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권효정은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저도 먼저 가볼게요. 저녁에 다시 보러 올게요.”권효정은 말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서강빈이 방심한 사이에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미간을 찌푸린 서강빈이 뭐라고 말하려던 때, 권효정은 이미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멀리 나갔다. 서강빈은 어쩔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다 떠나고 혼자 남아 조용해진 공기에 만족하던 서강빈은 마음속으로 송해인이 한 말들을 곱씹었다.‘재결합?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한편, 회사로 복귀한 송해인은 빠르게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의 모습으로 돌아와 일에 집중했다. 점심이 되었을 때, 진기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찾아왔다.“송해인,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진기준은 송해인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진기준을 본 송해인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진기준, 미안하지만 나는 너랑 결혼 안 할 거야.”“서강빈 때문에?”진기준의 물음에 송해인도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젠장!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그 자식이 도대체 어디가 좋은 거야? 나보다 돈이 많아? 나보다 지위가 높아?”진기준의 마음속 분노는 점점 더 들끓어 올랐다. 송해인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기준을 보며 물었다.“그럼 네가 먼저 대답해줘. 그날 이씨 가문의 리조트에서 날 구한 사람이 누구야?”진기준은 송해인이 갑자기 이렇게 물을 줄 몰랐는지 당황했다.“당연히 나지!”뻔뻔한 진기준의 대답에 송해인도 더 설명하지 않고 사진을 꺼내 진기준에게 던졌다. 사진을 확인한 진기준은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여 물었다.“이거 누가 준 거야?”“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진기준, 네가 나를 속였기 때문에 나는 너랑 결혼 안 해.”송해인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진 진기준은 사진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고 사나워진 눈빛으로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네가 후회하지 않기를 바래.”“후회할 일 없어.”송해인의 대답을 들은 진기준
병원에 도착한 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송 어르신을 보았다.“어르신, 몸이 좀 어때요?”서강빈이 다가가서 물었다. 송 어르신은 서강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 괜찮아. 어떻게 말도 없이 왔어?”“방금 어르신께서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왔습니다.”서강빈의 말에 송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아무 일도 없는데.”“이상하네요.”미간을 찡그리는 서강빈을 보고 송 어르신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화를 잘못 걸었겠지.”고개를 끄덕인 서강빈도 더 신경 쓰지 않고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맥을 짚어드릴게요.”“좋지.”송 어르신은 자애로운 웃음을 띠고 말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서강빈은 한동안 보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건강은 괜찮으십니다.”고개를 끄덕인 송 어르신은 소리 내어 웃으며 서강빈과 일상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송 어르신이 목마르다고 해서 서강빈은 물을 받아주었다. 송 어르신은 그 물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며 피를 토했다.“어르신!”서강빈은 깜짝 놀라 얼른 송 어르신의 상황을 살펴봤다. 서강빈은 이게 중독 증상이라는 것을 바로 보아냈다.‘어떻게 중독된 거지?’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수납장 위에 있는 물잔을 보았다. 서강빈이 물잔을 집었을 찰나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제일 앞에 달려온 안경을 낀 남자 의사가 물었다. 송 어르신이 피를 토하며 침대에 고꾸라진 것을 본 남자 의사가 얼른 서강빈을 밀어내고 간호사들과 함께 응급처치를 시작했기에 서강빈은 뭐라고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한참 동안 응급처치를 하고 나서야 송 어르신의 상황이 안정되었다. 양미란과 송태호를 포함한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빠르게 달려왔다. 병실 내부는 무척 소란스러웠다.“의사 선생님, 어르신은 괜찮으신가요?”긴장된 기색으로 묻는 양미란의 말에 안경 낀 남자 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안경을 올리면
“서강빈?”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문 앞의 서강빈을 보면서 물었다.“네가 여기 왜 왔어?”“어르신 뵈러 왔어.”서강빈은 사실대로 대답했고 송해인은 미간을 치켜들며 물었다.“태호가 네가 독을 주입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네 생각에는 내가 한 일인 것 같아?”태연하게 되묻는 서강빈에 표정이 변한 송해인은 뭐라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송태호가 한발 빠르게 서강빈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욕을 퍼부었다.“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그 시각에 병실에 있던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아침에 나랑 엄마가 왔을 때 할아버지는 멀쩡하셨는데 왜 네가 오고 나서 바로 중독됐겠어?”표정이 바뀐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말했잖아. 내가 한 거 아니라고. 저 컵에...”서강빈은 수납장 위에 있는 컵을 가리켰지만, 컵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무슨 컵? 어디에 컵이 있어? 아직도 발뺌하려고?”송태호가 소리치자 양미란도 따라서 꾸짖었다.“서강빈, 우리는 네 거짓말과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 이미 경찰을 불렀어. 할 말이 있으면 경찰서에 가서 해!”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소리쳤다.“다들 그만! 조용히 좀 해요!”그러고 나서 송해인은 빨개진 눈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물었다.“정말 너 아니야?”“나 아니야.”서강빈의 대답에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씨 가문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말을 내뱉었다.“그래, 너 믿을게.”송해인의 말에 양미란을 포함한 모두가 넋이 나갔다.“해인아, 너 뭐라고 했어? 저 자식을 믿는다고?”“누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현장에는 저 자식 한 사람뿐이었다고. 저 자식이 할아버지한테 독을 주입한 게 아니면 누구겠어?”“그래, 딱 봐도 저 자식은 나쁜 마음을 먹고 있네! 무조건 저 자식이 독을 주입한 거야!”송씨 가문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말하는 것을 듣던 송해인은 두통이 몰려와서 소리쳤다.“그만 해요. 조용히 좀 합시다. 저는 서강빈을 믿어요.”“사실 저 사람이 독을 주입한 건지 아닌
잠깐의 침묵끝에 서강빈은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한 게 아니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이것밖에 없어. 내가 다른 그 어떤 일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네 할아버지한테 독을 주입하는 일은 절대 안 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부부로서 지낸 3년 동안 네가 잘 봐왔잖아.”송해인은 눈물을 훔쳤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복잡하고 괴로웠다.“됐어. 그만하고 가. 당장 가버려!”송해인의 말에 양미란이 가만히 있지 않고 소리쳤다.“송해인, 너 미쳤어? 저 자식을 보낸다고? 저 자식이 네 할아버지한테 독을 먹였으니 당장 잡아서 감옥에 넣어야지!”“맞아! 잡아넣어!”송태호도 맞장구를 치며 소리쳤다.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따라서 서강빈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소란을 피웠다.“그만 해요!”송해인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그냥 보내줘요. 그때 송씨 가문이 서강빈에게 입었던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해요.”양미란과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서강빈, 당장 꺼져!”양미란이 소리쳤다. 억울한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서강빈은 깊은 눈빛으로 송해인을 보면서 당부했다.“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말을 마친 서강빈은 뒤돌아 떠났다. 그 모습을 보고 송태호는 욕을 퍼붓기까지 했다.“너를 왜 찾아? 쓰레기 같은 놈!”붉어진 눈시울로 서강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있던 송해인은 마음속이 복잡했다.“송해인, 분명히 말하는데 이 자식이 감히 어르신한테 독을 먹인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재결합은 절대 안 돼! 일찌감치 그 마음은 접어!”양미란은 고개를 돌려 송해인에게 경고했다.“맞아! 누나, 누나도 봤잖아. 우리 모두 현장에 있었어. 저 자식이 병원에 온 후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중독됐잖아. 저 자식이 아니면 누구겠어?”송태호가 맞장구를 쳤다.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따라서 소란을 피웠고 모두 입을 모아 송해인과 서강빈의 재결합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해인아, 우리가 너를 꾸짖는 건 아닌데
“오늘 난 서강빈에게 솔직히 얘기할 생각이에요. 그와 이혼할 거라고 말이에요. 맞아요, 난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요. 음, 저녁에 봐요.”비오 그룹 대표 사무실. 송해인은 의자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검은색 정장 치마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은 펜을 이용해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그녀는 엄청난 미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우아하고 고상했다.“여보, 이건 내가 사랑을 담아 만든 도시락이야.”사무실 문이 열리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웃으며 물었다.“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서강빈, 우리 이혼하자.”송해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도시락을 들고 있던 서강빈은 멈칫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여보, 농담하지 마.”눈앞의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자는 그와 결혼한 지 3년이 되는 그의 아내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최근 1년 사이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송해인은 아주 바빴고 서강빈은 매일 그녀를 위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번 돌아온 거라고는 거기에 놔두면 잠시 뒤에 먹을 거라는 대답뿐, 그 외에 다른 교류는 없었다.“농담하는 거 아니야.”송해인은 서랍 안에서 이혼합의서를 꺼내며 냉담하게 말했다.“사인해.”서강빈은 미간을 좁힌 채로 이혼합의서를 바라봤다.그는 3년간의 결혼 생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강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송해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약간의 노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때문에 그래?”“누구?”송해인의 예쁜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서강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서강빈은 책상 위 휴대전화를 힐끗 보더니 자조하듯 웃었다.“저녁에 만나자던 그 사람... 그 사람 때문 아니야?”“나 통화하는 거 엿들었어?”송해인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서강빈 씨, 더 얘기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요. 얼른 사인해요.”여비서는 씩씩거리면서 다가와 그에게 합의서를 내밀었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화를 냈다.“사인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님이 서강빈 씨와 이혼하는 건 아주 쉬운 일에요. 대표님은 그저 옛정을 생각해서 서강빈 씨 체면을 봐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착각하지 말고 화를 자초하지도 말아요.”“화를 자초하지 말라고?”서강빈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줄곧 말이 없는 송해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송해인, 지금 나한테 경고하는 거야?”송해인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난 그냥 너랑 말로 잘 풀고 싶은 것뿐이야.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서강빈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송해인에게서 약간의 미련이라도 보이길 바랐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송해인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사인해. 당신 요구는 최대한 다 들어줄게. 사인 끝나면 계속 친구로 남을 수도 있어.”송해인은 잠깐 고민한 뒤 빨간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친구로 남을 수 있다고?’그 말에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어쩌면 지난 3년간 서강빈 홀로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송해인은 그를 그저 디딤돌로 보았을 것이다.“사인할게. 집, 차, 돈. 그런 건 필요 없어. 난 날 충분히 책임질 수 있어.”서강빈은 잠깐 침묵하더니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사람 관상 봐주고 풍수 봐주고 부적 써주는 그 가게로?”송해인은 같잖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다.1년 사이 서강빈은 몰락했다.그가 작은 가게를 열어 남의 관상을 봐주고, 풍수를 봐주고, 액을 막고 화를 막을 수 있다면서 사기를 쳐서 부적을 파는 걸 생각하면 황당했다.이것이 송해인이 그와 이혼하려는 이유였다.서강빈은 달라졌다. 그는 이상하게 변했고 더는 말도 통하지 않았다.“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은 차
그 말을 듣자 송해인의 표정이 굳어졌다.눈앞의 여자는 정말로 예뻤다. 몸매든 외모든 전혀 그녀에게 뒤처지지 않았다.게다가 멋진 페라리까지 끌고 다니는 걸 보니 송해인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서강빈은 언제 저 여자랑 안 거지?’20대 초반이면 그녀보다 5, 6살은 어렸다.송해인은 순간 질투심이 불타올랐다.마침 달려온 비서는 눈앞의 광경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미안하지만 누구시죠?”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아주 젊고 예쁜 여자였지만 그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심 회장님께서 서강빈 씨를 제게 소개해 주셨어요. 전 권효정이라고 해요. 심 회장님이 서강빈 씨께 금오단이 있는데 오직 그 금오단만이 저희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권씨 가문은 20억으로 그 금오단을 사고 싶어요.”권효정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심형운 씨 말인가요?”서강빈이 중얼거렸다.심형운은 송주 상회의 회장이었다. 2년 전 서강빈은 그의 병을 치료한 적이 있고 그 일로 그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심형운의 도움이 없었다면 비오 그룹은 지금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형운과 아는 사이인 걸 보면 권씨 가문은 예사 가문이 아닌 듯했다.서강빈은 잠깐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단 알겠어요. 하지만 먼저 권효정 씨 할아버지 상황부터 봐야겠어요.”서강빈은 심형운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도와야 했다.“감사합니다, 서강빈 씨.”권효정은 눈물을 닦았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려는데 비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20억으로 서강빈 씨에게서 금오단을 사고 싶다고요? 뭔가 잘못 안 거 아니에요? 서강빈 씨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서 단약을 산다고요? 약을 먹었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비서는 경멸에 찬 표정으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씨, 대단하네요. 이렇게 젊은 아가씨는 또 어떻게 속였대요? 그리고 그 금오단이라는
“서강빈이 평소에 만들던 그런 것들이겠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송해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같은 시각, 차 안에서 서강빈은 권효정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천주의 권씨 가문이라니.’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천주의 권씨 가문은 천주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발 한 번 굴러도 천주 전체가 두려움에 떨어야 할 정도였다.만약 송해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는 아마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을 것이다.송해인이 줄곧 연줄을 만들고 싶어 했던 천주의 권씨 가문은 조금 전 그녀에게 이혼당하고 쓸모없다고 여겨진 서강빈을 찾아와 사람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다.잠시 뒤, 차는 한 저택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고 권효정은 서강빈을 데리고 부랴부랴 안방으로 향했다.침실 안 침대 위에는 중태에 빠져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보라색인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는 숨을 한 번 쉬는 것마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치 풍전등화처럼 당장이라도 숨이 꺼질 듯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옆에는 중년 남성 한 명과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이 있었다. 그들은 소박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노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침을 놓는 혈 자리가 틀렸네요. 그렇게 침을 놨다가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예요.”서강빈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이 침을 놓는 혈 자리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그 말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오는 서강빈과 권효정을 바라보았다.그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헛소리는. 넌 누구야? 감히 내 의술을 의심해? 내가 누군지 알아?”어르신은 아주 불쾌해 보였다.30년간 의술을 행한 그였지만 지금껏 아무도 그에게 침을 잘못된 혈 자리에 놓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눈앞의 젊은이는 겨우 26, 27살 정도로 보였는데 감히 그의 침구술을 의심했다.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침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