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하니 고다빈은 내심 더욱 달갑지 않고 분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표정이 냉담하게 변한 그녀는 빈정대며 그 부인들한테 말했다.“전 여러 사모님께서 저 여자를 안 만나는 게 좋겠어요. 저 여자는 무슨 여 대표님 사모님이 아니에요. 그저 여 대표님이 곁에 둔 내연녀 같은 거지.”이 말에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몇몇 부인들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다빈은 그녀들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절대 그녀보다 고다정이 더 우쭐대게 놔둘 순 없다 생각하며, 오만한 걸음으로 고다정을 향해 걸어갔다.다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고다정을 칭찬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사모님과 여 대표님은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요. 너무 부러워요.”“그렇고 말고요. 저는 여 대표님이 이렇게 부드러운 모습을 처음 봐요.”“역시 훌륭한 사람들끼리 끌리는 법이에요.”그 말에 고다빈은 비웃으며 입꼬리를 올리더니 갑자기 볼륨을 높이며 말했다.“여 대표님이 훌륭한 건 맞지만, 사람 보는 눈이야말로 정말 너무 형편없네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한창 웃고 떠들던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고다빈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감히 이런 망언을 내뱉는가 하며 그녀를 아래위로 훑었다.고다정과 여준재도 가까이 다가온 고다빈을 보고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고다정이 물었다.그러자 고다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당당하게 고다정을 향해 도발했다.“왜, 너도 여기 오는데 난 오면 안 돼?”그러면서 그녀의 시선은 여준재한테로 스쳐 가더니, 또 예전에 여준재한테 당했던 것을 생각하고는 마음속에 원한이 솟구쳐 참지 못하고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대단한 여 대표님께서 굴러먹던 애를 데려다가 키우고 헌신짝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정말 세상엔 놀랄 일들이 많아요, 그렇죠?”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장내가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아까 곁에 둔 내연녀라는 건 뭐지?”“굴러먹던 애라니, 설마 내가 생각하
“내가 뭘 알아. 난 네가 약혼 직전에 시목 오빠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랑 바람피웠다가 그 남자의 애까지 임신했다는 것밖에 몰라.”고다빈은 고다정의 경고를 못 들은 척하며 일부러 5년 전 일을 다시 들춰내 고다정 의 비위를 거스르게 했다.그녀가 거듭 지난 일을 거론하며 자신을 모욕하니 고다정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고다정의 감정 기복을 느낀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위로했다.“두려워 마요. 내가 있으니까.”“두려운 건 아닌데, 그냥 너무 화가 나요.”고다정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걱정스러운 듯 두 아이를 보았다.여준재도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고 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에게 맡겨요.”고다정은 그가 어떻게 처리할 건지 물어보려고 하는데, 여준재가 그녀 먼저 고다빈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기왕 5년 전의 일을 입 밖에 꺼냈으니, 나도 이제 알려줄게. 이 두 아이는 내 아이야. 5년 전 다정 씨와 같이 있었던 남자도 나야. 무슨 내연남이 아니라.”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떠들썩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뭐? 그때 그 남자가 여 대표라고?”“반전의 반전이구먼.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근데 그렇다고 해도 고다정이 약혼 전에 약혼자 배신한 건 사실이잖아.”누군가 여준재의 말꼬리를 잡는 얘기가 들리자 다른 사람들마저 해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여준재를 쳐다보았다.여준재는 그 소리를 듣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때 고다정은 약혼자를 배신하지 않았어.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고다정한테 약을 탔지. 다정 씨도 자신이 덫에 걸린 걸 알고 가까스로 거기서 도망 나왔지만, 얼떨결에 내 방으로 들어오게 된 거야. 그리고 마침 똑같은 수작에 걸린 나와 마주치게 됐어.”고다빈과 심여진은 이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고경영도 옆에서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고경영은 고다정과 잠자리를 한 사람이 여준재인걸 이제 알고
육성준은 고다빈의 말에 화도 나고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내 생일파티에서 소란을 피우는데 내가 왜 못 쫓아내?”말하는 동안, 그는 곁에 서서 방관자의 자세로 구경만 하는 진시목을 보니 경멸의 감정이 차올라, 아예 상대를 그로 바꿔 기세등등하게 따져 물었다.“진 사장님, 당신 와이프가 내 생일파티에서 내가 귀하게 모신 손님한테 폐를 끼쳤는데, 저한테 무슨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진시목은 상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단 걸 알고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여준재 곁에 있는,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고다정을 향했으며, 달갑지 않은 감정과 또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복잡한 정서가 뒤섞여 마음이 어지러웠다.고다정도 그의 시선을 느꼈으나 마음속에 아무런 파장도 없었고 본 척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여준재가 어두운 낯빛으로 그녀 앞에 막아서며 진시목의 시선을 차단해 버렸다.그가 가로막는 행동에 진시목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직 여준재와 충돌을 만들고 싶지 않은 그는 고다정을 향한 시선을 거두었다.그러나 그의 이런 일거수일투족을 고다빈은 다 지켜보고 있었다.상황만 허락이 됐다면 고다빈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고다정을 여준재 뒤에서 끌고 나와 얼굴을 왕창 허벼 망가뜨려 놓고 싶었다.‘나쁜 년, 여준재를 꼬신 것도 모자라 내 남편까지 꼬시려 들어?’그녀의 마음속엔 질투와 분노의 파도가 세차게 일렁이었지만, 얼굴은 평온함을 애써 유지했다.그러다 그녀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진시목을 바라보며 말했다.“자기야, 난 소란 피운 게 아니라 사실을 몇 마디 말했을 뿐인데 부회장님이 날 쫓으신대.”“허, 고다빈. 너의 그 적반하장으로 남한테 덮어씌우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여?”육성준은 그녀를 아니꼽게 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웃으며 빈정댔다.“아, 너 그거 모르지. 네가 아까 소란 떨 때 진 사장님이 옆에서 다 보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너도 이야기를
사건이 일단락된 후 육성준은 다른 손님들도 챙겨야 했기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고 임은미도 주위에서 보내오는 시선을 견디기 어려워 핑계를 대고 고다정의 곁을 떠났다.어찌 됐든 방금 발생한 일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다정의 일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시선들을 고다정과 여준재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두 녀석은 오히려 흥분된다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며 까만 눈동자는 기대감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여준재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눈빛을 느꼈고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보고는 표정이 스르르 풀어지며 알면서도 짓궂게 질문했다.“왜 이렇게 보는 거야?”“아빠, 진짜 우리 친아빠 맞아요?”하윤이가 참지 못하고 물으며 여준재의 옷깃을 잡은 채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다.여준재는 몸을 낮추고 하윤이와 시선을 맞추며 답했다.“진짜로 친아빠 맞아, 엄마가 증인이야.”말을 마치고는 고다정을 한눈 쳐다봤고 두 녀석도 무의식적으로 고다정을 바라봤다.진실을 원하는 세 사람의 눈빛에 고다정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진짜 너희들 친아빠야.”“진짜 친아빠라고요? 그럼 왜 전에는 엄마랑 아빠가 저희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에요?”두 녀석이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표출했고 고다정은 그들을 지켜보더니 변명하지 않고 여준재 스스로 답변을 주도록 눈짓했다.애초에 숨기려고 한 것도 그였으니 말이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눈짓을 알아채고 말문이 막혔지만 두 녀석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이 일로 아이들과 사이가 멀어지는 걸 원치 않았던 여준재는 천천히 설명해줬다.“아빠는 알려주기 싫었던 게 아니야. 애초에 아빠랑 엄마는 의외의 사건 때문에 너희들이 생겼고, 너희 곁에서 5년이나 함께하지 못했으니 너희들도 갑자기 나타난 아빠를 받아들이기 어려울까 봐 걱정했어. 지금 너희들도 내가 진짜 아빠란 걸 알게 됐는데, 아빠가 싫은 건 아니지?”“당연히 아니죠! 난 아빠가 너무 좋은데요?”하윤이가 먼저 반박하며 그대로 여준재의 품에 쏙 안겼다.여준재는 꼬마 녀석
마음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고경영은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그는 고다정이 자신을 반기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 관계를 더 망치고 싶지 않아 억지로 웃으며 답했다.“그래, 난 가볼 테니 화내지 말아라. 그래도 이제 여 대표님이랑 아이들을 데리고 밥 먹으러 오는 거 잊지 말고. 뭐라 해도 여 대표님한테 시집갈 때 친정 사람들이 필요할 거다.”말을 마치고는 고다정에게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떠났다.하지만 몇 걸음 못가 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여준재와 마주쳐 버렸고 여준재는 고경영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한 눈빛을 보냈다.두 녀석도 경계심 가득한 얼굴이었다.왠지 모르게 그들은 이 할아버지를 알지 못했지만 좋은 사람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특히 할아버지가 그들을 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경영은 그들 얼굴에 가득한 냉담함을 읽어내지 못했는지 먼저 인사를 건넸다.“여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하준이 하윤이, 나 외할아버지야, 이제 기회가 되면 엄마가 너희들을 데리고 외할아버지 집에서 놀게 할 거야.”그 말에 두 녀석은 어안이 벙벙했다.외할아버지는 엄마의 친아빠가 아닌가?이 할아버지가 자신이 외할아버지라면 혹시 우리 엄마의 친아빠란 말이야?두 녀석이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여준재를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고 여준재도 그들이 시선을 알아채고는 옆에서 작위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고경영을 힐끗 바라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너희 외할아버지 일은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자. 밖에선 낯선 사람의 말을 함부로 들으면 안 돼.”그 말에 여준재가 자신을 위해 말해줄 줄 알았던 고경영이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하필 여준재는 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고다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고다정도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다가오며 물었다.“아까 그 사람 당신들 잡고 뭐라고 했어요?”그 사람은 고경영을 가리키는 것이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근심을 알아채고 먼저 말해줬다.“아무 것도 아니에요. 우리더러 고
고다정은 은미를 바라보며 화를 내다 말고 갑자기 멈칫하더니 양심에 찔린 듯 여준재를 바라보더니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아니야, 저기 남준 씨, 여기서 내려줘요. 물건 살게 생각나서요. 그러니 데려다주지 않으셔도 돼요.”임은미는 당장 자리를 도망치고 싶었다. 여준재가 다정의 곁에 없을 때 다시 다정을 찾아 제대로 따질 생각이었다.황급히 차에서 내리더니 귀신이라도 쫓아오는 듯 도망치는 은미를 보며 다정은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왜 저러죠?”“음, 뭐 찔리는 거라도 있나 봐요.”여준재는 임은미가 도망친 쪽을 바라보며 짓궂은 말투로 대답했고 고다정은 더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은미가 뭘 했길래 이렇게까지 찔리는 거죠?”그 말에 여준재는 그녀를 품에 껴안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아마 내 나쁜 말을 적지 않게 했나 봐요.”“나쁜 말이라뇨, 그럴 리가...”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고다정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전에 다정과 은미가 여준재의 정체를 몰랐을 때 아이의 아버지를 얘기하면서 적잖게 저주를 내리긴 했었다.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귓가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내 기억으로는, 다정 씨도 내 뒷담화에 맞장구를 쳤던 것 같은데요.”“크흠, 그건 당신이 그 남자인 줄 몰랐었고요, 모르는 것도 죄가 되나요?”고다정은 억지로 변명했고 여준재는 그녀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짓더니 두 눈 가득 사랑을 담아 그녀를 쳐다봤다.빠르게 그들은 산장에 도착했고 강말숙은 이미 잠자리에 든 시각이었다.네 가족은 간단히 세수를 마친 후 잘 준비를 했고 두 녀석은 아이들 방으로 돌아가기 싫어 여준재와 고다정과 함께 자겠노라 칭얼거렸다.여준재는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실망하기도 했지만 두 녀석의 기대감 가득한 눈빛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달콤한 밤이 지나고,같은 시각 여준재에게 두 아이가 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운산에 퍼져나갔고 상류층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 이 일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심지어 일
이 말만을 남긴 채 진시묵은 서류를 들고 몸을 돌려 떠났고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다빈의 아름다운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왜 이 남자들은 모두 고다정 저 천한 년을 보호하지 못해 안달 난 거지?내가 도대체 어디가 고다정보다 못 하단 거야?망할 놈의 고다정, 언젠간 죽여버리겠어!...그날 오후, YS그룹 대표 사무실에서,남준이 문을 밀고 들어오더니 공손한 태도로 보고를 올렸다.“대표님, 회장님의 비서가 찾아오셔서 사무실로 들르라고 하셨습니다.”“무슨 일인지 얘기했어?”여준재가 의문스럽게 쳐다봤지만 구남준은 고개를 저었다.“별말은 없었습니다.”그 말에 여준재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결국 몸을 일으켰다.“지금 갈게. 내 책상 위에 결재 마친 서류들 좀 내려보내 줘.”“네.”남준이 알겠다고 답했고 여준재가 떠나고 나서야 일을 시작했다.몇 분 뒤, 회장 사무실에 도착한 여준재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아버지가 안경을 쓴 채 달력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아버지.”여준재의 부름에 여진성은 “응”하고 대꾸했지만, 손에 들고 있던 달력을 내려놓지 않고 여준재를 불렀다.“여기로 와서 이 날들 중 어느 날이 좋을지 골라봐.”그의 부름에 여준재가 아버지 곁으로 다가갔고 붉은 펜으로 여러 날짜를 표시한 것이 눈에 띄었다.“뭐 하시려는 거죠?”그는 다소 당황한 듯 물었고 여진성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설명했다.“하준이 하윤이가 세간에 공개됐잖니. 오늘 아침에 네 엄마와 상의했어, 두 아이에게 빠른 시일 내로 가문에 입적시키고 모두에게 소개해야지.”“가문에 입적시킨다고요?”다소 놀란듯한 여준재의 질문에 여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두 아이가 이젠 공개됐으니 밖에서 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지. 이건 네 할아버지의 뜻이기도 해.”사실 이날 오전 여 씨 집안과 사이가 좋은 친구는 물론 여 씨 어르신도 전화로 두 아이에 관해 물었었고 당연히 두 부부는 어르신에게 꾸중을 듣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아이를 찾은 지
여준재는 생각에 잠긴 듯한 고다정의 모습을 보고 관심 있게 물었다.“무슨 생각 해요?”“당신 할아버지한테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 중이에요.”고다정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이번이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이니 빈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여준재도 그녀의 생각을 알고는 막지 않았고 먼저 할아버지의 취향에 관해 이야기했다.“할아버지는 바둑과 서화를 좋아해요. 벼루도 수집하시고요. 이런 것 중에서 생각해봐요.”“그래요? 그럼 뭘 준비해야 할지 알 것 같네요.”고다정은 문득 생각이 떠올랐고 여준재는 저도 모르게 궁금해져 물었다.“뭘 드릴 생각이에요?”“비밀이에요, 아직 말할 수 없어요.”고다정이 일부러 신비롭게 대답했다.여준재는 눈썹을 한껏 올리고 장난스럽게 고다정의 허리에 간지럼 태울 기세로 손을 올리며 위협했다.“정말 말하지 않을 거예요?”“하하하... 간지럼 태우지 마세요.”고다정은 간지러워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여준재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움직여도 여준재를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알겠어요, 말해줄게요. 이제 됐죠?”“그럼 어디 얘기해봐요.”여준재는 고다정의 말을 믿는 듯 간지럼을 멈췄고 이때 고다정은 기회를 잡아 여준재를 소파에 넘어뜨리고 복수하듯 그의 겨드랑이를 간지럼 태웠다.하지만 그녀가 몇 번이나 간지럼을 태워봤지만 여준재는 웃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간지럼을 잘 안 타나 봐요?”고다정이 깜짝 놀라며 물었고 여준재는 익살스럽게 시선을 맞추며 미소지었다.“내가 언제 간지럼 잘 탄다고 얘기한 적 있었어요?”“...”고다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더군다나 여준재의 얼굴에 드리운 만족감에 그녀는 약이 올라 화를 내며 말했다.“간지럼은 무서워하지 않아도 아픈 건 무서워하겠죠?”그녀는 여준재의 허리 쪽 부드러운 살을 공격하며 꼬집었고 여준재는 아파서 숨을 헉 들이쉬었다.그는 힘껏 몸을 뒤집어 고다정을 자신의 아래에 눕혔고 화풀이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