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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지금 복도 전체에는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고씨 가문의 어르신인 고정용이 서강빈한테 사과를 한다고? 송주의 실세가?’

이 장면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다. 유정명은 유독 얼굴이 사색이 되어 정신을 놓아버린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이 이제 큰일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문스러운 표정의 김제혁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눈앞에 있는 서른도 안 되는 젊은이의 출신이 그 정도로 대단하여 고 씨 어르신께서도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해야 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예쁜 두 눈을 깜빡이며 서강빈을 쳐다보던 권효정은 그가 점점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고세진은 넋이 나갔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 송주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실세이고 누구도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존재이다. 송주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도 할아버지의 말 몇 마디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하여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고세진은 황당했다. 할아버지가 눈앞의 이 자식에게 사과했다. 그것도 아주 비굴하고 공손한 태도로 말이다..

“할아버지, 정신이 어떻게 되셨어요? 이 자식한테 지금 사과한 거예요?”

고세진은 아직도 객기를 부리며 거칠게 소리쳤다. 그러자 고정용이 고개를 돌려 그를 꾸짖었다.

“너는 닥쳐!”

고정용의 호통 소리는 그 울림이 복도 전체를 꽉 메워 고세진은 몸을 떨면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서 거장, 제 체면을 봐서라도 이번 일은 이쯤에서 끝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반드시 서 거장이 만족할 만한 조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정용이 거의 애원하듯 얘기하자 서강빈은 차갑게 그를 한번 보더니 대답했다.

“정용 어르신께서 직접 그렇게 얘기하시니 저도 어르신을 더 난처하게 할 생각 없습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고세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알아서 처신 잘해.”

지금 고세진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고 감히 뭐라고 얘기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불만이 가득했고 눈가에는 원망이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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