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굳은 얼굴로 권효정에게 몇 마디 하고는 만물상점을 나서 서구역의 탄한으로 향했다. 자기 일 때문에 송해인까지 피해를 보게 하면 안 된다. 이건 서강빈이 지키는 원칙이었다. 한편, 서구역의 한담은 숲속에 위치하여 있는데 깊은 연못을 하나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연못은 수심이 십 미터고 물이 차가웠기에 한담이라고 불렀다. 몇 년 전, 관광팀 하나가 여기로 와서 물놀이를 하다가 열몇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고 난 뒤로부터 여기는 출입을 금지하게 됐었다. 연못의 주위에는 노란색의 경계선이 쳐져 있었다.유명한 관광지였던 곳이 지금에는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한담의 곁에는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예전에는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곳이었지만 한담이 그렇게 된 이후로 이곳 역시 버려지게 되었다. 지금 이 버려진 사당 안에는 송해인이 두 손과 발이 묶인 채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무척 겁에 질려있었다. 반나절 전, 그녀가 회사에서 나왔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좋은 마음에 가서 부축하려 했지만, 상대가 내뿜는 검은 연기를 마시고 정신을 잃게 되었는데 송해인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이 낡은 사당에 묶여있었다. 주위는 아주 스산했고 공기 중에는 축축한 곰팡내가 났다. 거기다가 바닥과 벽에서는 벌레들이 꿈틀대고 있었다.송해인은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이때, 몸이 굽은 노순옥이 기침을 하면서 지팡이를 짚고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송해인은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는데 눈앞에 있는 노인의 얼굴은 다 썩어있어 아주 징그러웠다.“애야, 걱정하지 마. 물건을 손에 넣기 전까지 너는 죽지 않을 거야.”노순옥은 서늘한 웃음을 지었고 계속해서 격렬하게 기침했다. 두려움에 떨던 송해인이 물었다.“당신, 당신은 누구야? 왜 나를 납치하는 거야? 돈이 필요해? 내가 줄게. 얼마가 됐든지 다 줄게.”“허허.”노순옥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악귀의 웃음 같은 을 짓더니 차갑게 말했다.“돈? 내가
노순옥은 낡은 사당의 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당 안에서는 송해인이 고개를 들어 구멍 난 천장을 통해 바깥의 창백한 달빛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강빈이 자신을 위해 여기로 올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서강빈은 아마도 지금 천주에서 권효정을 위해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송해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후회하고 자신을 미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서강빈을 자신의 곁에서부터 점점 밀어냈고 한번 또 한 번 서강빈을 실망하게 했다.송해인은 자신의 마음은 서강빈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서강빈과 자신 사이에 생긴 오해는 점점 더 깊어지고만 있었다.한때 모든 것이 자신이었고 자신을 한없이 사랑하던 남자는 지금 다른 여자를 위해 가시덤불을 헤치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송해인은 더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정말 서러웠다.“서강빈, 이번 생에는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며, 왜 나를 떠나서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송해인은 목놓아 서럽게 통곡했다. 지금에야 그녀는 서강빈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갑자기 바람이 일자 노순옥은 사당 문 앞에 앉아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허허, 이 자식이 드디어 왔구나.”노순옥은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달빛이 비치며 서강빈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서늘한 눈빛으로 노순옥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송해인은 어디 있어?”이때, 사당 안에서 서럽게 울고 있던 송해인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퍼뜩 놀라면서 소리쳤다.“서강빈? 서강빈 정말 너야?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어...”송해인은 감격하여 소리쳤다. 서강빈은 사당 안에서 들리는 송해인의 목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으로 노순옥을 보면서 쌀쌀하게 말했다.“너 스스로 사람을 놓아줄래,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노순옥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리석은 놈,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은 다음에 그런 말을 지껄여!”말이 끝나자마자 땅이 뒤집혔다. 꼭두각시 시체들이 땅을 뚫고 나왔고 몸에서는 썩은 악취가 풍겨왔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주위에 나타난 꼭두각시 시체들을 보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꼭두각시 시체들은 노순옥의 명령이 떨어지자 서강빈을 향해 매섭게 덮쳐왔다.서강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몸에서는 무서운 기운이 폭발했다. 금빛 영기가 사방에서 가닥가닥 뭉쳐서는 서강빈을 향해 몰려들었고 그가 손짓하자 금빛 영기들은 어떠한 힘을 받고 허공에서 황금색의 부적으로 변하였다.“살기를 진압해!”서강빈은 기합을 지르며 손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금색 영기로 뭉쳐진 열몇 장의 노란색 부적은 눈부신 금빛을 번쩍이며 꼭두각시 시체들을 향해 날아갔다. 매 한 장의 부적이 시체와 부딪힐 때마다 철을 내리치는 듯한 소리를 냈다. 한순간에 꼭두각시 시체들은 모두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일부는 심지어 부적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고 연기로 변해 허공에 흩어졌다. 하지만 일부는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는 사나운 고함을 지르며 서강빈을 향해 달려갔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재밌네. 이렇게 끈질긴 시체도 있다니.”노순옥도 비웃듯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고작 이 정도 실력밖에 없다고 생각해? 이 꼭두각시 시체들은 내가 만든 시체왕이야! 절대 망가지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지! 대종이 오더라도 이것들을 꿈쩍도 하지 못할 거야!”말을 하면 할수록 노순옥의 얼굴에는 사악한 기운이 점점 더 넘실댔다. 노순옥이 생각하기에 서강빈은 곧 죽을 사람이다. 서강빈이 죽으면 반드시 서강빈을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드는 시체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계획하고 있었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달려오는 시체들을 보았다. 다른 시체들과 확실히 달랐고 몸에는 붉은색의 부호도 새겨져 있었다.“후...”서강빈은 숨을 내쉬고는 주위의 영기를 신속하게
한순간에 주변에 있는 모든 나무가 반 토막으로 잘렸다. 꼭두각시 시체들은 반응하기도 전에 몸이 절반 잘린 채 바닥에 쓰러져서 연기로 사라졌다. 검의 기운이 흩어진 후, 서강빈은 그 자리에 서서 금빛 검을 들고 있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노순옥에게로 다가갔다.겁을 먹고 온몸을 덜덜 떨던 노순옥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마치 신을 보듯 서강빈을 보면서 애원했다.“선생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반드시...”서강빈이 칼을 휘두르자 머리통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숨통이 끊어진 노순옥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이윽고 서강빈은 자신의 몸에 맴돌던 기운을 거두고 노순옥의 시체를 지나서 사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손발이 묶여있는 송해인이 보였다.“송해인.”서강빈은 그녀를 부르며 달려가서 바닥에 무릎 꿇고 묶여있는 송해인의 손발을 풀어주었다. 끈을 풀어주자 송해인은 서강빈을 끌어안고 두려움에 질린 채 서럽게 목놓아 울었다.“서강빈, 나 너무 무서웠어.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할까 봐 정말 무서웠어.”서강빈은 잠깐 멈칫하더니 송해인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달랬다.“이제 괜찮아. 내가 너 데리고 돌아갈게.”“응.”송해인은 눈물을 가득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빈은 송해인을 부축해서 사당을 나섰다. 차에 올라타서도 송해인이 몸을 아직도 떨고 있자 서강빈이 달래주었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불쑥 고개를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팔을 잡고 물었다.“서강빈, 앞으로 나한테 무슨 일이 또 생겨도 오늘처럼 나 구하러 올 거야?”“당연하지.”서강빈이 웃었다. 서강빈의 웃음을 보면서 살짝 망설이던 송해인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너 아직 나 사랑해?”이 물음은 서강빈을 망설이게 했다. 그는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을지 알지 못했다. 서강빈이 망설이는 것을 본 송해인의 눈빛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서강빈이 대답하기도 전에 송해인은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됐어. 대답하지 마. 나
이상한 할아버지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마.”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가서는 이상한 할아버지의 몸을 살폈고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지금 몸 전체의 경맥이 다 손상되어서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예요.”서강빈이 차갑게 말했지만, 이상한 할아버지는 웃기만 했다. 곁에 있던 염지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긴장한 기색을 띠었다. 서강빈은 자리에 앉아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손을 내밀라고 하면서 말했다.“제가 봐 드릴게요.”이윽고 서강빈은 이상한 할아버지의 맥을 짚었고 그의 체내에서 몇 가닥의 내력이 뒤죽박죽 날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내공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서강빈은 점점 더 일그러진 표정으로 물었다.“몇 명이랑 싸운 거예요?”“많지 않아. 7, 8명 정도 되는 늙은이들이지.”이상한 할아버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서강빈은 굳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7, 8명이요?”이 할아버지가 정말 미친 건지, 동시에 7, 8명과 싸우다니. 할아버지가 다친 정도로 봐서 이 사람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 누구예요?”서강빈이 물었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고개를 젓더니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을 하였는데 각혈하기까지 했다. 염지아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서 닦아주었다.“묻지 마. 네가 천용전을 이어받지 않을 거라면 이 사람들이랑 접촉하지 않는 게 좋아.”이상한 할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떠보듯이 물었다.“원수예요?”이상한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고 서강빈이 다시 물었다.“무술 문파의 사람들이에요?”할아버지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서강빈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수도자예요?”서강빈이 물었다. 이게 유일한 답일 것이다. 이상한 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강빈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더 묻지 마.”할아버지가 얘기하려 하지 않으니 서강빈도 더 묻지 않았고 염지아한테 침을
염지아가 대답했다.“틀림없어요.”그리고 염지아는 서강빈이 방금 자신에게 설명한 것을 한번 얘기해줬다.“칠색신꽃은 꽃의 일종인데 꽃잎이 되게 많고 7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어 무지개와 같다고 해요. 영로는 새벽에 해가 금방 떴을 때 49가지 약재에서 수집한 이슬이에요. 반드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이슬이어야 하고 조금의 먼지라도 섞이면 안 돼요.”말을 마친 염지아는 서강빈을 힐끔 보았다. 전화 저편의 염동건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렇다면 영로는 얻기 쉬워. 약초재배원을 열 개 정도 사서 내일 아침부터 사람을 시켜서 지키라고 하면 영로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근데 칠색신꽃이라는 건 정말 들어본 적 없네. 서 선생한테 전화를 바꿔. 내가 직접 얘기를 나눠볼게.”염지아는 알겠다고 휴대폰을 서강빈에게 건네며 말했다.“주인님, 아빠가 찾으세요.”서강빈이 휴대폰을 건네받자 염동건은 자책하면서 말했다.“서 선생, 정말 미안해요. 칠색신꽃이라는 건 처음 들어보네요.”“괜찮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들한테 알아봐달라고 하면 됩니다.”서강빈이 말했다. 염동건은 잠깐 생각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서 선생, 제가 알고 있는 곳이 있긴 한데 필요하신 칠색신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그게 어딥니까?”서강빈이 물었다. 회복 탕약을 달이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방금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침을 놓아 경맥을 이어주기는 했지만, 그것도 3일 남짓밖에 유지하지 못한다. 3일이 지나도 약재를 얻지 못한다면 이상한 할아버지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여 서강빈도 조바심이 났다. 염동건이 말했다.“서 선생도 아마 알 것입니다. 북쪽의 용성에 의약 종가가 하나 있는데 대종가라고 합니다. 그들은 아마도 서 선생이 필요한 칠색신꽃을 갖고 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의 눈이 반짝였다. 이걸 잊고 있었다. 9종 18부 36문 중에 의약 대종가가 있었는데 만화종이라고 했다. 물론 천의문에 비하지는 못하지만 둘째가는 의약 종가였다. 이 종가에는 칠색
이튿날, 서강빈과 염지아가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때, 권효정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강빈 씨, 오늘 저녁이면 구역 선발전의 2라운드 경기인데 준비 잘하고 있어요?”권효정이 웃으며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두 번째 시합이 오늘 저녁이에요?”“네. 설마 잊은 건 아니죠?”권효정의 말에 서강빈의 표정이 굳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용성에 가야 해요.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지만 못 온다면 기권하는 거로 해줘요.”“기권한다고요? 강빈 씨, 구역 선발전의 2라운드 경기에 어렵게 진입했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어떡해요? 용성에 가서 뭐 하는 거예요? 강빈 씨 대신에 다른 사람을 보낼까요?”권효정은 서강빈을 걱정하는 마음에 다급하게 물었다. 서강빈이 대답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요. 다른 사람은 안되고 제가 직접 가야 합니다. 이 얘기는 그만 해요. 제작진한테 얘기해서 저를 제일 뒤 순서로 해달라고 부탁 좀 해줘요. 제가 미처 돌아오지 못한다면 기권한다고 공포하라고 해요.”권효정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돌아와요. 제가 제작진한테 시간을 좀 끌어달라고 할게요.”“네.”서강빈은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고 염지아와 함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30분 후, 그들은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기 전에 송해인이 멀리서부터 서강빈을 보고 힐을 신은 채로 달려오면서 소리쳤다.“서강빈, 서강빈, 잠깐만!”서강빈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허겁지겁 달려오는 송해인을 보게 되었다.“여긴 왜 왔어?”서강빈이 의아하게 물었다. 송해인은 달려와서 숨을 고르다가 물었다.“기권하려는 거야?”“응?”서강빈은 멈칫했다. 송해인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아했다.“그런 눈으로 나 보지 마. 효정 씨한테서 들은 거야. 말해줘. 왜 기권하려고 하는 거야?”송해인의 물음에 난감해진 서강빈이 설명해주었다.“기권한다고 얘기한 적 없어. 볼 일이 있어서 다녀와야 해. 만약 저녁
공항의 주차장에는 민소매 원피스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선글라스를 쓴 도정윤이 차 문에 기대있었다. 그녀는 붉어진 눈을 하고 돌아온 송해인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 울었어? 서강빈 그 자식이 너 괴롭혔어?”“아니.”송해인이 고개를 저으며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도정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해인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서강빈이 기권한다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너한테도 비오 그룹한테도 다 좋은 일인데 왜 기권을 못 하게 하려는 건데?”송해인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정윤아, 너는 몰라. 예전에 나는 저 사람을 그저 짐으로 여기고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혼한 후로부터 이 시간 동안 나는 서강빈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 최근에야 느낀 것이지만 나는 그 사람 사랑해. 나는 계속 사랑하고 있었어.”송해인은 말하면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휴지를 꺼내 송해인에게 건네며 말했다.“해인아, 너는 지금 이혼 후유증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냥 단순하게 서강빈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그런가?”송해인은 고개를 들고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의아하게 물었다. 도정윤은 아주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나를 믿어. 서강빈 그 자식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물론 지금까지 설명하기 어렵고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냈지만 못난 사람이라는 그 본성은 지워지지 않아. 송해인, 잊지 마. 송주의 여왕이 되어 비오 그룹을 이끌고 송주 밖으로 나가는 게 네 목표잖아. 절대 사사로운 남녀 사이의 감정 때문에 네가 지금까지 노력한 꿈을 잃지 마.”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송해인의 마음은 더 방황했다.“하지만 나는 정말 서강빈을 사랑해...”송해인이 울며 말하자 도정윤이 대꾸했다. “서강빈의 곁에는 권씨 가문의 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서강빈은 권효정 씨를 위해 전혀 주저하지 않고 천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