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럴 사랑 받을 가치가 없어요.”말하면서, 라예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다시 어두워졌다.인우는 그녀의 머리 위에 놓인 손을 살짝 움직이더니, 급히 대답하지 않고 다정하게 라예의 이마에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가볍게 뒤로 넘겨주었다.인우의 넓고 따뜻한 손바닥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라예의 얼굴에 떨어졌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매끄러운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다정한 스킨십에 라예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고, 인우의 온도를 느낀 부위도 무척 짜릿했다.가까이서 보니, 인우의 그윽한 검은 눈동자 속에 심지어 라예의 그림자가 있었는데, 마치 그의 눈에 오직 그녀밖에 없는 것 같았다.인우는 입술을 얇게 움직이며 천천히 말했다.“라예 씨는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어요!”그리고 그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라예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고, 두 손도 이불을 꽉 잡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인우는 다시 라예에게 귀띔을 해주었다.“내가 어젯밤에 한 말을 전부 잊은 거예요, 라예 씨?”라예는 어젯밤 병원에 있을 때를 떠올렸다. 인우는 그녀를 잘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녀더러 자신에게 의지하라고 했다.인우는 라예가 말라서 창백해진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그녀는 연약한 아름다움을 선보였고,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러나 인우는 환자를 괴롭힐 의사가 없었고, 게다가 그도 라예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았다.결국 라예는 근심을 안고 인우를 따라 거실로 갔다.인우는 그녀더러 거실에 잠시 앉으라고 한 후,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갔다. 라예의 집은 개방된 주방이라, 라예는 이렇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인우가 죽 한 그릇을 들고 그녀의 앞에 놓자, 라예는 그제야 시선을 눈앞의 죽으로 돌렸다.“육인우 씨가 만든 거예요?”라예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어,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인우에게 물었다. 그도 부인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나진이가 라예 씨 깨어나면 담백한 죽을 좀 먹어야 한다고 해서요.”라예는
인우는 라예의 눈빛에 어색함을 느꼈다.그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당돌한 일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인우는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했다.라예는 그저 아깝다고 느낄 뿐이었다. 두 달 전에 몇백만 원을 주고 설치한 도어락인데 인우에 의해 망가졌다니. 이어 인우가 말했다. “이미 사람을 시켜 새것으로 바꾸었어요.”새것으로 바꾸어 주었다고 한 이상, 그녀도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인우는 남이 아니라 그녀와 혼인신고까지 한 남편이었다.“비밀번호는 일단 우리가 혼인신고를 한 날짜로 설정했는데, 고치고 싶다면 이따 가서 고쳐도 돼요.”인우가 한마디 덧붙였지만, 라예는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그걸로 해요.”말을 마치고 라예는 옆에 있는 물과 함께 약을 먹었다.인우는 검은 눈동자로 라예를 응시했다. 입매가 살짝 올라가더니 얼굴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웃음이 나타났다.라예가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에 인우는 무척 기뻤다.이어 잠시 라예와 함께 있어주다가 그녀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인우는 회사로 돌아갔다.라예는 책상다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쿠션을 안으며 방금 인우가 앉았던 자리를 주시했다. 한참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갑자기 누군가 내 일상에 끼어들다니, 좀 당황스럽고 심지어 초조한 걸.’‘우리 두 사람은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상대방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면 전혀 나타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 같지가 않잖아.’라예는 초조하게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 방으로 돌아갔다. 샤워를 하고 다시 잠을 잘 계획이었다..욕실, 거울 앞라예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는데, 뜻밖에도 잠옷을 입고 있었다.그녀는 충격에 움직이지 못했다.‘내가 잠옷을 입고 그 사람 앞에서 왔다 갔다 했단 말이야? 왜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지?’“구라예, 너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라예는 자신을 욕했다.‘미치겠네 정말... 이게 무슨 창피야!’라예는 잠이 싹 가셨다
혜빈과 전화를 끊었을 때, 시간은 겨우 5시밖에 안 되었다.라예는 잠이 오지 않아, 전화를 걸어 민효에게 사인해야 할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다.5시 30분,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 라예는 힐끗 보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이렇게 빨리 받다니, 벌써 잠에서 깬 거예요?]수화기 너머로 낮고 듣기 좋으며 온화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라예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고, 은근히 찌릿찌릿했다.그녀는 붉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담담하게 응답했다. 인우는 계속해서 물었다.[오늘 저녁에 뭘 먹고 싶어요?]“네?”라예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고, 인우를 떠보며 물었다.“직, 직접 요리할 거예요?”두 시간 전, 인우는 자신이 요리할 줄 안다고 말했었다.[네, 백 비서더러 식재료를 라예 씨 집으로 보내라고 했어요. 난 일이 끝나는 대로 집에 돌아가서 요리해줄게요. 만약 나가서 좀 걷고 싶으면, 내가 같이 마트에 가줄까요?]인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울리면서, 그녀에게 두 가지 선택을 주었다. 이쪽의 라예는 이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사람은 집에 돌아온다는 말을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가 있는 거지?’‘여긴 내 집인데.’사실 라예는 말할 것도 없고, 인우 자신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는데, 어차피 편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라예 씨?]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인우는 라예를 불렀다.‘젠장! 심장이 왜 또 제멋대로 나대는 건데!’‘이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고 설레다니.’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라예라고 불렀지만, 인우가 부르니 뜻밖에도 다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라예 씨?]인우는 또 한 번 그녀를 불렀다.라예는 전화를 사이에 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냥 집으로 보내요.”그녀는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인우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대답했다.“좋아요.” 이어 라예가 덧붙였다.“식재료는 그냥 당신이 알아서 골라요. 난 안 먹는 음식 않는 데다, 알레르기도 없어요.”저쪽
지혁은 멍하니 대답했다.“네.” 대표실을 나가자마자 문준을 본 그는 얼른 문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소 비서, 대표님께서 방금 나더러 식재료를 사서 톰웨스트에 보내라고 하셨는데. 설마 사모님에게 요리를 해 주시려는 건 아니겠지?”문준도 이 말을 듣고 멍해졌다.“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지혁은 진심으로 감탄했다.“대표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해 준 적이 없으시잖아. 심지어 회장님조차도 이런 대우를 받으신 적이 없으셨고. 그런데 작은 사모님과 아신 지 이제 겨우 며칠이 됐다고 직접 요리를 하시려는 거지?”JM 그룹 대표, 육씨 가문의 현임 최고의 권력자가 뜻밖에도 밥을 할 줄 알다니, 게다가 자신을 위해 자주 밥을 했다는 것을 또 누가 믿겠는가.그러나 비서들의 기억에 따르면, 인우 자신을 제외하고, 아무도 그가 직접 만든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6시 30분, 지혁은 직접 식재료를 톰웨스트에 보냈고, 라예에게 준 다음 바로 떠났다.30분 후, 초인종이 또다시 울렸다.문을 열자, 문앞에는 인우가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검은색의 양복을 입고 있었고, 이번에 은색의 넥타이를 매치했다. 신사적이고 우아한 인우는 성숙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인우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신이 직접 조각한 듯한 얼굴, 비율이 완벽한 몸매,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데다 심지어 밥까지 할 줄 알다니.“비밀번호 알잖아요?”라예는 인우에게 말한 다음, 몸을 옆으로 돌려 그가 들어오게 했다. 인우는 들어온 후,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서야 입을 열었다.“라예 씨가 불편할까 봐요.”라예는 인우의 넓은 등을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정말 시시각각 자신의 매너와 매력을 과시하고 있군.’인우의 말 한마디는 또 한 번 라예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잠시 후, 그가 물었다.“백 비서더러 슬리퍼 한 켤레를 사오라고 했는데, 어디에 두었어요?”라예는 눈을 깜박였고, 지혁이 가져온 물건을 움직인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잠깐만요, 내
“내가 도와줄 거 없어요?”라예는 인우의 뒤로 가서 진지하게 물었다.그녀는 인우가 혼자서 주방에서 돌아치며, 자신은 소파에 앉아서 음식을 먹길 기다리는 것이 좀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비록 라예는 밥을 할 줄 모르지만, 뭐라도 라고 싶었다.인우는 몸을 돌려 라예가 맑은 눈동자를 끊임없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그럼 야채 다듬는 김에 물로 씻어줄래요?”라예는 듣자마자 바로 응답했다. “네.”라예는 채소를 다듬고 씻는 것을 잘할 수 있었는데, 전에 혜빈이 와서 그녀에게 밥을 해 주었을 때도, 라예는 채소를 씻곤 했다.말을 마치자, 라예는 바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한쪽의 야채와 대야를 들더니, 다른 한쪽의 싱크대에서 다듬기 시작했다.인우는 고개를 살짝 숙여,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열심히 채소를 다듬고 있는 라예를 보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느낌은 종래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 무척 신기했고, 인우로 하여금 만족과 행복을 느끼게 했다. 그는 라예와 평생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예는 채소를 씻다가 문득 귓가에 전류가 닿더니, 순식간에 온몸의 세포로 퍼졌고, 손의 동작도 따라서 멈추며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뒤에 어느새 인우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움직인다면, 틀림없이 그와 접촉을 할 것이다.인우는 서투르게 라예의 흩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었고, 중간에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겼는데, 라예는 아팠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다.이어 인우는 고무줄로 그녀의 머리를 묶어주었다.“됐어요.”귓가에 인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라예는 그제야 몸을 살짝 움직이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고, 고마워요.”라예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세상에, 나 지금 귀와 목이 모두 빨갛게 달아올랐을 거야. 지금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방금 인우의 차가운 손가락은 본의가 아닌 듯 라예의 귀와 목에 닿았는데, 라예는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이런 은근히 스킨십을 하는 것에 많이 어색했다. 처음으로 한 남자
만약 인우가 없었다면, 라예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그녀의 위에는 마치 무언가가 식도를 막고 있는 것 같았는데, 너무 괴로웠다. 그러나 토하고 싶어도 토할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가만 놔두자니 또 무척 고통스러웠다.라예는 자신이 언젠가 배가 터질 정도로 음식을 먹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배부른 귀신은 이렇게 배불러서 죽은 거야?’“집에 소화제 있어요?”인우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라예는 생각을 하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우리 내려가서 사러 가요. 그런 김에 좀 걷고요, 어때요?”라예는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는데, 외출하고 싶지도, 더욱이 걷고 싶지도 않은 게 분명했다. 인우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부드럽게 설득했다.“라예 씨, 내려가서 좀 걸으면 그렇게 괴롭지 않을 거예요.”인우가 부드럽게 달래자, 라예는 비록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투쟁 끝에 결국 인우에게 끌려 내려갔고, 결코 원해서 내려간 것이 아니었다. 라예는 괴로워하더라도 이렇게 버티며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한 잠자면 된다.인우는 라예를 위해 신발을 갈아준 다음, 또 외투를 가져와서 그녀에게 걸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라예의 손을 잡고 외출했다.라예는 고개를 숙이고 인우의 따뜻하고 큰 손에 자신의 작은 손을 감싼 것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속으로 따뜻한 감정을 느꼈는데, 이번은 인우가 두 번째로 라예의 손을 잡았던 것이다. 첫 번째는 병원에 갔을 때였다.인우는 먼저 라예를 데리고 동네 근처의 약국에 갔는데, 다행히 라예가 지내는 이 동네는 주민이 많아 꽤 편리했고, 너무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인우는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샀고, 점원에게 따뜻한 물 한잔을 달라고 한 다음, 즉시 라예더러 소화제를 먹으라고 했다.인우와 라예의 존재는 이 평범한 약국을 눈부시게 만들었다.남자는 키가 크고 멋있으며, 온몸에 존귀한 왕자의 기질을 발산하고 있었고, 여자는 또 정교하고 아름답게 생겼으니, 점원은 그들을 보
“난 라예 씨를 좋아하게 됐거든요.”쿵!라예는 자신의 머리가 순식간에 폭발한 것만 같았다.갑작스러운 말 한마디에, 라예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눈빛은 공포에 흠뻑 젖었고, 정교한 작은 얼굴도 충격에 멍해졌다. 마치 무슨 불가사의한 뉴스라도 들은 것 같았다.인우의 뜻밖의 고백에 라예는 어안이 벙벙해지더니, 일시에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라예는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나와 알고 지낸지 겨우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데, 갑자기 날 좋아한다고 말하다니. 이건 말이 너무 안 되잖아.’‘비록 우린 합법적인 부부 관계지만...’인우는 라예의 깜찍한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라예를 바라보는 인우의 눈빛은 여전히 말이 안 될 정도로 부드러웠고, 그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너무 부담 갖지 마요. 라예 씨도 급하게 내 고백에 대답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지금은 일단 천천히 내 사랑을 느껴봐요. 괜찮다고 생각할 때, 다시 나에게 대답해 주면 되거든요.”라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인우를 보며 조용히 그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호숫가에서 라예 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난 라예 씨에게서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다시 라예 씨를 만났을 때도 난 라예 씨에게 접근하고 싶었고, 라예 씨를 보호하며 사랑하고 싶었어요. 나로 하여금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한 사람은 오직 라예 씨밖에 없었고요.”인우는 말하면서 다른 한 손을 천천히 들더니, 라예의 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어루만졌고, 마치 무슨 보물을 만지는 것과 같았다.인우는 계속 말했다.“지금 내가 라예 씨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은 거예요?”라예는 눈을 깜박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말을 하지 않았다.인우는 낮게 웃으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나 자신도 믿기지가 않아요.”“하지만 난 통제할 수 없이, 라예 씨에게 다가가고 싶고, 라예 씨와 함께 있고 싶어요.”인우는 손가락으로 라예의 얼굴을 가볍게 매만지더니, 말을 계속했다.라예는 이제
슬미는 라예의 이런 도도한 말투가 가장 듣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 그녀에게 전화한 목적을 잊지 않았다.[구라예, 그래도 눈치 있게 파혼을 했군.]슬미는 빈정거리며 말했고, 라예도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파혼을 했다 하더라도, 넌 진은환의 관계를 공개할 수 있겠어?”슬미는 바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라예가 올린 은환이 바람을 피웠다는 sns 때문에, 슬미와 은환은 지금까지도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란 것을 공개할 수가 없었다.[정말 비겁해!]슬미는 욕설을 퍼붓고 또 득의양양하게 한마디 덧붙였다.[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 은환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면 되지. 그리고 넌 영원히 은환 오빠의 마음을 얻을 수 없어.]라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코웃음을 치더니,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만약 나에게 이런 추잡한 일을 자랑하려고 전화를 한 거라면, 그냥 끊을게!”슬미는 라예가 끊으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말했다.[할아버지가 구씨 저택으로 돌아오라고 부르셔. 너에게 하실 말씀이 있대.]라예는 패기가 넘쳤다.“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무슨 일 있으면 그냥 전화로 해!”맞은편의 슬미는 화가 나서 숨이 막혔다.[할아버지의 말씀까지 거역할 작정이야?]“흥, 너 연못에 빠져 어디 고장이 난 건 아니겠지?” 라예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구 회장님을 거역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야?”[너...]연못을 언급하자, 슬미는 병원에 있었던 그날 밤을 떠올렸고,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끊을게!”[잠깐만, 내가 말할게.]슬미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라예는 입가를 살짝 구부렸다. ‘주제넘긴, 내가 너 하나 못 잡을 것 같아? 흥...’라예는 조용해지더니, 슬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슬미도 바로 용건을 말했다.[두 가지 일이 있어. 첫째, 이번 달 28일에 넌 우씨 가문이 개최한 피아노 연주회에 참가해야 해. 둘째, 할아버지께서는 네가 가지고 있는 GS그룹의 주식을 양도하라고 하셨어.]슬미는 말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