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이 허윤재의 뺨을 내리치며 짝하는 소리가 났고 허윤재는 입에서 이빨을 토해냈다. 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인플루언서가 그렇게 대단해?”“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내가...”허윤재가 소리쳤다. 서강빈은 그의 뺨을 한 번 더 때리고는 차갑게 물었다.“물었잖아. 인플루언서가 그렇게 대단하냐고?”허윤재는 살짝 멍한 얼굴로 소리쳤다.“미친놈! 너는 이제 죽었어! 내가 영상을 올려서 내 팬들한테 고발하기만 하는 너는 끝났어!”서강빈은 두려운 기색이 하나도 없이 다시 한번 뺨을 내리쳤다. 뺨을 여러 대 맞아 끝내 바닥에 쓰러진 허윤재는 입에 피가 고이고 머리도 윙윙 울렸다. 그를 내려다보며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인플루언서면 함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인플루언서면 법을 어겨도 되는 거야? 인플루언서면 사실을 왜곡해서 사이버폭력을 유도해도 되는 거야? 너한테 그럴 권리가 있다고 누가 그랬어? 말해, 누가 그랬냐고!”레스토랑 전체에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고 허윤재의 머리도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너무 놀라 바지에 오줌을 싼 허윤재는 수치스러움에 소리쳤다.“너는 이제 죽었어! 너는 끝났어!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내가 너 인터넷에 폭로해서 묻어버릴 거야!”이성을 잃고 소리치는 허윤재는 앞에 있는 서강빈을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아직도 네 잘못이 뭔지 모르는구나.”말을 마친 서강빈은 허윤재의 얼굴을 계속해서 여러 번 내리쳤고 허윤재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퉁퉁 부었을 때야 그는 우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잘못했습니다, 형님.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허윤재는 겁이 났다.‘이 자식은 제대로 미쳤어!’서강빈은 손을 털고 허윤재를 차가운 눈빛으로 한번 보고는 권효정에게 말했다.“우리 가요.”“네.”권효정은 다가가서 서강빈에게 팔짱을 끼고 레스토랑을 떠나려 했지만 이때 문 앞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거기 서! 감히 나 허산범의 아들을 건드린 놈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해!”
담담하게 웃는 서강빈을 보면서 허윤재가 소리쳤다.“미친놈아, 가만히 서서 뭐해? 당장 무릎 꿇고 빌어! 아니면 우리 아빠가 너 죽여버릴 거야!”허산범이 있으니까 허윤재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 다시 건방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강빈은 태연한 얼굴로 허산범을 보면서 물었다.“저 사람 아버지라고 했죠? 당신 아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안 물어보는 겁니까?”“나 허산범의 아들은 어떤 일을 해도 다 문제없어! 하지만 네가 내 아들을 건드린 건 죽을죄를 지은 거야!”허산범의 묵직한 음성과 거들먹거리는 눈빛에는 오만함이 가득했다.“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군요. 아들이 왜 그렇게 건방지나 했더니 아버지를 닮은 모양입니다.”서강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허산범의 짙은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차갑게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너랑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살고 싶으면 당장 무릎 꿇고 스스로 두 팔을 망가뜨려. 그리고 우리 아들한테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도록 해!”“내가 그렇게 못하겠다면요?”태연하게 되묻는 서강빈을 보고 어두운 표정을 짓던 허성범은 눈썹을 치켜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못하겠다면 내가 뭘 하든, 날 탓하지 마. 저 자식을 제압해!”허산범이 손짓을 하자 등 뒤에 있던 몇 명의 경호원들이 바로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나와 호시탐탐 서강빈을 노려보았다.“미친놈, 감히 성회의 땅에서 우리 도련님을 다치게 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구나.”그중 경호원 한 명이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띠고 말했다.“당신네 도련님이 그렇게 귀한 몸이야?”서강빈이 되물었다.“당장 죽고 싶어?”그 경호원은 이렇게 호통치면서 서강빈을 향해 주먹질했다. 서강빈은 똑같은 자세로 맞받아쳤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주먹이 부러진 그 경호원은 비명을 지르며 비틀비틀 뒤로 물러섰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주먹을 쥐고 놀라운 얼굴로 서강빈을 보면서 소리쳤다.“건방진 이유가 있었구나. 실력이 조금 있는 놈이네. 다 같이 덤벼!”말이 끝나자 열 명이
이 모습을 본 전유진은 미간을 찡그리고 서강빈을 보면서 물었다.“서강빈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서강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담담한 웃음을 띤 권효정이 나서서 허윤재를 가리키며 말했다.“유진아, 방금 저 자식이 나한테 찝쩍댔어.”“미친년! 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주둥이를 한 번만 더 함부로 놀리면 내가 사람들을 불러서 너를 제대로 괴롭히는 수가 있어!”화가 난 허윤재는 권효정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에 전유진은 허윤재의 뺨을 세게 내리쳐서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차갑게 말했다.“닥쳐! 너 죽고 싶어?”놀란 허윤재는 얼굴을 움켜잡고 억울하다는 말투로 소리쳤다.“전유진 씨,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제가 욕한 건 저 미친년이잖아요!”“누구더러 미친년이라고?”차갑게 묻는 전유진의 말에 허윤재는 손을 들어 권효정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저 여자 말이에요!”이윽고 전유진이 허리춤에서 꺼내든 긴 비수가 번쩍거리더니 손 하나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눈이 휘둥그레진 허윤재는 자신의 손이 잘려나간 자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아악! 내 손, 내 손... 아빠, 저 사람이 제 손을 잘랐어요...”허산범은 크게 분노했다.“전유진 씨! 아무리 전씨 가문의 딸이라고 해도 아무 이유 없이 제 아들의 손을 자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도 성회의 명문가입니다!”호통치는 허산범앞에서 전유진은 조금도 물러서는 기색이 없이 차가운 눈길로 허산범을 쳐다보면서 말했다.“허산범 씨, 당신 아들이 방금 욕한 분은 천주 권씨 가문의 따님입니다. 손을 하나 자르는 것은 당신 아들의 목숨을 구하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허산범은 머리가 띵해져서 터지는 것 같았다.‘천주... 권씨 가문!’이 순간, 허산범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저, 저분이 천주 권씨 가문의 따님이라고요?”허산범은 몸을 덜덜 떨면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권효정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허산범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조아리며 외쳤다.“죄송합니
“그럼 어떡해요?”전유진은 다급하게 물었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전 씨 어르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성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사악한 기운이 심장에 파고들었다.“강빈 씨, 저를 봐서라도 전 씨 어르신을 살려주세요.”권효정은 서강빈의 팔을 붙잡고 부탁했고 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아까 전태산 씨는 저희를 쫓아냈었잖아요.”권효정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이 말을 들은 전유진은 바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서강빈 씨, 부탁할게요.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신다면 나 전유진은 서강빈 씨를 위해 그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이들이 대화를 나누던 중 비명이 들려왔다. 전 씨 어르신은 이미 긴 칼로 사람들을 여럿이나 베었고 지금 전태산을 쫓아가면서 베려고 하고 있었다. 전태산은 전 씨 어르신을 공격할 수 없어 어쩔수 없이 도망가면서 최소한의 방어만 하고 있었다. 그 결과 전태산은 온몸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서강빈 씨, 제발 부탁합니다. 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살려주세요.”전유진은 울면서 애원했고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알겠어요.”말을 마치고 서강빈은 이성을 잃은 전 씨 어르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 모습을 본 전유진은 깜짝 놀라서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그냥 저렇게 간 거야?”권효정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강빈 씨가 나서주는 이상 네 할아버지는 무조건 괜찮을 거야.”말을 하던 중, 서강빈과 전 씨 어르신의 거리는 불과 십몇 미터까지 되었다. 전태산을 쫓아가면서 칼을 휘두르던 전 씨 어르신도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서강빈을 발견하고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면서 사악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전태산은 서강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젊은이! 얼른 비켜! 여기는 자네가 있을 곳이 아닐세!”하지만 서강빈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손가락을 마주하는 동작을 취한 채 어르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온몸에 피투성이인 전태산이 뭐라고 꾸짖으려
“어르신께서 깨어나신 후에는 실력이 전보다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높은 경지로 가려고 한다고 해도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성을 잃고 폭주를 한 것이 어르신의 몸과 경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했어요.”이 말을 들은 전태산은 몸이 퍼뜩 떨리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이미 이 결과를 예상하였다. 이성을 잃고 폭주한다는 건, 지금까지 무술을 수련하면서 이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 좋은 결말이 있은 적이 없었다. 어르신이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서강빈 씨, 알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습니다.”전태산의 말에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몸을 살짝 비틀거렸다.“강빈 씨, 괜찮아요?”권효정이 다급하게 서강빈을 부축하면서 긴장된 말투로 물었다. 서강빈이 대답했다.“괜찮아요. 소모가 조금 커서 잠깐 휴식하면 돼요.”“서강빈 씨, 안으로 들어가서 휴식하시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권효정과 함께 저택의 홀로 들어갔다. 전 씨 어르신도 전유진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거실에 앉아 있는 서강빈은 체내의 영기를 어느 정도 회복하고 나서야 혼탁한 숨을 내쉬었다. 전유진은 다가와서 다시 한번 서강빈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서강빈 씨, 앞으로 당신은 저희 전씨 가문의 귀빈이십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몸의 상처를 다 처치하고 붕대를 감은 전태산도 다가와서 서강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그러고 보니 전 가주님, 아까 삼절 도장 그분은 어디 있어요?”갑자기 묻는 서강빈의 말에 전태산은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지 불퉁하게 말했다.“도망갔어요!”“도망갔다고요?”서강빈은 살짝 의아했지만 그럴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웃음을 지으며 충고를 건넸다.“전 가주님, 그 도장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전태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서강빈 씨의 충고 고맙습니다. 아까 서강빈 씨의 말을 들었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말
하도운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가가서 말했다.“오늘은 연아의 생일이야. 내가 연아의 남자친구로서 왜 오면 안 돼?”“하하하! 멍청한 놈, 너 미쳤어? 네가 연아의 남자친구라고? 본인이 어떤 놈인지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야. 감히 그렇게 미친 소리도 하다니.”중간에 앉은 잘생긴 남자가 비웃음을 띠고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다. 송재형이라고 하는 이 남자도 연아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때, 하도운의 뒤에 있는 서강빈을 본 송재형은 차갑게 웃으며 비꼬았다.“자식이 뭘 좀 아네? 사람을 데리고 와서 체면을 세울 줄도 알고. 근데 말이야, 네가 그렇게 누추하게 입은 것도 모자라서 데리고 온 친구도 왜 이렇게 거지꼴이야? 돈이 부족해? 그래서 옷이랑 시계를 빌릴 수 없었어?”송재형의 말은 하도운의 가슴에 세게 박혔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하도운이 입은 비싼 옷과 시계는 렌트한 것이다.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송재형의 곁에 있던 친구도 함께 비웃으며 말했다.“재형이 형, 더 말할 게 있겠어요? 돈 없는 멍청이의 친구가 돈이 있을 리가 있겠어요? 딱 봐도 보잘것없는 자식들이잖아요.”“맞아.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잖아. 돈 없는 놈의 세상에는 똑같이 돈 없는 놈들뿐이지 뭐. 우리 같은 진짜 재벌 2세, 일반인들의 머리 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송재형은 하도운을 보면서 의기양양하고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야, 하도운, 너한테 내 친구들을 살짝 소개해줄게. 그러고 나서 네 친구랑 비교해봐.”송재형은 오른쪽에 있는 젊은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이분은 조민우라고 JS 호텔 주인의 아들이야. 아버지는 송주 사회 어디에서든 인맥이 아주 넓은 분이야. 우리 송주의 염라대왕인 규성 어르신 알지? 조민우의 아버지 조명준은 규성 어르신과 오래전에 의형제를 맞은 사이야!”말을 마치고 송재형은 또 어깨가 으쓱하여 왼쪽에 있는 젊은이를 가리키며 자랑스레 말했다.“이분은 양정인이라고 하고 도련님이야. 아버지 양진영은 우리 송주에서 제일가는 명문가인 고씨 가문
이어서 송재형은 작은 목소리로 조민우에게 말했다.“민우 형, 여기는 진웅 어르신의 구역이니 우리는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송재형의 말을 들은 조민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놓고 험악한 말투로 서강빈에게 말했다.“이 건방진 자식, 너 이름이 뭐야?”웃음 짓던 서강빈은 하도운의 뒤에서 나와 자리에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솔직하고 떳떳해. 내 이름은 서강빈이고 불만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서강빈은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지만, 이 사람들이 하는 걸 봐서는 하도운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의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들이라면 서강빈도 당연히 그들을 건방지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서강빈, 좋아, 기억했어. 그렇게 설치고 있어. 이따가 나가면 네가 계속 그렇게 설칠 수 있나 두고 볼 거야!”조민우는 험악하게 위협적인 말을 뱉었다. 여기는 진웅 어르신의 구역이니 손을 쓰기 어렵지만, 술집을 나서서는 진웅 어르신의 관할구역이 아니게 된다. 진웅 어르신은 송주의 어두운 쪽에서 세력이 큰 사람 중 하나이다. 물론 세력과 지위는 규성 어르신과 비교할 바 못 되지만 조민우의 아빠 조명준보다는 훨씬 대단한 사람이다. 이때, 양정인이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서강빈과 하도운을 훑어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두 멍청이, 민우 형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그까짓 목숨을 잃는 게 두렵지도 않은 가봐? 특히 너, 온몸에 두른 걸 다 합해도 몇만 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건방지게 굴다가 머리가 날아 나지 않게 조심해라.”서강빈은 태연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래서? 돈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때?”“하하하!”송재형과 나머지 둘은 그 말을 듣고 비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돈 없는 놈은 티가 나. 그렇게 유지한 물음을 묻다니.”양정인은 비웃으며 방자한 태도로 말했다.“알려줄게. 이 세상은 돈이 다야!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걸 다 해도 되고 너희들이 못 사는 것들도 아무렇지 않게 다 살 수 있어. 너희들이 좋아해도 얻지 못
이 말을 들은 하도운은 분노가 치밀어 송재형을 향해 소리쳤다.“네가 연아를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이 쓰레기야!”“그래. 그래도 네가 뭘 어찌할 건데? 화나?”송재형은 비웃음을 띠고 말을 이었다.“좋아. 그럼 우리 내기를 하자.”“무슨 내기?”하도운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고 송재형이 대답했다.“연아가 너 같은 가짜 재벌 2세를 선택할지, 나 같은 진짜 재벌 2세를 선택할지 내기하자. 연아가 너를 따라서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는 걸 택할지 아니면 내 밑에서 무릎 꿇고 나를 즐겁게 하면서 일시적인 재벌 생활을 택할지 내기하는 거야.”“너!”하도운은 모욕적인 말을 듣고 더 분노했다.“너는 연아가 좋은 여자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연아는 날 선택할 거니까. 연아는 절대 그렇게 돈을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야!”분노한 하도운은 주먹을 쥐며 말했고 이에 송재형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이따가 그 결과를 알게 되겠지. 이 멍청한 놈.”말이 끝나자 방문이 열리더니 짧은 스커트와 끈 민소매를 입은 최연아가 걸어들어왔다. 몸매도 아주 좋고 이쁘장하게 생긴 전형적인 인플루언서의 모습이었다.“연아야, 왔어?”하도운이 얼른 웃음을 띠고 마중 나갔다. 최연아는 살짝 웃어 보이며 대답하고는 하도운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최연아를 보고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 이유는 최연아가 하도운에게 웃어 보이고 나서 소파에 있는 송재형 일행에게 가서 먼저 웃으며 말을 건넸기 때문이다.“재형 도련님, 일찍 오셨네요. 이 두 분은 누구시죠?”송재형은 일어서서 소개했다.“연아야, 소개할게. 이 두 분은 예전에 너한테 말한 적 있는 조민우 형과 양정인 도련님이야.”“민우 오빠와 정인 도련님이군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최연아는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 지으며 말했다. 이 모습을 본 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으로는 방금 하도운과 송재형이 한 내기에서 하도운이 무조건 질 것이라 확신했다.최연아는 좋은 여자가 아니었다.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