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이어진 말과 거만한 태도에 서강빈은 얼이 빠졌다.동시에 서강빈은 마음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두 모자가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그를 설교하고 그에게 경고하기 위해서라니.이게 뭐란 말인가?사람을 이렇게까지 괴롭히다니.선 넘는 일이었다.송해인과 이혼했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밖에서 도는 소문을 전부 그의 탓으로 돌렸다.서강빈은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최선을 다했다.이때 송태호가 서강빈의 표정이 달라진 걸 보고 차갑게 말했다.“왜? 표정을 보니 인정하기 싫은가 봐? 설마 억울해서 그래? 우리 누나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송주 비즈니스계의 꽃이자 미래 비즈니스계의 여왕이라고! 우리 누나 좋다는 사람이 송주를 한 바퀴 에워쌀 정도인데 당신 따위가 뭐라고 그래? 우리 누나 아낄 줄 모르고 밖에서 다른 여자랑 놀아나다니, 정말 기가 막히네!”그 말을 들은 서강빈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오늘 왜 이렇게 재수 없는 걸까?이상한 모자에게 시비가 걸리다니.게다가 그들은 서강빈을 설교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서강빈이 아무리 너그럽다고 해도 이렇게 한바탕 질책을 받으니 화가 울컥 치솟아 올랐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송태호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송태호, 이 일 잘 고민해 봐야 할 거야. 송씨 집안이 파산할 뻔했을 때 내가 송씨 집안을 일으켰다는 걸 말이야.”“그런데 지금 여기까지 찾아와서 나한테 설교하려 하다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나는 화도 낼 줄 모르는 것 같은가 보지?”그 말을 들은 송태호는 경멸에 차서 차갑게 웃었다.“참나, 서강빈. 왜 이렇게 뻔뻔해? 왜? 설마 진짜 날 때리기라도 하게? 싸움 좀 한다고 해서 내가 널 상대하지 못할 것 같아? 설마 나 송태호가 지금까지 송주에서 빈둥거리기만 한 것 같아?”“경고하는데 난 송주에 아는 사람이 많아. 감히 내게 손을 댄다면 내 한마디에 넌 팔다리가 부러져서 평생 침대에 누워서 생활해야
서강빈이 인정하자 양미란과 송태호는 시선을 주고받으며 희색을 드러냈다.“그래. 너도 인정했으니 우리가 이 가게를 돌려달라고 해도 넌 할 말이 없지?”양미란이 음흉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송태호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똑똑히 들었지? 서강빈, 이 가게는 지금부터 우리 거야. 그러니까 넌 지금 당장 나가.”그 말을 들은 서강빈은 안색이 더욱더 어두워졌다.두 모자는 이곳까지 와서 비아냥대며 서강빈을 조롱하고 모욕을 주고 위협했다. 그들은 그와 송해인이 이혼한 일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이 가게를 위해서 온 것이었다.가게?서강빈은 자조하듯 웃었다. 지금 두 모자의 모습을 바라보니 우스웠다.송해인과 이혼했을 때 그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았고 이제 가게만 남았다.그런데 지금 두 모자가 달려와서 가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정말 뻔뻔했다.서강빈은 조롱의 미소를 띠었고 양미란과 송태호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들도 서강빈이 본인들을 비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무런 능력도 없는, 진취심마저도 없는 그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고,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비웃는단 말인가?“서강빈, 뭘 웃는 거야? 우리 말이 틀렸어? 이 가게는 우리 누나가 구해준 거였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뻔뻔하게 이곳에 남아있는 거야?”“내가 당신이었으면 벌써 떠났을 거야!”송태호가 소리를 질렀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서강빈은 뻔뻔스럽게 큰소리치는 송태호를 바라보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경멸로 가득한 비웃음이었다.“이 가게는 확실히 송해인이 대신 구해준 거예요. 오늘 두 사람이 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알겠어요. 이 가게를 원하는 거죠?”서강빈이 덤덤히 웃으며 물었다.“당연하지!”“너도 인정했으니 얼른 이 가게를 우리에게 돌려줘!”양미란이 호통을 쳤다.서강빈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렇게 원한다면 돌려드리죠. 하지만 이 가게는 송해인이 절 위해서 구한 것이니 돌려드리기 전에 먼저 송해인에게
송태호 손을 놓기는커녕 있는 힘껏 멱살을 잡으며 호통을 쳤다. 그리고 손을 들어 서강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당장 그 자리에서 기절할 수도 있을 만큼 한 파워로 힘껏 휘둘렀다!양미란은 그것을 보고도 막지 않고 차갑게 지켜봤다. 그녀의 눈에서 서강빈은 철두철미한 나쁜 놈이기에 자기 아들이 그를 훈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한 대는커녕 맞아서 폐인이 되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어차피 서강빈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양미란은 이내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서강빈이 손으로 송태호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러자 송태호는 깜짝 놀라며 소리를 쳤다.“감히 반격해?”송태호는 힘을 더 썼지만 그의 주먹은 꿈쩍도 하지 않더니 공중에 멈춰 선 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헐! 서강빈, 이 자식, 힘이 장난 아닌데!’“이렇게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니 그럼 내가 손을 쓰는 수밖에 없지.”서강빈은 차가운 표정으로 송태호의 손목을 잡고 살짝 힘을 주더니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졌고 송태호는 비명을 질렀다.그리고 서강빈은 발로 송태호를 퍽 걷어찼다. 그러자 송태호는 날아가 무릎 꿇은 자세로 떨어졌고 손목을 쥐면서 꽥꽥 비명을 질렀다.양미란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멍해졌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녀는 얼른 송태호에게로 달려갔다.손목이 부러졌다!“서강빈! 이 개자식아,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아들을 때려? 죽어!”화가 치밀어 오른 양미란은 송태호의 손목이 부러진 걸 보자 서강빈을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얻어맞을 서강빈이 아니었다.짝!서강빈이 손을 들어 양미란을 뺨을 후려쳤다!뺨을 맞은 양미란은 어리둥절했다.‘서강빈이 나를 때렸어? 이 쓸모없는 인간에게 내가 얻어맞았다고?’“아아아!”양미란은 믿기지 않는 듯 소리를 질렀다.“너, 감히 날 때려? 미쳤어. 미쳤어.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 나는 네 장모님이야!”그러자 서강빈이 덤덤하게 대답했다.“한 번 더 말씀드리는데요. 저랑 송
송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어머니, 그 정도는 저도 알죠.”한참 후, 비오 그룹.송해인은 사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도중 양미란의 전화를 받았다.“네? 태호의 손이 부러졌다고요?”송해인은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특히 양미란이 서강빈이 때린 거라고 말하자 송해인은 믿어지지 않았다!“알았어요. 곧 갈게요.”송해인은 긴장하는 듯 말했다. 그녀는 송태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공부도 하지 않고 게으르고 놀음을 즐기는 전형적인 부잣집 도련님이었다.가끔 큰 사고를 치기도 하고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송태호는 송해인의 하나뿐인 동생으로서, 부모님의 보배 아들로서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아무리 말해도 고치려 하지 않았다.그래서 송해인은 송태호가 밖에서 일을 치지 않는 한 돈을 쓰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양미란의 말에 의하면 서강빈이 송태호의 손을 부러뜨렸다.그러자 송해인은 어리둥절해졌다!그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강빈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지 않은 이상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양미란이 너무 확실하게 말하자 송해인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진짜 서강빈이 변한 걸까?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방금 한의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 다시 화가 나서 핸드폰을 탁자 위에 던졌다.이때 이세영이 걸어들어오면서 송해인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자 물었다.“대표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겼어요?”“엄마가 그러는데 서강빈이 태호의 손을 부러뜨렸대. 그래서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해.”송해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러자 이세영은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네? 손이 부러졌다고요? 서강빈이 때려서요?”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이 비서, 정말 서강빈이 한 짓일까?”이세영은 망설이는듯하다가 대답했다.“대표님, 제가 이 말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깜짝 놀랐지만
감히 보복까지!“개자식! 개자식! 정직한 사람인 줄 알았어. 그래도 소인배는 아니라고 생각했지. 이혼한 지 얼마 됐다고 사람이 이렇게 변해? 왜 내 동생을 때려? 제가 뭔데?”송해인은 꾹꾹 참아왔던 화가 끝내 치밀어 오르면서 욕을 했다.이때다 싶어 이세영은 한마디 덧붙였다.“제가 보기에는 권씨 집안 아가씨랑 같이 있더니 믿을 구석이 있는지 용기가 났나 봅니다. 대표님 전남편인 서강빈이 이제 권효정한테 찰싹 달라붙을 것 같은데요.”말이 끝나자 송해인은 더욱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그만해. 일단 병원으로 가볼게.”“저도 같이 갈게요.”두 사람은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엄마, 어떻게 된 일이에요?”송해인은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화를 내면서 물었다. 양미란은 송해인을 보자 억울해하면서 눈물을 글썽이었다.“해인아, 드디어 왔어! 이것 좀 봐, 태호를 좀 보라고. 서강빈 그 자식이 얼마나 지독하게 때렸는지! 손이 다 부러졌다니깐!”양미란은 마치 송태호가 죽기라도 한 듯 엉엉 울어댔다.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이 상황을 지켜봤다. 오기 전부터 양미란이 과장해서 말했을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지금 침대에 누워 울부짖는 송태호를 보자 사건의 심각성을 알았다. 정말 손이 부러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송해인이 걱정스레 물었다.‘정말 서강빈이 이렇게 지독하게 때렸다니!’“다 서강빈 그 자식 때문이야! 미친것처럼 달려들어 태호의 손을 부러뜨렸지 뭐야!”양미란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는 아들이라곤 태호밖에 없는데 우리 태호를 죽도로 때렸어! 그리고 태호만 때린 게 아니라 나도 뺨을 맞았다니깐. 봐봐, 이 자국! 지금도 멍들어 있는걸!”그리고 양미란은 자기 얼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송해인은 양미란의 얼굴을 보자 얼굴색이 어두워졌고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솔직하게 말해봐요. 엄마랑 태호가 서강빈을 화나게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손을 쓴 거예요?”“해인아, 그건 무슨 소리야? 우리가 화나게 했다니? 너는 지금
가게에 있던 서강빈은 갑자기 송해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때렸어.”서강빈은 숨길 생각도 없이 당당하게 인정하였다. 이 말을 듣자 송해인은 벌컥 화를 내었다!“서강빈, 개자식! 왜 우리 동생을 때려? 네가 얘 손을 부러뜨렸다고! 아무리 원수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하지 않지! 얼마나 미워야 이래? 내가 너랑 이혼했다고 해서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복수할 정도는 아니잖아? 서강빈, 오늘 드디어 너의 정체를 똑똑히 알아봤어! 너는 철두철미한 소인배야! 이렇게 폭력을 쓰는 사람이랑 이혼한 건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야!”이 말을 듣자 서강빈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미간을 구겼다.그는 변명도 반박도 하지 않았지만 너무 실망스럽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3년 부부로 살았는데 이 정도 믿음이라니!심지어 송해인은 왜 때렸는지 묻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호통을 쳤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더니 덤덤하게 웃었다. 자기 자신을 비웃는 것도 같았다.“송해인, 네 마음속에 나는 그런 사람이었어? 폭력에 미친 사람? 왜, 송태호가 네 엄마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서강빈은 차갑게 물었고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우리 엄마와 태호가 뭘 했던 너는 손을 쓰면 안 됐어. 심지어 이렇게 지독하게 때리면 더 안 되는 거였다고!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네가 엄마도 때렸다며?”송해인은 강하게 밀고 나왔다. 그녀는 이미 전화로 의사를 잘 전달한 것 같은데 서강빈이 반성하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자 살짝 당황했다!하지만 송해인의 말을 들은 서강빈의 마음은 더욱 허탈하고 실망스러웠다.누가 옳고 그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송해인이 서강빈을 대하는 태도였다. 서강빈이 옳든 그르든 그녀의 눈에는 다 그의 잘못으로 보였다! 서강빈은 이런 송해인의 태도에 너무 실망했다.“이젠 알겠어. 내가 뭐라고 하든 무슨 일이 발생했든 너는 다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걸. 송해인 네 눈엔 내가 뭘 해
송해인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병실에 있던 송태호와 양미란은 이 말에 이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흐뭇하게 웃었다.가게에 있던 서강빈도 나가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다 끝내 입을 열었다.“알았어. 곧 나갈게.”그리고 서강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송해인도 한참 동안 그자리에서 멍하니 있다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놨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송해인은 갑자기 커다란 공허함을 느꼈다. 마치 지금까지 기대했던 모든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듯한 기분이였다. 그녀는 스스로 가장 소중한것을 망가뜨린것 같은 기분에 괴로워하였다.이때, 송해인은 비로서 정신을 차렸다. 이 모든것은 그녀가 홧김에 한 소리라는건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강빈이 만약 정말 가게를 떠난다면 그녀는 앞으로 서강빈과 완전히 인연을 끊게 될것이다. 이 가게는 그녀와 서강빈 사이의 마지막 연결점이였다.순간 송해인은 모든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병실을 뛰쳐나오면서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꺼져있네.’“대표님, 어디 가세요?”이세영은 급히 쫓아나오며 물었다. “가게에 다녀와야겠어.”송해인은 대답하고 재빨리 차를 타고 곧장 가게로 향했다.‘서강빈, 미안헤. 그런 뜻은 아닌데. 정말 아니야.’송해인은 조급하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가게에서.서강빈은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한숨을 쉬면서 담배를 붙이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송해인이 방금 한 말이 계속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그래. 떠날때도 되였지. 여기에 계속 있어봤자 뭐해?’서강빈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담배를 끄고 일어나 간단히 짐을 쌌다.그리고 현관에 서서 작은 가게를 둘러보았다.2년이다. 이젠 떠나야할 시간이다.서강빈과 송해인의 결혼과 마찬가지로 이젠 손을 놓아줘야 할때가 왔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캐리어를 끌고 잠시 고민하더니 열쇠를 문 앞에 있는 꽃병 아래에 놓았다.그리고 카카오톡으로 송해인에게 사진을 전송했다.“열쇠는 입구 꽃병 밑에 있어
“해인아, 왜 그래? 왜 우는데?”진기준이 급히 달려오면서 물었다. 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고 진기준을 쳐다봤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 척 말했다.“눈에 모래가 들어봤나 봐. 너는 왜 왔어?”그녀는 얼른 일어났다.“출장왔는데 아주머니가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고 해서 급하게 너를 보러 왔지. 괜찮아?”“괜찮아.”송해인은 고개를 저으면서 애써 웃는척하였다. 그제야 진기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가게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문이 닫혔네? 서강빈 찾으러 왔어?”송해인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볼일이 좀 있어서.”“무슨 일인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야?”진기준이 물어보자 송해인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아니야. 회사에 일이 있어서 그만 돌아가 볼게.”“어. 그래.”진기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를 타고 떠나려는 송해인을 보자 다시 입을 열었다.“아참, 해인아. 오늘 저녁 한의학 대회 본선 준비는 잘돼가고 있어? ‘나는 의사다’팀이 와서 생방송을 한다던데. 내가 마침 그 프로그램 피디랑 아는 사인인데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괜찮아. 혼자 부딪혀 보고 싶어.”송해인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거절했다. 그러자 진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그래. 현장에 가서 응원할게.”송해인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차를 타고 떠났다.멀어져 가는 송해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진기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서서히 사라지고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굳게 닫힌 가게를 쳐다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문을 닫았다고?”한마디 중얼거리고 진기준도 자리를 떠났다.서강빈은 캐리어를 끌고 이상한 할아버지네 잡화점으로 왔다.“아이고. 쫓겨났어?”할아버지는 문 앞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 서강빈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농담을 치며 웃었다. 그러자 서강빈은 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여기서 며칠 묵을게요.”“하루에 6만 원, 밥은 혼자 알아서 해결해.”할아버지는 무심하게 말하면서 바둑 한 알을 툭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