려고 나온 것이었으나, 어쩌다 보니 심나연이 더 신나버렸다. 차우미는 환하게 미소 짓는 심나연을 바라보며 덩달아 웃었다.심나연은 좋은 사람이다.하지만 하성우의 냉소적인 얼굴
차우미는 고민에 잠겨 누군가 다가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의 휠체어 손잡이를 잡을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덮었고 무거운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부드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것인지, 그녀는 떠들썩한 주위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치 혼자 떨어진 우주에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그녀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집중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게 그녀였다.나상준의 눈빛이 짙은 빛깔에서 점차 옅어졌다."어, 상준 오빠!"심나연은 회전목마에서 내려 다가왔다. 그녀는 뒷모습만으로 나상준을 알아보았다.그는 짙은 셔츠와 정장 바지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 왁작지껄한 이곳과 어울리지 않은 차림이라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심나연은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뒤를 바라보았다.차우미도 얼른 몸을 돌렸고 그의 시야로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모를 나상준이 보였다.심나연과 함께 호텔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두 사람이 이렇게 또 한 공간에 있게 될 줄 몰랐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등장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다시 평온하게 고개를 돌렸다."오빠, 왔어? 성우 오빠는?"심나연은 오자마자 하성우부터 찾았다. 그러면서 나상준의 등 뒤까지 살펴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 "아직 데상타이에 있어.""음? 아직도 거기 있다고? 왜?"심나연의 얼굴이 순간 보기 싫게 구겨졌다. "지금 가야겠다, 오빠랑 언니 잘 가요!"심나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부리나케 달려갔다. 하성우을 찾으러 가는 것이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쏜살같이 택시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하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비록 심나연이 성인이긴 하지만, 이렇게 늦은 밤 그녀 혼자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했다.나상준은 그녀가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할 말은 전부 다 했고 더 말하면 의미가 없었다.게다가 기분에 따라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는 이미 계획까지 다 짰을 것이다.그가 행동에 옮긴 마당에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더군다나 그녀가 말을 해도 나상준은 그것을 들어줄 리 없었다.나상준은 어젯밤처럼, 그녀를 안고 욕실로 가 그녀를 씻겼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옮긴 뒤,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그 뒤에야 자기 옷을 챙겨 들고 욕실로 향했다.차우미는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그녀는 처음으로 자기 결정을 이렇게 후회한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녀는 앞으로 나날이 평온하게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뒤에는 나상준과 더는 엮이지 않을 생각이다.나상준은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두어 번 털어내며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창문을 마주하고 누웠다. 이불을 덮은 채 눈을 감고 긴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깔고 있었다.잠이 든 건지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그는 눈을 감은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수건을 소파 위로 던지고 옆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고요한 적막감이 방안에 깃들었고 방 안의 전등이 전부 꺼졌다. 바깥의 등불만이 희미하게 들어올 뿐이다.나상준은 눈을 감고 팔을 머리 뒤에 베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두운 밤, 도시 전체가 잠든 것 같았다. 천천히 눈을 뜬 나상준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잠이 들었다.며칠 간 많은 일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지만, 불면증에 들 정도까지는 아니다.그녀는 자기감정을 잘 통제했고 그만큼 자기를 아꼈다.지잉-순간, 그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나상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전화를 바로 끊었다,전화를 끊는 순간, 바깥의 빛이 창문을 통해 그녀의 얼굴에 비추었고 차우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감고 있던 눈은 뜨지 않았다.주위가 다시 고요해지자, 그녀의 구겨진 미간이 다시 펴졌고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안심한 나상준은 휴대
나상준은 하성우의 말을 매정하게 끊어버렸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하성우는 나상준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말도 제대로 못 하게 하다니, 너무해!'비록 마음이 상했지만, 그는 나상준에게 알려주었다. "그래, 네가 간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전화가 오더라고.""여기 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더라, 마침 다들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언제 모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주혜민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거야? 아, 3년 동안 결혼 하지도 않고 남자가 있다는 얘기도 못 들었는데... 그동안 널 기다렸겠지, 결국 기다린 보람은 있네. 네가 싱글이 됐으니 이 기회에 네 아내가 되려고 하려는 것 같은데?"하성우가 참았던 말을 내뱉었고 나상준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휴대폰 너머, 정적이 찾아왔다.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더니 순간 미소를 지었다. "난 세상에 우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 전부 인간의 계획하에 벌어지는 거야. 주혜민도 네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온 게 틀림없어.""그리고 네 마음도 우리한테 말했잖아, 그러니 틀림없이 이날이 올 것이라는 걸 예상했겠지?"하성우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그는 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조심 좀 해.""우리는 네가 우미 씨랑 이혼한 거 몰랐다고 연기할 수 있거든. 하지만 주혜민은 다를 거야.""게다가 너희는 전부 싱글이잖아. 주혜민이 널 좋아한다고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너한테 만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은 이상, 그건 불가능해."하성우는 눈꼬리가 휘게 웃었다. 자기가 이런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그가 알아서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네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하성우는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전화를 끊기 전 그는 또 할 말이 있는지 다급히 말했다. "아, 참! 내일 점심에 모이기로 했어."전화는 그렇게 끊겼고 주위는 한없이 고요했다.나상준은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냈다.그는 굳은 눈빛으로 하얀 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다음날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