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권효정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왔다.이세정은 무대에서 걸어 내려오는 서강빈을 보고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지며 말했다.“강빈 씨, 왜 여기 있어요?”정말 재수 없어!여기서 서강빈 이 자식을 만나게 될 줄이야.“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서강빈이 되물었다. 이세정은 말문이 막힌 채 서강빈 뒤에 있는 권효정을 보고 나서 이내 뭔가 깨달았는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내 말은, 강빈 씨처럼 쓸모없는 분이 무슨 자격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게 다 권씨 가문의 아가씨 덕이었네요. ”이 말은 경멸의 뜻에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서강빈은 그냥 담담하게 웃으며 이런 여자랑 따지기 귀찮은 듯 발걸음을 옮기며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이 순간 내내 말이 없던 박여름은 서강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갑자기 길고 하얀 손을 내밀며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박여름이라고 합니다.”이 말에 서강빈은 멈칫 놀라더니 손을 내밀어 박여름과 가볍게 악수를 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합니다. 혹시 저를 아세요?”“송 대표님의 전 남편이시잖아요. 예전에 회사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아참, 저도 얼마 전에 라이브 방송을 본 적이 있어요. 강빈 씨의 의술은 아주 뛰어나요, 특히 축유술은 이미 오래전에 전해지지 않는 옛 의술인데. 혹시 기회가 되면 강빈 씨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박여름은 웃으며 대답했다.서강빈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뜻밖에도 박여름은 그의 상상 속에 누구도 안중에 없는 도도하고 차가운 천재 같은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오히려 박여름은 조금 부드러운 사람처럼 느껴졌다.서강빈은 웃으며 말했다.“박여름 씨, 과찬입니다. 저도 그냥 조금만 배웠을 뿐이에요. 제가 조언을 할 정도는 아직 아니에요. 박여름 씨의 이름도 저도 들었어요. 송주 한의학계에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밤 대회, 여름 씨, 진짜 기대가 돼요. ”박여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다 헛소리일 뿐,
그 뜻인즉 거절이다.이세영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서강빈을 노려보며 말했다.“확실해요?”“확실해.”서강빈이 진지하게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권효정은 그 뒤에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영 씨는 머리가 나쁜 것 같아요.”서강빈은 껄껄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권효정과 함께 경기장을 떠났다. 이세영은 멀어져가는 서강빈의 뒷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서강빈! 두고 봐!”이때 마침 박여름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세영은 얼른 다가가 다정하게 물었다.“어때요? 떨려요? 자신 있어요?”“괜찮은 것 같습니다.”박여름은 말을 아끼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세영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됐네요.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하면 회사에서 바로 발표회를 열어드릴 거예요. 그때가 되면 여름 씨는 송주 의약계 유망주와 천재 의사라는 타이틀을 확실하게 쥐게 될 겁니다!”박여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그건 좀...”“여름 씨는 관여하지 마세요.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요.”박여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비오 그룹과 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이다.“참, 서강빈은 어떤 거 같아요? 오늘 밤 순위에 들것 같아요?”이세영이 갑자기 묻자 박여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어요. 지난 라이브 방송으로 봤을 때 확실히 실력 있는 것 같던데요. 특히 축유술처럼 오랫동안 전해지지 않았던 의술도 다룰 줄 알고. 아마 쉬운 상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하지만 한의학 범위가 너무 넓어서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약을 잘 만들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구체적인 것은 현장에서 봐야 합니다.”이세영은 알듯 말듯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러자 박여름이 물었다.“아까 그와 무슨 말다툼을 했어요?”“별거 아니에요. 요즘 회사에서 새로운 마스크 팩을 출시 했는데 서강빈 그 자식이 대표님과 이혼하고 자기도 회사를 차려서 마스크 팩을 출시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우리와 경쟁하고 있어요.”이세영이 대답하자 박여름은 미간
홍보에 힘을 쏟은 덕에 송주 사람들의 엄청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다들 티켓팅을 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라이브 방송을 보려고 했다.이는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새로운 프로그램이기에 사람들은 많은 기대를 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한의학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했다.며칠 전부터 워밍업을 하고 홍보한 덕에 송주시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 오늘 밤 대회에 대한 토론이 끊이질 않았다.저녁 6시가 넘자 권효정은 차를 몰고 서강빈을 데리고 현장에 왔다.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마침 송해인, 도정윤, 이세영과 양미란을 마주쳤다. 송태오는 병원에 있는 탓에 오질 못했다.송해인을 두 사람을 보고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특히 오늘 밤 권효정은 섹시하게 옷을 입었다. 등이 드러나고 가슴이 파인 빨간색 스커트에 허리띠를 두르고 발렌티노 하이힐을 신었다. 폭포처럼 흘러내린 생머리와 더불어 젊음과 활력이 넘쳐 보였다.송해인도 뒤지지 않았다. 그녀는 흰색 롱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고 머리를 얹었다. 늘씬한 키에 세련된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경국지색의 두 여자가 문 앞에 서있자 많은 이들이 관심과 의론을 불러일으켰다.“헐! 비오 그룹 송 대표님 아니야? 너무 예쁘다!”“저분은 권씨 가문 아가씨잖아. 역시 소문대로 미인이네!”“저 남자는 누구야? 권씨 가문 아가씨 옆에 선 저 사람...”“저 사람 몰라? 서강빈이라고 송해인 전남편이잖아.”수군수군.중얼중얼.이런 두 미녀를 곁에 두고 서있는 서강빈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서강빈도 차에서 방금 내린 송해인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송해인은 한숨을 내쉬면서 예쁜 미간을 구겼다. 비록 그 전에 일 때문에 아직도 화가 나지만 지금 서강빈을 만나자 그녀는 낮에 이사하라고 한 일에 대해 해명하고 싶었다.그래서 송해인은 심호흡하고 서강빈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양미란이 갑자기
게다가 결국 상처받은 사람은 그녀 자신뿐이었다.“해인아, 잊지 마. 오늘 밤에 서강빈도 대회에 와. 너와 그는 아직도 경쟁 관계야.”도정윤이 귀띔했다.그러자 송해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굳은 표정으로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낮에 일은 그래도 제가 다시 서강빈에게 말해야겠어요.”그 말을 들은 양미란이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해인아!! 너 진짜...”“엄마, 그만해요, 저도 이참에 서강빈한테 그가 태호를 때린 일에 관해 물어볼게요.”송해인은 이렇게 말하며 양미란의 하려는 말을 잘랐다.그리고 송해인은 성큼성큼 서강빈을 향해 걸어가며 그를 불렀다.“서강빈.”서강빈이 눈썹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자 무뚝뚝한 얼굴로 걸어오는 송해인을 보고 담담하게 물었다.“송 대표, 무슨 일이라도 있어?”“너한테 할 말이 있어. 괜찮다면 가서 얘기 좀 해.”송해인은 이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권효정을 슬쩍 보았다. 오늘 밤, 그녀는 정말 예뻤다.“안 괜찮으니까 할 말 있으면 그냥 여기서 얘기해. 다 아는 사람끼리인데 뭐.”서강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권효정도 미소를 지으며 송해인한테 인사를 건넸다.“송 대표님, 안녕하세요.”“효정 씨.”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싸늘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쳐다보며 불만을 드러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건 우리 둘 사적인 일이잖아.”송해인이 화해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서강빈은 전혀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다.“송 대표, 한 마디만 더 말할게.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너와 나 사이에는 어떤 재산분쟁도 없잖아? 감정싸움은 더더욱 없잖아? 그러니깐 너와 나 사이에는 사적인 일도 없을 거야.”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서강빈,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우리 꼭 싸워야만 해?”송해인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내가 직접 와서 먼저 사과했는데도 왜 서강빈 이 나쁜 자식은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는 거야? 꼭 나랑 이렇게 싸워야만 해!’“무슨 일
송해인이 경기장에 들어서고 보니 진기준은 이미 VIP 구역에 앉아 있었다.송해인이 냉담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진기준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해인아, 무슨 일인 거야, 왜 얼굴색이 이렇게 안 좋아? 누가 괴롭혔어?”“아무것도 아니야.”송해인이 싸늘하게 대답했다.뒤에 있던 양미란은 진기준을 보고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기준 씨도 왔네.”“아주머니.”진기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송해인한테 말했다.“해인아, 내가 다 준비해 놓았어.”“준비? 무슨 준비?”송해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진기준은 양복 옷차림새를 정리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내가 이미 조연 감독님께 인사를 했어. 오늘 밤 아마도 너희 회사 박여름 씨에게 클로즈업을 엄청나게 줄 거니 관중들 앞에서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을 거야.”“그리고 메인카메라가 너한테 올 것이니 그때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손 흔들며 인사만 하면 돼.”진기준은 자기 할말을 다하고 송해인이 자신을 칭찬하길 기다렸다.송해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는 약간 불쾌했으나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진 대표, 고마워.”“아니야, 아니야.”진기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때 이세영은 아부를 떨듯 말했다.“대표님, 보세요. 진 대표님께서 대표님께 얼마나 잘해주시는지요. 만약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대우는 절대로 없었을 거예요.”“그래그래 맞아. 해인아, 기준 씨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좀 더 서두르지 않을래? 기준 씨를 놓치면 너 엄청나게 후회할 거야.”양미란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진기준과 송해인을 엮어 주고 싶어 하는 뜻이었다.“엄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송해인은 양미란을 째려보며 말했다.양미란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내가 헛소리를 해? 아니, 너 설마 아직도 서강빈 그 자식 생각하고 있어?”“아까 그 자식이 너를 대한 태도를 봐봐, 너 아직도 모르겠어? ”“그 자식은 이미 권씨 가문 그 여자한테 빌붙어 버렸으니 그 자식 안
“그러니까요, 송 대표님, 앞으로 우리 이런 사람들과는 멀리 해요.”이세영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서강빈을 째려보면서 맞장구를 쳤다.송해인도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서강빈을 보았다.서강빈이 방금 일에 대해 사과할 줄 알았는데 그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장 송해인 앞으로 지나쳐 무대 뒤로 들어갔다.“흥! 나쁜 자식!”송해인은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찬 채 속으로 욕했다.도정윤도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다.“너도 봤잖아, 그의 안중에는 너라곤 하나도 없어.”송해인은 도정윤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안색이 점점 나빠져서 일어나며 말했다.“화장실에 좀 다녀올게.”...휴게실 안.권효정은 약간 긴장한 듯 물었다.“강빈 씨,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세요? 첫 번째로 무대에 서니까요, 아니면 제가 대회 측에 말해놓을게요, 강빈씨는 멘토님이 준 처방으로 제조하세요.”“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하며 자신의 옆에 있는 빨간 비닐봉지를 바라보았다.지난번에 빈티지 시장에 가서 특별히 구해 왔던 약탕기였다.권효정은 서강빈이 설득이 안 되자 입을 삐죽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앉아 있던 서강빈은 일어 서며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권효정이 알았다고 하자 서강빈은 선수 개인 대기실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하다가 입구에서 마침 송해인을 마주쳤다.송해인도 서강빈임을 알아보았다.그러나 두 사람은 마치 낯선 사람처럼 아무런 인사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갔다.다만 두 걸음 정도 걸은 후에 송해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소리를 질렀다.“서강빈, 넌 정말 고개 숙여 엄마와 동생한테 사과조차 할 수 없는 거야?”서강빈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벼운 숨을 내쉬며 차갑게 말했다.“내 잘못도 아닌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해?”“그냥 나보고 사과하라는 것보다 차라리 네 엄마랑 동생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낫겠어.”서강빈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송해인은
송해인도 인차 고개를 돌리고 돌아서 자리를 떠났다.이어 그녀는 이세영과 함께 박여름의 대기실로 찾아왔다.“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송해인이 묻자 박여름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문제없을 거예요.”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에 있는 티비 화면에 눈길을 돌렸다. 티비에서는 대회에 초대된 멘토와 게스트들의 소개 영상이 나왔다.대회 현장.4명의 멘토와 4명의 게스트가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았다.대회 전 비밀 유지로 인해 4명의 멘토와 4명의 게스트의 정체는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다.하기에 이들이 등장하자 현장과 라이브 방송의 관중들은 엄청나게 들썩였다.4명의 멘토는 송주한의학협회 교수급 인물인 이청산 어르신, 송문학 교수, 황건해 교수, 그리고 성회한의학협회의 명예회장인 조문빈 회장이었다.대회 룰도 엄청 간단했다.달인 쇼랑 비슷하게 멘토들에게 합격 버튼을 줬고 참가자들은 두 개 이상의 합격 버튼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멘토는 참가자들한테 점수를 매기고 최종적으로 점수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었다.그리고 멘토들에게 골든 버튼이 있는데 골든 버튼은 멘토들이 큰 판단 착오가 있으면 사용할 수 있으며, 이 버튼을 누르면 참가자는 바로 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누를 기회는 딱 한 번뿐이었다.사회자의 소개와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장에 있는 만 명의 관중들과 라이브 방송 과정을 보고 있는 십몇만의 관중들은 대회의 룰을 알게 되었다.관중 중에 4명의 멘토를 아는 많은 사람들도 모두 흥분했다.“오 마이 갓! 제작진이 진짜 대박이야. 이 4명의 거물급 인물을 섭외했다니, 오늘 밤 대회 진짜 기대돼!”“그러니깐 말이야, 저 이청산 어르신은 우리 송주에서 이름난 한의학계 신이야!”“그리고 저 조문빈 회장 말인데, 쓴 책도 많고 한의학계의 상도 많이 받은 사람이야!”“재밌어 재밌어! 이 프로그램 진짜 많이 기대돼!”많은 사람의 환호 속에서 4명의 특별 게스트 심사위원들도 등장했다. 현장 분위기는 절정에 도달했다.왜냐하면 이 4명의
인기를 얻은 후 허도윤의 재미있고 웃긴 성격으로 인해 그는 수천만 명의 팬들이 생겼다. 지금 그의 콘서트 티켓 한 장 가격은 무려 200만 원 이상까지 치솟아 올랐다!4명의 특급 멘토, 4명의 인기 스타. 이 프로그램의 열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단숨에 연관 검색어 3위에 올랐다.라이브 방송을 보는 관중들도 십몇만 명으로부터 순간에 백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천만 명을 향해 늘어가고 있다!“와!!! 허도윤! 허도윤!”“세상에! 그냥 재미없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특별한 멘토와 인기 대스타들이 출연할 줄이야! 진짜 대박이야, 돈을 도대체 얼마나 쓴 거야!”“내 말이 그 말이야, 내가 듣기엔 양정현 한 사람 출연료만 10억 이상이래!”“헐! 이 멘토들에 이 게스트들, 모두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분들이잖아. 오늘, 이 프로그램 진짜 대박 날 것 같아!”“이번 대회 참가자들 진짜 너무 행복하겠다! 우리 롤모델한테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니...”순간 현장 내가 떠들썩했다.라이브 방송 안의 댓글들은 너무 많은 나머지 방송 내용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작진과 스태프들은 긴장하게 준비하고 있었다.대회 시작까지 아직 십몇분 남았다.무대 뒤에서 대회 참가자들도 대기실에서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면서 각자 자신을 응원하고 있었다.송해인과 이세영도 다시 VIP 관람 구역으로 돌아와서 조용히 앉아서 대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제작진의 메인 감독, 장 감독, 그도 마지막 사항을 확인한 뒤 4명의 멘토에게 다가가서 물었다.“멘토님들, 준비되셨어요? 준비가 다 되셨다면, 제 쪽에서 시작하겠어요. 첫 번째 참가자와 확인했는데 언제든지 무대에 오를 수 있답니다.”조문빈은 다른 세 명의 멘토를 둘러보고 의견을 물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문제 없어요. 언제든지 올라오라 하세요.”“좋습니다.”이청산이 말했다.이에 송문학도 말했다.“시작합시다.”장 감독은 4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4명의 게스트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