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소정훈을 알고 있다.송주 한의사 협회 회장인 그는 지위가 매우 높았다.그런 인물이 서강빈의 침술에 대해 그렇게 높은 평가를 내렸다는 것은 서강빈의 침술이 정말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옆에 있던 이세영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침술은 그저 침술일 뿐이지, 그 사람의 의술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반영할 수는 없죠! 오늘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서강빈의 의술이지 침술이 아닙니다. 침 몇 개를 가져다가 아무렇게나 꽂는 게 대단하다고요? 누구를 속이는 겁니까!”진행자는 웃으며 말했습니다.“이 비서님 말씀도 맞으니 카메라를 따라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계속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 속 작은 가게 내부.서강빈은 침을 빼고 숨을 내쉬었다.“다 됐습니다.”조홍규는 황급히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외쳤다.“이제 정말 아프지 않아요!”“서 거장님의 침술은 너무 대단합니다!”“전에는 제가 서 거장님의 대단함을 알아보지 못했었습니다. 거장님께서 소인의 실수를 잊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하지만 조 선생님이 수련하신 형의권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으니 시간이 되면 같이 의논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좋아요, 좋습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송주에서 머물겠습니다.”조홍규는 두 손을 맞대고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옆에서 촬영 중인 두 스태프를 흘끗 쳐다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서 거장님, 제가 도와서 저 사람들을 내쫓을까요?”조홍규가 물었다.서강빈은 표정이 급변한 스태프들에게 눈을 흘기며 손을 흔들었다.“필요 없습니다.”그러고는 물었다.“뭘 생중계하는 건가요?” “서강빈 씨가 사람들의 질병과 부상을 치료하는 것을 생중계하고 있어요. 지금 라이브 시청자는 12만 명이 있는데, 모두 송주 비오 그룹 대표의 전 남편인 서강빈 씨가 의술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고 싶어 합니다.”스태프가 더 보탰다.“전 부인분이 지금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를
의심을 깨트린다고?!갑자기 라이브 채팅 창 전체 분위기가 떠들썩해지고 격렬해졌다.「의심을 깬다고요? 저 사람이 뭐 어떻게 의심을 깨겠다는 거야? 아내한테 빌붙어 사는 쓰레기 같은 놈!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웃겨 죽겠네! 저런 놈이 의술은 개뿔!」「황부와 팔괘경으로 가득 찬 저 방을 봐, 미신을 믿는 무당이 아니라면 뭐겠어요?」물론 서강빈이 방금 보여준 침술을 보고 그를 지지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다.「저 사람 의술 좀 아는 것 같아요.」「네, 소정훈 어르신도 그의 침술 실력이 놀랍다고 하셨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의술을 모를 수 있겠어요?」「보면 쓰레기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누군가 일부러 그런 소문을 낸 게 아닐까요?」순식간에 라이브 채팅 창 내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뉜 사람들이 다툼을 벌였다.스튜디오 내부.송해인은 화면의 댓글 중 하나를 바라보며 미간에 깊게 주름이 잡혔다.그녀는 이세영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꺼내 카카오톡으로 물었다.“이 댓글들, 세영이 네가 찾은 사람들이야?”이세영이 담담하게 답했다.“제가 찾은 사람들 맞아요. 대표님께서 하기 싫은 일은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오늘 밤, 송주에서 대표님의 명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질 거예요. 그리고 서강빈은 대표님의 디딤돌이 될 거예요.”송해인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이러지 않아도 돼! 난 서강빈을 밟고 올라서서 명성을 얻을 필요 없어! 이 무의미한 짓을 당장 그만둬!”하지만 이세영은 이렇게 답했다.“대표님,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이제 여론은 더 이상 우리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오늘 밤 서강빈의 본색이 대표님 눈앞에서 완전히 드러날 테니 안심하고 기다리세요. 서강빈은 완전한 위선자라는 것을 그의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테니까요!”송해인은 심호흡을 하고 한 줄의 문자를 입력했지만, 보내려 할 때 다시 동작을 멈췄다.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송해인은 서강빈이 어떻게 의심을 깨뜨릴지 보고 싶었다.이때 소정훈은 서둘러 손자
「네가 의술을 모른다고 인정만 하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가게 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서강빈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힐긋 보더니 담담한 미소를 흘리며 답장을 보냈다.「신경 안 써도 돼, 송 대표.」「유감스럽게도 내가 치료할 수 있어.」그는 더이상 휴대폰을 거들떠보지 않았다.그 시각 송해인은 문자 두 통을 확인하더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스튜디오로 돌아온 그녀는 모니터 화면에서 서강빈이 그 중년 남성에게 앉으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았다.서강빈은 쭉 한 번 훑어본 후 맥을 짚기 시작했다.하지만 30초도 채 안 돼 손을 거두고 담담한 눈빛으로 옆에 마이크를 든 스태프를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말해도 되나요?”“다 확인했어요?”스태프가 의아한 듯 물었고 서강빈은 머리를 끄덕였다.“네.”순간 라이브 실시간 댓글 창이 또다시 폭발했다.「다 확인했다고?」「고작 두 번 보고 맥만 짚었을 뿐인데 뭘 다 확인해?」「이 자식 돌팔이 아니야?」「두고 봐, 곧 정체가 드러날 거야!」라이브 실시간 댓글이 폭주하고 있었다.스튜디오 안에서.아나운서가 틈을 타서 질문을 건넸다.“송 대표님 전남편이 환자의 병력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100퍼센트까진 아니더라도 대충 얼마나 맞출까요?”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화면 속 자신만만한 서강빈을 쳐다보며 잠시 머뭇거렸다.이때 옆에 있던 이세영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제 생각엔 0프로에요.”아나운서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이 비서님은 서강빈 씨한테 불만이 아주 많은가 봐요?”“불만이 아니라 팩트에요. 지금 저러고 있는 거 너무 한심하지 않아요?”이세영이 되물으며 눈가에 하찮은 기색이 역력했다.“정상적인 의사라 해도 30초만 보고 자신만만하게 환자의 병을 진단할 순 없어요!”아나운서는 머리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바라봤다.“그건 그래요. 여러분께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환자의 병세는 7년 동안 지속되었어요. 이분은 송주 시립병원 난치병 환자 중 한 명이며 한때 신문에 게재되어 송주
「헐! 진짜 맞혔어!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대박! 진짜 신의야 뭐야?」「의술 모른다며? 대체 어떻게 된 거야?」네티즌들이 미친 듯이 댓글을 올렸다.가장 웃긴 건 30초 만에 실시간 방송 댓글 창이 ‘서 신의님’이라고 도배되었다는 점이다.스튜디오 안에서 아나운서가 고개 돌려 의아한 눈길로 송해인과 이세영을 쳐다봤다.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속으론 적잖게 놀랐지만 애써 덤덤한 척했다.다만 이세영은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서강빈이 진짜 맞힐 거라곤 예상치 못한 듯싶다.이 라이브 방송으로 서강빈의 명성을 짓밟을 생각이었으나 현재 흐름으로 보면 그는 이제 곧 신의의 보좌에 앉게 될 터였다...“말도 안 돼! 이건 가짜 병력이야.”이세영이 카메라에 대고 이미지도 신경 쓸 겨를 없이 고래고래 소리쳤다.“그만해!”송해인이 어두운 눈길로 그녀를 째려보며 호통쳤다.“이 비서, 이미지 좀 챙겨. 비오 그룹 생각 안 해?”이세영이 흠칫 놀라더니 숨을 깊게 들이쉬곤 차분함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병력을 맞히면 어쩔 건데요? 그냥 얻어걸렸을 수도 있잖아요. 혹시 그해 신문 기사를 미리 본 건 아닐까요? 어쨌거나 의술을 증명하려면 반드시 이 환자의 병을 완치시켜야 해요!”아나운서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도 이세영이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았다.실시간 방송이 양극으로 나뉘었다.이세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서강빈이 사전에 환자의 병력을 수집했다고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신문을 보거나 기사로 접하는 등, 서강빈이 의술을 증명하려면 반드시 환자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다른 한편 이세영이 너무 억지를 부리며 일부러 서강빈을 궁지로 몰아가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양측 모순이 점점 더 커졌지만 서강빈은 아무것도 몰랐다.이때 스태프가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씨, 의술을 증명하려면 반드시 환자의 병을 치료해야 합니다.”서강빈이 미간을 구기며 차갑게 되물었다.“아까는 분명 병세만 말하면 된다고 했잖
순간 장내가 또다시 떠들썩해졌다!환자와 환자 가족도 전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진짜 치료할 수 있어요?”환자가 물었고 서강빈은 머리를 끄덕였다.“저를 믿으세요.”“이 자식이, 너 생각 잘해. 만약 또 실패하면 나 어떻게 나올지 몰라!”환자의 아들이 버럭 화내며 서강빈에게 쏘아붙였지만 그는 여전히 담담하게 웃었다.스태프도 재빨리 말을 이었다.“자, 그럼 우리 함께 시립병원의 몇몇 전문의들을 연결해 그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이어서 통화가 연결되고 스태프가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최시완 주임님.”“안녕하세요, 저도 지금 실시간 방송을 보고 있어요. 여러분께 명확히 말씀드리지만 이 환자분 병세가 특이하고 까다로워 난치병에 속하니 절대 치료할 수 없습니다. 평생 약에 의존하여 통증을 억제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해나갈 뿐입니다.”시립병원의 회의실 안에서 최시완이 옆에 있는 몇몇 전문의들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최 주임님 뜻은 이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거죠?”스태프가 물었다.“네.”최시완이 대답했다.이때 갑자기 서강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치료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당신들 의술이 뒤처져서 그래요.”가게 안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전화기 너머의 시립병원 회의실도 고요한 침묵만 흘렀다.그 시각 실시간 방송 댓글 창이 또다시 폭주했다!「헐! 서강빈 폼 미쳤어」「쟤 방금 뭐랬어? 시립병원 전문의들이 의술이 뒤처진다고?」「대박! 최 주임은 시립병원의 유명한 교수급 의사인데... 의학계에서 상도 엄청 많이 받았잖아.」「서강빈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야? 그래 한번 해봐. 전문의들이 7년 동안 치료하지 못한 병을 네가 어떻게 완치시키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어.」「잘난 척도 적당히 해야지. 저러다 큰코다칠라.」...불빛이 환히 비친 시립병원 회의실 안에서 전문의, 교수 그리고 전화를 받은 최시완까지 순간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서강빈 씨, 지금 감히 우리 병원 전문의들을 질의하는
실시간 방송 댓글 창은 이젠 난리도 아니었다.환자가 서강빈에게 무릎을 꿇다니?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환자의 아들도 화들짝 놀라서 곧장 아빠를 부축했다.“진짜 안 아파요?”“안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서 신의의 의술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환자가 희열에 찬 얼굴로 말했다.“신의님은 모르실 거예요. 제가 7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하루가 멀다 하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검사받고 매일 꼬박꼬박 약 챙겨 먹고. 인제 드디어 다 나았네요. 아니 어떻게 손목 몇 번 쳤다고 고통이 바로 사라지나요?”환자는 말하면서 스태프의 마이크를 덥석 뺏어오더니 분노 조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최시완 이 돌팔이야! 너희 시립병원 전부 다 돌팔이만 모였어!”이 장면은 오늘 라이브 방송의 정점을 찍었다!15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정적이 흘렀고 3초 뒤 댓글 창에 감탄에 휩싸인 댓글로 도배됐다.「설마 이렇게 완치됐다고?」「대박! 진짜 신의였어?」「주작 아니겠지...」그 시각 스튜디오에서 송해인의 낯빛이 한없이 어두워졌다.그녀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서강빈이 몇 번 손목을 두드렸다고 환자를 7년 동안 괴롭혔던 두통을 바로 치료하다니!이세영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충격에 휩싸여 입이 쩍 벌어졌다.시립병원의 최시완을 비롯한 몇몇 전문의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최시완을 쳐다봤다.그가 누구인가?무려 송주 의학계 두통 분야의 전문가잖아!피라미드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몇몇 사람 중 한 명인데...그런 그가 7년 동안 못 고친 병을 서강빈이 대충 손목 몇 번 두드렸다고 바로 완치되다니?최시완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놀란 가슴을 안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고함을 질렀다.“서강빈 씨 맞죠? 손목 몇 번 쳤다고 환자의 두통이 완치됐다는 거 난 도저히 못 믿겠어요! 지금 바로 의료진과 함께 그리로 갈 테니 현장에서 직접 진찰해봐야겠어요!”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진정하
한편 이세영은 몰래 경멸에 찬 미소를 날렸다.서강빈이 점점 더 거만을 떨다가 만에 하나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면 제가 파놓은 무덤에 묻히는 셈이다!전화기 너머로 최시완도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차오르는 분노에 씩씩거리며 말했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우리가 돌팔이야? 그래, 좋아, 아주 좋아. 우리 시립병원 전문의들을 돌팔이라고 한 건 네가 처음이네. 언제 이런 굴욕을 당해보겠어? 안 그래? 너 오늘 밤 무조건 그 환자 살려라. 안 그러면 평생 의학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줄 알아!”콰당!전화를 끊은 최시완이 스크린을 빤히 쳐다보며 어느덧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자리에 함께한 몇몇 전문의들도 싸늘한 눈빛으로 비난을 퍼부었다.다만 서강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환자와 환자 아들은 어느새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흑곰 같은 환자 아들이 무릎을 털썩 꿇고 서강빈에게 외쳤다.“서 신의님, 부디 우리 아빠를 구해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덩치 큰 사내가 그에게 큰절을 올렸고 라이브 방송 댓글 창에도 호평의 연속이었다.「이분 험한 이미지와 달리 엄청 효자네.」「아드님 착하시네요! 저였어도 무릎 꿇었을 거예요.」「우리 아빠가 병에 걸렸는데 치료할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게 다 뭐라고, 난 목숨도 바칠 수 있어!」서강빈이 얼른 사내를 일으켜 세웠다.“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아픈 환자를 치료해주는 건 의사의 의무에요.”사내는 눈물을 훔쳤고 스태프가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서강빈에게 물었다.“서강빈 씨, 그럼 인제 어느 병원에 가서 환자분을 치료할 겁니까?”서강빈이 의아한 눈빛으로 상대에게 되물었다.“왜 병원에 가야 하죠? 바로 여기서 치료할 겁니다.”“여기서요?”스태프는 놀란 눈길로 주변을 훑어보다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여기서 치료 가능할까요?”“물론입니다.”스태프가 질문을 이어갔다.“어떻게 치료하실 생각입니까? 한의학인가요 서양의
스태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실시간 방송 댓글 창에도 ‘존경하는 어르신’이라는 댓글로 도배됐다.소정훈은 뭇사람들의 반응을 마다한 채 황급히 서강빈 앞으로 달려가 몸소 물었다.“서강빈 씨, 자네가 정말 축유술을 알고 있어?”서강빈이 고개 들어 눈앞의 어르신을 보더니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누구시죠?”순간 화면이 살짝 정지됐고 댓글 창도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3초 후 댓글이 또다시 폭주했다.「헐! 설마 소정훈 어르신을 모른다고?」「이 자식 대체 의술을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어떻게 어르신을 몰라봬?」「X발! 저분은 무려 우리 송주 의학계 제일인자 소정훈 어르신이잖아! 내가 가서 큰소리로 알려주고 싶네!」스튜디오 안에서 이세영이 실소를 터트렸다.“소정훈 어르신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의술을 논해? 축유술? 웃기고 있네. 대표님, 인제 보셨죠? 서강빈 씨 본모습 말이에요.”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릴 뿐 아무 말 없었다.시립병원의 최시완 등 전문의들도 시큰둥하게 웃었다.“아니 어떻게 소정훈 어르신을 몰라? 그러고 의술을 논해? 설사 안다고 해도 돌팔이일 뿐이야.”“축유술? 뭐 나름 있어 보이지만 진짜 대단한 의술이라면 어떻게 실전되겠어?”가게 안에서 소정훈은 살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다만 그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던 손주 녀석이 냉큼 앞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이봐요! 이분은 우리 할아버지 소정훈 회장님이에요. 송주 의학 협회 회장이시라고요! 우리 할아버지도 몰라뵈다니!”소정훈이 재빨리 고개 돌려 손자를 혼냈다.“그 입 닥쳐. 어디서 함부로 끼어들어?”이어서 그는 다시 한번 서강빈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난 소정훈이라고 해. 일전에 서강빈 씨가 보여준 구양회혼 침술에 대해 문의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어.”서강빈이 고개 들어 그에게 물었다.“구양회혼 침술을 아세요?”“고서에서 보았지.”소정훈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랬군요. 앉으세요, 어르신.”소정훈은 자리에 앉아 그에게 물었다.“방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