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예는 귀여운 아이를 낳으라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더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일부러 목이 불편한 척하며 기침을 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인우는 기분이 아주 좋아, 직원에게 인사를 했다.“고마워요. 제 부인은 부끄러움을 좀 많이 타서 그래요.”직원은 웃음을 띤 얼굴로 대답했다.“저희도 다 알죠.”직원은 인우와 라예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척 부러워했다.‘이 남자는 비록 냉담하고, 온몸에서 진귀한 기운을 내뿜고 있지만, 아내에게는 참 잘해주는 것 같아.’인우는 몇 걸음 만에 라예를 따라잡았고, 저도 모르게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잡았다.“점심 같이 먹을래요?”라예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인우의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비록 계약결혼이지만, 적어도 가짜 결혼을 했다고 남들의 의심을 살 순 없잖아요?”인우가 설명했다.라예는 차가운 눈동자를 약간 가늘게 떴다. ‘그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밥만 먹는 게 뭐가 어때서? 남의 마음을 괜히 거절하지 말자.’“좋아요.”“그럼 내가 점심에 데리러 올게요, 괜찮죠?” 인우는 신사답게 라예의 의견을 물었다. 그녀가 또 거절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인우는 재빠르게 라예의 말을 끊었다.“우리 할아버지와 라예 씨 할머님께서 우리가 정말 결혼했다는 걸 믿게 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라예 씨가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라예는 방금 확실히 거절하려 했지만, 인우가 이렇게 말하니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인우는 정말 매너 있게 그녀의 의견을 물었고, 이는 라예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어젯밤 집으로 돌아간 후, ‘육인우’라는 이름이 익숙하게 느껴진 라예는 그의 자료를 찾아보았고, 그 결과는 그녀를 놀라게 했다. 육인우는 JM그룹의 대표였고, JM그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었다. 더불어 인우는 비즈니스계의 전설이자, 최정상에 서 있는 신비로운 육씨 가문의 상속인이기도 했다. 그는 Z국 경제를 손에 쥐고 있는 인물로, 그야말로 권력과 세력
라예는 이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열심히 운전하고 있는 인우를 바라보았다.인우는 옆모습조차 완벽했고, 그야말로 얼굴 천재였다.이어서 라예는 또 살며시 시선을 아주 예쁜 손에 옮겼다.용수미를 생각하니, 라예의 눈빛은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할머니는 사실 특별히 좋아하시는 거 없어요. 굳이 말한다면, 아마 그림 그리시는 거?”“그래요.” 인우는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뜻으로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라예는 잠시 멈추다가, 눈빛에 이상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그런데 할머니도 이미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으셨어요.”인우는 라예의 감정이 조금 다운됐다는 것을 예민하게 알아차렸다.“음, 그럼 다음에 내가 라예 씨와 같이 할머니 뵈러 갈게요. 이제 라예 씨 돌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시면, 많이 기뻐하실 거예요.”인우는 고개를 살짝 돌려 라예를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라예는 인우가 말을 할 때, 항상 온화하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줄곧 그녀와 존댓말을 썼다. 그래서 라예는 가끔 의심이 들었다.‘이 사람이 바로 소문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게 하는 육씨 가문의 키잡이라고?’“좋아요.”라예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녀가 보지 못한 곳에서, 인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윽한 눈빛에 부드러움이 가득했다.그 후, 인우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갔고, 두 사람은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에 주월당에 오면서 인우는 라예를 직접 데리고 꼭대기층의 룸으로 갔다. 그곳은 VIP룸으로,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특별한 장소였다. 물론, 주월당의 신비한 사장님 정도는 예외였다.라예는 자신의 맞은편에서 우아하게 차를 끓이고 있는 인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육 대표님이 바로 주월당의 사장님이신가요?”질문이었지만 라예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네.”인우는 라예에게 숨기려 하지 않고, 대범하게 인정했다. 사실 그가
라예는 구역질을 억지로 참으며 계속 물었다.“확실해요?”장명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구 대표, 얼른 마셔.”그는 라예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이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이미 라예에게 푹 빠져버렸다. 그녀는 차가워 보이지만,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완벽한 몸매는 그야말로 차도녀의 전형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세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게다가 그들 자신이 가진 신분과 지위 덕에 어떤 걱정도 없었고, 성예그룹이 자신들과 협력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라예를 더욱 쉽게 협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예는 장명동의 살찐 손에 들린 술잔을 한 번 힐끗 보더니, 실눈을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만약 마시지 않겠다면요?”“안 마셔도 돼. 오늘 밤 우리랑 같이 자면 되지.”왕자민은 갑자기 음탕한 웃음을 짓더니, 노골적이게 대답했다.어두컴컴한 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곧이어 뼛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오히려 당신들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요!”세 사람은 한순간 어리둥절해졌고, 등골이 서늘했는데, 확실히 라예의 목소리에 놀란 게 분명했다.그러나 세 사람은 바로 웃기 시작했다. 힘도 없는 연약한 여자가 어떻게 그들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오늘 밤 세 사람은 라예의 몸을 차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녀가 너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하하하, 이 말은 우리가 너에게 하는 말이겠지?” 장명동은 더 이상 가식을 부리지 않고, 몇 번 크게 웃더니 경박하게 말을 내뱉었다. 심지어 손을 뻗어 라예의 허벅지를 힘껏 꼬집기까지 했다. 라예는 오늘 평범한 오피스룩을 입고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는 파란색 셔츠와 슬림한 검은색 바지를 매치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옷차림으로도 그녀의 우월한 몸매를 감출 수는 없었다. 특히 장명동은 그녀의 곧고 긴 다리를 계속해서 지켜보다가, 참지 못해 손이 근질거렸다.“맞아, 맞아, 1대 3이니, 버틸 수 없는 사람은 너겠지.”“구 대표, 그냥
민효는 그렇게 많은 것을 돌보지 못하고, 문앞에 선 사람들을 헤치며 다급하게 외쳤다.“대표님, 괜...”괜찮냐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민효는 충격에 빠졌다.‘세상에!!!’‘JM 그룹의 그 신비로운 대표님이시잖아?!?!’‘이 분이 여긴 어떻게?’그러나 라예가 멀쩡하게 거기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민효도 걱정을 내려놓았다.다음 순간, 민효는 그제야 자신이 방금 떠밀친 사람들이 뜻밖에도 제일병원의 문 원장과 심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란 것을 발견하였다.놀라서 민효는 벌벌 떨며 얼른 손을 놓았다.“죄, 죄송합니다, 문 원장님, 심태일 도련님.”민효는 그제야 냉정함을 되찾았기에, 문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B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거물들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 옆에 심지어 간씨 가문의 도련님이 계시다니!’‘운 좋게 이 분들을 한꺼번에 만났어.’이때, 민효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망했다. 설마 대표님이 육 대표님의 미움을 산 것은 아니겠지?’그가 한창 생각에 잠길 때, 아직 룸에서 인우에게 팔을 붙잡힌 라예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 뜻밖에도 인우의 눈빛에 영향을 받았다니. 게다가 인우와 만난 횟수는 고작 몇 번밖에 되지 않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거 놔요!”라예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쉬었다. 그리고 내뱉은 말은 마치 얼음처럼 무척 싸늘했다.사람들은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 인우를 보았기 때문에,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인우가 화를 낼 것만 같을 때, 뜻밖에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말 들어요. 이 손 풀어봐요. 그렇게 꽉 쥐면 아플 거예요.”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라예의 귓가에 닿자, 그녀가 꽉 쥐고 있던 주먹이 갑자기 차갑고도 뜨거워지는 듯했다. 라예는 놀라움을 느끼며 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인우를 바라보았다. 인우는 다른 손으로 그녀가 죽을 힘을 다해 잡고 있는 왼손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태일과 나진은 인우의 부드럽지만 어쩔 수 없는 듯한 말투를
나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안경 아래의 검은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인우는 줄곧 그를 보고 있었기에, 자연히 그의 이상함을 발견했다.“왜 그래?”나진은 인우를 상대하지 않고, 그의 품속의 지나칠 정도로 조용한 라예를 바라보았다. 그는 말투가 좀 엄숙했다.“혹시 응고병증 있는 거예요?” 나진은 라예의 손바닥에서 계속 피가 멈추지 않는 것을 보고 이미 확신했지만, 그녀가 이를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인우는 라예를 놓아주며, 깊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라예는 그런 인우를 외면한 채, 나진을 마주 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나진은 조금 놀랐다. 라예가 이렇게 침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응고병증이 있는 사람은 상처를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자신의 상태를 알면서도 자신을 다치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진은 잠시 자리를 떠 다른 약을 가지러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한층 엄숙해졌고, 의사로서 이 복잡한 상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듯 눈살을 세게 찌푸리고 있었다.“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자신을 다치게 한 거죠?” 나진은 라예에게 다시 약을 발라주면서 엄숙하게 물었다. 그리고 그의 질문도 마침 인우 그들이 묻고 싶은 것이었다.“자기 몸을 왜 그렇게도 아끼지 않는 거예요?”“만약 상처가 커서 피를 제때에 멈추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것이라고요.”라예는 그렇게 심각할 정도는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단지 예외일 뿐이었다. 그리고 인우는 그녀가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떨리더니 당황하기 시작했다.“그게요, 선생님, 저도 알아요.”라예는 좀 어색해서 목을 가다듬었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의사가 계속 잔소리하는 거 듣고 싶지 않아.’매번 그녀가 다칠 때마다, 서기찬은 약을 발라 주면서 계속 중얼거렸는데, 모기처럼 앵앵거리며 라예를 귀찮게 했다
“인우가 지금 진심인 거야?”태일은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짚으며 물었다. 나진은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며 굳게 믿었다.“응, 지금 마음이 움직인 게 분명해.”진후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를 넣은 채 반신반의하며 말했다.“진심이었으면 좋겠는데.”다음날, 라예는 머리가 어지러운 채로 힘없이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어렴풋이 깨어나 민효에게 오늘 회사에 가지 않겠다고 문자를 보낸 다음, 또다시 잠이 들었다.얼마 후, 베개 옆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계속 진동을 했고, 고막이 아픈 나머지 라예는 깰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열심히 한쪽 눈을 뜨며 핸드폰을 들고 수신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방금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인우는 라예의 나른한 목소리를 듣자,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의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11시 30분이었다.‘아직도 자고 있다니? 그리고 왜 목소리가 이렇게 이상한 거지?’인우는 가슴이 조여오며 얇은 입술로 말했다. [나예요, 지금 집에 있는 거예요?]라예는 지금 정신이 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또 아프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이것이 누구의 전화인지를 생각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지, 라예는 아무렇게나 응답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전화도 끊지 않았다.인우는 또 라예를 몇 번 불렀지만, 그녀가 대답하지 않고 전화조차 줄곧 끊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전화에서 경미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즉시 일어나 사무실을 떠났다.문준과 지혁은 마침 들어와서 보고하려 했지만, 인우과 황급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고, 심지어 표정은 무척 어두웠으며 걱정까지 어려 있었다. ‘무슨 일이시지?’두 사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인우는 차갑게 분부를 했다.“나진에게 전화해서, 30분 안으로 톰웨스트 오피스텔로 오라고 해.”문준과 지혁은 멈칫했다.‘톰웨스트? 설마 사모님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준이 들어와서 공손하게 두 사람 앞에 서서 말했다.“대표님, 사모님의 문은 이미 다 수리되었습니다.”문준은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또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한 시간 후, 인우는 다시 들어가서 라예의 체온을 측정했는데, 열이 이미 내린 것을 보고, 그는 내색하지 않고 한숨을 돌렸다.“열이 이미 내려갔으니, 깨어난 후에 담백한 죽 같은 거 좀 마시게 해. 그리고 약 먹으라고 하고. 이틀 정도 쉬면 나아질 거야.”나진은 안경을 밀며 차분하게 당부를 했다.“맞다, 나 방금 이곳에 초콜릿과 사탕 같은 것이 많이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 네 와이프는 아마 심각한 저혈당증을 앓고 있을 거야. 피를 흘리지 않는 한, 큰 문제가 없을 거고.”떠나기 전에 그는 또 한 마디 주의를 주었다. 자신이 도울 게 없자, 나진은 병원에 일이 많아서 바로 떠났다. ...라예도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 몰랐다. 어렴풋이 깨어났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3시였다. 그녀는 가녀린 팔로 몸을 받치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라예는 자신의 이마를 만졌지만, 머리가 여전히 좀 어지러운 것 같았고, 다행히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한잠 자고 열이 내려간 것 같아.’잠시 멍을 때리다, 라예는 왼손에 감긴 거즈가 새것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왼손을 한참이나 쳐다보았고, 머릿속에 여러 가지 어렴풋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난 전화를 한 통 받았고, 아직도 자고 있을 때, 익숙한 누군가를 본 것 같아.’ 그러나 당시의 라예는 정말 너무 괴로웠고, 정신까지 흐리멍덩해서 그게 진짜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만약 그게 가짜라면, 누가 약을 갈아준 거지?’라예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방 문이 열렸다.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문앞에 서 있는 남자의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쳤고, 순간, 라예는 멍해졌다.검은색 양복을 입고 키가 훤칠한 인우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이거 꿈인가?’“깼어요? 또 어디 아픈
“난 그럴 사랑 받을 가치가 없어요.”말하면서, 라예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다시 어두워졌다.인우는 그녀의 머리 위에 놓인 손을 살짝 움직이더니, 급히 대답하지 않고 다정하게 라예의 이마에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가볍게 뒤로 넘겨주었다.인우의 넓고 따뜻한 손바닥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라예의 얼굴에 떨어졌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매끄러운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다정한 스킨십에 라예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고, 인우의 온도를 느낀 부위도 무척 짜릿했다.가까이서 보니, 인우의 그윽한 검은 눈동자 속에 심지어 라예의 그림자가 있었는데, 마치 그의 눈에 오직 그녀밖에 없는 것 같았다.인우는 입술을 얇게 움직이며 천천히 말했다.“라예 씨는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어요!”그리고 그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라예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고, 두 손도 이불을 꽉 잡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인우는 다시 라예에게 귀띔을 해주었다.“내가 어젯밤에 한 말을 전부 잊은 거예요, 라예 씨?”라예는 어젯밤 병원에 있을 때를 떠올렸다. 인우는 그녀를 잘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녀더러 자신에게 의지하라고 했다.인우는 라예가 말라서 창백해진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그녀는 연약한 아름다움을 선보였고,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러나 인우는 환자를 괴롭힐 의사가 없었고, 게다가 그도 라예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았다.결국 라예는 근심을 안고 인우를 따라 거실로 갔다.인우는 그녀더러 거실에 잠시 앉으라고 한 후,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갔다. 라예의 집은 개방된 주방이라, 라예는 이렇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인우가 죽 한 그릇을 들고 그녀의 앞에 놓자, 라예는 그제야 시선을 눈앞의 죽으로 돌렸다.“육인우 씨가 만든 거예요?”라예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어,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인우에게 물었다. 그도 부인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나진이가 라예 씨 깨어나면 담백한 죽을 좀 먹어야 한다고 해서요.”라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