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은 냉소를 흘린 뒤 액셀을 밟고 그곳을 떠났다.서강빈은 하도운과 식사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오다가 익숙한 차 한 대가 문 앞으로 지나가는 걸 보았다.“이세영?”서강빈은 의심스러웠지만 개의치 않았다.이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송해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송 대표, 무슨 일이야?”서강빈이 건성으로 물었다.송해인은 차가운 목소리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어투로 말했다.“서강빈, 1시 반에 새움 카페에서 만나. 할 얘기가 있어.”새움 카페.그곳에 도착한 서강빈은 창가 쪽 자리에 앉은 송해인을 보았다.그녀는 대표답게 도도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송해인의 앞에 선 서강빈은 덤덤한 얼굴로 자리에 앉더니 웃으면서 물었다.“한가한가 보네. 나한테 커피를 마시자고 연락하고.”“쓸데없은 얘기는 그만해.”송해인은 서강빈을 힐끗 쳐다본 뒤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효정 유한회사, 그거 어떻게 된 거야?”서강빈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무슨 문제 있어?”송해인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른 여자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잖아. 내가 어이가 없어서.”말을 마친 뒤 송해인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마음이 쿡쿡 쑤셨다.서강빈은 자조하듯 웃으며 말했다.“송 대표, 나한테 그걸 물을 생각이었던 거야? 미안하지만 난 다른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서강빈이 일어나며 떠나려 하자 송해인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소리쳤다.“거기 서!”서강빈의 걸음이 멈췄다.“앉아.”송해인이 명령했다.서강빈은 잠깐 생각하다가 다시 앉았다.송해인은 그를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말했다.“왜? 우리 이제 그 정도 사이가 된 거야? 앉아서 얘기 나누는 것도 그렇게 힘들어?”“할 말 있으면 해.”서강빈이 차갑게 대꾸했다.송해인은 숨을 들이마신 뒤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정빈 마스크팩, 어떻게 된 거야?”“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서강빈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모른 척하지 마. 당신이 발뺌할 줄 알았어.”송해인은 서강
“이번 성분 조합은 우리 회사 연구개발팀에서 수백 번을 실험했는데 아무 문제 없었어. 그런데 문제가 있다고? 그러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말해 봐.”서강빈은 미간을 구기고 말했다.“소수의 사람은 피부가 가렵고 빨간 두드러기가 날 거야.”“우습네, 정말 우스워!”송해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서강빈, 당신이 말해 봐. 시중에 있는 마스크팩 중에서 부작용이 전혀 없는 마스크팩이 어디 있어? 지금 나 겁주려는 거야?”그 말을 들은 서강빈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눈썹을 치켜올렸다.“겁주는 게 아니야. 그냥 귀띔해 주는 거야.”“당신의 귀띔 같은 건 필요 없어. 우리 제품에는 문제없어. 내가 당신보다 더 잘 알아. 당신은 비오 그룹이 출시한 제품이 시장을 휩쓰는 걸 보고 있기만 하면 돼.”송해인은 차갑게 말한 뒤 문을 열고 카페를 떠났다.서강빈은 허탈했다.그는 잠시 앉았다가 자리를 떴다.송해인은 회사로 돌아온 뒤 곧바로 이세영을 불러 물었다.“우리 마스크팩 출시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이틀 남았어요.”이세영이 대답했다.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더 많이 홍보해. 이번에 우리 비오 그룹은 뷰티 업계의 다크호스가 될 거야. 난 그가 평생 이런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걸 보여줄 거야.”이세영은 곧바로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고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혹시 서강빈 씨 말씀이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 구멍가게 같은 작은 회사를 어떻게 우리 그룹과 비교하겠어요?”...오후가 되자 서강빈은 가게로 돌아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권효정이 제집 드나들듯 뒷짐을 지고 가게에 들어서면서 웃으며 물었다. “서강빈 씨, 오후에 시간 있어요?”서강빈은 빨간 펜으로 부적을 그리면서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대답했다.“없어요.”권효정은 입을 비죽이더니 그에게 다가가서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없으면 안 돼요. 청성 펜션에 서강빈 씨 집 사뒀단 말이에요. 우리 같이 가서 봐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권효정은 그
곧 권효정이 차를 운전하여 서강빈을 데리고 개화 시장의 고동 거리로 향했다..서강빈은 순간 눈앞에 펼쳐진 고동 거리의 떠들썩한 광경에 매료되었다.사람들이 아주 많았다.거리 양옆에는 골동품점이 늘어서 있었고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은 모두 싼 값에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이거나 관광객들이었다.거리에는 노점상들이 바닥에 천을 깔고 그 위에 여러 가지 골동품들을 진열해 놓고 팔고 있었다.권효정은 이런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든 건지 두리번거리면서 서강빈에게 소개했다.“서강빈 씨, 이곳은 천주의 반가원과 비슷해요. 하지만 반가원보다 훨씬 더 커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몇 번 훑어보았는데 노점상들이 파는 것 중에 진품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못된 상인들이 관광객들을 속이려고 파는 것들이었다.서강빈은 많은 관광객이 가짜를 몇 개 사서 그것을 보물처럼 여기면서 기뻐하며 떠나는 것을 보았다.잠시 둘러보던 서강빈은 자신이 필요한 약로를 찾기 시작했다.이내 서강빈은 한 노점상 앞에 멈춰 섰다.까만 피부를 가진 노점상은 서강빈이 멈춰 서자 곧바로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생각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웃는 얼굴을 한 그는 아주 정직해 보였다. 그가 소개했다.“물건 보시려고요? 여기 좋은 것들 많아요. 다 저희 집 뒤에 있는 큰 무덤에서 파낸 거예요. 무조건 진품입니다.”서강빈은 대충 훑어보았다. 얼마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노점 위에는 수십 개의 물건들이 흩어져 놓여 있었는데 아주 낡고 흙도 묻어 있어서 정말 방금 땅에서 파낸 것 같았다.심지어 몇 개의 청동기는 녹이 슬기도 했다.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진짜 청동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마음대로 고르세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골라요. 저희 집에 중병에 걸린 노모님이 계시거든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 보물들을 팔지 않았을 거예요.”까만 피부를 가진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서강빈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이것저것 보면서 가격을 물었다.까만 피부를 가진 노점상은 참을
서강빈은 조롱하듯 두 번 웃더니 약로를 노점상에게 돌려주더니 고개를 돌리고 떠나려 했다.서강빈이 가려 하자 노점상이 다급히 그를 불렀다.“잠깐만요, 정말 살 거예요?”서강빈은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전 약로를 사서 집에 돌아가 약을 달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4,000만 원이라니, 너무 비싸요. 400만 원이면 몰라도.”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일부러 걸음을 늦췄다.노점상은 그 말을 듣더니 미간을 구기고 결심한 듯 그를 불렀다.“400만 원에 드릴게요. 더 싸게 드릴 수는 없어요. 정말 살 생각이라면 가져가세요.”서강빈은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좋아요.”권효정은 그 말을 듣고 다급히 물었다.“서강빈 씨, 정말 사려고요? 이 약로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데요. 게다가 더러워요. 정말 약로가 필요하다면 제가 사람을 찾아서 좋은 걸로 하나 드릴게요.”“가만히 있어요. 내게 생각이 있으니까.”서강빈이 작게 귀띔했다.결국 권효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강빈은 곧 돈을 냈고 노점상은 내심 기뻐하면서도 겉으로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집에 갑자기 돈이 필요하지만 않았어도 400만 원에 팔지는 않았을 텐데. 이거 정말 좋은 물건이에요.”노점상은 말하면서 정말로 눈물을 흘렸다.서강빈은 옅은 미소를 띠면서 약로를 챙겨 떠났다.그러나 갑자기 맑으면서도 거만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잠깐만요, 그 약로 내가 사겠어요. 400만 원이라고요? 현금 드릴게요.”고개를 돌린 서강빈은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다니는 아름다운 차림의 소녀를 보았다.소녀는 기껏해야 18, 19살로 보였다. 그녀는 이목구비가 정교했고 얼굴에는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으며, 명품을 몸에 두른 걸로 보아 부잣집 딸인 듯했다.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경호원들은 표정이 험악했다.그들이 출현하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길을 내줬다.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기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미안하지만 이 약로는 내가 먼저 봐뒀는데. 그리고 이미 돈도 냈고.”
“당신!”공인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원하는 건 모두 손에 넣었고 지금까지 그녀의 앞에서 대놓고 그녀의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빌어먹을 자식!’“굳이 나랑 싸우겠다는 거지?”공인아는 음산한 얼굴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누군지 좀 알아봐야지 않겠어요? 이 고동 거리는 물론이고 송주 전체를 아울러봐도 내가 원하는 데 얻지 못한 물건은 없었다고! 오늘 그 약로를 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거만하고 난폭하며 제멋대로인 그녀의 성격이 여지없이 드러났다.서강빈은 공인아를 훑어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래? 그러면 어디 한 번 해보시지.”공인아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그녀가 호통을 쳤다.“우리 할아버지 공명진이야.”“내가 말했을 텐데. 네 할아버지가 와도 소용없다고.”공인아는 분통이 터져서 발을 쿵쿵 굴렀다. 남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작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빼앗아!”그 순간 두 경호원이 서강빈을 둘러쌌다.주위에 있던 노점상들과 행인들은 안색이 삽시에 달라지며 다급히 몸을 사렸다.두 경호원은 험악한 얼굴로 다가왔고 그중 한 명이 권효정을 붙잡았다.서강빈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그 경호원을 걷어찼다.쿵 소리와 함께 복부를 차인 경호원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는 배를 끌어안고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다른 경호원은 그 모습을 보고 허리춤에서 전류가 흐르는 몽둥이를 빼 들어 서강빈에게 매섭게 달려들었다.“아, 서강빈 씨, 조심해요!”권효정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서강빈은 잽싸게 몽둥이를 피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손목을 잡고 힘을 살짝 주었다.빠각 소리와 함께 몽둥이를 들고 있던 경호원은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손목이 부러졌다. 그는 심한 통증에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주위에 있던 관광객들과 노점상들은 그 상황을 보고 모두 경악했다.서강빈은 실력이 아주 뛰어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용철의 실력에 서강빈의 발차기 한 번으로 피까지 토해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곧이어 서강빈이 전기 몽둥이를 들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자 공인아는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며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뭐, 뭐 하려는 거야? 오지 마! 난 공인아야. 그리고 내 할아버지는 공명진이라고!”그러나 서강빈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차갑게 쏘아붙일 뿐이다.“공명진에게 당신과도 같은 손녀가 있다니. 정말 운이 지지리도 없군.” 서강빈이 마침 눈앞의 세상 물정 모르고 무지막지하게 구는 공인아를 혼쭐을 내주려고 하던 그 순간 검은 맥라렌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이윽고 흰색 운동복 차림에 포니테일을 한 세련되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한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그 여성을 본 순간 공인아는 크게 기뻐했고 다급히 두 손을 흔들며 외쳤다.“언니! 여기야. 이 나쁜 놈이 날 괴롭혔어...”정말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자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여성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였다.그 여성의 몸매는 매우 완벽했고 S라인의 몸매와 함께 그녀가 한걸음 걸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도 함께 흔들렸다.우아하고 완벽한 몸매와는 달리 여성의 얼굴에는 그저 한기가 맴돌 뿐이었다.“사장님, 이제 큰일 났습니다. 저분은 공인아의 언니 공청아라고요. 게다가 공청아는 우리 송주 무술학교의 퀸카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구역에서 개최한 태권도 시합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송주 쿵푸 여왕이라고 불립니다.”아직 도망가지 않은 노점상이 서강빈에게 경고를 하였다.노점상의 말에 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렸고 곁에 가만히 서 있던 권효정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제가 나설까요?”“괜찮습니다.”공인아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었고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달려가 애교를 부려대기 시작했다.“언니. 저놈이 날 괴롭힌 놈이야. 날 위해 나서서 제대로 혼쭐 내줘. 이용철도 저놈 때문에 피를 토했다니까.”공청아
“입 다물어! 서 거장님께 무례를 범해서는 안 돼!”공명진이 공청아를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이윽고 많은 사람의 의아한 눈빛 속에서 공명진은 한 걸음, 한 걸음 서강빈 앞으로 걸어가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서 거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아 두 손녀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지요. 돌아가면 꼭 제대로 교육을 하도록 하겠습니다.”공청아와 공인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들의 할아버지는 무려 송주 공씨 가문의 어르신으로서 지위가 높고 손에 꼽히는 거물이었는데 그러한 할아버지가 대체 왜 이런 젊은 놈을 이토록 공손히 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서강빈은 담담하게 웃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공 가주님, 가주님의 두 손녀는 확실히 교육이 필요해 보이더군요.”공명진은 끊임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몸을 돌려 자매에게 큰소리로 호통쳤다.“어서 서 거장님께 사과드리지 못해?”“싫어요! 저놈이 제 엉덩이를 걷어찼다고요.”공청아가 싸늘한 얼굴로 반박했고 그녀의 눈빛은 마치 불을 뿜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러자 공명진은 흰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소리를 질렀다.“당장 사과해! 안 그러면 할아버지가 너희들을 당장 가문에서 쫓아낼 줄 알아!”순간 공청아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외부인 한 명을 위해 자신을 공씨 가문에서 쫓아내려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결국, 공청아는 화를 풀고 입을 삐죽이더니 이내 입술을 꽉 깨물고는 고개를 홱 돌려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하지만 반면 공인아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억울한 얼굴로 고자질을 하였다.“할아버지, 아까 이놈이 절 괴롭혔단 말이에요. 용철이를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언니 엉덩이도 걷어찼는데 할아버지는 왜 우리 대신 복수해주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놈 편을 들면서 우리더러 사과하시라는 거예요? 무슨 근거로!”“그 입 다물어!”공명진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는 암담한
비록 입으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다른 속셈이 있었다.그때 공명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앞으로 서 거장님을 잘 대하거라. 방금 이혼하셨다고 하니 너희 둘한테는 좋은 기회일 거야.”공명진의 말을 듣자 공씨 자매 모두 넋을 잃고 말았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공청아는 다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고 그녀의 얼굴은 수치스러움과 화로 가득했다....가게에 돌아온 서강빈이 약로를 꺼내 들었고 약로는 몇 번 꼼꼼히 닦인 뒤에야 비로소 깨끗해질 수 있었다.약로를 유심히 관찰하던 서강빈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약로, 그저 평범한 약로가 아니었다.약로 위에 새겨진 문자를 보니 조선 시기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의 문자도 새겨져 있었다.허준?약로 구석에 새겨져 있는 이름을 본 순간 서강빈은 더욱 흥분을 금치 못했다.이 약로가 허준이 사용하던 약로라니.정말 운 좋게 엄청난 걸 얻은 셈이다.“강빈 씨, 무슨 일이에요? 왜 이토록 흥분해 하시는 거예요?”권효정은 이에 관해 잘 몰랐기에 허리를 숙여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러자 서강빈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이 약로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요?”권효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이자 서강빈이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허준입니다.”쓰읍!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권효정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흥분한 어투로 되물었다.“정말이에요? 그렇다면 서 거장님께서 정말 운 좋게 얻어걸린 것 아닌가요?”지금 이 순간, 권효정도 진심으로 서강빈을 위해 기뻐해 주었다.‘얻어걸린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구나.’그때 권효정이 호기심이 깃든 말투로 물었다.“아 맞다. 강빈 씨, 전에 약로로 약을 짓는다고 하셨는데 무슨 약을 지으시려는 거예요?”“내일이 되면 알게 될 겁니다.”지금 서강빈은 단약을 제련하여 경지를 돌파하기 위해 약재가 절박하게 필요했기에 그저 한정산이 내일 필요한 약재들을 가져와 주기를 바랄 뿐이다.경지가 높아질수록 서강빈의 의술도 따라서 향상될 수 있고 그뿐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