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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요!”

김서진은 기분이 좋은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한소은이 화가 난 척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녀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내심 기뻤다.

그는 한소은이 가끔 이렇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종일 작업실에서 화초 더미에 몰두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기보다 생명이 없는 마른 풀때기를 더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지난달에 진 부장 두 번 정도 만난 적 있었잖아요. 그때 자기의 딸에게 카톡을 보내는 걸 봤어요. 그래서 기억한 거예요.”

장난은 장난이고 해명할 때는 엄숙한 표정을 지어야만 신빙성이 강하다.

“여자가 이렇게 우중충한 프사를 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인상이 깊었나 봐요.”

한소은은 그를 한번 쓱 보고는 핸드폰에 뜬 진가연의 프사를 확인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우중충한 프사를 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엔 회색 같기도 했다. 프사를 크게 키워서 보니 정말 우중충한 하늘이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 작은 강아지가 외롭게 꽃 한 송이를 지키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왕따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한소은은 진가연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진가연은 열일곱, 열여덟 되는 꽃다운 나이에 부잣집 아가씨다. 그런 그녀가 밝고 즐겁게 십 대 생활을 즐겨야 마땅한데 이런 프사는 정말 그녀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진가연의 친구 추가 메시지는 쿨하게 단 세글자였다.

이름도 아니고 인사말도 아닌 ————스커트였다.

그녀는 아마 말을 돌려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한소은은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

반면 옆에 있던 김서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스커트?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그 아이의 스커트를 뺏어갔거든요.”

한소은은 고개를 돌리며 느긋하게 말했다.

“당신이…… 이 아이의 스커트를 뺏어 갔다고요?”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김서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빨리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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