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걸 보고는 바로 무시했다.하지만 임화영이 연달아 몇 번이나 친구 구가를 해왔다.그러다가 내가 계속 무시하자 화가 난 듯 버럭 화를 냈다.“정수호라는 사람 대체 뭐야? 내가 친구 추가를 세 번이나 신청했는데 왜 통과하지 않지?”주해진은 술을 마시며 말했다.“바쁜 거나 못 봤나 보지.”“그런데 1시간에 한 번씩 보냈단 말이야. 아무리 바빠도 핸드폰 볼 시간도 없어?”임화영은 내가 일부러 그런다고 확신했다.그때 주해진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이런 방법을 사용하려면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 너 내 여자야. 다른 놈 꼬시기 전에 내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봤어?”임화영은 다급히 애교 부렸다.“꼬시는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마음껏 주무르려고 그런 거야. 남자는 여자한테 마음을 빼앗기면 아랫도리로만 생각해.”“그 세 명 걱정된다며? 내가 그렇다고 매일 그 가게에 붙어있을 순 없잖아. 우리한테 소식을 전해다 줄 사람을 만들면 좋은 거 아니야?”주해진은 임화영을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그런데 질투 나. 오늘 밤 어떻게 보상해 줄 거야?”임화영은 눈빛으로 프라이빗 룸을 가리켰다.“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상해 줄게.”주해진이 시작하려고 할 때 임화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내가 친구 추가를 동의한 거라고 확신하며 핸드폰을 꺼내던 임화영은 흠칫 놀랐다.“우리 남편이야!”알고 보니 임화영과 주해진은 부부가 아니었고 두 사람이 각자 가정이 있으면서 바람을 피우는 상태였다.“남편이 당장 집에 오래. 아이가 나 찾는다고.”임화영은 다급히 짐을 정리했다.그 순간 주해진은 언짢은 듯 기분이 팍 상했다.“오늘 밤은 나 보상해 주기로 했잖아. 이게 보상이야?”임화영은 다급히 주해진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아잉, 왜 그래? 나 지금 집에 안 가면 들켜. 우리 사이 들키고 싶어?”두 사람이 얘기하던 그때 주해진의 핸드폰도 갑자기 울렸다.주해진이 꺼낸 핸드폰에 화면에 ‘마누라’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가 봐. 나중에 나 몇 배로 보상해
돌다리도 두르려 보고 건너야 한다고 나는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나는 차에 오르자마자 민우에게 문자 했다.[너 잠시 돌아가지 마. 이따가 가게로 다시 가 봐. 무조건 인기척 내지 말고 몰래 확인해. 다른 사람이 너를 보지 못 하게.]민우는 곧바로 내 뜻을 알아차렸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나는 내 의심을 민우에게 말했다.그러자 민우는 곧바로 나에게 답장했다.[알았어. 지금 당장 돌아가서 확인할게.][조심해. 정 안 되면 도망치고.][알았어.]나는 이 모든 게 내가 너무 예민했던 것이었기를 바랐다.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차 안에서 잠시 더 관찰하기로 했다.그렇게 심 몇 분 동안 확인했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해 나는 내가 너무 예민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민우가 이미 가게로 돌아갔으니 마음 놓고 이 선생님 집으로 출발했다.이 선생님은 나를 보자 매우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왔나? 우리 딸이 요즘 매일 자네를 찾으며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네.”“네?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이다연은 전에 이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다.이 선생님은 아무 설명도 없이 딸의 방문을 두드렸다.“다연아, 수호 오빠 왔어. 문 열어!”이다연은 순식간에 문을 열었다.“왜 이제야 와요? 얼른 들어와요. 계속 점수 좀 올려줘요.”이다연은 나를 방 안으로 끌어들이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다.사실 이다연은 게임이 목적이 아니라 나와 단둘이 있고 싶어 했다.그런데 내가 왔으니 오늘은 단둘이 오래 있을 생각이었다.나는 그런 이다연의 마음을 모르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이다연의 맥을 짚어 보았다.“다행이네. 상태가 많이 안정됐네. 그런데 왜 이 선생님이 요즘 네가 밥도 못 먹고 잠도 안 잔다고 하는 거야?”이다연의 속내를 모르는 나로서는 의사의 각도로 문제를 볼 수밖에 없었다.이다연은 내 손을 덥석 잡았다.“오빠가 나 데리고 게임하지 않아서 그렇잖아요. 혼자서 너무 심심해서 막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요.”“게임은 단지 오락 행위일 뿐이지 네
이다연은 반항심이 너무 강했기에 나는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왜? 놀 기분 아니야? 그럼 게임하지 말고 요즘 뭐 했는지 대화할까?”이다연은 침대에 엎드려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예기할 거 없어요. 친구도 없는데요, 뭘. 그냥 매일 먹고 자는 것뿐이에요.”“그래? 역시 심심했겠네. 혹시 뭐 해볼 생각 없어?”나는 계속해서 대화를 유도했다.그때 이다연이 갑자기 나를 발로 걷어찼다.“싫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까 가요. 앞으로 오빠도 안 만날래요.”“그래. 그럼 갈게.”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척하면서 이다연의 반응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이다연은 내가 가려고 하니 벌떡 일어나 앉았다.“정말 가려고요? 이젠 나 상관 안 할 거예요?”나는 자리에 서서 이다연을 바라봤다.“나도 상관하고 싶은데 네가 협조 안 하는데 어떡해? 난 너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넌 나한테 흑심이나 품고. 그러면 돼 안 돼?”나는 이다연의 마음을 단번에 들추었다.이럴수록 숨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대놓고 얘기해서 직접적으로 문제를 직면하게 하고 이런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사람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누구나 이런 일에 부딪히기 마련이니까.이다연의 얼굴은 단번에 빨개지더니 내 눈을 피했다.“어, 어떻게 알았어요?”“네가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나는 이다연의 핸드폰을 주워 돌려주면서 말했다.“나도 너처럼 아무것도 몰랐던 적이 있어. 넌 지금 너무 자신을 꽁꽁 숨기고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 데다 평소에 가족과도 대화를 안 해서 부모님 사랑이 고프고 관심받고 싶을 때야.”“그래서 다른 사람이 조금만 잘해줘도 그게 사랑이라고 오해해.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네가 깨닫지 못한 것뿐이야.”이다연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난 오빠 사랑해요. 오빠를 만나지 못하면 잠도 못 자요.”“난 어릴 때 집이 가난해서 다른 남자애들이 갖고 노는 총 장난감을 보고 나도 갖고 싶어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나한테 권총 장
“사실 다연이 좋은 아이예요. 평소 소통을 많이 하세요.”내가 이 선생님과 얘기하고 있을 때 민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는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봐 다급히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수신 버튼을 누르자마자 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호야, 네 말이 맞았어. 그 사람들 뭔가 문제 있어.]“혹시 무슨 일 있어? 넌 괜찮아?”[난 괜찮아. 그 사람들이 문제지. 그 자식들이 우리 가게 문 앞에 쓰레기 테러랑 똥 테러를 했어. 내가 소리를 듣자마자 뒤로 돌아 겁줬더니 소리 지르며 도망쳤어.]“사람은 잡았어?”[한 놈만 잡았어. 지금 가게에 묶어 놨어. 이 사람들 누가 보낸 것 같아?]“연승호야.”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민우는 내 대답에 놀란 듯 물었다.[어떻게 알았어?]“나 지금 당장 갈게. 너도 조심해.”나는 민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추측할 필요도 없었으니까.임천호는 그렇게 유치하고 비열한 수단은 쓸 리 없고 주광덕은 아직 내가 천수당 사람이라는 걸 모르니, 남은 건 연승호뿐이었다.연승호는 전에 나한테 당했으니 절대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다. 그 때문에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복수한 것일 테고.이건 역시나 막무가내 재벌2세가 생각할 법한 방법이긴 했다.다만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덜미를 잡혔을 뿐이다.나는 이 선생님 내외와 작별하고 곧바로 천수당으로 향했다.남자는 민우한테 입이 틀어 막힌 채로 묶여 있었다.“저 자식 불었어?”“다 불었어. 이렇게 돈 받고 일하는 놈들은 깡다구도 없어. 겁 좀 주니까 바로 불던데.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모두 녹화했어. 연승호가 또 아니라고 잡아뗄까 봐.”영상을 확인했더니 놈은 역시나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영상 증거도 인고 증인도 있으니 일은 많이 쉬워졌다.“가자. 연승호 찾으러.”“늦었는데 그 자식이 아직도 가게에 있을까?”“큰 공을 들여서 이 짓을 준비했으니 분명 직접 지켜볼 거야.”민우는 내 말을 듣더니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 말했다
여준휘도 사실 무서웠다.우리한테 증인과 물증 모두 있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연승호에게 또 혼나는 건 당연했다.결국 여준휘는 연승호의 다리를 잡고 애원했다.“도련님, 전 안 돼요. 저는 힘도 없고 백도 없는데 정수호 저놈이 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도련님이 나서주세요.”연승호는 당장이라도 여준휘를 차버리고 싶었다.평소에 쓸모없는 것도 모자라 중요한 타이밍에도 실수했으니. 이제는 도망치고 싶어도 나와 민우가 이미 문 앞에 도착해 노크하고 있는 탓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그 시각.“수호야. 연승호가 문 열까?”민우는 문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안 열면 차라리 더 좋아.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되니까. 증거도 있는데 무서울 거 뭐 있어?”어찌 됐든 연승호는 이번에 도망칠 수 없다.연승호도 계속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다.그 순간 나는 우리가 잡은 높을 발로 걷어차 우리 넘어뜨렸다.“네 사람이야!”연승호는 겉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 사람이라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데?”“계속 잡아떼. 이 자식이 이미 다 불었어. 네가 우리 가게 앞에 쓰레기 터러와 똥 테러를 해서 우리 가게 이미지를 망치라고 지시했다고. 여기 영상 증거도 있는데 볼래?”민우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재생했다.영상 속에서 놈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걸 확인한 연승호는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내가 지시했다고 하는데 증거 있어? 이 개자식이. 너 지금 나 모함하는 거지?”연승호는 말하면서 민우에게 달려들어 일부러 과장된 동작으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그 순간 나는 얼른 민우를 뒤로 잡아끌었다.연승호는 때리는 척하면서 기회를 노려 민우 핸드폰을 뺏으려는 수작이었다.민우도 그걸 눈치채고 신속히 연승호와 거리를 두었다.“연승호, 증거 인멸하려고? 잘 들어. 소용없어. 이 자식이 네가 송금한 기록까지
“두 번째도 있어?”연승호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반박했다.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계속 그러면 세 번째, 네 번째도 있어.”“너... 알았어. 말해. 두 번째는 뭔데?”연승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나는 얼른 말을 이었다.“너도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우리 두 가게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연승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협력?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왜 안 되는데?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많이 먹으면 몸이 안 좋아질 수 있잖아. 그럴 때 우리 한약과 너희 레스토랑 음식을 조합해서 먹게 하면 얼마나 좋아. 너도 그렇게 세트로 팔면 더 좋지 않아?”“그러면 너희 레스토랑도 장사가 더 잘 될 테고 고객들 건강도 좋아지고 서로 좋잖아. 심지어 이걸 너희 가게 특색으로 밀 수도 있잖아!”연승호가 비록 세상 물정 모르고 귀하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기에 바로 반박했다.“우리를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솔직히 너희 좋은 짓이잖아. 난 싫어.”“싫다면 너희 가게 손해지. 난 상관없어. 네가 협력 안 하면 난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 그만이니까.”나는 질척거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이놈은 돌려줄게. 첫 번째 요구만이라도 잘 기억해. 두 번째는 생각해 보고. 우리 천수당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까.”말을 마친 뒤 나는 민우와 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레스토랑을 나섰다.우리 손에는 연승호의 범죄 증거가 있기에 걱정될 건 없었다.게다가 두 번째는 사실 내가 현장에서 바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돈 벌 루트가 있는데 벌지 않는 건 바보나 다름없다.인정하기 싫지만 푸른솔 레스토랑은 평판이 좋아 고객이 꽤 많다. 만약 우리의 한약과 이곳 음식을 결합한 음식이 나온다면 그건 분명 이곳 특색이 될 수 있을 것이다.푸른솔 레스토랑에서 나온 민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쉽게 저 자식을 주무를 수 있단. 너무 쉬운 거 아니야?”“아직 경계를 늦추긴 일러. 연승호는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
“수호야. 방금 왔는데 또 어디 가려고?”샤워를 마치고 온 민우는 내가 다시 나가려고 하자 걱정스레 물었다.나는 신발을 신는 와중에 민우를 흘끗 보며 대답했다.“일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 너 먼저 자. 기다릴 필요 없어.”“알았어. 일찍 돌아와.”민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우리 셋은 늘 이렇게 잘 맞다. 서로 믿기 때문에 묻지 말아야 할 건 눈치껏 묻지 않지만 정말 일이 있을 때는 모두 함께 하는 게 우리 사이의 국룰이다.나는 얼른 차를 몰고 주광덕이 사는 동네로 향했다.동네에 도착해 경찰차를 본 순간 나는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주광덕은 역시나 함정을 파놓고 우리를 기다렸던 거였다.나는 현성의 상황을 몰랐지만, 현성의 차가 아직 아래에 있는 걸 봐서 이미 위층으로 올라갔다는 뜻이었다.나는 현성에게 문자를 보내 절대 위협을 가하거나 돈을 빼앗았다는 걸 인정하지 말라고 알렸다. 그러고는 나도 이미 아래층에 도착해 방법을 생각하는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그 시각, 현성은 위층에서 경찰의 심문을 받고 있었다.현성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내 문자를 보자 서서히 걱정을 내려놓았다.“다시 묻겠습니다. 이 2천만 원은 어디서 났죠?”현성은 가슴을 쭉 펴고 큰 소리로 말했다.“저 사람이 준 거예요.”“그런 일 없어요. 난 저 사람 모르는데 어떻게 그리 큰돈을 그냥 주겠어요? 형사님, 저 사람은 강도예요. 당장 잡아가세요.”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현성은 당장 반박했다.“강도요? 당신이 직접 문 열어준 거 잊었어?”“그리고 보시다시피 제 몸에 문을 따고 들어올 만한 도구가 있나요? 없잖아요. 도구도 없는데 어떻게 강도예요?”주광적이 말했다.“나를 협박한 거잖아. 나는 나이 많은 늙은이고 그쪽은 건장한 젊은이니까 나를 해칠가 봐 돈을 준 거라고.”“형사님, 나 정말 저 사람 몰라요. 제발 잡아가세요.”주광덕은 진작 함정을 파고 우리를 기다렸다. 그런데 현성은 정말 그 함정에 빠지고 만 거였다.현성은 얼굴이
그런데 오늘 현성만 잡힐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때문에 지금으로서 주광덕에게 선택지라고는 나와 서윤기와 척지거나 진술을 바꾸거나 두 가지뿐이었다.잠시 속으로 저울질하던 주광덕은 결국 전 자를 선택했다.“아니에요. 이 사람이 거짓말하는 거예요. 이 둘이 한패예요. 난 이 두 사람 몰라요.”현성은 나를 보며 어떡하냐는 눈빛을 보냈다.나도 주광덕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다급히 주광덕의 혈자리를 누르며 다시 물었다.“삼촌, 내 얼굴 제대로 봐요. 나 정말 몰라요?”주광덕은 혈자리가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방에서 요염한 여자가 걸어 나와 이상한 눈빛으로 방 안을 둘러봤다.그 틈에 주광덕은 몸을 버둥대며 나를 밀어냈다.“이 사람이 내 아내예요. 여보, 자기가 말해 봐. 이 사람들 강도 맞지?”나와 현성은 순식간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하지만 여자는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와 내 팔짱을 끼며 놀라운 대답을 했다.“여보, 이 사람 당신 조카잖아요. 잊었어요?”여자의 답변에 나와 현성마저 어리둥절해졌다.다행히 경찰의 고비는 넘겼다.두 경찰은 주광적을 훈계조치하고 바로 떠났다.경찰이 떠난 뒤 주광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왜 그래? 저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바보예요? 상대가 돈을 돌려줬는데 아무리 경찰에 신고해도 하루 정도 잡혀 있다 바로 풀려날 텐데. 나중에 저 사람들이 나오면 그땐 어떡하려고요?”여자는 주광덕보다 더 주도면밀했다.주광덕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네. 그래도 어떻게 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 저 사람들이 맨날 와서 돈 뜯어내는 거 난 더 이상 못 참아.”“오늘 가게 매출 바닥 났다고. 내가 뭐 부자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저 사람들한테 돈 갖다 바쳐?”주광덕은 가게 매출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 뒤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그 말에 여자가 주광덕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설마 성공해도 남 덕분, 실패해도 남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하지만 뒤에 아무 사람도 없었다.“형수, 지금 저 놀린 거예요?”“아니에요. 정말 사람이 있어요.”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봤다.“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만 겁줘요. 제가 뭐 한대요? 그냥 이불 좀 덮어주려는 건데 뭘 그렇게 놀라요? 이러다 나 심장 떨어지겠어요.”나는 말하면서 형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형수는 입을 가리며 싱긋 웃었다.형수의 모습을 보니 나는 형수가 어제 나와 남주 누나가 너무 높은 소리로 떠들어댄 걸 혼내려는 것이라고 확신했다.나는 형수의 겨드랑이를 마구 간지럽혔다. 형수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마구 웃어댔다.그때 뒤에서 갑자기 불빛이 번쩍거렸다.흠칫 놀란 나는 침대에서 내려 신발도 신지 않고 뒤를 돌아봤다. 멍하니 돌아본 내 눈앞에는 고아연이 서 있었다.고아연은 사진을 찍은 뒤 피식 웃었다.“계속하지 왜? 내가 없는 사이 우리 언니한테 뭘 하려고 했지? 그런데 왜 내가 오니 왜 그만두는데? 겁나?”“귀신도 아니고, 왜 소리를 안 내요?”나는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방금은 정말 너무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고아연은 그런 나를 보고 깔깔 웃어댔다.“그러게 언니가 방금 뒤에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본인이 안 믿었으면서 누굴 탓해?”형수는 나를 속인 게 아니라 진실을 얘기한 거였다.‘내 탓이네. 내가 형수 말을 안 믿어서 그래.’나는 뻘쭘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했다.“오해하지 마요. 전 그저 이불을 덮어주려는 거예요.”“이불 덮어주는데 침대까지 올라가서 덮어줘? 심지어 같이 누워서? 지금 누구를 애 취급하는 거야?”고아연의 말에 나는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나는 결국 할 말이 없어 말머리를 돌렸다.“아연 씨가 왔으니 전 이만 갈게요. 언니 잘 돌봐줘요.”나는 다급히 짐을 챙겨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그 시각, 고아연은 자기 언니 앞에 다가가 팔짱을 끼고 언니를 내려다봤다.그 눈빛에 고태연이 고아연을 째려봤다.“그 눈빛 뭐야?”“언니, 궁
아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형수의 상태는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지라 나는 고아연에게 연락해 형수를 돌보러 오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내 핸드폰은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그때 형수는 자기 핸드폰을 가져오라고 말했다.형수는 그동안 혼미 상태였지만, 핸드폰을 정기적으로 충전했기에 사용할 수 있었다.나는 형수 핸드폰을 켰다. 그러자 형수가 말했다.“아연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해요. 다른 거 보지 말고 전화만 해요.”나는 다른 걸 확인할 생각이 없었는데 형수가 이런 말을 하니 갑자기 손이 근질거렸다.나는 순순히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잠시 뒤 앨범을 확인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고아연은 형수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무척 기뻐하며 당장 오겠다고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뒤 형수는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전화 끊었으니 핸드폰 돌려줘요.”나는 그런 형수를 향해 싱긋 미소를 날렸다.“급할 거 뭐 있어요? 형수 핸드폰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확인 좀 해보고요.”“나한테 무슨 비밀이 있다고 그래요? 얼른 돌려줘요. 이제는 내 말도 안 들어요?”형수는 손을 마구 휘저었지만 완전히 일어설 수 없어 핸드폰을 빼앗을 수 없었다.그 틈에 나는 곧바로 앨범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형수의 앨범 속에는 내 사진뿐이었다. 그거도 내가 형수 집에 있을 때 형수가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내가 세수하거나 이를 닦는 모습도 있었고, 옷을 입는 모습, 밥 먹는 모습, 심지어 자는 모습도 있었다.“형수, 이거... 형수 오래전부터 나 짝사랑했어요?”“그거 자의식 과잉이에요. 짝사랑이 아니라 잘생겨서 눈요기로 찍은 거예요.”형수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그러자 형수가 다급히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 남주랑 그렇게 하고도 힘이 남아돌아 이제는 날 괴롭힐 생각이에요?”“형수, 저를 대체 뭐로 보는 거예요? 전 그냥 형수 곁에 누워 대화하고 싶은 거예요.”“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
그와 동시에 나도 벨트를 풀고 즉시 달려가 양춘옥의 아들을 쓰러뜨린 뒤 신속히 제압했다.나와 남주 누나는 손발이 척척 맞게 두 모자를 묶었다.모자를 제압한 뒤 나는 얼른 형수 사태부터 살폈다.“형수, 어때요?”“괜찮아요. 그냥 다리가 안 움직여요.”나는 얼른 약상자를 가져와 형수의 팔과 목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았다.남주 누나는 팔짱을 낀 채 형수 옆에 앉았다.“너도 참, 어쩜 깨어나자마자 이런 일을 당해? 고태연, 너 전생에 대체 무슨 덕을 쌓았길래 나랑 수호 같은 사람을 만나?”형수는 내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침대에 누웠다.“그러게. 얼마나 덕을 쌓았으면 어젯밤 내내 두 사람 소리를 들었을까?”형수의 방은 애교 누나의 방과 사실 벽 하나 사이 두고 붙어 있는 셈이다.그런데 내가 어제 남주 누나와 애교 누나의 방에서 그 짓을 했으니...나는 순간 너무 난처했다. 형수가 혼미해 있는 동안에 우리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니.형수는 말을 마친 뒤 나를 바라봤다.“두 사람 요즘 자주 붙어먹었지?”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저 요즘 바빠서 어제만 그랬어요.”“흥. 내가 그 말을 믿을 줄 알아요? 남주가 저번에 나를 보러 와서 뭐라고 한 줄 알아요? 수호 씨를 빼앗아 가겠대요.”‘그랬다고? 난 왜 모르지?’남주 누나는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으며 말했다.“그건 너 빨리 깨어나라고 자극한 거잖아.”“흥. 소설을 써라 아주!”형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남주 누나도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믿거나 말거나. 내가 수호랑 맨날 붙어먹는다 한들 어쩔 건데? 우리 서로를 뭐라고 할 자격 없잖아.”형수는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봤다.“수호 씨, 내가 수호 씨 일에 상관할 자격 없어요?”“아니요. 형수는 제 형수인데 당연히 자격 있죠.”형수는 내 말에 바로 입꼬리를 올렸다.“들었지? 수호 씨가 나한테 자격 있대.”남주 누나는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그건 너 달래려고 하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며 형수에게 다가갔다.“나도 그 심정 이해해요. 하지만 오늘 나쁜 선택을 하면 돌이킬 수 없어요. 내가 기회를 줄게요. 아줌마 아들이 내 한약관에서 일할 수 있게 할 테니 우선 형수부터 놔줘요.”양춘옥은 내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 정말이에요?”“네. 약속할게요.”나는 말하면서 점점 형수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닿을 수 있었는데 양춘옥이 갑자기 소리쳤다.“거짓말! 우리가 이 여자한테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당신이 내 아들한테 잘해줄 리 없잖아. 내가 칼을 놓게 하려고 수작 부리는 거지? 그러고 나서 우리 잡아가려고?”나는 다급히 걸음을 멈추었다.“거짓말 아니에요. 진짜예요. 나한테는 직원 하나 더 모집하는 거 별거 아니에요. 아줌마 아들이 새사람 될 기회를 줄게요. 그거로 사죄해요.”“정, 정말 나 속이는 거 아니죠?”양춘옥은 아들 생각에 거의 다 넘어오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양춘옥의 아들이 갑자기 눈이 시뻘게서 끼어들었다.“엄마, 이 사람 말 믿지 마. 이 사람은 우리를 속이는 거야. 자기 여자의 안전을 지키려고 거짓말하는 거라고!”양춘옥은 그 순간 다시 정신을 차린 것처럼 또다시 칼을 형수의 목에 겨누었다.칼날이 형수의 목에 스쳐 피가 나는 걸 보니 나는 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을 풀어줄 건데요?”“우리가 무슨 요구를 대든 나중에 무조건 책임을 물을 거잖아. 현재로선 한 가지 방법뿐이야.”“아들, 무슨 방법인데?”“내가 저 여자랑 자는 거!”남자는 형수를 가리키며 말했다.양춘옥은 머리를 굴리더니 말했다.“아들, 저 남자를 우선 묶어. 저 남자만 묶으면 이 여자 하나 다루기는 쉬워져.”양춘옥의 아들은 곧바로 벨트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나는 반항하고 싶었지만 양춘옥이 칼로 형수의 팔을 긁는 걸 본 순간 너무 놀라 꿈쩍도 할 수 없었다.양춘옥의 아들은 벨트로 내 손을 묶고 나를 창문에 매달았다.나를 포박한 뒤에야 두 모자는 안도의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