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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라예는 구역질을 억지로 참으며 계속 물었다.

“확실해요?”

장명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구 대표, 얼른 마셔.”

그는 라예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이미 라예에게 푹 빠져버렸다. 그녀는 차가워 보이지만,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완벽한 몸매는 그야말로 차도녀의 전형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세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게다가 그들 자신이 가진 신분과 지위 덕에 어떤 걱정도 없었고, 성예그룹이 자신들과 협력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라예를 더욱 쉽게 협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예는 장명동의 살찐 손에 들린 술잔을 한 번 힐끗 보더니, 실눈을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마시지 않겠다면요?”

“안 마셔도 돼. 오늘 밤 우리랑 같이 자면 되지.”

왕자민은 갑자기 음탕한 웃음을 짓더니, 노골적이게 대답했다.

어두컴컴한 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곧이어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오히려 당신들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세 사람은 한순간 어리둥절해졌고, 등골이 서늘했는데, 확실히 라예의 목소리에 놀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바로 웃기 시작했다. 힘도 없는 연약한 여자가 어떻게 그들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오늘 밤 세 사람은 라예의 몸을 차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녀가 너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 말은 우리가 너에게 하는 말이겠지?”

장명동은 더 이상 가식을 부리지 않고, 몇 번 크게 웃더니 경박하게 말을 내뱉었다. 심지어 손을 뻗어 라예의 허벅지를 힘껏 꼬집기까지 했다.

라예는 오늘 평범한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는 파란색 셔츠와 슬림한 검은색 바지를 매치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옷차림으로도 그녀의 우월한 몸매를 감출 수는 없었다. 특히 장명동은 그녀의 곧고 긴 다리를 계속해서 지켜보다가, 참지 못해 손이 근질거렸다.

“맞아, 맞아, 1대 3이니, 버틸 수 없는 사람은 너겠지.”

“구 대표, 그냥 순순히 우리를 협조하지 그래. 너도 잘 즐길 수 있잖아.”

왕자민과 김동석은 노골적으로 방탕한 말을 했다.

그들은 지금 색욕에 미쳐 라예의 갈수록 짙어지는 포악한 기운을 홀시했다.

...

다른 한 룸에서, 신분이 존귀한 네 재벌 집 도련님이 앉아있었다.

이 룸의 불빛은 다른 룸보다 좀 더 밝은 것 같았다. 그중 두 남자의 곁에는 자태가 아름다운 호스티스가 있었다. 나머지 두 남자는 단정하게 소파의 한쪽에 앉아 있으며, 여자들이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야, 너희 둘은 지루하지도 않나 봐!”

심태일은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 있었고,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소파 가장자리에 걸치고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각각 두 미녀가 앉아 있었는데, 칠흑 같은 눈동자로 맞은편에 앉은 문나진과 육인우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미녀도 싫어. 술도 안 마셔, 그럼 대체 뭐 하러 온 거야?”

태일은 야유 섞인 말투로 계속 말했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나진은 금테 테두리 안경을 쓰고 점잖아 보였는데, 정색하며 말했다.

“나는 의사이니, 언제든지 대기해야 해.”

옆에 있던 강진후는 갑자기 옆에 앉은 여자에게 말했다.

“자기야, 가서, 우리 인우에게 술 한 잔 따라줘.”

말을 마치자, 진후는 웃으며 중간에 앉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기야’라 여인은 인우에게 술을 따르라는 말에 온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그녀는 자주 이 룸에 와서 그들과 술을 마셨는데, 혼자 중간 소파에 앉아 있는 인우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심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 그 어떤 여자도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진후는 단번에 호스티스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입가를 약간 구부리며 농담을 했다.

“왜? 무서워?”

“아, 아니에요.”

이곳의 모든 사람을 건드릴 수 없었기에 이진희도 그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진희가 술잔을 들고 가운데로 걸어가려 하자, 룸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낯선 남자였고, 이진희는 비록 알지 못했지만, 그 순간, 자신이 술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실례하겠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저희 대표님을 찾고 싶습니다.”

들어온 사람이 바로 인우의 비서 중 한 명인 문준이었다. 그는 공손하게 말했다.

태일은 문준이 들어온 후, 무슨 말을 하려다 마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소 비서, 네 보스 찾겠다고 하지 않았어? 거기에 서서 뭐 하는 거야?”

인우는 눈을 들었고, 실눈을 뜨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문준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필경 인우가 결혼했다는 일을 기타 사람들은 아직 몰랐으니, 그는 이 비밀을 누설할까 봐 두려웠다.

“대표님, 저 방금 사모님을 봤습니다.”

말을 마치자, 동시에 세 사람의 소리가 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태일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사모님?”

진후도 놀라서 질문을 했다.

“어디야?”

인우는 그들에 비해 많이 침착했다.

“609호 룸입니다.”

문준의 말이 떨어지자, 소파 한가운데 앉아 있던 인우가 일어서더니, 긴 다리를 움직이며 문을 향해 걸어갔다.

룸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에 멍해졌다.

태일은 의심을 하며 그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인우에게 여자가 생긴 거야?”

나진은 안경을 밀며 말했다.

“소 비서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아.”

“우리도 가보자.”

옆에 있던 진후는 반응이 매우 빨라서 바로 따라 나갔다.

...

복도 밖, 가장 끝에 있는 609호 룸에서.

인우 등이 문 밖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누군가 용서를 구하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펑!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바로 걷어차였다.

문이 열린 순간, 그들은 안에 엉망진창인 것을 발견했다. 맥주병이며 컵 조각이며 과일까지 이리저리 흩어졌고 탁자도 비뚤비뚤했다.

인우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문준은 깜짝 놀랐다.

“사모님에게 무슨 일 생기신 것은 아니겠지?’

“헐, 누가 내 코앞에서 방을 이렇게 만든 거야?”

태일은 달려온 후, 이 장면을 보며 버럭 했다.

인우는 몇 걸음 내디디며 음침한 두 눈동자로 어두컴컴한 룸을 힐끗 둘러보았는데, 구석에 꿋꿋이 앉은 가녀린 여자를 발견했다.

그는 갑자기 가슴이 조여졌고, 앞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라예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잠시 후에 돈을 배상해 드리죠!”

한 여자의 목소리와 울렸다.

그 소리는 너무 차가워서, 마치 반팔을 입고 북극에 서 있는 것처럼 사람을 순식간에 얼음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어서 문밖의 사람들은 아름답고 정교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라예는 소매를 걷었고, 몸매가 곧고 늘씬하며, 길고 곧은 다리는 검은색 옷감에 감쌌고, 짙은 갈색의 곱슬머리는 아무렇게 말아 올려 조금 어수선해 보였지만, 여전히 그녀의 아름다움을 막을 수 없었다.

태일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여자, 너무 예쁘잖아!’

그중 한 호스티스가 아양을 떨며 소리쳤다.

“어머, 이 아가씨 너무 예쁘게 생겼네.”

다른 한 호스티스도 감탄을 했다.

“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 수 있지?”

하지만 라예는 무척 쌀쌀한 태도를 보였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정확히 알아본 순간, 그녀는 잠시 멍해졌고 발걸음마저 멈추고 말았다.

인우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당당하게 서 있었으며, 그의 매력적인 얼굴과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검은 눈동자가 라예의 시야에 들어왔다.

라예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인우에게 보여주게 되어 점점 긴장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라예는 지금 인우가 매우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너무도 싸늘했고, 표정 역시 냉랭했다.

그녀의 마음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덜컹 내려앉았다.

‘하긴, 육인우 같은 사람은 아마도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여자를 좋아하겠지. 나처럼 쌀쌀하고 심지어 싸움까지 잘하는 사람은...’

그 후 라예는 눈을 돌려 더 이상 인우를 바라보지 않았다.

인우는 그녀의 눈에 비친 씁쓸함과 서운함을 예민하게 포착했다.

‘라예 씨 눈에서 이런 씁쓸한 감정을 본 게 이번이 몇 번째인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라예는 다른 한쪽의 소파로 이동하여 자신의 트렌치코트와 가방을 들고 문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앞을 바라보며 직접 인우의 곁을 지나갔고, 순간, 인우는 그녀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

옆에 있던 태일과 진후는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었고, 심지어 약간 무섭다고 느꼈다.

‘인우가 뜻밖에도 먼저 여자의 손을 잡다니?’

“놔요!”

곧이어, 눈앞의 이 도도한 미인은 냉담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

사람들은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았다.

‘뜻밖에도 인우와 이런 말투로 말을 하다니?’

‘죽는 것조차 두렵지 않은 건가?’

문준도 전전긍긍하며 한쪽에 서서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사모님 정말 용감하셔.’

이때 민효가 황급히 달려왔다. 문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대표님에게 무슨 일 생기신 것은 아니겠지?’

비록 라예는 민효를 데리고 같이 왔지만, 들어오라고 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라예는 9시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몇 분이나 지나도 나오지 않고 또 전화까지 받지 않아 민효가 황급히 달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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