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화

라예는 귀여운 아이를 낳으라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더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일부러 목이 불편한 척하며 기침을 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

인우는 기분이 아주 좋아, 직원에게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제 부인은 부끄러움을 좀 많이 타서 그래요.”

직원은 웃음을 띤 얼굴로 대답했다.

“저희도 다 알죠.”

직원은 인우와 라예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척 부러워했다.

‘이 남자는 비록 냉담하고, 온몸에서 진귀한 기운을 내뿜고 있지만, 아내에게는 참 잘해주는 것 같아.’

인우는 몇 걸음 만에 라예를 따라잡았고, 저도 모르게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잡았다.

“점심 같이 먹을래요?”

라예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인우의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

“비록 계약결혼이지만, 적어도 가짜 결혼을 했다고 남들의 의심을 살 순 없잖아요?”

인우가 설명했다.

라예는 차가운 눈동자를 약간 가늘게 떴다.

‘그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밥만 먹는 게 뭐가 어때서? 남의 마음을 괜히 거절하지 말자.’

“좋아요.”

“그럼 내가 점심에 데리러 올게요, 괜찮죠?”

인우는 신사답게 라예의 의견을 물었다. 그녀가 또 거절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인우는 재빠르게 라예의 말을 끊었다.

“우리 할아버지와 라예 씨 할머님께서 우리가 정말 결혼했다는 걸 믿게 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라예 씨가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라예는 방금 확실히 거절하려 했지만, 인우가 이렇게 말하니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인우는 정말 매너 있게 그녀의 의견을 물었고, 이는 라예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간 후, ‘육인우’라는 이름이 익숙하게 느껴진 라예는 그의 자료를 찾아보았고, 그 결과는 그녀를 놀라게 했다.

육인우는 JM그룹의 대표였고, JM그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었다. 더불어 인우는 비즈니스계의 전설이자, 최정상에 서 있는 신비로운 육씨 가문의 상속인이기도 했다. 그는 Z국 경제를 손에 쥐고 있는 인물로, 그야말로 권력과 세력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존귀한 남자가 이런 사소한 일로 내 의견을 묻다니?’

게다가 인우는 매너 있고 점잖아서, 소문에서 듣던 잔인하고 과감한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마치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았고, 그래서 라예가 계약결혼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서로 닮아 있었다.

“좋아요.”

인우는 라예가 거절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동의할 줄이야.

그리고 분위기는 침묵에 잠겼다.

라예는 정말 한마디도 더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녀에게서 느끼는 소외감과 무관심에, 인우는 골치가 아프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앞날이 창창하니, 인우는 라예가 꼭 변할 것이라고 믿었다.

“음, 그럼 가서 출근해요. 퇴근하면 내가 데리러 갈게요.”

인우의 그윽한 검은 눈동자는 부드럽게 라예를 응시하고 있었고, 부드럽게 말하는 동시에 애정을 띠고 있었다.

두근두근!

그의 말투는 마치 아내를 깊이 사랑하는 남편 같아서, 라예의 가슴이 알 수 없는 설렘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자신을 붙잡고 있는 인우의 손을 갑자기 뿌리치고는 재빠르게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

인우는 라예의 여린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손바닥에는 여전히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

성예그룹에서.

3일 전, 그룹이 막 발매한 신제품 타임라인 향수는 출시 이후 유례없는 기록을 돌파했다. 이번에 그룹도 적지 않은 광고비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

이번 라예의 계획에,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더욱 존경하기 시작했다.

...

다른 한편, GS 그룹에서.

성예그룹이 신제품을 발표한 그날, GS 그룹의 사람들은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전까지는 항상 GS 그룹 산하의 라메즈 브랜드가 신제품 발표에서 앞서왔지만, 라예가 선제공격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그녀가 자신의 여론을 이용해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

라예가 사무실로 돌아오자, 비서 민효는 지난 며칠간 타임라인 시리즈의 판매 상황을 보고했다. 그때 라예 옆에 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잠시 담담하게 화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구라예, 이 양심도 없는 것, 너 지금 무슨 뜻이야? 어? 아무 말도 없이 신제품을 발표하다니, 넌 우리를 뭘로 생각하는 거야?]

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구대성의 노발대발하는 욕설이 들려왔다.

라예는 참지 못하고 눈을 부라렸고, 야유하는 말투로 말했다.

“아, 전 또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구대성은 이때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기에 하는 말도 갈수록 심해졌다.

[그리고, 왜 네 언니를 연못에 던진 거야? 너 정말 인간도 아니구나!? 그야말로 뱀보다도 더 악독하다고!!]

[그때 네 목을 졸라 죽였어야 했는데!!]

[그럼 지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GS 그룹의 비즈니스를 빼앗아가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네 언니를 죽이려고 하다니?! 넌 정말 비겁하고 악독해서 천벌이나 받을 거야!!]

[너 때문에 우리 가문이 이렇게 됐잖아, 왜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거야!! 어?!]

라예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욕설을 듣고 있었는데,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무척 담담했다.

구씨 가문 일가족의 혐오와 증오에 라예는 이미 습관이 되었다.

“우리말 사전 한 권 보내 드릴까요?”

노발대발하고 있을 때, 라예가 뜬금없이 하는 말에 구대성은 멍해졌다. 그리고 ‘뚜뚜뚜’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라예가 전화를 끊었다.

라예는 전화를 끊은 다음, 바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너무 바빠서 그들의 쓸데없는 말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

그렇게 12시가 되어서야 라예는 비로소 하던 일을 멈추었다. 기지개를 켜자마자 탁자 위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낯선 번호였기에, 라예는 구씨 가문의 가족인 사람인 줄 알고 받자마자 차갑게 말했다.

“이번에 새로운 말로 절 욕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끊으세요!”

전화기 너머의 인우는 멈칫하더니, 나지막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예요.]

‘이 소리는 구씨 가문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닌데. 게다가 엄청 익숙해.’

잠시 생각하다, 라예의 머릿속에 멋진 얼굴이 스쳐 지나가고, 그녀는 순식간에 몸이 굳어졌다.

“미안해요, 육 대표님인 줄 몰랐어요.”

라예는 순간 말투가 누그러지더니 어색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내 잘못이기도 해요. 미리 내 번호를 알려줬어야 했는데.]

인우는 여전히 부드럽고 이해심이 많았다.

“내... 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예요?”

라예는 영문도 모른 채 한마디 물었다. 그러나 입을 열고 나서야 그녀는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인우 같은 사람이라면 알아내지 못할 게 없었다.

저쪽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귓가에 다시 인우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

[내려와서 같이 밥 먹으러 가요. 라예 씨 회사 근처에서 기다릴게요. 내 차 번호판은 777모8899고요.]

라예는 시간을 한 번 보았는데, 인우가 제시간에 맞춰 온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녀도 꾸물거리지 않고 간단히 정리한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인우도 라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회사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비교적 은밀한 곳에 차를 세웠다. 하지만 인우의 한정판 마이바흐는 여전히 사람들 눈에 띄었다.

라예는 뜻밖에도 인우가 스스로 운전하고 온 것을 발견했고, 하얗고 뼈마디가 선명한 손이 핸들을 잡고 있으니 무척 보기 좋았다.

라예는 그 두 손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고, 입을 열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인우는 운전에 집중했다.

“주월당에요.”

“그래요.”

라예는 화제를 찾는 일에 서툴렀고, 또 인우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냉담하고 무정하기로 소문이 난 인우가 화제를 찾았다.

“라예 씨 할머님은 뭘 좋아하시나요? 좀 알려줄래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