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신의 전화를 끊은 고다정의 행동에 여준재는 아주 당황했다. 여준재는 고다정의 화가 아직도 풀리지 않았을까 봐 구남준더러 내일 빌라로 선물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 일을 알 턱이 없었던 고다정은 전화를 끊고는 후회했다. “고다정 이 바보! 거기서 화를 내면 어떡해, 유라 그 여자가 고의로 준재 씨와 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걸 아는데 바보 같이...” 고다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다시 여준재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이내 핸드폰을 내려놓고 남은 업무처리에 집중했다. 이 시각 시리우스의 아파트에서. 시리우스는 위성 전화를 받고 얼굴색이 변했다. “뭐? 여준재가 아무 일도 없다고?” “그뿐만 아니라 우리도 큰 손해를 입었어. 그놈이 글쎄 성씨 가문이랑 손잡고 우리 4가문을 골탕 먹였어. 그동안 당신이 열심히 한 것들이 있기에 알려주는 건데 당신의 위치가 노출됐을 거야, 그러니 멀리 도망쳐. 그러다 성시원이 돌아가면 넌 죽었어.” 수화기 너머의 그 사람은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마친 시리우스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놈의 계략이었다니, 제기랄. 이젠 모두 끝이야, 내가 힘들게 쌓아 올렸던 나의 명성은 이제 끝이야! 이대로는 안 돼, 성시원이 오기 전에 도망가야 해...” ... 이튿날, 고다정은 두 아이와 몇 명 어르신을 모시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소민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사모님, 시리우스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고요?” 의외의 소식이었다. “이미 사람을 시켜 고속도로를 지키게 했습니다.” 소민의 보고를 들은 고다정이 말했다. “시리우스는 이미 도망쳤을 겁니다. 그러니 고속도로의 인원은 철수해요.” 고다정이 이렇게 말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제저녁, 여준재가 마무리 작전을 끝마쳤다는 일이 생각났고 또 시리우스가 성시원의 옆에서 아무도 모르게 몇 년 동안 스파이로 있었던 것은 필시 그를 도와주는 막대한 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소민은 처음으로 작전에 실패한 탓에 기분이 별로 좋
고다정은 화가 났지만 더 이상 여준재한테 뭐라 하지 않았다. 고다정은 자신과 여준재사이의 감정을 믿고 있었고 또 매번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항상 여준재가 먼저 고다정을 달랬다. 고다정도 생각해 보니 유라때문에 여준재와 불필요한 싸움을 하는 것은 둘 사이의 감정만 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그사이에 많은 일이 발생했다. 흔들렸던 YS그룹의 상황도 이젠 안정되었고 여범준도 이번 일로 다시 안락한 노후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연구소 쪽의 일도 고다정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중이었는데 채성휘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이날, 고다정은 연구소의 일을 마치고 병원 앞 꽃집에서 꽃다발을 사 들고 병실로 찾아가 보니 채성휘는 이미 일주일 전에 중환자실로부터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병실 안에서 채성휘를 정성껏 돌보는 임은미의 모습에 고다정은 마음이 아팠다. 똑똑똑... “은미야, 나왔어. 오늘 성휘 씨의 상태는 좀 어때?” 고다정은 들고 왔던 꽃다발을 병상 머리맡에 놓인 꽃병에 꽂았다. 임은미는 고다정이 꽃병에 꽃을 담는 모습을 보고 수심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전이랑 똑같아. 의사 말로는 이번 주에도 깨어나지 못한다면 영영 깨어나지 못하거나 식물인간 상태가 될 거래.” 임은미의 말에 고다정은 몹시 자책했지만 채성휘의 치료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의사 선생님께 가서 물어볼게,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지.” “안 가도 돼. 소용없어. 내가 다 물어봤거든.” 임은미는 머리를 절레며 말하고는 병사에 누워있는 채성휘 쪽으로 다가가 이어 말했다. “다정아, 난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연애할 수가 없나 봐. 내가 여태까지 성휘 씨를 짝사랑한지 십몇 년이나 됐지만 옆에서 다른 여자랑 만나는 것만 봐왔어. 이제야 용기를 내서 나의 마음을 표현하려 했지만 성휘 씨를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네?” 고다정은 임은미의 말에 그녀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마, 성휘 씨가 그동안 너무 피곤해서 조금 더
그 시각 진 씨 저택에서.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YS그룹을 보며 진시목은 점점 불안했다. 이번 일로 YS그룹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결과가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익명의 브로커에게 사실의 경과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자 고다빈도 불안했다. 이번 계획으로 고다빈은 고다정과 YS그룹에게 피해를 줄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유독 여준재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뻤다. 아직까지 여준재가 돌아오지 않으니 고다빈은 그가 살해당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여준재가 없으면 고다정이 어떻게 자신 앞에서 큰 소리를 칠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고다빈이 고다정을 찾아가기도 전에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진시목이 기다렸던익명의 브로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익명의 브로커는 고다정과 YS그룹을 건들면 안된다고 며칠후면 여준재가 돌아올 것이라고고다빈에게 연락을 했다. “뭐? 당신들이 여준재를 처리한게 아니었어?” 고다빈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누가 그러던? 여준재를 처리했다고?” 익명의 브로커가 한 말에 고다빈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가 창피했다. “하지만 내가 고다정을 건드리지 않아도 그들은 내가 당신의 계획대로 행동한 것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어.” “걱정 마,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너에게 찾아가지 않을 거야.” 익명의 브로커는 고다빈을 안심시키고는 경고했다. “하지만 당신이 나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 한다면 그 후과는 당신 스스로가 책임져.” 그 말에 고다빈은 당연히 멋대로 고다정을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때 익명의 브로커는 이어 말했다. “진시목에게 전해, YS그룹의 주식도 10%나 가졌으니 YS그룹의 주주총회에 참석할 생각이나 해.” “YS그룹에 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 고다빈은 진시목이 YS그룹에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기에 반대했다. “내가 명령하는 일에 언제 너의 의견이 필요했어?” 말을 마친 익명의 브로커는 고다
유라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인지 매번 그녀가 여준재의 방에 들어갈때마다 그녀는 항상 여준재와 여진성이 영상 통화하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그렇게 유라는 자연스럽게 여진성과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두 남자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여진성과 여준재는 유라를 사업 파트너와 친구로만 생각할 뿐이였다. 한편 고다정은 성시원과 여준재가 오는 날만을 손 꼽아 기다리자 준이와 연이도 덩달아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여준재가 한 달만 늦었더라면 준이와 연이의 졸업식에도 참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날도 고다정은 평소와 똑같게 연구소로 가는 길에 제일 상대하기 싫은 심여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다정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전화를 거절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심여진에게 전화가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고다정은 그녀의 전화를 거절했다. 그러자 심여진은 그녀에게 짧은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고다정이 메시지를 확인하려고 할 때, 소담의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문자를 받은 고다정 역시 소담과 같은 반응이었다. “얼른 차 세워요!”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알고보니 심여진은 고다정에게 강말숙이 자기 집에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소담도 전화를 끊고 고다정에게 말했다. “사모님, 외할머님께서 위험한 것 같습니다.” “네, 알아요.” “바로 별장으로 가죠.” 고다정은 화를 억누르며 말했고 분위기가 안 좋다는것을 눈치챈 기사도 고씨 저택으로 그들을 모셨다. 고씨 저택에 도착한 고다정은 소담과 함께 문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문이 열렸다. 고다정은 심각한 얼굴로 별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거실에는 심여진과 고경영만 있을 뿐이었다. “할머니는요?” “걱정 마, 네 할머니는 안전해.” 고경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눈앞에 서 있는 고다정이 마치 여준재와 비슷한 기를 내뿜고 있어 낯설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준
“여보, 다정이 아직 젊은데 과부로 사는 건 아깝지 않아요?”심여진의 갑작스러운 한마디가 거실의 정적을 깼다.고다정은 고개를 홱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방금 뭐라 하셨어요?”“왜? 내 말이 틀렸어? 여준재가 죽어서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지금 모르는 사람이 있어? 남편이 없는 여자가 제일 불쌍해.”심여진은 입으로는 불쌍하다고 했지만 얼굴은 깨고소한 듯했다.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한동안 조용하던 고경영이 갑자기 튀어나와 말썽을 부린 것이 이런 오해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심여진은 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 불쾌해하며 쏘아보았다.“왜 웃어?”“아니에요.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고다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을랑 말랑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직감적으로 이 여자가 좋은 마음으로 자기를 불쌍해할 리 없음을 알았다.사실상 확실히 그렇다.아니나 다를까 심여진이 음흉한 속내를 드러냈다.“네가 여씨 가문을 위해 아이 둘을 낳았지만 어쨌든 여준재와 결혼하지 않았으니까 여씨 가문의 사람이라 할 수 없잖아. 그리고 여자는 옆에 남자가 없으면 물이 부족한 꽃처럼 천천히 시들고 떨어지게 돼. 그렇지 않아요? 여보.”그녀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고경영을 향해 눈을 깜박거렸다.고경영은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심여진의 뜻을 깨닫고 두 눈을 반짝였다.“네 여진 이모 말이 맞아. 여자는 남자가 없으면 사는 게 고달파. 어쨌든 너는 내 딸인데, 아버지가 돼서 네가 고생하는 꼴을 어떻게 보겠니? 네가 후반생도 걱정 없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좋은 배필을 찾아볼게.”이 말이 끝나자마자 노기를 띤 비웃음 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당신들 고씨 가문은 진짜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군요. 언제부터 우리 여씨 가문의 일을 고씨 가문에서 결정했어요?”이 말과 함께 심해영이 화난 표정으로 거실 한복판에 나타났다.여진성이 따라 들어오며 위험한 눈빛으로 고씨 부부를 노려보았고 말투도 얼
남편 말을 듣고 그제야 어떻게 된 건지 알아차린 심해영은 분통이 터졌다.자기 아들을 저주하는데 어떤 엄마가 참을 수 있겠는가. 이들은 심지어 그녀의 손자에게서 엄마를 빼앗아 가려 한다.하지만 교양 있는 그녀는 삿대질하며 욕하는 행동은 하지 못했다.“당신들이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아들은 멀쩡하게 살아있어요. 그리고 내 아들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다 해도 당신들이 다정이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어요.”그녀는 고다정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겨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며 고다정 앞에 섰다.보호받는 느낌이 좋기만 한 고다정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심해영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한편, 고씨 부부는 심해영의 말에 놀랐다.“여준재가 살아 있다고요?”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번에는 심해영이 대답할 필요 없이 고다정이 나섰다.“맞아요. 준재 씨는 아주 멀쩡하게 살아 있어요. 고경영, 당신의 그럴듯한 속셈이 헛수고가 됐네요.”이 말이 끝났을 때 소담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작은 사모님, 외할머니를 구해냈습니다.”소담이 종종걸음으로 고다정 앞에 다가와 보고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걱정스레 물었다.“외할머니는 괜찮으시던가요?”“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모르니까 병원으로 모셨습니다.”소담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그리 낮지 않은 둘의 대화를 고씨 부부도 들었다. 아직 카드가 있는 줄 알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특히 독기 서린 고다정의 얼굴을 보고 두려움이 극에 달했다.“다정아, 화내지 마. 나는 이런 방식으로 널 협박하고 싶지 않았어. 저 여자가 나를 꼬드겼어.”고경영은 책임 회피 방법을 찾았다는 듯 심여진을 가리켰다.심여진은 반응도 하기 전에 끌려 나왔고, 귓가에 남자의 무책임한 말이 들려왔다.“이 여자가 그랬어. 여준재가 외국에서 일이 생겨서 네가 의지할 곳이 없다고. 여씨 집안 어르신들도 너를 좋아하지 않으니 우리가 일을 벌여도 너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재혼 얘기
고경영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러니까 당신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다 알고 있었군요?”“맞아. 알고 있었어. 나를 놓아주기만 하면 네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줄게.”고경영은 재차 조건을 강조했다.그때에야 상황을 파악한 심여진은 당황하고 겁먹은 눈으로 고경영을 바라보았다.“고경영, 당신 뭐 하려는 거야?”하지만 고경영은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다정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고다정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이미 답을 짐작했지만 직접 고경영의 입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그러면 말해보세요. 당신이 진실을 말한다면 놓아줄 수 있어요.”“그럼 맹세해. 아니, 각서를 써. 내가 말한 게 진실이라면 나하고 고씨 가문을 가만두겠다고.”고경영은 고다정이 놓아주겠다고 말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건 고다정 앞에서 깔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므로 반드시 이익을 최대화해야 한다.고다정도 그의 속내를 알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각서를 써 줄 수 있고 심지어 당신의 빚을 갚아줄 수도 있어요.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 진실이어야 해요.”“진실만 말하겠다고 약속할게.”고경영은 ‘이게 웬 떡이냐’며 흔쾌히 수락했다.반면, 옆에 있는 심여진은 점점 초조하고 불안해졌다.그녀는 고경영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떻게 말하려는지 모르지만 고경영의 인간성에 확신이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옆에서 비아냥댔다.“당신이 하는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다고. 그동안 당신이 다정이를 속인 게 한두 번이에요? 고다정, 이 사람 말을 믿지 마. 너한테서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야.”“이 망할 놈의 여편네, 누가 속였다고 그래?”고경영은 심여진이 훼방을 놓자 화가 치밀어 올라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녀에게 덮쳤다.심여진은 겁에 질렸지만 멍청히 그 자리에 서서 맞고 있을 사람은 아니다.그녀는 몸을 피하면서 계속 소리쳤다.“속이려 하지 않았다면 왜
고경영의 말을 듣고 고다정은 끝내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그녀도 그 의사를 알고 있는데, 다만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고경영에게 캐물었다.“그 의사는 지금 어디 있어요?”“나는 모르는데, 이 사람은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야.”고경영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심여진을 가리켰다.심여진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동시에 눈앞의 이 남자의 본심도 알아봤다.‘이 사람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구나.’“허튼소리 하지 마세요. 의사 같은 걸 저는 아예 몰라요.”심여진은 모른다고 잡아떼는 동시에 고경영에게 구정물을 끼얹었다.“저는 모르는 의사를 당신은 그렇게 잘 알고 있었네요. 그런데도 당신이 강수지의 죽음과 관련이 없어요?”그녀는 고경영의 표정이 얼마나 음침한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다정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너 정말 어머니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싶으면 네 어머니가 죽은 후 이 남자에게서 큰돈이 나간 적이 없는지 조사해 봐.”고다정은 쌀쌀한 표정으로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만해요. 두 분이 여기서 다툴 필요도 없어요. 도대체 누가 우리 어머니를 죽였는지는 경찰이 꼭 조사해 낼 거라 믿어요.”“경찰에 신고하려고?”고경영과 심여진이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심여진이 소리 질렀다.“안 돼. 경찰에 신고하면 안 돼.”고경영은 그래도 개념이 있는지라 심여진처럼 다짜고짜로 소리 지르지는 않았다.그는 옆에 서 있는 여진성과 심해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다정아, 이건 우리 집안일이야.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면 여씨 가문이 또 풍파를 겪게 되는데,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YS그룹이 또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정말 잠깐 망설였다.그러나 이내 여진성과 심해영의 든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요만한 일에 여씨 가문은 끄떡없어.”“다정아, 네 아버님 말씀이 맞아. 여씨 가문은 요만한 일에 영향받지 않아. 그리고 네 어머니와 연관된 일인데 경찰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