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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다정이도 별말 안 하는데

고다정의 말을 들은 시리우스는 그 의미를 바로 알아차렸다.

“아가씨 농담도 참. 아가씨께서 이 거대한 연구소의 경영을 맡겼으니 당연히 저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전문가들도 귀한 인재들이니 아가씨를 위해서 이곳에 남겨두려면 더 잘 대해주는 게 당연한 거죠.”

시리우스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정중한 자세로 그녀의 옆에 섰다.

방금 전 그의 말은, 그가 하는 모든 일이 고다정을 위한 것임을 암시했다.

고다정 역시 그 뜻을 알아듣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아저씨가 하던 일을 멈추게 한 건 제 잘못이네요.”

“아가씨,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잖아요.”

시리우스는 여전히 고다정과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다정은 더 이상 그런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기에,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채 선생님께서 깨어나면 아저씨에게 제대로 설명드릴 거예요.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채 선생님이 깨어나실 때가 됐네요. 내일이 3일째인데 어젯밤 병원에서 아무도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위험한 상황은 넘긴 것 같아요.”

그녀는 말하며 시리우스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시리우스는 위선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지, 표정에서 어떤 의미심장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사부님의 곁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명성에 걸맞게, 동요하지 않는 침착함이 극에 달했다.

두 눈을 깜빡이던 시리우스는 속으로 무슨 계산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고다정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채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니까 아무 일 없을 겁니다. 그냥 때가 되면 채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해명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아가씨도 제 휴가 없애지 말아 주세요. 간만에 쉬는데 이틀 푹 쉬고 싶네요.”

“걱정 마세요. 때가 되어 내키지 않으면 시간 더 드릴게요. 그리고 아저씨도 제가 연구소를 너무 오래 방치했다는 걸 상기시켜 주셨잖아요. 게으름 부린 거니까, 사부님께서 꾸짖으시면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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