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란과 송태호를 포함한 사람들이 달려 들어왔을 때는 베란다에 서서 분노하는 진기준의 모습이 보였다.“기준아, 왜 그래?”양미란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 침대 시트를 들고 있는 진기준은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당신들 사람을 어떻게 지키고 있었던 거야? 송해인은?”“이게...”이 모습을 본 양미란은 눈치채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송해인이 또 도망간 것이다.“얘가 왜 자꾸 이러는 거야?”화가 난 양미란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송태호한테 소리쳤다.“가만히 서서 뭐해? 얼른 찾아!”“네네.”송태호는 황급히 뒤돌아 사람들을 데리고 찾으러 갔다....이때, 만물상점으로 돌아간 서강빈과 권효정은 멀리서부터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송해인을 보았다.“너 왜 또 왔어?”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서강빈이 돌아온 것을 본 송해인은 곁에 서 있는 권효정도 무시하고 달려가서는 서강빈을 안고 엉엉 울면서 말했다.“서강빈, 나를 떠나지 마. 우리 재결합하자.”갑작스러운 송해인의 행동과 말에 서강빈은 온몸이 굳었다. 곁에 있던 권효정의 표정도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참나!”권효정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깜짝 놀란 서강빈이 서둘러 송해인을 떼어내고는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송해인, 헛소리하지 마.”“아니, 나 헛소리하는 거 아니야. 아까부터 깨닫게 되었어. 나는 널 사랑해. 항상 널 사랑하고 있었어. 서강빈, 나랑 재결합하자. 응?”송해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더 참지 못하겠던 권효정이 나서서 서강빈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며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송해인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진기준이랑 결혼한다면서 또 강빈 씨랑 재결합하고 싶다고요? 자기가 갖기는 싫고 남한테 주기는 아까웠던가요?”권효정의 불만 섞인 질타를 듣던 송해인은 눈물을 닦더니 지지 않을 기세로 되물었다.“그쪽이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권효정 씨, 제가 알고 있는 게 틀리지 않는다면 그쪽이랑 서강빈은 아직 연인 사이가 아니잖아요. 아무
그렇다. 권효정이 보는 앞에서 송해인도 서강빈에게 입맞춤을 했다. 서강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넋이 나가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송해인의 입맞춤은 더욱 거칠었고 소유욕이 넘쳤으며 심지어 분노도 섞여 있어 서강빈의 입술을 깨물어 상처를 냈다. 숨을 들이쉴 때 은은하게 느껴지는 따끔한 느낌은 순간 서강빈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는 송해인은 밀어내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너 미쳤어?”송해인은 입술을 닦으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소리쳤다.“나 안 미쳤어!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너랑 재결합하고 싶어. 왜 다른 사람이랑 사귈 수 있으면서 나랑은 안 돼? 서강빈, 네가 아직 나 사랑하는 거 알아. 맞지?”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해인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라는 걸 처음 느끼게 되었다. “아니. 송해인, 그만해. 우리 사이는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이미 다 끝났어.”송해인은 서강빈의 말을 듣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어. 나는 알아. 서강빈, 네가 아직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씨 가문의 일이 생겼을 때 왜 나를 구하러 왔어?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납치를 당했을 때, 왜 구하러 왔던 거야?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방금 내가 쓰러졌을 때 왜 나를 구했어?”울면서 말을 잇던 눈물이 가득 담긴 눈으로 서강빈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서강빈, 아직 나 사랑하지, 맞지?”서강빈은 눈물범벅이 된 송해인을 보고 가슴이 떨렸다. 권효정은 냉담한 모습으로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미안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잠깐의 망설임 후, 서강빈은 송해인에게 제일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이 말은 비수처럼 송해인의 가슴에 꽂혔다. 서강빈의 팔을 붙잡은 송해인의 손도 천천히 힘이 빠지고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곁에 있던 권효정도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서강빈은 넋이 나간 송해인을 보면서
권효정은 화가 치밀어서 소리쳤다.“송해인 씨 왜 이렇게 막무가내에요? 강빈 씨가 말했잖아요. 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왜 이렇게 뻔뻔하게 집착하는 거예요?”송해인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서강빈은 언제가 됐든 다시 나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권효정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오늘 밤, 나는 여기서 잘 거예요.”이 말을 들은 권효정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서강빈에게 소리쳤다.“강빈 씨, 어떻게 좀 해봐요.”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 송해인을 보면서 말했다.“늦었어. 빨리 돌아가.”“아니. 나는 절대 안 갈 거야.”송해인은 강경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서는 갑자기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잘됐네. 이제 나를 쫓아내려고 해도 안 되게 생겼네.”송해인은 웃으면서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권효정은 밖에서 퍼붓는 비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털썩 앉았다.서강빈은 난처한 표정이었다. 이 망할 날씨는 왜 갑자기 또 비가 내리는지 모를 일이다. 하필이면 비가 와서 어쩔수 없이 서강빈은 하룻밤 자고 가겠다는 송해인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만물상점에는 방이 두 개 있었기에 권효정과 송해인이 하나씩 쓰고 서강빈은 소파에서 자면 됐다. 잠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권효정이 살그머니 방에서 나와서는 다짜고짜 서강빈의 품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소파에서 자려고 했다.“권효정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서강빈은 깜짝 놀라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권효정은 그를 꼭 안고 있었다. 권효정이 얇은 옷을 입고 있는 데다가 세게 안으니 서강빈은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과 풍만한 몸매가 그대로 느껴졌다.“저는 오늘 강빈 씨를 안고 자겠어요.”달빛 아래서 고개를 빼꼼 쳐든 권효정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방심한 사이에 서강빈이 사라지기라도 할 듯 애달팠다. 난처한 서강빈이 뭐라고 말하려던 때 송해인의 방문이 살며시 열렸다. 소파 쪽으로 쭈뼛쭈뼛 걸어오는 송해
“두 사람이 소파에서 자. 나는 방으로 가서 잘게.”서강빈의 말에 송해인과 권효정은 서로 눈을 마주 보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일어나서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작은 소란은 그렇게 끝이 났다. 서강빈은 피로가 몰려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소파에 누웠다. 여자들의 고집을 꺾으려면 가끔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했다.이튿날, 서강빈은 일어난 후 먼저 양반다리를 하고 한참 있다가 두 여자의 아침밥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계란후라이와 우유 두 잔을 준비했다. 두 사람이 기상한 것을 보고 서강빈이 소리쳤다.“아침 먹어.”송해인과 권효정은 빠르게 씻고 나와서 식탁에 앉았는데 서로 못마땅해하는 눈빛이었다.“송해인 씨, 언제 돌아가요?”권효정의 물음에 송해인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내가 왜 가요?”“해인 씨는 진기준과 결혼해야 하잖아요?”일부러 이 말을 꺼내는 권효정을 보면서 송해인은 얼른 대답했다.“결혼 안 해요.”권효정은 웃으며 말했다.“해인 씨 정말 제멋대로네요. 결혼을 무른다면 무르는 게 꼭 그때 이혼할 때와 같네요. 이혼하고 싶어서 이혼했으면서 지금은 또 재결합하고 싶다고 떼쓰고 있네요.”권효정의 이 말은 조롱하고 비꼬는 뜻이 다분했기에 송해인은 가지런한 눈썹을 찡그리며 짜증 냈다.“왜요? 효정 씨, 부러워요?”“그게 부러울 것까지는 없죠. 그저 해인 씨가 이렇게 하는 게 참 쓰레기 같아서요.”웃으며 말하는 권효정을 보고 송해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됐다.“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에요.”권효정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그저 송해인 씨가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돼서요. 그때는 송해인 씨가 먼저 이혼하자고 강빈 씨한테 상처를 줬으면서 지금에 와서는 재결합하고 싶다고 매달리는 거잖아요? 강빈 씨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갖고 싶으면 갖고 버리고 싶으면 버리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는 거예요?”권효정의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곁눈질로 서강빈
양미란과 송태호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재결합?”양미란이 큰 소리로 말했다.“해인아, 너 미쳤어?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겠다고?”“네, 엄마. 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송해인의 대답에 화가 치밀어 오른 양미란은 송해인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꾸짖었다.“이미 마음을 먹었다고? 분명히 말하는데, 송해인, 너는 나 양미란의 딸이고 송씨 가문의 사람이야.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는 건 절대 안 돼! 우리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그래, 누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면 그 구렁텅이에 다시 한번 빠지겠다고? 기준이 형이 어디가 싫은데?”송태호도 맞장구를 쳤다.‘누나가 미친 건지 아니면 서강빈이 약을 먹인 건지, 재결합할 생각을 하다니?’송해인은 자신의 뺨을 만지면서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소리쳤다.“엄마, 저 정말 마음먹었어요. 저는 서강빈과 재결합을 할 거예요. 이건 절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너, 너 정말 엄마가 화가 나서 죽는 걸 보고 싶어?”화가 난 양미란은 떨리는 손끝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소리쳤다. “송해인, 네가 이 자식이랑 재결합한다면 너는 더는 내 딸이 아니다! 송씨 가문에서도 당장 나가!”“더는 내 누나도 아니야!”송태호도 따라서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몸을 떨면서 서럽게 소리쳤다.“엄마, 왜 허락하지 않는 거예요? 서강빈이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이 사람을 싫어하는 거예요?”“다 마음에 안 들어!”양미란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송해인,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서강빈처럼 보잘것없고 쓰레기 같은 자식이 내 사위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 나한테 사위는 진기준뿐이야.”“엄마...”다급해진 송해인은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씩씩거리며 송해인을 흘겨보던 양미란은 고개를 돌려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화를 냈다.“서강빈, 너 내 딸한테 이상한 약을 먹였지?”“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하는 서강빈에 양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권효정은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럼 저도 먼저 가볼게요. 저녁에 다시 보러 올게요.”권효정은 말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서강빈이 방심한 사이에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미간을 찌푸린 서강빈이 뭐라고 말하려던 때, 권효정은 이미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멀리 나갔다. 서강빈은 어쩔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다 떠나고 혼자 남아 조용해진 공기에 만족하던 서강빈은 마음속으로 송해인이 한 말들을 곱씹었다.‘재결합?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한편, 회사로 복귀한 송해인은 빠르게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의 모습으로 돌아와 일에 집중했다. 점심이 되었을 때, 진기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찾아왔다.“송해인,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진기준은 송해인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진기준을 본 송해인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대답했다.“진기준, 미안하지만 나는 너랑 결혼 안 할 거야.”“서강빈 때문에?”진기준의 물음에 송해인도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젠장!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그 자식이 도대체 어디가 좋은 거야? 나보다 돈이 많아? 나보다 지위가 높아?”진기준의 마음속 분노는 점점 더 들끓어 올랐다. 송해인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진기준을 보며 물었다.“그럼 네가 먼저 대답해줘. 그날 이씨 가문의 리조트에서 날 구한 사람이 누구야?”진기준은 송해인이 갑자기 이렇게 물을 줄 몰랐는지 당황했다.“당연히 나지!”뻔뻔한 진기준의 대답에 송해인도 더 설명하지 않고 사진을 꺼내 진기준에게 던졌다. 사진을 확인한 진기준은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여 물었다.“이거 누가 준 거야?”“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진기준, 네가 나를 속였기 때문에 나는 너랑 결혼 안 해.”송해인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진 진기준은 사진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고 사나워진 눈빛으로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네가 후회하지 않기를 바래.”“후회할 일 없어.”송해인의 대답을 들은 진기준
병원에 도착한 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송 어르신을 보았다.“어르신, 몸이 좀 어때요?”서강빈이 다가가서 물었다. 송 어르신은 서강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 괜찮아. 어떻게 말도 없이 왔어?”“방금 어르신께서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왔습니다.”서강빈의 말에 송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아무 일도 없는데.”“이상하네요.”미간을 찡그리는 서강빈을 보고 송 어르신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화를 잘못 걸었겠지.”고개를 끄덕인 서강빈도 더 신경 쓰지 않고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맥을 짚어드릴게요.”“좋지.”송 어르신은 자애로운 웃음을 띠고 말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서강빈은 한동안 보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건강은 괜찮으십니다.”고개를 끄덕인 송 어르신은 소리 내어 웃으며 서강빈과 일상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송 어르신이 목마르다고 해서 서강빈은 물을 받아주었다. 송 어르신은 그 물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며 피를 토했다.“어르신!”서강빈은 깜짝 놀라 얼른 송 어르신의 상황을 살펴봤다. 서강빈은 이게 중독 증상이라는 것을 바로 보아냈다.‘어떻게 중독된 거지?’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수납장 위에 있는 물잔을 보았다. 서강빈이 물잔을 집었을 찰나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제일 앞에 달려온 안경을 낀 남자 의사가 물었다. 송 어르신이 피를 토하며 침대에 고꾸라진 것을 본 남자 의사가 얼른 서강빈을 밀어내고 간호사들과 함께 응급처치를 시작했기에 서강빈은 뭐라고 말할 기회가 없었다. 한참 동안 응급처치를 하고 나서야 송 어르신의 상황이 안정되었다. 양미란과 송태호를 포함한 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빠르게 달려왔다. 병실 내부는 무척 소란스러웠다.“의사 선생님, 어르신은 괜찮으신가요?”긴장된 기색으로 묻는 양미란의 말에 안경 낀 남자 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안경을 올리면
“서강빈?”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문 앞의 서강빈을 보면서 물었다.“네가 여기 왜 왔어?”“어르신 뵈러 왔어.”서강빈은 사실대로 대답했고 송해인은 미간을 치켜들며 물었다.“태호가 네가 독을 주입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네 생각에는 내가 한 일인 것 같아?”태연하게 되묻는 서강빈에 표정이 변한 송해인은 뭐라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송태호가 한발 빠르게 서강빈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욕을 퍼부었다.“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그 시각에 병실에 있던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아침에 나랑 엄마가 왔을 때 할아버지는 멀쩡하셨는데 왜 네가 오고 나서 바로 중독됐겠어?”표정이 바뀐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말했잖아. 내가 한 거 아니라고. 저 컵에...”서강빈은 수납장 위에 있는 컵을 가리켰지만, 컵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무슨 컵? 어디에 컵이 있어? 아직도 발뺌하려고?”송태호가 소리치자 양미란도 따라서 꾸짖었다.“서강빈, 우리는 네 거짓말과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 이미 경찰을 불렀어. 할 말이 있으면 경찰서에 가서 해!”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소리쳤다.“다들 그만! 조용히 좀 해요!”그러고 나서 송해인은 빨개진 눈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물었다.“정말 너 아니야?”“나 아니야.”서강빈의 대답에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씨 가문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말을 내뱉었다.“그래, 너 믿을게.”송해인의 말에 양미란을 포함한 모두가 넋이 나갔다.“해인아, 너 뭐라고 했어? 저 자식을 믿는다고?”“누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현장에는 저 자식 한 사람뿐이었다고. 저 자식이 할아버지한테 독을 주입한 게 아니면 누구겠어?”“그래, 딱 봐도 저 자식은 나쁜 마음을 먹고 있네! 무조건 저 자식이 독을 주입한 거야!”송씨 가문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말하는 것을 듣던 송해인은 두통이 몰려와서 소리쳤다.“그만 해요. 조용히 좀 합시다. 저는 서강빈을 믿어요.”“사실 저 사람이 독을 주입한 건지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