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입니다. 서 선생, 저한테 맡기십시오.”황규성은 웃으며 대답하고는 이어서 물었다.“서 선생, 그렇다면 선생의 이름도 함께 홍보할까요?”서강빈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배후에만 있고 싶습니다.”“알겠습니다.”황규성이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서강빈은 탄천병을 보다가 서른 알의 기익단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 버전의 기익단도 아주 쉬웠는데 약효가 괜찮은 약초를 더하게 되면 기력을 보충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능을 높일 수 있다. 서강빈은 오래도록 기익단을 제조했다. 그 과정은 저녁까지 지속하였고 서강빈은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인 서른 개의 일반 기익단과 10개의 업그레이드 버전 기익단을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서강빈은 휴대폰을 보았는데 권효정한테서 온종일 연락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주 바빴나 생각하던 서강빈은 먼저 권효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이 꺼져있었다.“응?”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전화를 몇 번 더 걸었지만, 여전히 휴대폰은 꺼진 상태였다. 권효정답지 않았다.서강빈이 마침 일어서서 권씨 가문의 별원으로 가서 권효정을 찾으려 할 때, 문 앞에서 벤틀리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초조한 얼굴로 차에서 내린 염지아가 달려와서는 털썩 무릎을 꿇고 서강빈에게 울면서 애원했다.“서 신의님, 죄송합니다. 며칠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안하무인이고 제가 건방지게 행동해서 서 신의님에 무례를 범했습니다. 서 신의님께서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 제 아버지를 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가게에서 발생한 손실은 제가 다 배상하겠습니다. 어떤 조건이든 다 받아들일 테니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니 서 신의님께서 제발 제 아버지를 살려주십시요... 저의 아버지께서 곧 죽을 것 같습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던 염지아는 지금 무릎을 꿇고 펑펑 울면서 빌고 있다. 서강빈은 냉랭한 시선으로 염지아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염지아 씨, 내 기
이 말을 들은 서강빈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신도 동의한 거야.”서강빈은 만물상점으로 들어가 계약서를 하나 작성하고는 염지아에게 던져주었다.“사인하고 도장 찍어. 지금부터 3개월간 당신은 내 가게의 하인이야.”염지아는 대충 쓰인 계약서를 보고 허탈하게 몇 번 훌쩍이더니 바닥에 엎드려 사인하고 도장을 찍었다. 염지아가 엎드리는 모습을 보고 서강빈의 눈빛이 저도 모르게 흔들렸다. 염지아는 몸매가 정말 좋았다. 봉긋하게 솟은 동그란 엉덩이 위에는 잘록한 허리가 보였고 그 위로는 풍만한 가슴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재벌가의 딸로 자란 이 여자는 성격이 너무 오만하여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 했다.염지아가 사인하고 날인까지 마친 뒤, 서강빈은 두어 번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자.”“어디로 가요?”염지아가 얼떨떨하게 묻자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아버지를 살려야지.”염지아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무릎 꿇고 있었던 탓에 두 다리가 저렸고 무릎도 살이 찢겨서 피가 났다. 휘청이던 염지아는 서강빈의 품에 쓰러졌고 서강빈은 빠르게 염지아를 부축했다. 염지아는 퍼뜩 놀라 얼른 서강빈한테서 떨어지면서 발그레한 얼굴로 수줍게 말했다.“고마워요.”“괜찮아. 어차피 당신이 사인하고 도장 찍은 순간부터는 내 가게의 하인이야.”서강빈이 담담하게 웃자 염정아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빠르게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서 신의님, 차에 타시죠.”“주인님이라고 불러.”서강빈이 웃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듣고 표정이 일그러진 염지아는 한참 고민하다가 달갑지 않은 모습으로 말을 내뱉었다.“네, 주인님.”서강빈이 차에 올라타자, 염지아도 차에 타 서강빈의 곁에 앉았는데 어색하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차가 출발하자 서강빈은 두 팔을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염지아는 싱숭생숭한 마음에 계속 힐끔힐끔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인제 보니 이 자식이 참 잘생겼네. 하인이 된
“어디서 굴러온 자식이야? 죽고 싶어? 당장 이거 놔!”여자는 오만하게 턱짓을 하며 서강빈을 꾸짖었다.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고는 여자의 손목을 놔주며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누구든 내 사람을 건드리면 안 돼.”서강빈의 등 뒤에 있던 염지아는 이 얘기를 듣자 몸을 퍼뜩 떨며 복잡한 시선으로 서강빈을 보았다. 그 여자도 흠칫 놀라더니 서강빈과 염지아를 번갈아 보다가 물었다.“미친놈, 너 누구야? 네 사람이라고? 쟤는 우리 염씨 가문의 아가씨야!”“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은 두 시간 전에 이미 나랑 3개월의 노예계약을 했어. 지금은 내 하인이야.”서강빈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노예계약? 하인?”여자는 깜짝 놀라며 염지아를 보고 호통쳤다.“염지아, 너 밖에서 뭐 하고 다니는 거야? 네가 그렇게 함부로 몸을 놀리고 다닌다는 것을 네 아빠가 알면 뭐라고 하시겠어? 뭐, 노예계약? 거기다가 하인?”염지아를 꾸짖고 나서 여자는 고개를 돌려 못마땅하고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소치 쳤다.“미친놈, 네가 누구든지 경고하는데 여기는 염씨 가문이야. 얘는 염씨 가문의 딸이고 나는 얘 엄마야! 노예계약이고 뭐고 다 무효야! 알아들었으면 당장 꺼져! 아니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송서희가 악독하게 말했다.“송서희 씨, 그만 해요! 당신은 내 새엄마일 뿐이잖아요. 내 일에 끼어들 자격 없어요!”분노하여 송서희에게 소리를 지르던 염지아는 그 기세를 몰아 서강빈을 소개했다.“소개할게요, 이분은 송주의 서 신의에요. 아빠의 병을 치료하려고 특별히 모셔온 분이에요. 노예계약도 신의 님께서 아빠의 병을 고쳐준다는 대가로 제기한 조건이에요. 이제 알겠어요? 알았으면 비키세요!”말을 마친 염지아는 송서희를 밀치고 서강빈과 함께 안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송서희는 크게 분노하여 소리쳤다.“저들을 막아!”그녀의 뒤에 있던 건장한 남자들이 신속하게 안방의 문 앞에 막아서며 염지아와 서강빈을 가로막았다.“염지아, 너 미쳤어? 신의 같은 소리 하네. 저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고 염지아는 불만이 가득해서 소리쳤다.“송서희 씨, 이분은 내가 모시고 온 신의입니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분이 우리 아빠를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아직 당신은 이 집에서 마음대로 할 자격 없어요!”이 말을 들은 송서희는 두 손을 팔짱 끼고 오만하게 말했다.“염지아, 똑똑히 알아둬. 나는 혼인신고를 마친 네 아빠의 법적 배우자야. 네 아빠가 죽더라도 나는 딸인 너보다 상속 순위가 먼저라고! 알겠어? 그러니까 이 집에서는 네 아빠가 일어나지 않는 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고!”“당신!”염지아는 화가 나서 울음을 터뜨렸고 분노한 눈빛으로 송서희를 보았다. 송서희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염지아와 서강빈을 무시하고 윤 신의에게 공손하게 말했다.“윤 신의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윤 신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뒷짐을 진 채로 서강빈의 앞을 지나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지아 아가씨의 얘기를 듣자 하니, 당신도 신의라며? 어느 문파의 제자고 의술을 사용한지 몇 년 차야?”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문파가 없고 스스로 배운 거야. 의술을 사용한 지는 합해서 반년이 안돼.”이 말을 들은 윤 신의는 고개를 저으며 비웃음을 터뜨리고는 송서희에게 얘기했다.“송 사모님, 저 자식을 막기 잘했어요. 염씨 가문의 가주께서 저 자식한테 치료를 받는다면 아마 살날이 얼마 남지 않으셨을 겁니다.”송서희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찡그리며 염지아에게 호통쳤다.“염지아, 들었어? 네가 데리고 온 저놈은 문파도 없고 의술을 사용한 지 반년도 안된 놈이야! 그런데도 저 자식이 신의라고? 오늘 내가 너희들을 막지 않았다면 네 아빠는 너 때문에 죽을 뻔했어!”염지아는 몸을 퍼뜩 떨더니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서강빈은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의술이 좋고 나쁜 것이 무조건 문파와 기간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윤 신의가 비웃으며 말했다.“이 자식이 아직도 불만이야? 한의학
서강빈은 고개를 까딱하며 담담하게 웃고는 말했다.“또 까먹은 거야? 주인님이라고 불러야지.”염지아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주인님...”서강빈을 호시탐탐 노려보던 건장한 남자들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큰 아가씨가 이 자식을... 주인님이라고 부른다고?’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서강빈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로 덤덤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저 사람은 당신 아버지를 치료하지 못할 거야.”“네?”염지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버지를 치료하지 못한다는데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주인님, 그럼 저희 아빠는 어떡해요?”염지아가 황급히 물었고 서강빈이 대답했다.“내가 있잖아? 내가 약속한 이상 당신 아버지는 무사할 거야.”말을 마친 서강빈이 뒤돌았다. 그러자 세 명의 건장한 남자가 바로 달려와서 서강빈을 막아서더니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여기서 못 나가!”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나갈 생각 없어. 잠깐 앉아있으려고 그래.”말을 마친 서강빈은 태연한 표정으로 곁에 있는 회장님 의자에 앉았다. 세 명의 건장한 남자는 양옆과 앞에 서서 서강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서강빈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 명이 아니라 이런 사람이 백 명이 와도 서강빈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한편, 안방에서는 윤경식이 혼수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염동건을 보면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송서희가 얼른 물었다.“윤 신의님, 저희 남편 별일 없겠죠?”윤경식은 염동건의 맥을 짚어보더니 눈꺼풀을 벌려서 몇 번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상황이 좋지 않아요.”“네? 그럼 어떡해요? 윤 신의님, 저희 남편 꼭 살려주세요.”송서희는 다급한 마음에 눈물을 보였고 윤경식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송 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왔으니 염 가주님은 반드시 괜찮으실 겁니다.”윤경식은 이렇게 말하고 제자한테 약상자를 열라고 지시하고는 안에서 손바닥만 한 대나무 바구니
윤경식도 표정이 굳어지면서 긴장된 말투로 소리쳤다.“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그는 송서희에게 말했다.“송 사모님, 일단 진정하세요. 제가 살펴보겠습니다.”윤경식은 신속하게 염동건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이내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온몸을 덜덜 떨었다. 연명충의 생체반응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윤경식은 다시 아까 피웠던 향을 염동건의 코에 대고 유인하기 시작했지만 그 향을 아무리 움직여도, 주문을 아무 외워도 연명충의 움직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연명충이 죽은 건가?윤경식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빠르게 염동건의 맥을 짚었는데 그 순간 날벼락이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염동건의 생체반응이 아주 미약하게 느껴지고 곧 죽을 징조가 나타났다.윤경식은 빠르게 침을 꺼내 염동건에게 침을 놓아 연명하려고 했지만, 염동건은 깨어날 기미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체내에 있는 생기가 점점 더 빨리 사라지고 있었다.“윤 신의님, 제 남편은 어떻게 된 거예요?”다급해진 송서희가 물었고 윤경식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침을 뽑았다.“송 사모님, 죄송합니다. 염 가주님의 병세가 너무 엄중하므로 연명충이라고 해도 목숨을 구해줄 수가 없습니다. 뒷일을 준비하십시오.”윤경식의 말에 송서희는 경악한 표정을 짓더니 염동건의 몸에 엎드려 통곡하며 소리쳤다.“여보, 어찌 이렇게 나를 두고 가시는 거예요. 이 커다란 염씨 가문을 저 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에요...”송서희가 울며 통곡하는 모습을 송서희를 따라 들어온 집사가 곁에 서서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잠시 후, 송서희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눈물을 닦고는 집사에게 물었다.“찍었어?”“다 찍었습니다, 사모님.”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송서희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가주님의 뒷일을 준비해.”곁에 있던 윤경식은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송 사모님, 이게 무슨?”송서희가 웃으며 말했다.“윤 신의님,
“염지아, 너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내 말을 잘 듣고 순순히 시집간다면 재벌 집 사모라도 될 수 있어. 아니면 너를 바로 염씨 가문에서 쫓아낼 거야!”이 말을 들은 염지아는 화가 터져 나와 송서희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송서희 씨, 당신이 나쁜 여자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어요. 지금 우리 아빠가 거의 죽어가니까 그 역겨운 위선을 벗고 우리 염씨 가문의 가업을 뺏으려고 하는 거예요?”“염지아, 그 말은 너무 심해. 나는 네 아빠의 법적 배우자야. 네 아빠가 죽으면 내가 1순위의 상속자라고!”송서희는 충분한 승산을 쥐고 있는 사람처럼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때 서강빈이 갑자기 기침 소리를 내더니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염 가주님이 죽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이 말을 들은 송서희와 윤경식은 문 앞에서 걸어들어오는 서강빈에게 시선이 향했다.“건방진 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방금 윤 신의께서 살릴 수 없다고 얘기했잖아. 네까짓 게 뭐라고 감히 죽지 않을 거라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야?”송서희가 호통쳤고 윤경식도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염씨 가문의 아가씨 앞에서 체면을 지키려고 그런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염 가주님은 가망이 없어. 방금 내가 연명충으로 수명을 연장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병세가 너무 심해서 연명충도 살리지 못했어.”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돌팔이!”“너 뭐라고?”윤경식은 크게 화를 내며 분노 가득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서강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다가가 쌀쌀하게 말했다.“방금 염 가주님한테 연명충을 사용했다고 했어?”“그래! 수명을 5년 연장할 수 있는 연명충이야! 일반적으로 말하면 그 어떤 환자라도 수명을 5년 연장할 수 있게 돼!”윤경식은 차갑게 말하면서 자랑스러운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서강빈은 고개를 젓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을 돌팔이라고 하는 것도 과분한 말이네. 염 가주님의 병세를 제대로 살
염지아는 크게 기뻐하면서 눈물을 닦고 물었다.“정말이에요?”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뒤돌아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굳어있는 윤경식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어떻게 천의 17침을 알고 있어?”윤경식은 얼른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몇 년 전에 소문주 님과 허 신의님이 의술 대회에서 겨루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소문주 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스크린에서 천의 17침을 중계했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윤경식은 지금 감히 조금이라도 무례를 범하지 못했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 남자는 천의문의 소문주이고 바로 지금 세대의 천의문 수장이라는 말이다. 그는 용국 무사 문파들과 현문계를 제패하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귀띔했다.“내 신분에 대해서는 절대 발설하면 안 돼. 알겠어?”윤경식은 이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네...”이윽고 윤경식은 두렵고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아까 저희가 했던 내기는 무효로 하는 겁니까?”“당연히 그대로 진행해야지. 왜 무효로 해야 해?”서강빈이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윤경식은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 털썩 무릎을 꿇고 빌었다.“소문주 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멍청한 놈이어서 소문주 님을 몰라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맹세하겠습니다.”윤경식은 두려웠다. 절을 백번 하다가는 머리가 다 깨지게 될 것이고 스스로 팔까지 잘라야 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의술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곁에 있던 송서희는 윤경식이 무릎 꿇고 서강빈에게 비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윤 신의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하지만 윤경식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고 계속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서강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보다가 말했다.“그만해. 일어나서 당장 꺼져.”이 말을 들은 윤경식은 큰 죄를 면제받은 사람처럼 얼른 일어서서 자신의 제자를 데리고 도망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