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고개를 까딱하며 담담하게 웃고는 말했다.“또 까먹은 거야? 주인님이라고 불러야지.”염지아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주인님...”서강빈을 호시탐탐 노려보던 건장한 남자들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큰 아가씨가 이 자식을... 주인님이라고 부른다고?’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서강빈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덤덤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저 사람은 당신 아버지를 치료하지 못할 거야.”“네?”염지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버지를 치료하지 못한다는데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주인님, 그럼 저희 아빠는 어떡해요?”염지아가 황급히 물었고 서강빈이 대답했다.“내가 있잖아? 내가 약속한 이상 당신 아버지는 무사할 거야.”말을 마친 서강빈이 뒤돌았다. 그러자 세 명의 건장한 남자가 바로 달려와서 서강빈을 막아서더니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여기서 못 나가!”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나갈 생각 없어. 잠깐 앉아있으려고 그래.”말을 마친 서강빈은 태연한 표정으로 곁에 있는 회장님 의자에 앉았다. 세 명의 건장한 남자는 양옆과 앞에 서서 서강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서강빈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 명이 아니라 이런 사람이 백 명이 와도 서강빈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한편, 안방에서는 윤경식이 혼수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염동건을 보면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송서희가 얼른 물었다.“윤 신의님, 저희 남편 별일 없겠죠?”윤경식은 염동건의 맥을 짚어보더니 눈꺼풀을 벌려서 몇 번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상황이 좋지 않아요.”“네? 그럼 어떡해요? 윤 신의님, 저희 남편 꼭 살려주세요.”송서희는 다급한 마음에 눈물을 보였고 윤경식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송 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왔으니 염 가주님은 반드시 괜찮으실 겁니다.”윤경식은 이렇게 말하고 제자한테 약상자를 열라고 지시하고는 안에서 손바닥만 한 대나무 바구니
윤경식도 표정이 굳어지면서 긴장된 말투로 소리쳤다.“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그는 송서희에게 말했다.“송 사모님, 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살펴보겠습니다.”윤경식은 신속하게 염동건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이내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온몸을 덜덜 떨었다. 연명충의 생체반응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윤경식은 다시 아까 피웠던 향을 염동건의 코에 대고 유인하기 시작했지만 그 향을 아무리 움직여도, 주문을 아무 외워도 연명충의 움직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연명충이 죽은 건가?윤경식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빠르게 염동건의 맥을 짚었는데 그 순간 날벼락이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염동건의 생체반응이 아주 미약하게 느껴지고 곧 죽을 징조가 나타났다.윤경식은 빠르게 침을 꺼내 염동건에게 침을 놓아 연명하려고 했지만, 염동건은 깨어날 기미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체내에 있는 생기가 점점 더 빨리 사라지고 있었다.“윤 신의님, 제 남편은 어떻게 된 거예요?”다급해진 송서희가 물었고 윤경식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침을 뽑았다.“송 사모님, 죄송합니다. 염 가주님의 병세가 너무 엄중하므로 연명충이라고 해도 목숨을 구해줄 수가 없습니다. 뒷일을 준비하십시오.”윤경식의 말에 송서희는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염동건의 몸에 엎드려 통곡하며 소리쳤다.“여보, 어찌 이렇게 나를 두고 가시는 거예요. 이 커다란 염씨 가문을 저 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에요...”송서희가 울며 통곡하는 모습을 송서희를 따라 들어온 집사가 곁에 서서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잠시 후, 송서희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눈물을 닦고는 집사에게 물었다.“찍었어?”“다 찍었습니다, 사모님.”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송서희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가주님의 뒷일을 준비해.”곁에 있던 윤경식은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송 사모님, 이게 무슨?”송서희가 웃으며 말했다.“윤 신의님,
“염지아, 너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내 말을 잘 듣고 순순히 시집간다면 재벌 집 사모라도 될 수 있어. 아니면 너를 바로 염씨 가문에서 쫓아낼 거야!”이 말을 들은 염지아는 화가 터져 나와 송서희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송서희 씨, 당신이 나쁜 여자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어요. 지금 우리 아빠가 거의 죽어가니까 그 역겨운 위선을 벗고 우리 염씨 가문의 가업을 뺏으려고 하는 거예요?”“염지아, 그 말은 너무 심해. 나는 네 아빠의 법적 배우자야. 네 아빠가 죽으면 내가 1순위의 상속자라고!”송서희는 충분한 승산을 쥐고 있는 사람처럼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때 서강빈이 갑자기 기침 소리를 내더니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염 가주님이 죽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이 말을 들은 송서희와 윤경식은 문 앞에서 걸어들어오는 서강빈에게 시선이 향했다.“건방진 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방금 윤 신의께서 살릴 수 없다고 얘기했잖아. 네까짓 게 뭐라고 감히 죽지 않을 거라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야?”송서희가 호통쳤고 윤경식도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염씨 가문의 아가씨 앞에서 체면을 지키려고 그런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염 가주님은 가망이 없어. 방금 내가 연명충으로 수명을 연장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병세가 너무 심해서 연명충도 살리지 못했어.”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돌팔이!”“너 뭐라고?”윤경식은 크게 화를 내며 분노 가득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서강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다가가 쌀쌀하게 말했다.“방금 염 가주님한테 연명충을 사용했다고 했어?”“그래! 수명을 5년 연장할 수 있는 연명충이야! 일반적으로 말하면 그 어떤 환자라도 수명을 5년 연장할 수 있게 돼!”윤경식은 차갑게 말하면서 자랑스러운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서강빈은 고개를 젓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을 돌팔이라고 하는 것도 과분한 말이네. 염 가주님의 병세를 제대로 살
염지아는 크게 기뻐하면서 눈물을 닦고 물었다.“정말이에요?”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뒤돌아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굳어있는 윤경식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어떻게 천의 17침을 알고 있어?”윤경식은 얼른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몇 년 전에 소문주 님과 허 신의님이 의술 대회에서 겨루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소문주 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스크린에서 천의 17침을 중계했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윤경식은 지금 감히 조금이라도 무례를 범하지 못했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 남자는 천의문의 소문주이고 바로 지금 세대의 천의문 수장이라는 말이다. 그는 용국 무사 문파들과 현문계를 제패하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귀띔했다.“내 신분에 대해서는 절대 발설하면 안 돼. 알겠어?”윤경식은 이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네...”이윽고 윤경식은 두렵고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아까 저희가 했던 내기는 무효로 하는 겁니까?”“당연히 그대로 진행해야지. 왜 무효로 해야 해?”서강빈이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윤경식은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 털썩 무릎을 꿇고 빌었다.“소문주 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멍청한 놈이어서 소문주 님을 몰라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맹세하겠습니다.”윤경식은 두려웠다. 절을 백번 하다가는 머리가 다 깨지게 될 것이고 스스로 팔까지 잘라야 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의술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곁에 있던 송서희는 윤경식이 무릎 꿇고 서강빈에게 비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윤 신의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하지만 윤경식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고 계속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서강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보다가 말했다.“그만해. 일어나서 당장 꺼져.”이 말을 들은 윤경식은 큰 죄를 면제받은 사람처럼 얼른 일어서서 자신의 제자를 데리고 도망갔다.
송서희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염지아를 쳐다보았고 마치도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봐봐, 네 아빠는 내 말을 믿어.”화가 나서 울음을 터뜨린 염지아는 서강빈을 보았다.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어 보였는데 염지아에게 진정하라고 눈짓했다.“서 신의, 이 몸을 살려줘서 고마워요.”염동건은 손을 모으며 말했고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염 가주님, 제가 당신을 구해준 것은 염지아 씨와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마디 하자면 제가 당신의 내상은 치료했지만, 당신의 남은 수명은 여전히 3일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염동건은 깜짝 놀라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서 신의, 그게 무슨 말입니까?”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간단해요. 당신의 인당은 검은 연기에 휩싸여 검은색을 띠고 있어요. 계산해보면 대충 이틀 정도 남았어요.”이 말을 들은 염동건은 얼른 자신의 인당을 만져보았고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서 신의, 그게 정말입니까? 관상도 볼 줄 아시는 겁니까? 내 몸에 어디가 문제 생긴 겁니까?”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선은 염동건의 목에 걸린 호랑이 모양의 비취로 향했다. 이 호랑이 비취는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그 위에 검은 연기가 맴돌고 있어 염동건의 생기를 끊임없이 갉아먹었다.보아하니 어떠한 저주를 내린 것 같았다. 서강빈이 자신의 가슴 앞에 걸린 호랑이 비취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염동건은 바로 웃으며 말했다.“서 신의, 이 호랑이 비취가 마음에 들면 선물로 드리지요. 그러니 저를 좀 살려주세요.”서강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목숨을 빼앗는 호랑이 비취라, 저한테 선물한대도 거절할 겁니다. 저는 빨리 죽기 싫거든요.”서강빈의 말에 염동건은 얼굴이 확 굳어지며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호랑이 비취에 문제가 생긴 건가?“서 신의, 그 말씀은 이 호랑이 비취 때문이라는 말입니까?”염동건은 확신할 수 없어 다시 물었다.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되물었다.“염 가주님, 이 호랑이 비
염동건은 갈팡질팡하며 망설였다. 말한다면 자신의 운수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말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3일밖에 살지 못한다. 이해관계를 따져보던 염동건은 결국 목숨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서 신의, 얘기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를 꼭 살릴 수 있다고 약속하실 수 있으세요?”“당연하죠.”서강빈이 대답했다. 염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려고 했지만, 곁에 있던 송서희는 초조한 모습으로 다시 말렸다.“여보, 말하면 안 돼요. 당신의 운수를 망칠 거라고요.”송서희가 다시 말리는 것을 보자 염동건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운수가 중요해, 내 목숨이 중요해?”“그게...”송서희는 흠칫하더니 반짝이는 눈빛이 결국에는 서강빈에게로 향했고 포악함과 위협의 뜻이 다분했다. 서강빈은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염동건을 보았다. 염동건은 몇 년 전에 자신이 송서희의 소개로 그 거장을 만나러 가게 된 과정을 다 얘기했다. 염동건이 얘기하는 그 거장은 마치도 하늘과 땅을 모두 꿰뚫는 신통한 능력이 있는, 살아있는 신선 같은 사람이었다. 특히 그 호랑이 비취는 몸에 지닌 후로부터 운수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좋은 기세가 꺾인 적이 없었다. 이 몇 년 사이 염씨 가문도 점점 더 발전해나갔고 성회에서의 지위도 부스터를 단 것처럼 신속하게 상승했다. 말을 마친 염동건은 심각한 표정의 서강빈을 보고 물었다.“서 신의, 다 얘기했습니다. 이 호랑이 비취는 별문제가 없는 거죠? 그 거장은 정말 신통합니다. 제가 이 호랑이를 몸에 지니자 바로 운수가 바뀌었으니 정말 효과가 대단합니다.”“대단하다고요? 지금 당장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모르네요!”서강빈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리고는 염동건의 목에 걸린 호랑이 비취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호랑이가 당신의 운수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신통한 이유는 누군가가 저기에 오귀반재주라는 저주를 걸었기 때문이에요.”오귀반재주? 염지아와 염동건은 어리둥절했고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오직 송서희만이 표정이
이때, 송서희는 더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나서서 서강빈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호통쳤다.“거짓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귀신이 재물을 옮기기는 무슨, 다 거짓말이야!”송서희는 또 염동건에게 얘기했다.“여보, 저 사람을 믿지 말아요. 저 녀석은 사기꾼이에요! 지금 당장 저놈을 쫓아내야 해요!”서강빈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염 가주님, 아직도 모르겠습니까?”“뭐를요?”염동건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서강빈은 송서희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여자는 아까부터 그 거장이 가주님의 운수를 바꿔줬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했죠. 그리고 지금에는 또 저를 사기꾼으로 몰고 있잖아요. 제가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이따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염 가주님의 눈치로서는 그 거장과 당신 아내의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보아낼 수 있죠? 그 호랑이 비취는 아마 당신의 아내가 특별히 당신과 함께 얻으러 간 것이고 특별히 당신을 위해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저 사람의 목적은 아주 간단해요. 당신의 목숨으로 돈을 번 다음 당신이 죽게 되면 염씨 가문의 거대한 가업을 자신의 손에 넣으려고 하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염동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강빈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때 그 거장을 만나러 간 것은 송서희가 특별히 자신을 데리고 갔던 것이고 호랑이 비취도 송서희가 그 거장한테 부탁하여 받아온 것이다. 염동건은 모든 걸 알아차렸다.“아니에요. 여보, 저 자식이 허튼 소리하는 걸 듣지 말아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해치려 했겠어요.”송서희가 서둘러 변명했지만, 염동건은 그 말을 믿을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이미 다 눈치챈 염동건은 송서희를 노려보면서 호통쳤다.“건방진 년! 지금까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나한테 그렇게 악독한 마음을 품어? 나를 해치고 재물을 손에 넣으려고 해? 내가 오늘 너 죽여버릴 거야!”당황한 송서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여보, 저 자식이 헛소리하는 거예요. 저 말들은 모두 저 자식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증
송서희가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이 다섯 귀신은 목숨을 빼앗을 듯한 기세로 그녀를 향해 덮쳤고 그녀의 몸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빨아들였다.송서희는 비명을 지르면서 끊임없이 손사래를 치며 귀신을 내쫓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기괴한 비명을 질렀고 이 소리에 겁을 먹은 염동건과 염지아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 송서희는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어떻게 내쫓든 다섯 귀신은 흡혈귀처럼 그녀의 몸에 붙어 흰색의 연기를 빨아들였다. 바로 산 사람의 생기였다.송서희의 비명은 끊기지 않았고 아리따웠던 미모는 순식간에 시들어버렸다. 탱글탱글하던 피부는 순식간에 쪼글쪼글해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50, 60세가 넘는 중년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였다.이 광경에 염동건과 염지아는 깜짝 놀라 넋이 나갔다. 이는 그들이 전혀 상상 못 했던 수단이었다. 그들은 서강빈이 신통한 능력을 갖춘 진정한 거장이라고 감탄했다.송서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아악! 멈춰, 당장 멈춰!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해.”서강빈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손짓을 하자 다섯 귀신은 송서희의 생기를 흡수하는 걸 멈췄다. 송서희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지금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처럼 얼굴이 늙어 보였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생기를 잃어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서강빈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송 사모님, 이 정도 증거면 충분한 것 같아?”“그만, 그만 해요. 서 거장, 내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송서희가 고개를 조아리며 빌었다. 그녀는 자신이 계속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섯 귀신한테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송서희의 몸에는 그녀의 생기로 배를 불린 귀신 다섯이 붙어있었는데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듯 탐욕스럽게 송서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나한테 사과해도 소용없어. 당신은 염 가주님한테 사과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