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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그녀와 매력만점 남편의 위험한 동거
발칙한 그녀와 매력만점 남편의 위험한 동거
작가: 물고기의 꿈

제1화

구씨 저택.

“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슬미 아가씨가 자살시도를 하셨습니다!”

공포에 질린 비명 소리가 온 저택에서 울려 퍼졌다. 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2층으로 달려갔다.

구라예는 담담한 눈빛으로 2층의 한 방을 잠시 바라보더니,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방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다행히 방이 커서 비좁아 보이지 않았다.

라예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인테리어와 정교한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 방의 주인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조소가 섞인 미소가 번졌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울리자, 가정부 최순자는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회장님, 방금 제가 슬미 아가씨를 깨우러 들어갔는데, 아가씨께서 움직이지 않으시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침대 머리 맡에는 유서와 수면제 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유서?’

‘수면제?’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라예는 그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속으로는 냉소적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구슬미, 정말 애를 쓰는구나.’

침대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남자는 말없이 정신을 잃은 슬미를 조심스럽게 안고 일어섰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깊은 엄숙함이 서려 있었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원으로 가지.”

라예의 옆을 지나칠 때 그는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꿰뚫듯이 노려보며 싸늘히 말을 내뱉었다.

“슬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단호한 발걸음으로 방을 떠났다.

라예는 나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라예의 귓가에 날카롭고 신랄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상대방은 울먹이며 말했다.

“구라예, 너 정말 네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거야? 어쩜 이렇게 독할 수가 있어?”

라예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앞에 서 있는 백선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슬미의 어머니이자, 라예의 새어머니였다.

“자기가 죽으려고 한 건데, 저랑 무슨 상관이 있죠?”

라예는 냉담하게 대답했다.

“이 못난 것! 슬미는 네 언니인데,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구느냐?”

라예의 아버지 구대성은 그녀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라예도 아버지의 욕설에 이미 익숙해진 듯 입가에 웃음을 지었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라예는 고개를 들어 옆에서 지팡이를 짚고 있는 구정식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당당하게 구정식을 마주하며 나른하고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또 절 때리시려고요, 할아버지?”

라예는 구정식이 자신을 얼마나 혐오하고 미워하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으시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시고.’

“우리 가문에 어떻게 너 같이 양심도 없는 게 나타났다니? 너 같은 아이는 우리 구씨 가문의 족보에 오를 자격조차 없다!”

라예는 피식 웃으며, 비웃음 어린 눈빛으로 답했다.

“제가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답답하시면 그냥 족보에서 제 이름 지워버리세요!”

구정식은 라예의 이런 거만하고 공손하지 못한 태도를 가장 싫어했다. 그의 눈빛은 라예를 향한 증오로 가득 차 이를 악물며 협박했다.

“너, 너 정말 겁도 없구나. 만약 네 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너...”

하지만 라예는 구정식의 말을 끊으며 대꾸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저도 같이 죽으라고요?”

라예는 콧방귀를 뀌며 속으로는 구슬미가 이대로 죽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죽는 걸 두려워하고, 가식적인 사람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한다고? 말도 안 돼!’

지난 몇 년 동안 슬미의 연약한 척하는 연기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라예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구슬미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아시나 봐요?”

그녀의 눈빛에선 일말의 동정심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깊은 혐오와 원망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저도 구씨 가문의 딸인데, 왜 매번 구슬미에게 양보해야 하는 거죠?”

라예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으며, 더 이상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구대성이 말했다.

“슬미는 네 언니잖아!”

구정식은 엄숙한 표정으로 호통쳤다.

“왜 네가 양보해야 하느냐고? 넌 네가 그동안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다 잊었니? 언니를 모함하고, 고집을 부리고, 버릇없게 굴었던 것 외에 네가 한 일이 뭐가 있지? 넌 우리 가문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니?”

라예의 눈동자는 깊은 어둠을 띠고 있었다. 그녀의 정교한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싸늘한 느낌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내가 어떻게 이걸 깜박했지? 구슬미는 B시의 다재다능한 재벌 집 아가씨라고 불리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구씨 가문에 적지 않은 명예와 부를 가져다주었지.’

라예는 자신을 비웃으며, 구정식의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구정식은 이어서 말했다.

“너와 진씨 가문의 혼사는 이제 무효다! 그 가문은 절대로 너 같은 딸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라예는 도도한 말투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제가 싫다면요?”

쿵!

구정식은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려치며 주름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넌 거절할 자격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라예는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이런 일은 이미 몇 번이나 겪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고통이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는 슬미는 귀중한 보물이었고, 라예는 그저 짐짝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었기에 라예는 고통과 외로움을 느낄 이유조차 없었다.

구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슬미의 연기에 속아 넘어갔지만, 라예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 어리석었고 눈 앞의 이익만 보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은환... 그렇게 똑똑한 사람조차 구슬미에게 속아 넘어가다니?’

라예는 정말 은환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머리로 대체 어떻게 진씨 가문의 상속자가 된 거지?’

...

제일병원.

라예가 도착했을 때, 슬미는 이미 위세척을 마치고 병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그녀는 병실 앞에서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엿들었다.

“선생님, 제 딸은 괜찮은 건가요? 위급한 상태에서 벗어난 건가요?”

백선희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래, 우리 슬미는 괜찮은 건가? 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한데다 심장병도 있어. 이번 일로 후유증이 남는 건 아니겠지?”

구정식이 물었다.

담당 의사는 이 말을 듣고 머뭇거렸다.

‘심장병이 있다고?’

그러나 의사는 이내 별 생각 없이 답했다.

“안심하세요. 제때 병원에 와서 환자분은 큰 문제 없이 곧 깨어나실 겁니다. 담백한 음식 위주로 식사하시고, 이틀 뒤면 바로 퇴원하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예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의사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서둘러 떠났다. 백선희는 몸을 돌리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라예를 발견했고,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상궂게 변하며 경계에 찬 눈빛으로 라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여긴 뭐 하러 왔니? 우리 슬미에게 또 무슨 짓이라고 하려는 거야?”

라예는 그 말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그 어머니에 그 딸이네! 내가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

“못난 것, 네가 여기에 왜 왔어? 당장 나가! 슬미 병실 더럽히지 말고!”

라예는 욕설만 퍼붓는 아버지의 태도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팔짱을 꼈다.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욕만 먹는 것 같네.’

그래서 라예는 엷은 입술을 열어 비아냥거렸다.

“제가 뭐 하러 왔느냐고요? 당연히 아버지의 소중한 따님께서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보러 왔죠.”

라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낮고 냉랭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구라예!”

라예는 귀를 후비며 고개를 들어 병실 안에 서 있는 진은환을 바라보았다.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고 훤칠하고 웅장한 체격으로 슬미의 침대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공주를 지키는 왕자 같아 보였다.

‘아, 아니지... 이 사람은 원래 왕자였지...’

하나님은 은환에게 훌륭한 가문뿐만 아니라 정교하고 잘생긴 얼굴까지 선물했다. 단정한 이목구비에 오뚝한 콧날, 짙은 눈썹과 큰 눈, 하얀 피부까지. 게다가 그의 행동은 하나하나 모두 우아해 그야말로 신사였다.

‘구슬미가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도 당연하지.’

은환은 긴 다리를 움직여 문 앞까지 다가와 라예의 손을 잡고 그녀를 병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리고 라예의 손을 떨쳐낸 후, 그녀가 정신을 차리길 기다리며 차갑게 말했다.

“라예야, 슬미는 네 언니야.”

라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은환을 주시했다.

‘또 그 말이군. 다들 나한테 이 말밖에 할 줄 모르는 건가?’

라예는 콧방귀를 뀌었다.

“언니?”

은환은 라예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놀라 잠시 멍해졌다.

라예의 정교한 얼굴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변했다. 마치 설산 위에 피어난 흰 눈꽃처럼 깨끗한 동시에 한기를 뿜어내는 그녀는 한층 더 매혹적이었다.

은환은 라예가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슬미보다 훨씬 더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강한 성격과 도도한 태도가 늘 걸림돌이었다.

라예의 날 서린 목소리가 은환의 귀에 꽂혔다.

“동생 약혼자 빼앗는 언니 본 적 있어? 제부를 빼앗으려는 내연녀를 언니라고 부르라니! 말도 안 되지. 난 절대로 인정 못 해!”

“라예야, 나랑 슬미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난...”

은환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려 했지만, 라예는 그의 말을 끊어버렸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됐고, 나한테 이런 쓸데없는 말할 필요 없어. 두 사람 진심이든 아니든 관심 없으니까.”

은환은 라예가 상처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았어. 그럼 말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우리 결혼은 반드시 취소해야 해.”

“싫다면?”

라예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은환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라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줄곧 그녀를 여동생으로 여겼고,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언제나 슬미였다.

“라예야, 난...”

은환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라예는 그의 말을 또다시 가로막았다.

“이 결혼 취소하고 싶으면, 구슬미한테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그러면 나도 두 사람의 그 더러운 사랑 축복해줄 테니까.”

라예의 말이 끝나자 은환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의 눈빛은 차갑게 변하며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라예야, 잘못한 건 너지, 슬미가 아니야. 네가 사과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슬미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니. 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어렸을 때부터 슬미는 널 보호하고 애썼는데, 넌 뭘 했어? 매번 슬미를 죽을 위기에 빠뜨렸고, 심지어 사람을 시켜 슬미의 몸을 더럽히려 했어. 너 정말 일말의 양심도 없는거야?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고.”

“이번에 자살을 시도하면서도 슬미는 편지에 널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어. 이 일은 너와 상관이 없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넌? 잘못을 조금도 뉘우치려 하지 않으면서 큰소리를 치다니. 정말 실망이다, 구라예.”

라예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마음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편지에 내 이름을 언급했다고? 구슬미다운 짓이네. 연약하고 착한 척하는 게 바로 구슬미 주특기지.’

“왜, 못하겠어? 그럼 됐어. 어차피 죽을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라예는 은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느긋한 태도로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이런 대화가 진절머리 나기 시작했다.

‘이런 말들 나도 이제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어.’

은환은 라예의 무심한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너 언제 이렇게 차갑고 무정한 사람이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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