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서 주저앉아있던 백서준은 뒤로 허겁지겁 기어가면서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서강빈, 너 뭐 하려는 거야?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야! 네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댄다면 백씨 가문에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래? 어디 한번 봐야겠네. 백씨 가문이 도대체 나를 어떻게 가만두지 않을지.”서강빈이 차갑게 말하며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그러고 나서 서강빈은 백서준의 겁에 질린 시선 속에서 그의 무릎에 발을 올렸다. 이윽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호텔 로비를 채웠다.“아악, 내 다리, 내 다리...”백서준은 비명을 질렀고 오른쪽 다리는 이미 피가 흥건했다. 섬뜩한 뼛조각이 살을 뚫고 튀어나왔다.“미친놈! 죽일 놈! 서강빈,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내가 반드시 너를 죽여버릴 거야!”백서준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바락바락 악을 쓰는 백서준을 보면서 서강빈은 동요하지 않고 다른 한쪽 무릎도 망가뜨렸다.“안돼, 안돼... 악...”백서준은 겁에 질려서 자신의 왼쪽 무릎에 올려진 서강빈의 다리를 바라보았고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백서준의 왼쪽 다리도 부러졌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백서준은 완전히 겁을 먹은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소리쳤다.“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권효정이랑 결혼 안 할게, 안 한다고. 제발 그만 나를 놓아줘...”“놓아달라고?”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서준 도련님, 그렇게는 안 되지. 나는 오늘 밤 당신에게 잊지 못할 교훈을 만들어주고 백씨 가문에게 경고하려고 이미 마음먹었어!”말을 마친 서강빈은 백서준의 팔을 딛고 두 팔까지 망가뜨렸다. 백서준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서 울부짖었다. 서강빈이 두 팔과 다리를 모두 부러뜨렸다. 피가 질퍽한 모습이 아주 공포스러웠고 호텔 로비 전체에는 백서준의 비명만 들려왔다. 백서준은 자신이 아무리 빌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아예 소리를 지르며 협박하기 시작했다.“서강빈, 너는 죽어야 해! 우리 아빠가 알게 된다
이윽고 손님들은 일제히 한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주빈석에 앉아있던 백씨 가문의 장남, 즉 백서준의 아버지인 백형만은 미간을 찌푸리고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하인 한 명이 덜덜 떨면서 휴대폰을 백형만에게 내밀었다. 백형만은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보더니 휘둥그레진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서 울부짖었다.“서준아? 이게 어디야! 어딘지 빨리 말해!”백형만이 포효하듯 묻는 소리가 백씨 가문 리조트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하인은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라이트 호텔입니다...”“미친놈! 누가 감히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거야! 내가 그 미친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백형만은 서늘한 음성으로 화를 내다가 소리쳤다.“여봐라! 백씨 가문의 정예병 3000명을 집합해서 라이트 호텔로 가자!”얼마 지나지 않아 백씨 가문의 정예병 3000명이 전원 흰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채 긴 칼을 들고 백씨 가문 리조트에 집합했다.섬뜩한 살기가 넘실댔고 백형만은 홀을 나서서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3000명의 정예병을 바라보면서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우리 아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는데 겁이 없는 미친놈이 내 아들의 사지를 부러뜨려서 호텔 깃대에 매달아 놓았어! 이건 우리 백씨 가문을 도발하는 커다란 모욕이야! 오늘 밤 그 상대가 누구든지 반드시 죽여야 해!”백형만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3000명의 정예병은 칼을 하늘로 높게 들고 일제히 소리쳤다.“죽여버려! 죽여버려!”“가자!”백형만이 소리쳤다. 이윽고 3000명의 정예병은 백씨 가문 리조트를 나서서 라이트 호텔로 향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살기가 넘실대서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몸을 피했다.3000명의 정예병이 거리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아주 장관이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정예병들이 줄지어 라이트 호텔로 모여드는 모습이 기다란 흰색 용처럼 보였다. 백형만은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곁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노인 한
서강빈은 살기가 넘치는 흉악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백형만을 태연하게 쳐다보면서 대답했다.“나야.”“죽고 싶어?”백형만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감히 제 아들을 건드렸다면 상대가 누구든지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죽여!”백형만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수백 명의 백씨 가문 정예군들은 긴 칼을 들고 서강빈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서강빈은 침착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전화 한 통 해도 될까?”백형만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찡그리며 정예군들에게 멈추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서늘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왜, 사람이라도 부르려고?”“그래, 부르려고.”서강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하하하!”백형만은 비웃음과 조롱이 섞인 웃음을 터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좋아, 한번 기회를 줄게. 전화를 해봐! 네가 어떤 사람을 부를 수 있을지 내가 오늘 똑똑히 봐야겠어! 네가 부른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권세나 배경이 어중간한 사람이라면 너는 물론이고 네가 불러온 그 사람도 목숨을 잃게 될 거야!”서강빈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우리 한번 지켜보자고.”말을 마친 서강빈은 휴대폰을 꺼내 지난 몇 년간 연락한 적 없었던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통하고 저편에서는 낮은 음성이 흘러나오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라이트 호텔, 백씨 가문이 정예병을 3000명 데리고 왔어. 당신들이 안 온다면 내가 직접 처리할 거야.”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말투에는 차가운 한기가 가득했다. 전화 저편의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놀라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두운 표정을 하고 차갑게 말했다.“알았어! 너 절대 손대지 마! 지금 바로 가서 처리할게.”“그럼 빨리 와주길 바라. 저들이 참지 못하고 공격한다면 나도 봐줄 생각 없어.”서강빈은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백형만은 미간을 찌푸리고 서강빈을 보면서 쌀쌀하게 물었다.“애송이 자식아, 전화를 다 했어? 상대가 뭐라고 하더냐?”“곧 도착할 거야.”서강
순무사의 구성원들은 장갑차에서 뛰어내려 신속하게 줄을 지어 섰고 제일 마지막에 들어오는 세단이 멈춰서기를 기다렸다. 이 광경을 본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젠장! 순무사가 어떻게 여기를 온 거야?”“선 처리 후보고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순무사잖아!”“설마 저 자식이 불러온 사람들이야? 저 자식이 순무사를 움직일 수 있다고?”지금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백형만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미간을 찌푸린 채 마음속으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순무사? 저들이 왜 온 거야?’백형만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제일 뒤에 오고 있던 세단이 멈춰서고 차 문이 열리자 조운성이 차 안에서 내려왔다. 조운성을 본 순간, 백형만의 표정이 더 놀랐다.‘조운성? 순무사 3명의 총사령관 중 한 사람? 저 사람이 직접 왔다고?’백형만의 미간은 찌푸리다 못해 그대로 굳어졌고 불쑥 고개를 돌려 태연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서강빈이 부른 사람이란 말인가?이때, 조운성은 차에서 내려와 3000명의 백씨 가문 정예병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손짓을 한번 하자 곁에 있던 500명의 순무사 구성원들이 신속하게 그 3000명을 둘러쌌다. 이를 본 백씨 가문의 정예병들은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순무사의 사람들이다.물론 그들은 3000명이고 상대는 500명이지만 그들은 전혀 손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순무사의 사람들은 엄선을 거친 무술강자들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는가. 일당백인 존재들이다. 조운성은 백형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고 어두운 표정으로 백형만을 쳐다보며 물었다.“지금 말썽을 일으키려는 거야?”백형만은 깜짝 놀라 얼른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말했다.“조 사령관님, 오해이십니다. 제가 말썽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라 저 자식이 제 아들을 저렇게 만들어서 깃대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보십시오. 제 아들은 아직도 저 위에 매달려있습니다!”백형만은 피투성이인 채로 깃대에 매달려있는 백서준을 가리키며 분노했다. 조운성은 고개를 들
조운성은 잠깐 생각하고 대답했다.“그 해에 네 어머니가 서씨 가문에서 도망 나온 후 송주에 가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때 무언가를 남겼어.”“송주? 누구?”서강빈이 물었다. 아마 그 사건 이후로 어머니와 만난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조운성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아직 거기까지는 몰라. 그 사람의 별명밖에 못 알아냈어. 귀견수라고 해.”“귀견수?”서강빈의 표정이 굳어지고 미간을 찌푸렸다. 조운성이 충고했다.“천주의 세계는 보통이 아니야. 그해 네 어머니의 일에는 서씨 가문의 사람들이 나섰을 뿐만 아니라 많은 배후가 존재했어. 그들은 지금까지도 암암리에 다 숨어있어. 이번에 네가 돌아온 것에 대해서도 이미 많은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섣불리 행동하지 마. 그 사람들이 너에게 손을 쓸까 봐 걱정돼.”서강빈은 웃어 보이더니 이내 표정이 차갑게 변하여 말했다.“그럼 기다리고 있지 뭐! 그때 우리 모자를 서씨 가문에서 도망갈 수밖에 없도록 핍박하고 내가 어머니를 잃게 만들고 내 목숨까지 빼앗아 갈뻔했던 사람들이 도대체 누군지 똑똑히 봐야겠어. 이번에 천주로 돌아오면서 평온하게 지나가길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어. 천주의 세상이 보통이 아니라고 했지? 그럼 한번 느껴볼 생각이야. 천주의 세상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말을 마친 서강빈의 표정은 여전히 분노가 남아있었고 가슴에서는 분노의 불길을 억누르며 뒤돌아 호텔로 들어갔다. 조운성은 서강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네 아들이 너를 아주 많이 닮았어.”이 말을 남기고 조운성은 라이트 호텔을 떠났다.한편, 백씨 가문 리조트 내에서는 백형만이 천주 최고의 의료단을 데리고 와서 백서준에게 사지를 잇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 수술은 장장 6시간 동안 지속하였다. 의사가 나오자 긴장한 기색이 다분한 백형만이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어요? 설마 우리 아들이 평생 장애를 갖고 살게 된 건 아니죠?”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백 가주, 걱정하지 마세요. 수술은
도신회는 용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무사연맹으로서 국제 킬러 조직과 흡사하다. 구성원들은 모두 실력이 대단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무사들이다. 거기다가 도신회가 성립돼서 지금까지 임무의 성공률은 80%가 넘는데 거의 실수하는 일이 없다고 보면 된다. 오른팔 부하가 떠난 후, 백형만은 리조트 홀의 문 앞에 서서 창백하게 떠 있는 달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서강빈! 네가 그 누구든 실력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도신회 앞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을 거야. ”한편, 용국 경내 끊임없이 이어진 어느 깊은 산속, 우거진 숲속에 있는 군사기지와 흡사한 건축물의 철문 앞에서 지프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백형만의 오른팔 부하였다. 그는 차에서 내린 뒤, 약속대로 전화를 걸었다.“도착했습니다.”원숭이의 모습 같은 그림자 두 개가 빠르게 숲속에서 뛰어나오더니 귀신처럼 번쩍 오른팔 부하의 앞뒤에 나타나서 그를 막아섰다.“무슨 임무입니까?”그중 청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사악한 얼굴을 한 채 차갑게 물었다. 그의 몸에서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부하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말을 더듬었다.“200억으로 사람 한 명의 팔다리를 사겠습니다.”말하면서 부하는 서강빈의 사진을 꺼내 청색 셔츠를 입은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건네받은 사진을 훑어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임무를 맡겠습니다. 돌아가서 가주님한테 전하세요. 7일 뒤, 팔다리를 보내드리겠습니다.”말이 끝나고 인기척이 몇번 들리더니 두 사람은 또 순식간에 마치도 나타난 적 없는 사람처럼 흔적 없이 사라졌다. 겁에 질린 부하는 얼른 차에 올라타서 당장 자리를 떴다.이튿날, 잠에서 깬 서강빈은 권효정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송주로 돌아갔고 어젯밤에 백씨 가문에서는 권효정과 파혼한다고 선언했다.이 소식은 손이란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티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 일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그녀와 권영준이 비밀리에 계획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르
서강빈은 굳은 얼굴로 권효정에게 몇 마디 하고는 만물상점을 나서 서구역의 탄한으로 향했다. 자기 일 때문에 송해인까지 피해를 보게 하면 안 된다. 이건 서강빈이 지키는 원칙이었다. 한편, 서구역의 한담은 숲속에 위치하여 있는데 깊은 연못을 하나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연못은 수심이 십 미터고 물이 차가웠기에 한담이라고 불렀다. 몇 년 전, 관광팀 하나가 여기로 와서 물놀이를 하다가 열몇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고 난 뒤로부터 여기는 출입을 금지하게 됐었다. 연못의 주위에는 노란색의 경계선이 쳐져 있었다.유명한 관광지였던 곳이 지금에는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한담의 곁에는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예전에는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곳이었지만 한담이 그렇게 된 이후로 이곳 역시 버려지게 되었다. 지금 이 버려진 사당 안에는 송해인이 두 손과 발이 묶인 채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무척 겁에 질려있었다. 반나절 전, 그녀가 회사에서 나왔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좋은 마음에 가서 부축하려 했지만, 상대가 내뿜는 검은 연기를 마시고 정신을 잃게 되었는데 송해인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이 낡은 사당에 묶여있었다. 주위는 아주 스산했고 공기 중에는 축축한 곰팡내가 났다. 거기다가 바닥과 벽에서는 벌레들이 꿈틀대고 있었다.송해인은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이때, 몸이 굽은 노순옥이 기침을 하면서 지팡이를 짚고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송해인은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는데 눈앞에 있는 노인의 얼굴은 다 썩어있어 아주 징그러웠다.“애야, 걱정하지 마. 물건을 손에 넣기 전까지 너는 죽지 않을 거야.”노순옥은 서늘한 웃음을 지었고 계속해서 격렬하게 기침했다. 두려움에 떨던 송해인이 물었다.“당신, 당신은 누구야? 왜 나를 납치하는 거야? 돈이 필요해? 내가 줄게. 얼마가 됐든지 다 줄게.”“허허.”노순옥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악귀의 웃음 같은 을 짓더니 차갑게 말했다.“돈? 내가
노순옥은 낡은 사당의 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당 안에서는 송해인이 고개를 들어 구멍 난 천장을 통해 바깥의 창백한 달빛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강빈이 자신을 위해 여기로 올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서강빈은 아마도 지금 천주에서 권효정을 위해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송해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후회하고 자신을 미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서강빈을 자신의 곁에서부터 점점 밀어냈고 한번 또 한 번 서강빈을 실망하게 했다.송해인은 자신의 마음은 서강빈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서강빈과 자신 사이에 생긴 오해는 점점 더 깊어지고만 있었다.한때 모든 것이 자신이었고 자신을 한없이 사랑하던 남자는 지금 다른 여자를 위해 가시덤불을 헤치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송해인은 더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정말 서러웠다.“서강빈, 이번 생에는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며, 왜 나를 떠나서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송해인은 목놓아 서럽게 통곡했다. 지금에야 그녀는 서강빈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갑자기 바람이 일자 노순옥은 사당 문 앞에 앉아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허허, 이 자식이 드디어 왔구나.”노순옥은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달빛이 비치며 서강빈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서늘한 눈빛으로 노순옥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송해인은 어디 있어?”이때, 사당 안에서 서럽게 울고 있던 송해인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퍼뜩 놀라면서 소리쳤다.“서강빈? 서강빈 정말 너야?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어...”송해인은 감격하여 소리쳤다. 서강빈은 사당 안에서 들리는 송해인의 목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으로 노순옥을 보면서 쌀쌀하게 말했다.“너 스스로 사람을 놓아줄래,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