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소파에서 자. 나는 방으로 가서 잘게.”서강빈의 말에 송해인과 권효정은 서로 눈을 마주 보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일어나서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작은 소란은 그렇게 끝이 났다. 서강빈은 피로가 몰려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소파에 누웠다. 여자들의 고집을 꺾으려면 가끔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했다.이튿날, 서강빈은 일어난 후 먼저 양반다리를 하고 한참 있다가 두 여자의 아침밥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계란후라이와 우유 두 잔을 준비했다. 두 사람이 기상한 것을 보고 서강빈이 소리쳤다.“아침 먹어.”송해인과 권효정은 빠르게 씻고 나와서 식탁에 앉았는데 서로 못마땅해하는 눈빛이었다.“송해인 씨, 언제 돌아가요?”권효정의 물음에 송해인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내가 왜 가요?”“해인 씨는 진기준과 결혼해야 하잖아요?”일부러 이 말을 꺼내는 권효정을 보면서 송해인은 얼른 대답했다.“결혼 안 해요.”권효정은 웃으며 말했다.“해인 씨 정말 제멋대로네요. 결혼을 무른다면 무르는 게 꼭 그때 이혼할 때와 같네요. 이혼하고 싶어서 이혼했으면서 지금은 또 재결합하고 싶다고 떼쓰고 있네요.”권효정의 이 말은 조롱하고 비꼬는 뜻이 다분했기에 송해인은 가지런한 눈썹을 찡그리며 짜증 냈다.“왜요? 효정 씨, 부러워요?”“그게 부러울 것까지는 없죠. 그저 해인 씨가 이렇게 하는 게 참 쓰레기 같아서요.”웃으며 말하는 권효정을 보고 송해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됐다.“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에요.”권효정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그저 송해인 씨가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돼서요. 그때는 송해인 씨가 먼저 이혼하자고 강빈 씨한테 상처를 줬으면서 지금에 와서는 재결합하고 싶다고 매달리는 거잖아요? 강빈 씨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갖고 싶으면 갖고 버리고 싶으면 버리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는 거예요?”권효정의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곁눈질로 서강빈
양미란과 송태호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재결합?”양미란이 큰 소리로 말했다.“해인아, 너 미쳤어?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겠다고?”“네, 엄마. 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송해인의 대답에 화가 치밀어 오른 양미란은 송해인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꾸짖었다.“이미 마음을 먹었다고? 분명히 말하는데, 송해인, 너는 나 양미란의 딸이고 송씨 가문의 사람이야.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는 건 절대 안 돼! 우리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그래, 누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면 그 구렁텅이에 다시 한번 빠지겠다고? 기준이 형이 어디가 싫은데?”송태호도 맞장구를 쳤다.‘누나가 미친 건지 아니면 서강빈이 약을 먹인 건지, 재결합할 생각을 하다니?’송해인은 자신의 뺨을 만지면서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소리쳤다.“엄마, 저 정말 마음먹었어요. 저는 서강빈과 재결합을 할 거예요. 이건 절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너, 너 정말 엄마가 화가 나서 죽는 걸 보고 싶어?”화가 난 양미란은 떨리는 손끝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소리쳤다. “송해인, 네가 이 자식이랑 재결합한다면 너는 더는 내 딸이 아니다! 송씨 가문에서도 당장 나가!”“더는 내 누나도 아니야!”송태호도 따라서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몸을 떨면서 서럽게 소리쳤다.“엄마, 왜 허락하지 않는 거예요? 서강빈이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이 사람을 싫어하는 거예요?”“다 마음에 안 들어!”양미란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송해인,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서강빈처럼 보잘것없고 쓰레기 같은 자식이 내 사위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 나한테 사위는 진기준뿐이야.”“엄마...”다급해진 송해인은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씩씩거리며 송해인을 흘겨보던 양미란은 고개를 돌려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화를 냈다.“서강빈, 너 내 딸한테 이상한 약을 먹였지?”“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하는 서강빈에 양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권효정은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저도 먼저 가볼게요. 저녁에 다시 보러 올게요.”권효정은 말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서강빈이 방심한 사이에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미간을 찌푸린 서강빈이 뭐라고 말하려던 때, 권효정은 이미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멀리 나갔다. 서강빈은 어쩔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다 떠나고 혼자 남아 조용해진 공기에 만족하던 서강빈은 마음속으로 송해인이 한 말들을 곱씹었다.‘재결합?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한편, 회사로 복귀한 송해인은 빠르게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의 모습으로 돌아와 일에 집중했다. 점심이 되었을 때, 진기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찾아왔다.“송해인,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진기준은 송해인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진기준을 본 송해인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진기준, 미안하지만 나는 너랑 결혼 안 할 거야.”“서강빈 때문에?”진기준의 물음에 송해인도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젠장!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그 자식이 도대체 어디가 좋은 거야? 나보다 돈이 많아? 나보다 지위가 높아?”진기준의 마음속 분노는 점점 더 들끓어 올랐다. 송해인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기준을 보며 물었다.“그럼 네가 먼저 대답해줘. 그날 이씨 가문의 리조트에서 날 구한 사람이 누구야?”진기준은 송해인이 갑자기 이렇게 물을 줄 몰랐는지 당황했다.“당연히 나지!”뻔뻔한 진기준의 대답에 송해인도 더 설명하지 않고 사진을 꺼내 진기준에게 던졌다. 사진을 확인한 진기준은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여 물었다.“이거 누가 준 거야?”“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진기준, 네가 나를 속였기 때문에 나는 너랑 결혼 안 해.”송해인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진 진기준은 사진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고 사나워진 눈빛으로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네가 후회하지 않기를 바래.”“후회할 일 없어.”송해인의 대답을 들은 진기준
병원에 도착한 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송 어르신을 보았다.“어르신, 몸이 좀 어때요?”서강빈이 다가가서 물었다. 송 어르신은 서강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 괜찮아. 어떻게 말도 없이 왔어?”“방금 어르신께서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왔습니다.”서강빈의 말에 송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아무 일도 없는데.”“이상하네요.”미간을 찡그리는 서강빈을 보고 송 어르신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화를 잘못 걸었겠지.”고개를 끄덕인 서강빈도 더 신경 쓰지 않고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맥을 짚어드릴게요.”“좋지.”송 어르신은 자애로운 웃음을 띠고 말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서강빈은 한동안 보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건강은 괜찮으십니다.”고개를 끄덕인 송 어르신은 소리 내어 웃으며 서강빈과 일상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송 어르신이 목마르다고 해서 서강빈은 물을 받아주었다. 송 어르신은 그 물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며 피를 토했다.“어르신!”서강빈은 깜짝 놀라 얼른 송 어르신의 상황을 살펴봤다. 서강빈은 이게 중독 증상이라는 것을 바로 보아냈다.‘어떻게 중독된 거지?’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수납장 위에 있는 물잔을 보았다. 서강빈이 물잔을 집었을 찰나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제일 앞에 달려온 안경을 낀 남자 의사가 물었다. 송 어르신이 피를 토하며 침대에 고꾸라진 것을 본 남자 의사가 얼른 서강빈을 밀어내고 간호사들과 함께 응급처치를 시작했기에 서강빈은 뭐라고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한참 동안 응급처치를 하고 나서야 송 어르신의 상황이 안정되었다. 양미란과 송태호를 포함한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빠르게 달려왔다. 병실 내부는 무척 소란스러웠다.“의사 선생님, 어르신은 괜찮으신가요?”긴장된 기색으로 묻는 양미란의 말에 안경 낀 남자 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안경을 올리면
“서강빈?”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문 앞의 서강빈을 보면서 물었다.“네가 여기 왜 왔어?”“어르신 뵈러 왔어.”서강빈은 사실대로 대답했고 송해인은 미간을 치켜들며 물었다.“태호가 네가 독을 주입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네 생각에는 내가 한 일인 것 같아?”태연하게 되묻는 서강빈에 표정이 변한 송해인은 뭐라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송태호가 한발 빠르게 서강빈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욕을 퍼부었다.“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그 시각에 병실에 있던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아침에 나랑 엄마가 왔을 때 할아버지는 멀쩡하셨는데 왜 네가 오고 나서 바로 중독됐겠어?”표정이 바뀐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말했잖아. 내가 한 거 아니라고. 저 컵에...”서강빈은 수납장 위에 있는 컵을 가리켰지만, 컵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무슨 컵? 어디에 컵이 있어? 아직도 발뺌하려고?”송태호가 소리치자 양미란도 따라서 꾸짖었다.“서강빈, 우리는 네 거짓말과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 이미 경찰을 불렀어. 할 말이 있으면 경찰서에 가서 해!”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소리쳤다.“다들 그만! 조용히 좀 해요!”그러고 나서 송해인은 빨개진 눈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물었다.“정말 너 아니야?”“나 아니야.”서강빈의 대답에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씨 가문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말을 내뱉었다.“그래, 너 믿을게.”송해인의 말에 양미란을 포함한 모두가 넋이 나갔다.“해인아, 너 뭐라고 했어? 저 자식을 믿는다고?”“누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현장에는 저 자식 한 사람뿐이었다고. 저 자식이 할아버지한테 독을 주입한 게 아니면 누구겠어?”“그래, 딱 봐도 저 자식은 나쁜 마음을 먹고 있네! 무조건 저 자식이 독을 주입한 거야!”송씨 가문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말하는 것을 듣던 송해인은 두통이 몰려와서 소리쳤다.“그만 해요. 조용히 좀 합시다. 저는 서강빈을 믿어요.”“사실 저 사람이 독을 주입한 건지 아닌
잠깐의 침묵끝에 서강빈은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한 게 아니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이것밖에 없어. 내가 다른 그 어떤 일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네 할아버지한테 독을 주입하는 일은 절대 안 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부부로서 지낸 3년 동안 네가 잘 봐왔잖아.”송해인은 눈물을 훔쳤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복잡하고 괴로웠다.“됐어. 그만하고 가. 당장 가버려!”송해인의 말에 양미란이 가만히 있지 않고 소리쳤다.“송해인, 너 미쳤어? 저 자식을 보낸다고? 저 자식이 네 할아버지한테 독을 먹였으니 당장 잡아서 감옥에 넣어야지!”“맞아! 잡아넣어!”송태호도 맞장구를 치며 소리쳤다.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따라서 서강빈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소란을 피웠다.“그만 해요!”송해인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그냥 보내줘요. 그때 송씨 가문이 서강빈에게 입었던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해요.”양미란과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서강빈, 당장 꺼져!”양미란이 소리쳤다. 억울한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서강빈은 깊은 눈빛으로 송해인을 보면서 당부했다.“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말을 마친 서강빈은 뒤돌아 떠났다. 그 모습을 보고 송태호는 욕을 퍼붓기까지 했다.“너를 왜 찾아? 쓰레기 같은 놈!”붉어진 눈시울로 서강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있던 송해인은 마음속이 복잡했다.“송해인, 분명히 말하는데 이 자식이 감히 어르신한테 독을 먹인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재결합은 절대 안 돼! 일찌감치 그 마음은 접어!”양미란은 고개를 돌려 송해인에게 경고했다.“맞아! 누나, 누나도 봤잖아. 우리 모두 현장에 있었어. 저 자식이 병원에 온 후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중독됐잖아. 저 자식이 아니면 누구겠어?”송태호가 맞장구를 쳤다.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따라서 소란을 피웠고 모두 입을 모아 송해인과 서강빈의 재결합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해인아, 우리가 너를 꾸짖는 건 아닌데
“오늘 난 서강빈에게 솔직히 얘기할 생각이에요. 그와 이혼할 거라고 말이에요. 맞아요, 난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요. 음, 저녁에 봐요.”비오 그룹 대표 사무실. 송해인은 의자에 앉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검은색 정장 치마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은 펜을 이용해 동그랗게 말아 올렸다. 그녀는 엄청난 미모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우아하고 고상했다.“여보, 이건 내가 사랑을 담아 만든 도시락이야.”사무실 문이 열리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웃으며 물었다.“누구랑 통화하고 있었어?”“서강빈, 우리 이혼하자.”송해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도시락을 들고 있던 서강빈은 멈칫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 듯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여보, 농담하지 마.”눈앞의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여자는 그와 결혼한 지 3년이 되는 그의 아내였다. 처음에 두 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최근 1년 사이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송해인은 아주 바빴고 서강빈은 매일 그녀를 위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만들었다. 그러나 매번 돌아온 거라고는 거기에 놔두면 잠시 뒤에 먹을 거라는 대답뿐, 그 외에 다른 교류는 없었다.“농담하는 거 아니야.”송해인은 서랍 안에서 이혼합의서를 꺼내며 냉담하게 말했다.“사인해.”서강빈은 미간을 좁힌 채로 이혼합의서를 바라봤다.그는 3년간의 결혼 생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강빈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송해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약간의 노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 때문에 그래?”“누구?”송해인의 예쁜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녀는 서강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서강빈은 책상 위 휴대전화를 힐끗 보더니 자조하듯 웃었다.“저녁에 만나자던 그 사람... 그 사람 때문 아니야?”“나 통화하는 거 엿들었어?”송해인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서강빈 씨, 더 얘기해봤자 달라질 건 없어요. 얼른 사인해요.”여비서는 씩씩거리면서 다가와 그에게 합의서를 내밀었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화를 냈다.“사인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님이 서강빈 씨와 이혼하는 건 아주 쉬운 일에요. 대표님은 그저 옛정을 생각해서 서강빈 씨 체면을 봐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착각하지 말고 화를 자초하지도 말아요.”“화를 자초하지 말라고?”서강빈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줄곧 말이 없는 송해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송해인, 지금 나한테 경고하는 거야?”송해인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난 그냥 너랑 말로 잘 풀고 싶은 것뿐이야.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서강빈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송해인에게서 약간의 미련이라도 보이길 바랐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송해인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사인해. 당신 요구는 최대한 다 들어줄게. 사인 끝나면 계속 친구로 남을 수도 있어.”송해인은 잠깐 고민한 뒤 빨간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친구로 남을 수 있다고?’그 말에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어쩌면 지난 3년간 서강빈 홀로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송해인은 그를 그저 디딤돌로 보았을 것이다.“사인할게. 집, 차, 돈. 그런 건 필요 없어. 난 날 충분히 책임질 수 있어.”서강빈은 잠깐 침묵하더니 펜을 들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사람 관상 봐주고 풍수 봐주고 부적 써주는 그 가게로?”송해인은 같잖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다.1년 사이 서강빈은 몰락했다.그가 작은 가게를 열어 남의 관상을 봐주고, 풍수를 봐주고, 액을 막고 화를 막을 수 있다면서 사기를 쳐서 부적을 파는 걸 생각하면 황당했다.이것이 송해인이 그와 이혼하려는 이유였다.서강빈은 달라졌다. 그는 이상하게 변했고 더는 말도 통하지 않았다.“무슨 문제 있어?”서강빈은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