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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Author: 유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1-25 19:00:00
차우미는 나상준이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상준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나상준의 태도가 납득가지 않았다.

나상준의 두 마디 말에 심나연과 하성우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한참뒤,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이 서둘러 말했다.

한 명은 나상준을 속이 좁다고 나무랐다.

차우미와 다툰 그를 원망하며 차우미를 달랬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기에 나상준을 용서해달라는 말로 보충했다.

차우미는 자리에 앉아 얼굴을 붉히며 나상준을 대신해 항변하는 심나연과 하성우를 바라보았다.

나상준은 더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어두운 눈빛으로 손가락으로 컵을 문지르며 생각에 빠졌다.

차우미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심나연은 그녀에게 밖으로 나가 걷자고 제안했다. 하성우는 나상준에게 따라가지 말라고 눈짓했다.

차우미의 휠체어를 밀고 심나연은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길에 빛나는 등불이 가득했다.

"언니, 상준 오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적어도 성우 오빠보다 믿음직한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이에요."

"무뚝뚝하게 말하지만, 마음은 따듯한 사람이에요. 상준 오빠를 먼저 알게 되었으면 나도 분명 상준 오빠를 좋아했을 거예요."

심나연은 순간 말실수를 했다고 여기고 얼른 변명했다.

"오해하지 마요. 성준 오빠를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니까 언니가 그만 화 풀었으면 해서요. 언니가 화를 내면 성준 오빠가 가슴 아파할 거예요."

심나연에게 나상준은 하성우보다 백 배, 천 배, 만 배는 더 좋은 사람이다.

나상준은 그녀의 이상형이었다.

하지만 나상준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녀는 하성우가 제일 좋았고, 아무도 하성우을 대신할 수 없었다.

차우미는 밖에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숨 막히는 공간에 있지 않아 정신이 맑아졌고 그녀의 의심도 사라졌다.

그녀는 그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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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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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어떻게 된 게.. 나상준 처음보는 여자마다 죄다.. 이상형이래 ㅎㅎㅎ 차우미도.. 나상준 잘생긴 얼굴에 반했다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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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가 넘어서 인지 공항에는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밖에서 전화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차들도 끊임없이 들어와서 공항 입구까지 줄을 서 있었다.한마디로 엄청 시끄러웠다.그때 벤츠 차의 뒷부분에는 커다란 검은색 캐리어가 있었는데 진서원이 뒤에서 차우미의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고 캐리어의 좌우로 두 명의 남자가 버티고 있었다.그들은 앞장서서 캐리어 바를 잡고 있었는데 서로 마주 보며 아무도 잡고 있는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금방 뒤에 차량의 경적이 들려왔고 차우미는 곧바로 앞으로 가서 말했다.“내가 할게.”그렇다, 캐리어는 트롤리 바도 있고 바퀴도 달려 있어서 충분히 직접 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두 남자의 긴장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손을 뻗어 캐리어를 잡으려 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차우미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여전히 놓을 생각 없이 한 쪽씩 꽉 잡고 있었다.차우미는 골격이 불쑥 튀어나올 정도로 힘 있게 잡고 있는 두 남자의 손을 보며 허공에 뻗은 손을 어찌할지 몰랐다.다행히 차우미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두 사람을 보았는데 아무도 차우미를 보지 않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두 남자의 눈빛이 너무나 평온해서 오히려 불안했다.차우미는 표정은 평온하지만 미소가 없는 온이샘을 보다가 또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의 나상준을 보다가 말했다.“상준 씨.”그렇다, 그녀는 온이샘이 아닌 나상준을 먼저 불렀다.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자, 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는데 순식간에 깊은 곳에 있던 어두운 기운이 솟구쳤다.온이샘도 표정이 살짝 흠칫했는데 그는 나상준 눈빛의 변화를 분명 보았다.순식간에 너무 음산했다.차우미도 주변 기운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말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그녀가 나상준을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 진지했다.공항 주변은 북적거렸지만 지금 순간 세 사람은 다른 공간에 있는 듯했다.번잡하고 뜨거운 바깥과 달리

  • 봄날   제923화

    분위기는 처음보다 더욱더 조용해진 것 같았다.나상준은 여전히 부드러운 차우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비록 부드럽지만, 거리감이 느껴졌고 아무도 그녀의 마음속에 쉽게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그는 차우미의 명랑한 눈을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푸른 산 아래 호수처럼 조용하고 안정적이고 맑았다.나상준은 그렇게 그녀의 얼굴과 눈매를 조용히 오래도록 바라보았다.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온이샘은 그동안 백미러로 줄곧 뒷좌석을 보고 있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표정, 태도는 물론이고 나상준의 기분, 정서, 마음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오후의 태양은 매우 강해서 거리에도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차들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다란 용처럼 청주시를 둘러쌌다.진서원은 아무 말 없이 운전에만 신경을 썼는데 균등한 속도로 앞 차량과 언제나 안전거리를 유지했다.차 안에는 에어컨을 줄곧 켜고 있었기에 밖은 더워도 안은 조금 추운 것 같았는데 어찌 보면 적막한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진서원은 가끔 백미러로 나상준과 차우미도 보고 또 옆에 있는 온이샘도 바라보면서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러다가 또 시선을 거두고 앞에 거리 상황을 보며 각별히 집중했다.그는 차 안의 분위기가 폭풍전야 같았다.나상준은 오랫동안 차우미를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지 않자, 시선을 돌려 앞 좌석에서 백미러로 줄곧 뒷좌석을 보고 있는 온이샘을 보았다.백미러에는 그도 있고 차우미가 있고 또 온이샘도 있었다.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는데 온이샘은 살짝 흠칫하고는 백미러로 계속 나상준을 보았는데 그의 눈은 깊고 날카롭고 위압적이며 강렬했다.온이샘은 피하지도, 움찔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나상준을 마주 보다가 한참 지나자, 시선을 돌려 밖의 풍경을 바라봤는데 모든 것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웠다.나상준은 온이샘이 시선을 돌리자,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더니 눈을 감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지만 마치 보지 못한 듯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그 뒤로

  • 봄날   제922화

    “점심은 먹었어?”진서원은 차를 아주 부드럽고 편안하게 운전했지만, 핸들을 잡은 그의 손은 차 안의 분위기 때문에 긴장 상태였다.진서원도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지 운전하는 내내 신경을 세우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봐 걱정했다.이런 느낌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처음이었기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전하려고 노력했다.그런데 조금 전에 뒷좌석에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더니 팽팽하게 긴장했던 신경 끈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백미러로 차우미 옆에 앉아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나상준은 깊은 밤과 같이 바람도 비도 없이 너무 조용했는데 조금 전의 나상준과 너무 달랐다.마치 오랫동안 쌓였던 구름이 폭풍우를 준비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았다.그 순간, 언제 그랬는지 싶었다.진서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핸들을 꼭 잡고 더 안정적으로 운전했다.파도는 잔잔할수록 더 무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차우미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다가 나상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약간 놀란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봤다.그녀는 나상준이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할 줄을 몰랐기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차우미는 곧 알아챘다. 현재 시각은 2시가 넘었고 그녀는 당연히 식사했지만, 나상준은 아마 바빠서 점심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 같았다.차우미가 물었다. “나는 먹었어. 상준 씨는 먹었어?”차우미의 대답을 듣고 진서원이 무의식적으로 백미러로 다시 나상준을 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관심에 대답했다.“안 먹었어.”“...”진서원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나상준이 어찌나 놀랍고, 충격이었는지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뒷좌석을 보지 않았다.차우미는 예상은 했지만, 나상준의 대답을 듣는 순간 멈칫했다.“그래? 지금 2시가 넘어서 공항에 도착하면 3시가 넘을 거고 비행기 출발이 6시 5분이니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할 시간이 될 거야."차우미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녀는 사실 나상준이 왜 이렇게 빨리 왔는지 궁금했다

  • 봄날   제921화

    차우미의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은 친구에 대한 걱정이었는데 조금은 건성으로 보였다.나상준은 단 한 글자도 말하지 않고 침묵했다. 하지만 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차우미가 봤을 때 나상준의 기분이 엉망인 것 같았다.온이샘이 차우미와 같이 있었고 심지어 한 차에 탔기에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나씨 가문은 청주에서 뿌리가 깊다고 하지만 맨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나씨 가문의 가장인 이혜정은 절대 맨 위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국내에는 나씨 가문의 이혜정처럼 지혜를 감추고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과 가문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나씨 가문도, 온씨 가문도 그들 중 하나였다.처음에 차우미는 나씨 가문과 온씨 가문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을 몰랐다.나상준과 결혼한 3년 동안 나씨 가문의 며느리로서 그녀는 예의를 갖춰 비즈니스도 해야 했는데 그때 나씨 가문과 온씨 가문이 사업상의 파트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로 왕래가 있어서 낯선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또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예를 들어 필요한 장소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하고 필요한 대화를 하는 사이였다.나상준은 초반에 온씨 가문을 알고 있었을 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온이샘과 차우미를 오해하면서 온씨 가문에 대해 알아봤을 것이다.대부분 상황에 대해 요해 했기에 필요한 예의는 갖춰야 했다.때문에 온이샘이 조금 전에 정중하게 물어봤을 때 나상준도 부드럽게 대답했을 것이다.온이샘은 분명 의도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는 사이이고 또 마침 같은 시간에 안평으로 가는 길이니 함께 가자고 했을 것이다.나상준 역시 예전의 오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관계를 생각하고 예의를 갖춘 것이다.이 모든 것은 겉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었지만 서로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현재 상황을

  • 봄날   제920화

    진서원은 캐리어와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뚜껑을 닫았다. 그는 자기가 할 일을 다 하고 나서야 세 사람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진서원은 온이샘을 보다가 또 그의 뒤에 서 있는 차우미를 보고 그다음 차 안에 있는 사람을 보다가 차우미 옆으로 가서 손짓했다.“사모님, 차에 타세요.”차우미는 왠지 나상준이 무슨 안 좋은 일을 벌일 것 같아 불안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또 자신이 너무 지나치게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상준이 현재 위치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일들을 겪었기에 그의 판단력 역시 현명하고 날카로울 것이다.예전에는 차우미와 온이샘을 오해했지만 분명 그후에 충분한 조사를 했을 것이다. 아니면 지금처럼 침착할 수가 없다.나상준은 사람들에서 쉽게 휘둘리지 않을뿐더러 그 어떤 일도 쉽게 이성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한다.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바로 진짜 나상준이다.진서원의 말에 차우미는 머릿속의 생각들을 뿌리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그리고 온이샘을 봤는데 그는 어느새 몸을 일으켜 똑바로 서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표정에서 차우미는 이해와 따뜻함을 느꼈다.“타.”온이샘은 마치 진서원이 조금 전에 차우미에 대한 호칭을 듣지 못한 척, 진서원이 차우미를 향해 뻗은 손도 보지 못한 척하며 차우미에게 말했다.온이샘은 꿋꿋하게 다른 것에는 모두 관심을 끄고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만 했다.차우미는 정서적으로 너무 안정적인 온이샘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응.”온이샘은 몸을 비켜서더니 차우미가 뒷좌석에 올라타자, 차 문을 닫아주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진서원은 그의 행동을 보고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운전석으로 올라탔다.이어서 차가 출발했는데 호텔 내부에 있던 분수대를 한 바퀴 돌아 도로로 나갔다.비록 호텔 문앞에서 잠깐의 지체가 있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발하자마자 차우미는 시간부터 확인했는데 그녀가 초반에 계획했던 대로 2시가 조금 넘었다.지금

  • 봄날   제919화

    차 안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시원하던 공기가 차 문이 열리면서 더운 공기가 들어가 얽혀서 시원하지도 덥지도 않았다.열린 차 문 앞에 서 있는 온이샘은 시원하고 더운 공기가 어울린 공기를 마시며 어느새 주변의 번잡한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안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차우미가 자기와 함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여전히 냉정한 모습 그대로였다.온이샘이 먼저 몸을 약간 숙이고 말했다.“상준 씨, 안녕하세요. 우미가 그러는 데 두 사람 오늘 6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안평으로 간다면서요. 저도 마침 청주에서의 일이 끝나서 똑같은 항공편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이 차로 같이 공항으로 이동해도 되죠?”온이샘은 마치 서로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평소와 같은 담담한 말투로 나성준에게 물었다.나상준은 손가락으로 서류를 넘겨보고 있다가 온이샘의 예의를 갖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차 안의 기온이 급하강 되는 것 같았다.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조용했는데 길거리의 자동차 소리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나상준의 서류를 넘기던 손가락도 온이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에 멈추었다.그 순간 나상준과 온이샘이 존재하는 세계와 그 외의 세계로 나누어진 것 같았다.온이샘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줄곧 차 안에 있는 나상준을 바라봤기에 그의 변화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다.순간 나상준으로부터 몰려오는 압박감은 주변을 감히 꼼짝하지 못하게 침묵에 빠뜨렸다.하지만 온이샘은 전혀 영향받지 않고 평소와 똑같이 평온하게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렸다.온이샘은 나상준이 동의하든, 안 하든 모두 받아들일 것이다.잠시 멈췄던 시간이 나상준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 회복되었다.나상준은 고개를 들어 차 밖에서 허리를 살짝 굽히고 자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그렇게 하세요.”온이샘도 대답했다.“고마워요.”차우미는 온이샘의 뒤에서 따라 나왔기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그 때문에 온이샘에게 하려던 말을 못 했다.

  • 봄날   제918화

    차우미가 직원에게 말했다.“잠깐만요.”“네.”차우미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고 온이샘은 캐리어를 잡고 옆에서 그녀를 기다렸다.사실 차우미의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온이샘의 시선은 그녀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줄곧 주시했다.온이샘의 키가 크고 각도와 시력이 좋았기에 그는 차우미 휴대폰에 뜬 이름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나상준이었다.그 이름을 보는 순간 온이샘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상대방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신의 휴대폰을 보는 줄도 모르고 전화 온 사람이 나상준인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호텔 밖으로 나가서 받았다.“여보세요.”“어디야?”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간결하고 선명하게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차우미는 호텔 밖의 차들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차가 보이지 않자,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지금 호텔 로비에 있어. 체크아웃 수속을 금방 마쳤어.”“그럼, 나와.”“뭐라고?”뚜뚜...나상준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반대편에서 전화를 끊은 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다시 한번 밖에 있는 차들을 둘러봤는데 그때 검은 벤츠가 가까이 와서 호텔 문 앞에 주차했다.차우미의 눈에는 충격과 불확실이 가득했다.‘벌써 왔다고?’처음에 나상준이 그녀에게 일이 끝나면 전화하라고 했을 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를 데리러 올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차 키가 그녀에게 있어서 그럴 것 같다고 추측은 했었지만, 그냥 추측일 뿐 나상준의 성격상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부정했었다.나상준은 원래도 바쁜 사람인데 주말 이틀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기에 오늘은 엄청나게 바쁠 거라고 생각했다.차우미가 연락했을 때는 비록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상준은 예전 습관대로 서두르지 않고 출발 시간이 거의 되어서야 공항 도착할 것이다.조금 전에 나상준의 전화가 들어올 때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그가 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물어볼 뿐이지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

  • 봄날   제917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차우미는 안평으로 돌아간 다음 다시 얘기할 시간을 찾으려고 했다.오늘 밤 안평으로 가기 위해 나상준도 공항에 올 것이고 그날 밤 레스토랑에서처럼 온이샘이 나상준을 보면 온이샘도 마음속으로 더 신중하게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한번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다.어떤 일은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결론을 내릴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나상준이 온이샘과 자기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서 차우미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이혼했기에 그녀의 삶은 당연히 결혼했을 때와 달라질 것이다.때문에 차우미는 나상준이 오해를 하든, 화를 내든 자기의 삶을 충실히 계속할 것이다.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차우미 방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차우미가 먼저 고개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온이샘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방금 차우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온이샘 역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각자 자기의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차우미의 방에 도착했고 온이샘이 방에 있는 캐리어를 보며 물었다.“캐리어가 하나야?”말하면서 그는 주동적으로 캐리어를 들었다.차우미는 회성의 특산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사전에 산 것들은 이미 택배로 보냈기에 올 때의 짐 그대로 돌아가면 되었다.다만 온이샘이 그녀에게 옷을 가져다준 적이 있었는데 그 가방이 하나 더 있었다.차우미는 옷장에서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고 누락된 것이 있는지 한 번 더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여행용 작은 가방이 하나 더 있어.”온이샘은 캐리어를 들고 또 차우미 손에서 여행 가방까지 가져갔다.두 사람의 손가락이 무심코 마주치는 순간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풀었고 온이샘은 여행 가방을 꽉 잡아서 캐리어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할게.”차우미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선배, 괜찮아. 여행 가방은 내가 들게.”말을 마친 차우미가 가방을 잡으려고 하자 온이샘은 곧바로 캐리어와

  • 봄날   제916화

    차우미는 온이샘과 같이 삼륜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서 곧바로 차에 타고 도로로 나왔다.그때 차에서 차우미가 나상준에게 자기의 상황을 메시지로 보냈다.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출발하여 아직 2시가 되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하면 2시가 될 거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하고 차 키까지 맡기면 아마 2시가 넘어서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3시 넘어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으니, 시간이 충분하다.차우미는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고 마음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했다.온이샘은 운전하면서 가끔 그녀를 살펴봤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심각하지는 않고 무언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자기도 함께 안평으로 가는 데 있어서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온이샘은 나상준 때문에 차우미가 자기도 안평으로 함께 가려는 것을 거절할까 봐 걱정했었다.온이샘은 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있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기가 없는 상황에서 나상준만 차우미 옆에 있는 것이 두려웠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계속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온이샘은 방해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앞을 바라보고 안전하게 운전하며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이번에 청주로 오면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기에 잘 생각해야 했다.두 사람은 호텔로 가는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아 차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1시가 넘어서 교통 체증이 조금 있었지만, 아침 정도는 아니어서 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1시 47분으로 차우미가 예상했던 시간과 비슷했다.차우미가 가방을 들고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 나의 짐은 준비를 다 했으니 이제 방에 돌아가서 한 번 살펴보고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 그러니 선배도 이제 돌아가서 정리하고 우리 공항에서 만나.”온이샘이 그녀와 같은 항공편을 예약했기에 그냥 돌아설 수 없어 자기의 상황을 얘기했다.어차피 같은 비행기로, 함께 안평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실을 막으려고 해도 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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