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의 말에 현장이 시끄러워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 자식이 감히 삼절 도장이 사기꾼이라고 한 거야?’모두 서강빈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저 자식은 누구야? 처음 보는데 저렇게 건방져?”“감히 삼절 도장을 사기꾼이라고 하는 사람은 저 자식이 처음이야.”“멍청한 놈, 단번에 현장에 있는 절반이 되는 어르신들을 욕보였어.”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서강빈을 보는 눈빛에는 분노, 비웃음과 불만이 서려 있었다. 권효정은 주변의 반응에 미간을 찡그리고 서강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는 절반이 넘는 재벌들은 삼절 도장을 신처럼 모시고 있었는데 물론 권효정도 이 늙은 도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가 지금 말한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었다.“저 자식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저 얘기를 하는 거야.”권효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았다. 곁에 있던 정 아저씨가 웃으며 물었다.“왜, 걱정돼?”“걱정은 무슨 걱정이에요...”권효정은 새침하게 말했지만,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진천호는 서강빈이 바로 이렇게 말할 줄을 몰라 몸을 퍼뜩 떨었다. 삼절 도장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어 큰일이다. 한쪽은 삼절 도장이고 한쪽은 자신을 구해준 서강빈이기에 진천호는 무척 망설여졌다. 결국, 어쩔수 없이 진천호는 그저 모른 척했다. 삼절 도장도 표정이 무지하게 어두워졌고 꽉 쥔 주먹은 서강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했다. 그는 이 자식이 오래도록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를 망치게 둘 수 없어 그 재벌에게 말했다.“됐어요. 탄천병은 저 자식에게 양보하죠.”삼절 도장은 이미 계획이 있었다. 서강빈이 탄천병을 손에 넣게 되면 뺏으면 될 일이었다. 이런 장소에서 저 자식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 경매에 나올 천록염주야말로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재벌은 삼절 도장의 말을 듣고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꾸짖었다.“건방진 녀석! 삼절 도장
종업원이 빨간 천에 뒤덮인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빨간 천에 덮여서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모두 그 안에 있는 물건이 바로 천록염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 진행자는 천록염주를 보려고 고개를 빼든 재벌 어르신들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곧 시작됩니다. 모두 마지막 영기가 무엇인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삼절 도장의 명성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현장에 있는 절반의 재벌 어르신들이 다 삼절 도장의 은혜를 받으셨죠. 이 천록염주는 삼절 도장이 3년의 세월을 들여서 제조한 최상급의 영기입니다. 사악한 기운과 화를 내쫓고 풍수를 조절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운세를 바꾸고 대운이 트는 등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여자 진행자가 천록염주의 효능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아래에서는 많은 사람이 소리치기 시작했다.“그만그만, 다 알고 있으니 얼른 꺼내서 천록염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자고!”여자 진행자는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지금 바로 신비로운 천록염주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죠.”말을 마친 그녀가 손을 뻗어 쟁반 위에 있던 빨간 천을 벗기자 금색의 빛이 순식간에 가닥가닥 비쳐 사람들을 눈부시게 했다. 그 순간, 천록염주는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것처럼 모든 사람의 몸을 비추면서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구슬이 온통 금빛을 띠고 옥처럼 매끄러웠으며 금빛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영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은 이 천록염주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다. “세상에! 이게 바로 천록염주인건가, 너무 예쁘다...”“너무 신기한 느낌이야. 한번 보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몸이 가뿐해져.”“젠장! 이 염주는 내가 꼭 손에 넣어야겠어! 얼마가 됐든 반드시 낙찰할 거야!”현장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모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가까이 가서 그 천록염주를 보려고 했고 그 신성한 빛이 자신에게로 비추게 했다. 여자 진행자가 웃으며 말했다.“모두 천록염주의 모습을 보았으니
진천호는 멈칫하더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가짜라고요? 서강빈 씨, 장난하시는 거 아니죠?”진천호는 망설여졌다. 서강빈은 그가 데리고 와서 진위를 판단해달라고 하는 사람인데 그런 서강빈이 가짜라고 하니 살짝 위축되기는 했다.“가짜입니다.”서강빈이 태연하게 말했다. 방금 빨간 천을 거뒀을 때 서강빈도 거기에서 뿜어나오는 금빛을 보고 진짜라고 믿을뻔했는데 자세히 보니 천록염주라는 게 그저 색을 입힌 일반 구슬일 뿐이었다. 오묘한 분위기의 이유는 구슬 내부에 설치한 작은 구영진에 있었는데 아마도 내부에 주입한 금색의 전구까지 더해졌기에 그렇게 눈부시고 인체에 이로운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완전 거짓이고 영기를 모르는 재벌 어르신들을 속여서 돈을 빼내려는 것이었다. 서강빈은 늙은 도장의 곁에 있는 몇 명의 재벌 어르신도 그가 일부러 돈을 더 높게 부르라고 부탁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진천호는 영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분명했다. 잠깐 망설이던 진천호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서강빈 씨, 이 천록염주가 가짜라는 게 확실합니까?”“확실합니다. 이 염주는 그저 평범한 구슬입니다.”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하자 진천호는 들고 있던 팻말을 내리기 시작했다. 진천호 스스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한편, 삼절 도장의 곁에 있던 방금 440억을 부른 재벌은 진천호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미간을 치켜들며 도발했다.“왜 그러죠? 진 회장님 480억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까? 저는 440억을 불렀는데 회장님은 480억을 차마 부르지 못하겠는 거예요? 아니면 회장님 돈이 모자랍니까? 돈이 모자라면 얘기를 하지, 제가 빌려드릴 텐데 말이에요.”이 말들을 들은 현장의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두운 표정의 진천호는 불만이 가득했다. 자신을 도발하고 있는 이 뚱뚱한 남자는 주영수라는 사람이었는데 명문가 출신이고 진천호와 오래된 앙숙으로서 항상 서로의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진천호는 주영수가 자신이
“삼절 도장,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되면 600억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게 되겠네요.”주영수는 엄지를 치켜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삼절 도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저도 갑자기 생각난 것입니다. 계속 가격을 불러서 700억까지 가죠.”“좋아요!”주영수가 대답했다. 역시 예상대로 현장에 있던 재벌 한 명이 이를 악물고 팻말을 들었다.“600... 610억!”“620억!”“640억!”...가격을 높이는 바람이 한바탕 지나갔다. 마지막에는 주영수가 팻말을 들고 가격을 불렀다.“670억!”그러고 나서 그는 진천호를 보며 도발하는 웃음을 띤 채 말했다.“진 회장, 가격을 못 부르고 있는 거야? 600억이 넘는 이 정도 가격은 진 회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진천호는 지금 미간을 찌푸린 채 서강빈과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고 있었고 주영수는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진 회장, 그 자식이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는 거예요?”주영수와 말을 섞기 싫은 서강빈은 그를 개의치 않고 진천호한테 말했다.“진 회장님, 이제 알겠어요? 저 주영수라는 사람과 삼절 도장은 한통속입니다.”진천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서강빈 씨, 확실합니까?”“믿지 못하겠어요?”서강빈은 웃음 짓고는 손가락을 진천호의 귀에 가져다 댔고 한줄기 영기가 순식간에 진천호의 귓속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진천호는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각종 소란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랐다.“이게 뭡니까?”진천호는 놀란 얼굴로 물었고 서강빈이 대답했다.“진정하세요. 이건 남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은 술수를 제가 회장님께 부린 것입니다. 진 회장님, 지금 주영수와 삼절 도장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한번 들어보세요.”진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영수와 삼절 도장을 보았다. 역시 귓가에는 삼절 도장과 주영수가 속닥이는 소리가 빠르게 흘러들어왔다.“삼절 도장, 도발이 좀 부족한 것일까요? 진천호가 가격을 부르지 않는데 좀 자극해 볼까요?”“네. 계속 자극하세요. 더 높은 가
주영수는 벌떡 일어나 진천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화를 냈다.“진천호, 왜 값을 더 부르지 않는 거야?”진천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무 비싸서 돈을 더 부르지 못하겠어. 주 사장처럼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말이야. 690억 거금인데, 주 사장 축하해요.”말을 할수록 진천호의 얼굴에는 주체를 못 하고 웃음이 피었다. 그 순간, 주영수는 자신의 수가 들통났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어 여자 진행자를 향해 소리쳤다.“아니야! 내가 부른 값은 무효야! 690억은 진천호가 부른 값이야!”690억을 주고 가짜 영기를 하나 산다고? 그 물건이 결국 거금을 주고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고 생각하니 주영수는 미칠 지경이었다. 주영수는 한편으로 여자 진행자에게 소리치면서 한편으로 진천호를 닦달했다.“진천호, 당장 700억을 불러! 이 천록염주를 너에게 양보할게. 이거 좋은 물건이야!”다급해진 주영수가 이성을 잃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 현장에 있는 재벌 어르신들은 어리둥절해졌다.‘무슨 상황이야? 천록염주가 최고급의 영기라면서 왜 서로 양보하고 있는 거야?’진천호가 웃으며 말했다.“주 사장, 본인이 부른 값을 어떻게 무를 수 있어? 천록염주가 좋은 물건이라며, 그러면 주 사장이 낙찰하면 되잖아.”앞서 서강빈이 청록 염주가 가짜라고 했던 말을 진천호는 지금 거의 확실하게 믿게 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주영수가 이렇게 초조해할 리가 없다.“안돼! 당신 무조건 700억 불러야 해!”주영수는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렸고 표정이 어두워진 진천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주영수, 지금 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기나 해?”“나는...”주영수는 말문이 막혔고 곁에 있던 삼절 도장도 미간을 찌푸린 채 작게 말했다.“주 사장님, 앉으세요.”주영수는 고개 돌려 삼절 도장을 보며 초조하게 말했다.“삼절 도장, 690억입니다.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거잖아요?”곁에 있던 재벌 어르신들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바뀌었다.“무슨 뜻이야?”“물거품이 됐다고?”
“삼절 도장이 정말 이런 사람일 줄 몰랐네요.”진천호는 자신이 무척 숭배하고 존경했던 삼절 도장이 인제 와서 보니 그냥 사기꾼이었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 진행자가 낙찰의 의미로 망치를 내리치고 나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천록염주는 정식적으로 주영수의 소유가 된다. 서강빈은 웃음을 짓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진 회장님, 한 번 더 속 시원하게 화풀이를 하시겠습니까?”“무슨 뜻이지요?”진천호가 눈을 깜빡거리면서 의아하게 묻자 서강빈이 대답했다.“당연히 천록염주가 사기였다는 것을 까발리는 거죠.”진천호는 흠칫하더니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서강빈 씨, 자신 있습니까? 아무래도 삼절 도장입니다. 실력이 대단해요.”“저를 믿으세요.”서강빈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윽고 그는 갑자기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들릴 정도의 큰소리로 말했다.“주 사장님께서 690억에 가짜 영기를 하나 들이시다니 역시 돈 많은 분이 다르긴 다르군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시선이 서강빈을 향했다. 권효정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강빈을 보았다.“이 자식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는 거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가...”권효정이 초조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정 아저씨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내 담담하게 웃었고 시선은 서강빈을 훑어보고 있었다.한편, 주영수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안 그래도 690억에 가짜를 사게 되어 가슴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는데 지금 저 빌어먹을 자식이 자신의 면전에서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상처 소금을 뿌리는 격이 아닌가? 하지만 주영수는 그렇다고 인정할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강빈을 꾸짖었다.“이 자식아, 어디서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가짜라고? 이건 삼절 도장이 직접 제조한 진짜 영기인 천록염주야! 690억은 마땅히 지급해야 할 값이지! 당신들이 낙찰하지 못하니까 이런 식으로 나를 조롱해? 분명히 말하는데 지금 이러는 건 당신들이 헛수
연회장의 사람들이모두 흩어졌다. 주영수는 절반 값인 345억을 받으려고 삼절 도장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였다. 서강빈과 진천호도 돌아가려고 연회장을 나섰는데 공교롭게도 문 앞에서 마찬가지로 퇴장하고 있는 권효정과 마주치게 되었다.“효정 씨.”서강빈이 불렀지만, 권효정은 말을 섞기 싫은지 걸음이 더 빨라졌다. 곁에 있던 정 아저씨가 웃으며 물었다.“기다렸다가 얘기해볼 생각 없어?”“얘기할 것도 없어요. 쓰레기 같은 자식이에요.”권효정은 씩씩거리며 말하고는 정 아저씨한테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하지만 정 아저씨도 알만한 사람이기에 일부러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말했다.“아이고, 배가 아프네. 화장실 좀 다녀올게. 잠깐만 기다려줘.”말을 마친 정 아저씨는 권효정의 의심의 눈초리를 개의치 않고 뒤돌아 자리를 떴다. 와중에 정 아저씨는 또 서강빈에게 다가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잘 달래줘.”흠칫 놀란 서강빈은 물론 정 아저씨를 모르지만 웃으며 대답했다.“고맙습니다.”그러고 나서 서강빈은 권효정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효정 씨...”“참나!”권효정은 씩씩거리며 서강빈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여기는 왜 온 거예요? 가서 전 아내랑 금슬이나 자랑하고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서강빈은 이 여자가 아직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고는 해명하기 시작했다.“나랑 송해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해하지 말아요.”“오해라고요?”권효정은 화를 내며 뒤돌아 진지한 눈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오해했다고요? 내가 직접 봤어요! 두 사람 키스하고 있었잖아요. 내가 조금만 늦게 갔더라면 두 사람 옷을 발가벗고 함께 잤을 거잖아요!”말을 마친 권효정은 빨개진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소리쳤다.“쓰레기 같은 자식! 강빈 씨랑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그러고 나서 권효정은 뒤돌아 떠나려고 했지만, 서강빈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내 얘기 좀 들어주세요.”“안 들을
“안 될 게 뭐가 있어요.”권효정은 서강빈을 흘겨보고는 서강빈의 귓가에 대고 작게 말했다.“그럼 밤에 만물상점에 당신을 찾으러 갈게요. 오늘 밤 나는 강빈 씨의 사람입니다.”이런 멘트는 어느 남자한테도 다 타격이 있는 멘트였다. 서강빈도 살짝 흠칫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반드시 권효정과 송해인 사이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밤에 다시 얘기해요.”서강빈은 승낙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출구를 나섰고 어둠은 사나운 호랑이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미간을 찡그린 서강빈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살기를 느꼈다.‘그 늙은 도장인가?'서강빈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효정 씨, 먼저 돌아가요. 저는 처리할 일이 좀 남았습니다.”서강빈은 고개 돌려 권효정에게 말했다.“무슨 일이요? 제가 같이 있어 줄까요?”이렇게 묻는 권효정은 조금도 서강빈과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었다. 서강빈이 대답했다.“사적인 일이에요.”“알겠어요. 그럼 일찍 돌아와요. 만물상점에서 당신 기다릴게요.”권효정은 이렇게 대답하고 서강빈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권효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서강빈은 숨을 내쉬고 뒤돌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걸음을 옮겨 그곳에 있는 작은 숲으로 들어갔다.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서강빈은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음침하고 사악한 기를 짙게 느꼈다.“나와요.”서강빈은 담담하게 어둠을 향해 말했다.“허허, 미친놈. 보아하니 죽는 게 두렵지 않은 모양이구나.”서늘한 음성이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따라서 삼절 도장은 큰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음침하고 서늘한 표정을 한 그는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나한테 볼일 있어요?”서강빈은 침착하게 물었고 삼절 도장은 콧방귀를 뀌더니 사악한 표정으로 화를 냈다.“망할놈, 네가 번번이 내 좋은 일을 망치니 오늘 밤 너는 절대 여기를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살고 싶으면 저번의 그 팻말과 오늘 낙찰한 탄천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