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인이 전혀 뜻을 굽히지 않자 서강빈은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목소리를 높였다.“그만해! 꼭 내가 똑똑히 말해야 알아듣겠어?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이 일에 참견할 필요 없어. 네가 있으면 오히려 나에게 폐만 끼칠 거라고!”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마음이 시큰거려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방금까지도 다정하게 굴던 서강빈이 갑자기 태세 전환하며 이런 말을 내뱉다니!“뭐? 그 말, 진심이야?”송해인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물었다.얼음장처럼 차가운 그의 얼굴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지금까지 송해인은 서강빈을 위해서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는데 정작 그는 자신에게 폐를 끼친다며 그녀를 밀어냈다.“진심이야.”서강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안 믿어. 진심 아니지? 그런 거지?”송해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진 서강빈은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믿거나 말거나. 난 네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필요도 없다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잘할게. 그리고 내 생사도 너와 무관해. 우리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어,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알겠어?”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가족들과 연을 끊고 비오 그룹을 포기할 각오까지 했는데 고마운 마음은커녕 원망과 불만을 일으키다니, 지금의 서강빈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다정하게 굴던 서강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아무 관계도 아니면서 왜 나를 구했어?”송해인은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한 번 더 물었다.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쌀쌀맞게 대답했다.“그야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으니까. 일부러 너를 구하러 간 건 아니니까 쓸데없이 김칫국이나 마시지 마.”장내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눈물범벅이 된 송해인은 입술을 부르르 떨며 눈앞의 서강빈을 바라봤다.“그게 솔직한 마음이라는 거지?”송해인의 눈은 빨갛게 부어올랐다.“응.”서강빈이 차갑게 대답하자 송해인은 실망이
빗속에서 검은색 밴 두 대가 만물상점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휙 열리더니 손에 칼을 든 검은 옷 사내 일여덟 명이 차에서 뛰어내리고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입구 앞에 서 있는 서강빈과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상한 할아버지를 바라봤다.“네가 서강빈이야?”앞장선 사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묻자 그의 손에 든 칼에서 눈부시게 차가운 빛이 비쳤다.“그래.”서강빈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앞장선 사내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칼을 휘두르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을 거야!”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사내는 칼을 든 채 서강빈을 향해 달려들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스피드와 파워로 말이다.대문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이상한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어쭈, 그래도 실력이 있는 놈이네. 보통 사람이 아니고 무술을 연마했다고.”서강빈도 당연히 이를 알아보고는 미간을 구겼다.그의 추측이 맞다면 눈앞의 사람들은 모두 무술을 익히 알고 있는 듯했다.서 있는 자세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으로 봤을 때 보통 사람들보다 간결하고 세련되었다.특히 칼을 든 채 그에게 달려든 사내의 스피드와 파워로 트럭 한 대도 충분히 넘어뜨릴 것 같았다.서강빈은 덤덤한 얼굴을 하며 전혀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사내가 칼을 들고 다가온 순간 그는 팔을 들더니 안정된 자세로 칼날을 움켜쥐며 상대가 더 앞으로 못 다가오게 했다.상대도 놀라운 마음에 미간을 구겼다. 서강빈이 피하지도 않고 맨손으로 자신을 향한 칼날을 맨손으로 움켜쥘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자식! 네가 감히...”앞장선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더니 ‘펑’ 소리와 함께 서강빈은 상대의 복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사내는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하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빗속으로 넘어진 그의 주위로 순간 빗물과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X발, 저 새끼 죽여!”나머지 사람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더니 칼을 들고 서강빈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서강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용호무관의 외문 제자들은 비를 맞아 홀딱 젖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몇 명은 견디지 못하고 바로 기절했다.“어르신, 용호무관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계세요?”서강빈은 옆에 있던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물었다.이상한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며 대답했다.“용호무관은 송주의 무관에서도 랭킹 1위이지. 실력이 어마어마하고 별의별 사람들이 제자로 들어가 있어. 용호무관의 관장은 방지혁이라는 사람인데 꽤 대단한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지.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 무도 대가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야. 방지혁은 워낙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또 이 바닥의 개망나니들과 친분이 있거든. 그래서 많은 극악무도한 광인들이 용호무관 안에 숨어있지. 용호무관은 단순한 무관이 아니라 무림 연맹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방지혁은 그 연맹의 우두머리로서 송주에서 꽤 높은 지위와 힘을 가지고 있고.”그 말을 들은 서강빈은 약간 미간을 구겼지만 여전히 덤덤한 얼굴을 보이더니 대답했다.“재미있네요.”“녀석아, 너 이번에 큰 사고를 친 거야. 성회 이씨 가문은 물론이고, 용호무관도 상대하기 버거울 거야. 방지혁은 송주 무도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거든. 기공을 최고의 수준으로 연마했기에 그 어떤 상황이어도, 하물며 상대가 칼과 같은 무기를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이기긴 어려울 거야.”이상한 할아버지가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내뿜으며 말했다.“그렇게 대단해요?”서강빈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 사람도 결국 대가일 뿐이잖아요. 전혀 두려워할 것 없어요.”이상한 할아버지는 서강빈을 힐끔 보며 물었다.“네 실력은 지금 어느 정도인데?”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을 뿐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비는 점점 더 많이 내렸고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만물상점 문 앞의 거리는 행인조차 지나가지 않아 더없이 고요했다.이어서 귀를 울리는 천둥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곧 전쟁이 임박하고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부릉부릉!부릉부릉!바로 이때, 검은
“고집도 세네! 이렇게 고집을 부려봤자 네놈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라고!”방지혁은 코웃음을 친 후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나 방지혁은 약자를 괴롭히는 구차한 놈이 아니야.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줄 수 있어.”서강빈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관장님 정말 자비로우세요. 베푸신 호의에 눈물까지 나네요.”“알면 됐어.”방지혁이 거만하게 말했다.하지만 서강빈은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차갑게 말했다.“나랑 붙으려면 빨리 움직여! 이런 쓸데없는 소리는 작작 하고.”방지혁은 낯빛이 확 어두워지더니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자식,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괜히 얻어맞고 내 탓 하지나 마. 얘들아, 뭐 하고 있어? 죽여!”방지혁이 손을 휙휙 저었다.그러자 뒤에 있던 무관 제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기세가 어마어마한 그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서강빈을 죽이려고 했다.하지만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서강빈에게 돌진하던 무관 제자들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리면서 피를 뿜은 채 빗속으로 벌렁 나자빠졌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무관 제자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서강빈을 빤히 쳐다봤다.어떻게 된 거야?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그들은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유독 방지혁만이 얼굴이 굳어지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그는 서강빈이 손을 쓴 순간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서강빈은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을 향해 연속 일곱 번 귀싸대기를 때렸고 방지혁의 제자들은 모두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자식, 영 실력이 없는 건 아니네. 어쩐지 천강문의 진뢰도 네 상대가 아니라더니.”방지혁이 차갑게 말하면서 눈으로 살기를 뿜어냈다.“그럼 이씨 가문의 일 때문에 온 거야?”서강빈이 되물었다.방지혁은 숨길 생각도 없이 솔직하고도 거만하게 대답했다.“그래!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나선다면 넌 절대 살 기회가 없을 테니까.”서강빈은 눈썹을
‘스무 살에 벌써 대가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무도계에서는 앞길이 창창한 청년인데? 이런 재능을 가진 자가 왜 여기에 숨어있지?’“관장님, 관장님! 괜찮으세요?”제자들은 바로 그에게 다가가며 긴장한 기색으로 물었다.얼굴색이 어두워진 방지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난 괜찮아. 방금 저 X끼는 내가 조심하지 않은 틈을 타 손을 썼어. 정말 얍삽해.”방지혁은 자신의 실력이 서강빈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해버리면 그의 권위가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방지혁의 말을 들은 제자들은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향해 호통치기 시작했다.“네 이놈! 감히 관장님을 습격해?”“X발, 같이 저 X끼 죽여버리자!”“관장님, 저희가 대신 복수해 드릴게요.”잔뜩 흥분한 제자들은 방지혁을 위해 나서겠다며 소란을 피웠다.방지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내가 직접 저놈을 죽여버릴 거야!”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지혁은 외향 내력을 내뿜더니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한번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 온몸의 힘이 실린 어마어마한 주먹이었다.하지만 서강빈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손목을 휙 돌리고는 바로 방지혁의 손목을 잡았다.‘뚝’ 소리와 함께 방지혁의 손목은 그대로 부러졌다.서강빈 또 그에게 발차기를 날리자 ‘펑’ 소리와 함께 방지혁은 다시 한번 저 멀리 날아가 버린 후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피를 토하면서 한참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주위에서 지켜보던 용호무관의 제자들은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방금 방지혁이 서강빈의 습격을 당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절대 습격을 당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방지혁도 서강빈을 상대할 수 없다니.덜컥 겁을 먹은 제자들은 뒷걸음질을 쳤다. 심지어 두려움에 바로 줄행랑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서강빈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는 방지혁을 보고는 말했다.“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각자 도망가기 바쁜
곧이어 박원재가 도착했다.박원재도 소식을 들은 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작디작은 송주에서 이렇게 대단한 실력의 청년을 배출해 내다니. 재밌네요.”“선생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용호무관의 관장님마저 그놈의 적수가 못 된다고 하네요.”이덕용이 다급하게 물었다.박원재는 미간을 구긴 채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이덕용 씨,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이때 이덕용의 부하도 다가오면서 말했다.“어르신, 관장님께서 전할 얘기가 있다고 하네요. 서강빈 그 자식이 요구를 제기했다고 합니다.”“뭐?”이덕용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말해.”부하는 한참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서강빈이라는 그 자식이 만약 이씨 가문 사람들이 자기를 직접 찾아와 사과하지 않으면 아가씨는 물론이고 이씨 가문마저 성회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며 협박했답니다.”“젠장! 감히 나를 협박하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이덕용은 버럭 화를 냈다.이향연을 때린 것도 모자라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니, 그야말로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선생님, 그 자식이 얼마나 건방진지 보십시오. 만약 우리 이씨 가문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이씨 가문을 따를 자가 없을 겁니다.”이덕용이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박원재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침착하세요. 그놈이 관장님마저 다치게 한 걸 보면 실력이 대단한가 봅니다. 그러니 이 일은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신중하게요?”이덕용은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안 됩니다. 원한을 바로바로 되갚는 것이야말로 우리 이씨 가문답습니다. 오늘 일은 반드시 우리 딸, 향연이를 위해 빨리 복수를 해야지요.”“호영아!”“네, 어르신.”비단옷을 입은 경호원이 다가오더니 대답했다.그는 깡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두 눈은 빛나고 날카로웠다.제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당장 이씨 가문의 3천 정예 병사를 집
“그래서 지금 바로 수술을 진행해 은침을 빼낼 생각입니다.”병원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당장 수술을 진행해야지!”이덕용이 소리를 질렀다.“네, 알겠습니다.”병원장은 대답한 후 조수더러 빨리 이향연을 수술실에 들여보내라는 눈짓을 보냈다.하지만 이때, 박원재가 갑자기 나서더니 이덕용을 말렸다.“잠시만요!”“왜 그러세요, 선생님?”이덕용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박원재가 미간을 구긴 채 말했다.“원장님, 방금 이향연 아가씨의 체내에 열댓 개의 은침이 있다고 하셨습니까?”“네, 아무래도 아가씨에게 손을 쓴 사람이 일부러 남긴 듯합니다. 아가씨를 괴롭히려고요.”원장은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검사 결과를 저에게 보여줄 수 있나요?”박원재가 물었다.“네, 그러죠.”원장은 CT 결과를 박원재에게 넘겼다.박원재는 결과를 살펴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염심십삼침이라니!”그의 말에 병실 안의 전문가들과 원장, 그리고 이덕용까지 모두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선생님, 염심십삼침이 뭐예요?”불길한 예감이 든 이덕용이 물었다.박원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이건 오랜 세월 동안 잊힌 고대의 침술이에요. 이 침술을 사용하면 인체의 13개 혈이 막히죠. 처음에야 벌레가 뼈를 갉아 먹는 듯한 고통이 찾아오겠지만 이틀이 지나도 이 침술을 풀지 못한다면 아가씨는 이대로 사망할 거예요.”“뭐라고요?”이덕용은 얼굴색이 급변하더니 목소리를 높였다.“뭘 더 기다려! 당장 내 딸에게 수술을 진행해서 은침을 다 빼내!”원장은 몸을 흠칫 떨고는 허겁지겁 이향연을 밀고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박원재가 그를 말렸다.“안 돼요! 염심십삼침은 침을 놓은 사람만이 풀 수 있는 어마어마한 침술이에요. 만약 다른 사람이 강제로 은침을 꺼내려고 한다면 아가씨는 온몸의 피가 역류하면서 즉시 사망할 거예요.”뭐?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이덕용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침을 놓은 사람만이 풀 수 있다고
전화기 너머의 이덕용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오늘과 같은 수모를 겪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젠장!건방진 놈!“이 X끼가 감히 내 전화를 끊어?”이덕용이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박원재가 그의 화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지금 아가씨의 목숨이 상대의 손에 달렸으니 화가 나도 잠시 참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이덕용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겨우 진정하고는 다시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이 되자마자 이덕용은 되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 나도 돌려 말하지 않을 테니 지금 당장 와서 내 딸의 염심십삼침을 풀어.”“내가 왜 당신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서강빈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이덕용은 흠칫하고는 겨우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네가 그 침술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더 이상 이 일을 따지지 않을게.”“그걸 왜 당신 마음대로 정하는데?”서강빈은 씩 웃더니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더 따지지 않는다고 해도 난 계속 따질 생각인데?”“건방진 놈! 네놈이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이덕용은 당장이라도 서강빈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내가 원하는 게 뭐냐고? 이덕용 씨, 혹시 따님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몰라?”서강빈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이향연 씨가 내 전처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왜 이런 일이 있었겠어?”이덕용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네 이놈! 너랑 더 말을 섞는 것도 시간 낭비야. 우리 성회 이씨 가문에게 찍히면 죽을 날도 멀지 않았거든. 죽기 싫으면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서 향연이의 염심십삼침을 풀어! 아니면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줄 거야! 그리고 하나 더 알려주지. 이미 송씨 가문과 비오 그룹의 모든 비즈니스를 차단했어. 전처의 회사가 망하는 걸 바라지 않는 이상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그 말을 들은 서강빈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당신은 아직도 사리 분별이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