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식사가 끝날 때 형수가 상황을 완전히 장악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나도 형수에게서 카리스마 있는 면을 보았다.예전에 나는 줄곧 형수가 가정주부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야 형수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형수가 왕정민을 바라보며 계속 차갑게 말했다.“애교와 이혼하는 것은 문제없지만, 애교에게 줘야 할 것은 한 푼도 차이 나서는 안 돼요.”애교 누나는 형수가 저를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눈시울을 붉힌 채 형수를 바라봤다.그러자 남주 누나도 맞장구치며 일어서서 말했다.“맞아요, 이혼은 해야 하지만 회사 주식의 절반을 애교에게 나눠줘야 해요.”“애교 누나, 뭘 망설이고 있어요? 얼른 계약서 꺼내지 않고요?”나도 얼른 애교 누나에게 귀띔했다.그러자 애교 누나는 서둘러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 왕정민 앞에 내놓았다.“이건 집 명의변경 계약서이고, 이건 회사 주식 양도 계약서야. 지분은 50대 50.”왕정민은 눈이 빨개져서 쳐다보지도 않고 계약서를 모두 찢어버렸다.“이애교! 꿈도 꾸지 마! 회사는 내가 힘들게 일궈낸 것이고, 내가 직접 경영한 것인데 무슨 이유로 너에게 반을 나눠주겠어?”애교 누나는 순간 너무 역겨워 참다 못하고 왕정민의 뺨을 때렸다.“사람 참 뻔뻔해. 어떻게 그런 말을 수 있어? 그때 내가 아니었다면 회사 차릴 수나 있었어?”왕정민은 워낙 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의 공은 깡그리 무시하고 오히려 이기적으로 말했다.“맞아, 회사의 창업 자금은 당신이 방법을 생각해 주었지만, 이후의 모든 일은 모두 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은 거야. 힘들게 회사를 여기까지 성장시켰고, 나로 인해 지금 좋은 삶을 살 수 있었던 거잖아. 당신이 다른 사람과 결탁해서 나를 속일 줄은 정말 몰랐어!”왕정민처럼 이기적이고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든 완전히 어불성설이었다.애교 누나는 이제야 자신이 여태껏 어떤 남자와 살았는지 깊이 깨달았다.심지어 너무 억울해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난 젊고 힘이 세기에 뚱뚱한 중년 남자인 왕정민은 전혀 내 상대가 아니다.왕정민이 덤벼들었을 때 나는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러자 곧이어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그제야 형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형수가 방금 나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곧이어 왕정민에게 삿대질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냥 빨리 가지 그래요. 여기에 그쪽 반기는 사람이 없어요. 만약 여기서 더 소란을 피운다면 그때는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내 말에 왕정민은 피가 멈추지 않는 코를 틀어막으며 떠났고 소민도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 도망쳤다.좀 벌레 같은 사람이 사라지자 방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다들 기진맥진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특히 애교 누나는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져 있었고 두 눈은 빛을 잃은 듯 텅 비었다. “애교야, 너 괜찮아?”남주 누나가 걱정하며 물었다.그도 그럴 게 애교 누나의 상태가 너무 이상했으니.“괜찮아, 조금 쉬면 돼.”“그럼 내가 부축해 줄까?”“응.”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를 부축해 자리를 떴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애교 누나의 상태가 마음에 걸렸으니까. 애교 누나는 사실 큰 문제가 없었다. 그저 방금 싸운 상태라 마치 온몸의 에너지가 방전된 듯했다. 심지어 기진맥진해서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것도 어느 정도 이해됐다.어떤 부부든 이혼할 지경에 이르면 모두 비슷할 거다.그저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고 해서 그 친절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사이가 틀어지기만 하면 결국 사람들은 자신만 생각하니까. “애교 누나, 저는 오히려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누나도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 없고 왕정민한테 연기를 할 필요도 없잖아요. 이제 드디어 진짜 누나의 삶을 살 수 있잖아요.”이것은 내 진심이었다. 애교 누나가 힘없이 말했다. “말은 그렇지만 실패한 결혼은 여자에게 불공평한 일이에요.
형은 형수의 눈을 피하며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형수는 물러서지 않고 형에게 답을 요구했다. “그 일은 정말 나와 상관없어. 자기는 내 아내야. 내가 어떻게 왕정민더러 자기를 다치게 하는 일을 시킬 수 있겠어?”곰곰이 생각한 형은 끝내 인정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도 그럴 게,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니까. 형의 집, 차, 등 모든 재산은 형수가 쥐고 있기에 만약 형수가 형을 빈털터리로 내쫓는다면 형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혼인 관계를 만류할 선택지는 아예 없었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다. 거대한 이익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한다. 형수는 형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그 전에 형수는 줄곧 형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형의 허락 없이는 왕정민이 그렇게 대담하게 행동하지 못했을 거니까. 하지만 형이 무릎 꿇고 눈물 콧물 흘리며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형수의 마음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일은 정말 동성과 아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고.하지만 형수의 마음속에는 또 한 가지 의혹이 있었다. 왜 형이 평소 혼자 해결할지언정 저를 건드리지 않는지.“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대로라면 우리 애는 어떻게 가지겠어? 아이가 없다면 우리의 결혼 생활이 안정될 수가 있을까? 오래 갈 수 있을까?”“진동성! 난 한 번도 당신 싫어한 적 없어. 설마 당신은 내가 싫어졌어?”형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형이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그때 형이 급히 설명했다. “내가 자기를 만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 난 지금 자기를 마주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반드시 다른 여자를 상상해야만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이렇게 한다고 해도 느낌이 강렬한 것도 아닌 데다 자기가 자꾸 욕해서 상처받았어. 이럴수록 힘이 달리는 느낌이야. 나도 무심코 발견했는데 스스로 영상을 볼 때는 아무런 문제도
그러자 형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래, 내일 같이 가보자.”나는 열 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내가 돌아왔을 때 형과 형수는 이미 자고 있었다. 그걸 보니 나는 왠지 마음이 뿌듯했다. 이것은 형수가 이미 형을 용서했고, 형과 형수이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사실 나도 형과 형수가 이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오히려 형이 잘못을 뉘우치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이날 밤, 나는 전과 달리 잠을 푹 잤다. 그러나 왕정민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호텔로 돌아온 왕정민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결국 감정을 토로할 곳이 없어 소민에게 화를 냈다. 심지어 하룻밤에 소민을 일곱, 여덟 번이나 괴롭히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가만두지 않았다. 소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순순히 협조할 뿐이었다. “수호! 진동성! 고태연! 이애교! 최남주!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너희가 나를 가만두지 않으면 나도 너희들을 못살게 괴롭힐 거야!”“감히 편을 먹어 나한테 엿을 먹여?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줄 거야!”왕정민이 가장 먼저 겨냥한 사람은 바로 나다. 다음 날.사직서를 제출하려고 출근한 나는 진료실에서 부민규를 마주쳤다. 나를 보자마자 민규는 깨 고소해하며 비아냥거렸다.“정수호, 넌 잘렸어. 빨리 짐 챙겨서 꺼져버려.”생각할 필요도 없이 왕정민이 한 짓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나간다고 해도 진료실 자리는 너한테 차려지지 않아, 애송이야!”민규의 안색이 급히 어두워졌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내 실력이 너보다 못하니 평생 진료를 보지 못한다 이거야?”“맞아, 그 말이야.”나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러자 민규는 화가 나서 반박했다.“내 의술이 너보다 못하다는 건 어떻게 장담해? 어쩌면 내가 너보다 잘할 수도 있어!”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삼류 지잡대 출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쪽팔리지 않아?”“원래 네 약점을 들추고 싶지 않았는데 굳
마동국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이라는 말 못 들어봤나? 남자는 나이가 많든 적든 미녀를 보기 좋아해.”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적당히 봐요. 어쨌든 마 교수님이 한의과의 탑인데 교수님이 근무 중에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을 환자가 보기라도 한다면 이미지에 안 좋아요.”나의 말을 들은 마동국이 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가 오기 전에 한의과에는 일주일에 환자가 몇 명 오지도 않았었네.”“자네가 온 후에 한의과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거야. 그런데 자네마저 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그래서 내가 영상을 보든 말든 상관할 사람이 없다네.”“사실 한의사가 완전히 답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인터넷을 보면 현재 일부 지역의 한의사가 인기가 있잖아요?”“직접 나서서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면 다시 한의사의 시대가 올 거라고 믿어요.”마동국이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수호 씨, 자네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좋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이제 늙어서 할 수가 없어. 아참, 그러고 보니 여기서 떠나면 갈 곳은 있나?”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그럼 내가 소개해 줄까?”나는 믿기지 않아 눈을 둥그렇게 떴다. “왜요? 전 항상 교수님께 맞섰는데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거예요?”동국이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맞섰다고? 나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젊은이가 어느 정도 성격이 있는 건 정상이야. 전제는 반드시 실력이 뒷받침해 줘야지. 만약 자네가 민규와 같았다면 난 자네를 가만두지 않았을 거네.”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예전의 자신이 망나니였다고 느껴졌다. 마동국은 지금까지 나를 겨냥한 적이 없었는데 난 줄곧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걸 인지하니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왜 이제서야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까?’어쩌면 이게 인생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원래 어느 정도의 아쉬움은 남아야 하는 거니까.
분명 왕정민이 손을 쓴 게 틀림없다.병원에서 나를 해고하게 한 것도 모자라 비방하기까지 하다니.‘비겁하긴.’“마음대로 생각해요. 그림자가 비뚤었다고 사람도 비뚠 건 아니니까.”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말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려 할 때, 지은이 먼저 떠나버렸다.하지만 인사팀에서 수속을 마치고 떠나려 할 때 하필이면 또 지은을 만나버렸다.이번에 지은은 혼자가 아니라 웬 낯선 남자한테 몰려 구석에 서 있었다.“지은아,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상대가 지은의 남자 친구 여준휘라는 걸 알았다.예전에 지은이 남자 친구가 집에 다른 여자를 들였다가 현장을 잡혔다고 했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당연한 건데, 여기까지 달려와서 용서해달라고 하는 걸 보니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싫어 뒤돌아 다른 쪽 계단으로 올라갔다.이제 막 두 걸음 정도 걸었을 때, 갑자기 지은이 버럭 소리치는 게 들렸다.“여준휘,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이거 놔.”“싫어. 나 용서해주지 않으면 손 안 놓을 거야.”남자는 뻔뻔하게 말하면서 지은을 안고 입까지 맞추려 했다.그러자 지은이 상대의 뺨을 때리며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그런 짓을 했으면서 용서해달라고?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해?”“그래! 아가씨 좀 데려다 놓았다. 세상 남자들 중에 여자 밝히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어? 그런데 그건 그저 논 것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라니까.”여준휘는 펄쩍 뛰며 소리쳤다.그 말을 들으니 너무 놀라웠다.사람이 얼마나 뻔뻔하면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으면서 또 다른 여자한테 사랑을 속삭이다니.아니나 다를까 지은도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다.“그 더러운 손 치워. 역겨우니까. 지금은 너만 봐도 역겨워. 당장 꺼져!”“왜? 설마 너도 딴 남자 생겼어? 안 그러면 이렇게 단호할 리 없
하지만 지은의 쓰레기 전남친은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고 계속 지은을 괴롭혔다.“그래, 내가 너한테 미안한 짓 했고, 너도 나한테 미안한 짓 했으니 이제 쌤쌤이겠네?”남자의 말을 들으니 지은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나 또한 너무나도 내 가치관을 벗어나는 말을 들으니 놀라웠다.‘와, 이렇게도 할 수 있다고?’이건 너무 말도 안 되잖아.지은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 시선을 돌려보니 아예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심지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웃느라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그걸 본 준휘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헤실 웃으며 말했다.“지은아, 지금 나 용서해주는 거지? 역시 너밖에 없어.”짝!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지은은 준휘의 손을 쳐내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용서? 웃기고 자빠졌네! 난 네가 싫고 역겹고 짜증 나서 네가 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예 세상에서 사라져서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준휘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꼭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거야? 나를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거야?”“됐으니까 그만 말하고 당장 꺼져. 더 이상 너 보고 싶지 않으니까.”지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는지 귀찮은 듯 말했다.그때 준휘가 지은의 손을 덥석 잡았다.“너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 그놈 때문이지?”“내가 누구랑 만나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당연히 상관 있지. 우리 아직 정식으로 헤어진 거 아니야. 그럼 넌 아직도 내 여자 친구인 거고.”“저기 비켜. 누가 내 남자 친구라는 거야? 네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 물질적인 걸 해줬어? 사랑을 줬어? 아니면 옆에 있어주길 했어? 뭐 하나 나한테 해준 거 있어?”지은은 말하면서 점점 흐느끼기 시작했다.“여준휘, 애초에 너를 좋아한 것 자체가 내 눈이 삐었던 거야. 인성은 쓰레기에 여자 등골이나 빼먹는 남자가 뭐가 좋다고.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네가 일자리를 몇 번이나 바꿨는지 알아? 바뀔 때마다 내가 너 뒷바라지했어. 그동안 내가 뭐든 해주니까 습관 됐지? 당연한
지은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바람을 피우는 것조차 이 남자의 끝이 아니었다. 이 남자는 애초에 도덕적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우웩!”그녀는 너무 역겨운 나머지 속마저 뒤번저졌다.하지만 준휘 안타까워하기는커녕 눈치 없이 물었다.“왜 그래? 설마 임신한 건 아니지? 설마 그놈 거야?”결국 지은은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지은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 준휘한테 복수한 건 맞지만 안전하게 조치했다.이건 임신이 아니라 준휘가 너무 역겨워서 생긴 생리 반응이다.그런데 그 반응을 보고 또 이렇게 쓰레기 같은 말을 하다니.지은은 준휘한테서 벗어나려고 거짓말을 했다.“그래, 맞아. 나 임신했어. 네 아이 아니야. 너 남의 자식 기르고 싶지 않지? 싫으면 꺼져.”그 말을 들은 준휘는 갑자기 웃었다.“그래, 좋아. 그럼 나한테 돈 줘, 바로 사라져 줄게.”“무슨 염치로 돈 달라는 거야? 네가 나 먼저 배신하지 않으면 나도 이런 방식으로 너한테 복수하는 일도 없었을 거잖아.”“밖에서 좀 논 거 갖고 그런 것도 못 하게 하면 나중에 나더러 어떻게 큰일을 하라는 거야?”“큰일 하는 거랑 바람피우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사람이면 좀 염치가 있어. 너도 대학 나왔잖아. 그동안 배운 건 어디 던져버렸어?”지은은 준휘와 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준휘가 이기적인 사람인 데다 무식하기까지 하고, 심지어 그동안 자신이 완전히 눈이 삐어 사람을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에 반해 준휘는 저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마음대로 말해. 난 그딴 거 상관없으니까. 다 네가 선택한 거잖아. 이제 와서 누굴 탓해? 내가 계속 일자리 바꾼 건 더 나은 걸 찾기 위해서야. 그리고 내가 뒷바라지해달라고 했어? 네가 스스로 했으면서 왜 나를 탓해?”“난 네가 마음 쓰여서 돈 줬던 거였어. 그런데 이제는 그게 내 탓이라고?”“그래, 네 탓이지! 네가 자꾸 뒤에서 밀어주고 잘났으니까 나도 계속 더 우수하고 너랑 어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