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멈칫하여 고양이처럼 자신의 몸에 엎드려 있는 권효정을 보면서 온몸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이 광경은 아마도 모든 남자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서강빈은 살짝 넋을 놓기만 했을 뿐 바로 정신을 차리고 권효정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켜서는 말했다.“효정 씨, 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쉬어요. 저는 나가서 바람을 좀 쐬다가 올게요.”말을 마친 서강빈은 베란다의 문을 열고 나가서는 앉아서 바깥의 미풍을 맞으며 몸에 있는 열기를 식혔다.권효정은 따라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침대에 앉아 서강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깊어 권효정이 잠이 든 것 같은 때에야 서강빈은 숨을 내쉬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밤의 공기를 느끼며 수상한 그림자들이 호텔로 들어왔다. 이들은 서강빈과 권효정이 묵고 있는 층으로 와서는 소리 없이 방문 앞에 나타났다.거의 모두가 검은색의 야행 복장 차림이었고 마스크를 쓰고 두 눈과 코만 드러냈다. 앞장선 남자가 손짓하자 등 뒤에 있던 두 부하가 천천히 허리춤에서 번쩍이는 비수를 꺼내 들었다. 이윽고 앞장선 남자는 빨대를 꺼내 문틈에 넣었는데 방안에서는 문틈으로 흰색 연기가 들어오고 있었다.바닥에 누워있던 서강빈은 이 무리가 복도에 나타났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권효정의 몸을 꾹 누르고는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권효정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바로 흥분하기 시작했고 서강빈은 권효정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손짓하고는 손을 뗐다.권효정은 홀딱 반해서 서강빈의 목을 감싸더니 입을 삐죽거리고 매혹적으로 웃으며 말했다.“왜요, 생각이 바뀌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함부로 소리 안 지를 거예요. 얼른 해요...”말을 마친 권효정은 순응하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취했다. 만약 보통 남자들이었다면 아마도 참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때리고 말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입과 코를 잘 막아요. 정신을 잃게 하는 연기가 들어오고 있어요. 누군가 온 것 같아
경호원이 화를 내자 곁에 있던 두 부하도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신속하게 서강빈한테 비수를 꽂으려고 했다. 서강빈이 차갑게 웃어 보이고 힘을 주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그 경호원의 손목이 부러졌다. 이와 동시에 그가 벌떡 일어나서 발로 걷어차자 퍽 소리가 나면서 두 사람의 가슴과 복부를 명중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날아가 벽에 부딪혀서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그 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 자신의 부러진 손목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휘둘러 흰색 연기를 내뿜으면서 도망가려고 미친 듯이 베란다를 향해 돌진했다.베란다에 있던 권효정은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온몸이 굳은 채 상대가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 사람도 베란다에 숨어있던 권효정을 발견하고는 바로 나쁜 마음을 먹고 허리춤에서 비수를 하나 더 꺼내서 권효정의 가슴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죽으려면 같이 죽어!”경호원이 소리쳤다. 권효정은 사납게 돌진해 오는 상대방을 보고 있었고 그 사람의 수중에 있던 비수도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방 안에 있던 서강빈은 신속하게 연기를 거둬내고 나서야 이 광경을 보았고 깜짝 놀란 서강빈이 소리쳤다.“미친놈!”말을 마친 서강빈의 발밑에서 번개와도 같은 빛이 생기더니 그 자리에서 사람이 사라져서는 순식간에 권효정의 앞에 나타나 경호원을 막아섰다.이와 동시에 서강빈이 손을 들어 툭 하고 상대방이 칼을 든 손목을 부러뜨리고는 상대의 목을 잡고 그를 들어 올렸다.이 순간, 그 경호원은 이미 놀라서 넋이 나갔다. 5, 6미터는 족히 되는 거리인데 상대는 어떻게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인지?‘이게 사람이야, 귀신이야?’“너, 너 도대체 누구야?”그 경호원은 서강빈한테 목덜미를 잡혀 허공에 들려져서는 숨을 쉬기가 어려워 얼굴이 벌겋게 되었고 이빨 사이로 말 한마디를 꾸역꾸역 내뱉었다.‘이런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절대 보통 무사가 아닐 것이다! 대가인가? 눈앞에 있는 이 자식이 무도의 대가란 말인가?’“내가
강성 대학병원.연규진은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며 깁스를 한 자신의 팔을 보고 있었다. 의사가 얘기하길 분쇄성 골절이라고 했다. 그 말인즉 연규진은 손을 하나 잃었다는 의미였다.“젠장! 젠장!”연규진이 악을 썼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으로 선글라스를 낀 유희진이 걸어 들어와서는 도도한 자태로 연규진의 부상 상태를 내려다보더니 차갑게 물었다.“야생 산삼은요?”연규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대답했다.“못 뺏었어요. 오랫동안 나를 따르던 노철공, 대가 한 명도 그 녀석한테 죽임을 당했어요.”“대가가 죽었다고요?”유희진은 눈빛이 잠시 굳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그 녀석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거네요?”연규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런 것 같아요.”“그래요, 알겠어요. 앞으로의 일은 제가 처리할 겁니다. 규진 씨는 부상에 신경 쓰세요. 며칠 후에 제가 신의를 한 분 모셔서 진료해드리도록 할게요.”유희진은 말을 마치고 다시 선글라스를 낀 채 냉랭한 모습으로 병실을 나왔다. 유희진이 떠난 후, 연규진은 다시 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억울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맞은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노철공도 죽었다.“망할 놈! 내가 절대 너 가만 안 둘 거야!”연규진이 소리쳤다.“조사해! 당장 그 두 사람의 배경을 낱낱이 조사해!”“네.”연규진이 소리를 지르자 부하 한 명이 대답하고는 신속하게 병실을 나섰다.한참이 지나서 부하가 다급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보고했다.“도련님, 조사했습니다. 그 여자애는 보통 사람이 아니고 천주 권씨 가문의 딸, 권효정입니다!”“뭐라고? 권씨 가문의 딸이라고?”연규진은 안색이 변하여 미간을 찌푸렸다.천주 권씨 가문은 건드리면 안 된다. 비록 연 씨 가문이 강성에서 명성이 자자하다고 해도 천주 권씨 가문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한다. 천주에서 권씨 가문은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위험했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칠
그녀도 강성에서 서강빈과 권효정을 만날 줄 몰랐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아주 사랑이 넘쳐 보였고 한 쌍의 커플 같았다. 이는 송해인을 불쾌하게 했고 질투 나게 했다.서강빈도 자연스레 송해인을 보게 되어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자신의 팔을 잡은 권효정의 손을 내리려고 했지만, 권효정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었는데 송해인의 눈에 비친 이 광경은 아웅다웅 사랑싸움하는 것 같았다.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송해인이 예쁜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서강빈, 네가 어떻게 강성에 왔어? 언제 온 거야?”“놀러 왔어. 어제 오후에 도착했고.”서강빈은 태연하게 대답했고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의 눈빛이 한순간에 변했다.‘어제 오후에 왔다고? 그럼 어제저녁부터 권효정과 같이 있었다는 거야? 솔로인 남녀가 무조건 한방에서 잤을 것이고!’이렇게 생각한 송해인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흥!’차갑게 콧방귀를 뀐 송해인의 낯빛이 차가워졌고 서강빈을 보는 시선에는 경멸을 띠었다.‘이제 얼마나 됐다고 권효정이랑 껌딱지 행세를 하는 거야. 이래놓고 권효정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고, 완전 거짓말이잖아! 쓰레기! 사기꾼!’“두 사람은?”서강빈은 송해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물었다. 송해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기준이 송해인의 허리에 손을 둘렀는데 송해인은 살짝 거부감이 들다가도 권효정이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생각하더니 거부하지 않고 진기준이 손을 두르게 했다. 시선은 일부러 도발하듯 서강빈을 보고 있었고 진기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나와 해인이는 웨딩촬영을 하러 왔어. 강성의 풍경이 좋아서 웨딩촬영의 성지라고 하잖아.”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담담하게 웃으며 수긍했다.“자기야, 나 배고파요. 빨리 들어가요.”이때 권효정이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고 서강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말을 마치고 그는 고개를 돌려 권효정과 식당으로 들어갔고 진기준도 송해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열몇 명의 기세가 사나운 남자들을 보면서 서강빈은 태연한 얼굴로 무척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나야.”“좋다, 이 자식아, 깡이 좋네!”“데리고 가!”눈썹에 칼자국 흉터가 있는 앞장선 남자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자 뒤에 있던 두세 명의 남자가 앞으로 다가가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권효정이 소리쳤다.“아이고, 아름다운 여성분도 한 분 계셨네. 보아하니 오늘 복이 차 넘치겠구나.”앞장선 쌍칼은 이제야 서강빈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권효정을 발견하고 음탕한 표정을 지었다.“예쁜이야, 시비에 휘말리기 싫으면 얌전히 앉아있어. 좀 있다가 이 오빠가 제대로 한번 놀아줄게.”쌍칼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권효정을 보았고 자신의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당장 이 자식을 끌어내. 내가 이 예쁜이랑 식사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고.”“네.”두 남자는 신속하게 앞으로 다가가 서강빈을 끌어내려고 했다.옆 테이블에 있던 송해인은 이를 보고 서강빈이 반응하기도 전에 화를 내며 일어서서는 꾸짖었다.“당신들 뭐 하는 거야? 시퍼런 대낮에 사람을 때리기라도 하려고?”이 말을 들은 쌍칼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얼굴에 분노가 일며 고개를 까딱하고 화를 냈다.“젠장, 죽고 싶어?”쌍칼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노려보았는데 송해인도 절세미인인 것을 보고 눈빛이 바로 변하여 음탕하게 웃었다.“아이고! 오늘은 운수가 정말 좋은 날인가 보네, 또 미인이구나.”말하면서 쌍칼은 송해인을 향해 걸어왔고 진기준은 깜짝 놀라 송해인을 끌어 앉히려 하면서 말했다.“해인아, 얼른 앉아. 여기는 강성이야, 시비에 휘말리면 안 돼.”하지만 쌍칼은 이미 다가왔고 가늘게 뜬 눈으로 송해인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왜, 예쁜이가 나서주기라도 하려고?”“나는 그저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괴롭히는 걸 싫어하는 것뿐이야.”송해인이 차갑게 말하자 쌍칼은 재밌다는 듯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그렇다면 나와 열 몇 명의 내 형제들이 함께 예쁜이 너 하나를 괴롭
쌍칼은 말하면서 출입문 쪽으로 송해인을 끌고 갔고 송해인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소리쳤다.“이거 놔, 당장 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진기준은 아직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어지러운 와중에 송해인의 비명을 듣고도 일어날 용기가 없어 엄청 많이 맞은 척 누워있었다.한편, 서강빈은 이 광경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테이블에 있던 포크를 들어 가볍게 던졌다.슉! 그 포크는 총알처럼 거세게 튕겨 나가 쌍칼의 팔뚝을 뚫고 지나갔고 순식간에 쌍칼의 팔뚝은 울컥울컥 피가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와 선혈이 낭자하였다.쌍칼은 비명을 지르며 포크가 뚫고 지나간 팔뚝을 움켜쥐었고 송해인도 이 기회를 타서 얼른 몸을 피해 곁에 서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자 쌍칼은 뒤돌아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호통쳤다.“망할 자식! 죽고 싶어? 당장 저 자식을 죽여!”그 소리에 강성 무사 연맹의 사람 열몇이 서강빈을 향해 덤벼들었고 모두 무술을 배운 사람들이었기에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어 이들의 전투력은 얕잡아 봐서는 안 됐다. 그런데도 서강빈의 앞에서 그들은 개미와도 같은 존재였다.서강빈은 태연하게 사자 떼처럼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건장한 남자들을 보면서 손을 들어 테이블을 내리치자 접시들이 순식간에 튕겨 올랐고 서강빈이 휘젓는 손짓에 따라 일제히 앞으로 날아갔다.한순간에 접시들은 날아가 그들의 얼굴과 손발에 부딪히며 깨지는 소리를 냈다. 많은 이들의 얼굴에는 이미 피범벅이 되었고 일부는 손발이 모두 골절되어 바닥에 쓰러진 채 앓는 소리를 냈다.“미친놈! 너 죽고 싶구나!”쌍칼은 크게 화를 내며 자신의 팔뚝을 꽂힌 포크를 빼내고는 힘있게 바닥을 구르자 바닥 타일이 모두 부서지며 맹호처럼 주먹을 휘두르며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린 채 돌진해 오는 상대방을 보며 담담하게 웃어 보이고는 손을 들어 허공을 갈랐다.짝! 우렛소리 같은 손뼉 소리가 들리고 식당의 홀이 터지는 것 같았다. 쌍칼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피를 토하며 날아가서는 테이블과 의자 열
쌍칼은 서강빈의 발밑에 밟혀서 입안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고 악랄하게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협박했다.“미친놈, 겁이 없구나! 우리 강성 무사 연맹은 절대 너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이때 일어난 진기준은 강성 무사 연맹이라는 말을 듣자 겁을 먹고 온몸을 덜덜 떨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송해인의 곁으로 달려가서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해인아, 우리 얼른 가자. 이 사람들은 강성 무사 연맹의 사람들이야. 이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는 상상할 수가 없어!”“강성 무사 연맹?”송해인이 미간을 찡그리자 진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강성 무사 연맹은 강성에서 제일 큰 무사 조직이야. 연맹 안에는 무사 고수들이 수두룩해!”“서강빈 이 멍청한 놈이 감히 강성에서 강성 무사 연맹의 사람을 때리다니, 이제 저 자식은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면 돼, 죽은 목숨이야! 우리는 얼른 가자...”말하면서 진기준은 송해인을 데리고 이 흉흉한 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송해인은 몇 걸음 가지 않아 멈추고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왜 그래?”진기준이 다급하게 묻자 송해인은 진기준을 보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돼, 나는 이렇게 갈 수 없어. 서강빈은 나 때문에 나서게 된 거야. 나는 여기 있어야 해!”이 말을 들은 진기준은 다급해서 소리쳤다.“해인아, 너 미쳤어? 네가 여기 남는다고 해서 뭘 할 수 있는데? 강성 무사 연맹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기준아, 제발 부탁할게. 강성에 이 일을 덮을 수 있는 세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한번 연락해봐 줘.”송해인이 다급하게 진기준의 팔을 잡고 부탁했고 듣고 있던 진기준의 눈빛도 복잡미묘했다. 이렇게까지 애원하는 송해인을 보니 진기준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었다.“내가... 이건 강성 무사 연맹이잖아. 강성에서 나는 친분이 있는 사람이 없어...”진기준이 힘없이 대답하자 송해인이 다시 말했다.“저번에 아버님께서 사람을 찾아서 이씨 가문의 일을 해결했잖아. 이번에도 아버님께 강성에 친분이
말을 마치고 송해인은 진기준을 따라 식당을 나섰고 서강빈도 미간을 찡그린 채 식당을 떠나는 송해인과 진기준을 보면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은 그들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을 테니까.바닥에는 쌍칼이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큰소리를 쳤다.“이 망할 놈, 감히 우리 강성 무사 연맹을 욕보이다니, 너는 비참하게 죽을 거야!”펑!바로 서강빈한테 밟힌 쌍칼이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너희 맹주한테 나를 데리고 가!”“좋아! 이 겁대가리 없는 놈!”쌍칼은 냉랭하게 대답하고는 몸을 일으켜 서강빈을 데리고 식당을 나섰고 차에 타려고 하던 때, 권효정이 따라 나와서는 걱정스레 물었다.“강빈 씨, 정말 가려고요?”“꼭 해결을 봐야 하는 일들이 있는 법이잖아요. 여기 있으세요. 늦지 않게 돌아올게요.”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쌍칼을 따라 차에 탔고 권효정은 그 자리에 서서 긴장에 떨었다. 다급한 상황에 그녀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다.“아빠, 강빈 씨가 위험해요!”권효정이 다급하게 말하자 전화 저편의 권영우도 덩달아 긴장해서 물었다.“서 신의가? 무슨 일이야?”권효정은 다급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강빈 씨가 강성 무사 연맹의 사람한테 찍혔어요... 아빠, 빨리 방법을 생각해봐요.”“강성 무사 연맹?”권영우는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래, 알겠어.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있어. 내가 사람들을 연락해서 처리할게.”...한편, 서강빈은 쌍칼과 함께 강성 무사 연맹의 본부에 도착했다.3층으로 된 화려한 옛 건물 내부는 모두 전통 한옥식으로 되었고 들어가는 문 앞에는 보안요원들이 빼곡히 들어섰는데 모두 실력이 보통이 아닌 무사들이었다.차에서 내린 쌍칼이 온몸에 상처가 난 모양새는 빠르게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고 순식간에 그를 둘러쌌다.“쌍칼 형님? 어쩌다가 다치셨어요?”그중 한 사람이 긴장된 말투로 물었고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