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검지 손가락을 입 앞에 대며 담담한 미소로 그녀를 진정시켰다.“진가 연 씨, 당신의 스커트가 나에게 있다는 건 누가 알려준 거야?”“……그건 알 거 없어요!”진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어서 말했다.“남의 것을 빼앗았으면 쿨하게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그러고는 흥 하는 코웃음과 함께 한마디 덧붙였다.“나는 당신이 자기 남편이 돈 몇 푼 있다고 위세를 부릴 줄 알았는데 결국은 그저 자기가 한 일을 인정하지도 못하는 겁쟁이였군요!”진가연의 조롱 섞인 말을 듣고도 한소은은 화를 내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손에 쥐었던 티스푼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자아이를 찬찬히 훑어보았다.진가연은 한소은보다 겨우 몇 살만 어렸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저 조금 통통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나도 진가연씨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줄은 몰랐네.”그녀의 말에 진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당신이 그 스커트를 예약한 걸 알면서도 내가 고집을 부려 사 갔다고 그 매장 직원이 이렇게 말했겠지? 내가 일부러 당신과 맞서려 한다고?”한소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가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자기의 말이 맞았다는 걸 알아차렸다.진가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소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다.“진가연씨, 당신의 몸에 맞게 제작된 스커트라면 왜 안쪽에 두지 않고 내가 볼 수 있게 했을까?”한소은은 천천히 우유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내가 매장에서 스커트를 사 간 건 맞아. 하지만 그건 매장 직원이 추천해 준 거야.”진가연은 바보가 아니다. 이렇게까지 말랬으니 진가연이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다.이런 일이 있다는 걸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니 불쾌할 수밖에 없다.그 매장 직원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한소은은 자기가 그 스커트를 예약했다는 걸
스커트의 재질부터 자수, 끝맺음까지…… 아무리 자세히 봐도 자기가 예약한 그 스커트가 맞았다.“아직도 변명하는 거예요?”진가연은 스커트를 내려놓으며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 나를 바보로 아는 건가? 이건 분명히 내가 예약한 그 스커트잖아!’그러자 한소은은 스커트의 한 자락을 짚고 웃으며 말했다.“진가연씨, 급해하지 말고 자세히 봐봐. 이 스커트는 내가 그 매장에서 사 온 거야. 어쩌면 양식이나 스커트를 만든 재질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확실히 당신의 것이 아니야.”“당신이 뭔데…….”“진가연씨의 스커트는 아직 매장에 있어!”한소은은 진가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순간 진가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눈을 깜빡이며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어냈다.“진가연씨, 당신이 스커트를 예약하면서 예약금을 냈었지?”“당연하죠!”예약금을 물지 않으면 예약했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50%의 예약금을 냈고 자기의 몸매가 통통한 편이어서 스커트를 조금 크게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그 매장의 스커트는 예쁘기도 하고 작업 재료도 좋았다. 그녀와 같은 몸매는 원래 몸에 맞는 옷을 고르기 힘들기 때문에 몸매가 좋지 않은 부분을 가릴 수 있는 스커트를 찾는 것 어려운 일이다.그렇기 때문에 진가연의 그 매장의 단골이다.그래서 자신이 주문한 스커트를 사 갔다는 말을 듣고 화를 냈다.그 직원이 한소은이 그녀가 예약한 스커트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사가겠다고 말했고, 또 뚱보가 예쁜 스커트를 사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한소은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만약 교양 있는 집안의 딸이 아녔다면 한소은을 보자마자 화부터 냈을 것이다.“그럼 맞아. 예약금을 냈으니 그 스커트는 당신의 것이야. 어떤 매장에서도 예약금을 낸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순 없어. 그러니 당신의 스커트는 분명 아직 매장에 있을 거야. 지금 내가 당신에게 준 건 그저 비슷한 스커트일 뿐이라는 거지!”한소은은 손가락으로 스커트를 툭툭
진가연은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다. 자기에게 예쁘다고 칭찬한다는 것은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원래 한소은에게 조금 호감이 있었는데 그녀가 이런 말을 하자 조금의 호감도 없어졌다.진가연이 변덕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한소은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민감한 사람은 바로 이러했다. 한마디 말이 그녀를 기쁘게 할 수도 있지만 한마디 말로 화나게 할 수도 있다.“아첨하려 하는 말이 아니야. 넌 정말 예뻐!”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맞아, 너의 몸매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야. 조금 비만인 거 같기도 해. 하지만 피부는 정말 좋아. 난 여자아이가 이렇게 하얗고 좋은 피부를 가진 걸 본 적이 거의 없어. 살만 조금 뺀다면 정말 이쁠 텐데 말이야.”그녀의 분석을 들으니, 근거가 있고 얼버무리는 것 같지 않다. 진가연의 눈에는 빛이 조금 나는 듯 했지만, 그 빛은 바로 사그라들었다.“하지만 난 살이 잘 빠지지 않는걸요.”오랜 시간 동안 진가연은 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운동을 하든 음식을 적게 먹든 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든 살이 빠지지는 않았다.가장 심각했을 때, 배고픔에 기절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일하는 아주머니가 그녀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해서 무사할 수 있었다.이 일로 인해 그녀는 아빠에게 된통 크게 혼났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좋은 거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라 여러 번 시도해도 살이 빠지지 않으니 진가연은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되었다.그 후로부터 외출할 때마다 진가연은 자신을 꽁꽁 싸서 다른 사람을 보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이번에 스커트 소동이 아니었다면, 한소은이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절대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야.”한소은은 진가연을 보다 갑자기 손을 내밀어 블루베리 케이크를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먹을래?”진가연은 놀란 두 눈으로 한소은을 바라보다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당
입이 약간 달았다.솔직히 이 블루베리 케이크는 이전에 그녀가 먹었던 케이크만큼 달지 않았다. 요구르트 맛이 났고 생각보다 덜 달았다. 하지만 그녀처럼 오랫동안 디저트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별미였다!한 입 먹어보고는 통제할 수 없이 케이크를 입 속으로 마구 집어넣었다.그러나 한소은은 그녀의 손을 꾹 눌렀다. "잠깐만!"진가연은 고개를 들어 이해할 수 없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냈다.지금 계속 먹지 못하게 하면 그녀는 바로 화를 낼 생각이었다."다 네 거야, 하지만 천천히 먹겠다고 약속해! 음식의 맛을 느끼면서 천천히 음미해. 케이크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느끼면서…….”진가연은 지금껏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매번 그녀가 음식을 먹을 때면 부모님은 항상 많이 먹고 빨리 먹으라고 했고, 다이어트를 할 때는 그녀에게 가혹하게 이것도 먹지 못하게 하고 저것도 먹지 못하게 했다.아무도, 그녀가 천천히 음식의 맛을 음미하도록 진지하게 말 한 적이 없다.진가연은 한소은의 말을 듣고 천천히, 한 입 한 입 입에 넣었다. 요구르트가 혀끝에서 녹고, 혀끝의 맛이 뇌로 전달되는 것은 놀랍게도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문득 그녀는 케이크를 먹다 멈춰서 얼마 남지 않은 블루베리 케이크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왜?”진가연이 멈춘 것을 보고 한소은이 물었다.“맛이 없는 거야?”그러자 진가연이 고개를 저으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지금까지 음식의 맛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음식은 지금까지 나에게 유혹이자 함정이자 적이었어요.”“음식은 나를 뚱뚱하게 만들고, 멈출 수 없게 만들고, 계속 먹게 유혹하고, 스스로 몸부림치게 하는 적이었어요. 난…….”말을 한 번에 내뱉던 진가연은 숨이 차서 말을 멈추었다.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포크를 내려놓고 침묵했다.“인간은 먹어야 살 수 있어. 네 몸이 소모하는 건 음식에서 얻는 영양이지. 음식은 네 적이 아니야.”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하며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
진가연은 몸을 돌려 밖으로 두 걸음 가다가 갑자기 다시 돌아서 한소은을 향해 말했다."참, 다음 주 내 생일파티에 당신과 김서진 씨를 초대할게요! 오실 거죠?”사실 한소은과 김서진은 이런 파티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마음을 바꾸었다.“당연하지!”그제야 진가연은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카페에서 나갔다.————한의약 연구소이곳에는 올해 금방 리모델링한 연구소가 하나 준비되어 있다. 이 연구소는 “리딩쇼”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연구소다.연구소 안에서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 한껏 긴장한 표정을 하고 컴퓨터에 뜨는 수치를 유심히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시험관에 약초 성분을 추출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연구소 내의 공기가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조용하고, 컴퓨터가 작동되고 있는 미세한 소리와 시험관의 똑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실험용 테이블 위에는 총 세 개의 파이프가 놓여 있는데, 컴퓨터의 카운트다운이 0이 되면서 추출이 끝났다.그러나 모든 사람의 표정은 느슨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긴장되어 있었다.최종 결과가 곧 나오게 되었지만, 누구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나이가 많은 두 노인이 안경을 쓰고 테이블로 다가가 열심히 분석한 후에 시험지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 두 사람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미간을 약간 찌푸린 것이 마치 시험지의 냄새를 다시 음미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잠시 후……“에취, 에취!”연신 재채기하던 두 사람은 연신 고개를 흔들며 표정이 어두워졌다.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에도 실험이 실패했다는 걸 의미한다.“여전히 약초의 향기가 남아 있어요. 향료를 섞으니, 냄새가 더욱 강력해져서 이대론 완성품이라 말할 수도 없어요!”그중 한 노인이 시험지를 냅다 버리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우리는 원래부터 향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사실 약초는 자기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서로 다른 냄새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죠?"연구소로 들어온 원철수가 다시 물었다.“그래도 전공으로 한의약을 배운 사람들인 데다가 이 업계에서 수십 년을 일한 사람들인데, 여자아이에 잡히다니! 당신들은 여자보다 못하는 걸 인정하는 거예요?”“원 선생님, 우리가 허망하게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한소은 씨는 이 방면에서 우리가 도달하지 못하는 능력이 있어요. 실험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우리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는데 오직 그녀만이 문제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때로는 그녀의 한마디에, 결과가 크게 달라졌었어요."그중 한 연구원이 참지 못하고 한소은을 칭찬했다.사람은 모두 강한 사람을 존경한다. 한소은의 실력은 모두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므로 더욱 그녀에게 승복했다. 그래서 그녀가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다고 했을 때 모두 의기소침했었다.“흥!”원철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실험에 계속 실패하는 건 당신들이 무능하기 때문이지 그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 게 아니에요! 실험이 실패하면 반복해서 하면 되고 데이터에 문제가 있으면 조절하면 되는데 당신들은 항상 게으름을 피울 생각만 하는 거죠!”“원 선생님, 그렇다면 지금 데이터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와서 좀 봐주세요. 우리는 무능한 사람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그중 한 사람이 두 손을 벌리며 원철수에게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불쾌함이 묻어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모두 선발된 사람이다. 무능하다고 손가락질당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내가 보기엔 조절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원철수는 실험용 테이블에 놓인 시험관을 쓱 보고 컴퓨터 화면을 한번 보고는 말했다.“약초에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요. 이건 약초를 대표하는 것인데 세속적이고 인위적인 향료를 융합하는 건 약초를 오염시키는 거예요! 근본적으로 향신료를 원재료에서 완전히 제거해야 맞는 거예요."원철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지금 그들이 하는 프로젝트를 부정했다.그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어했다.
"우리는 더 많은 홍보를 해야 해요. 사람들에게 한의학의 오묘함과 깊이를 알려야 한다. 그리고......""철수야!"이 교수는 그의 말을 끊으며 그의 손목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나는 네가 이 방면에서 매우 학식이 있고, 연구도 잘하고, 또...... 명문가에서 스승을 모시고 배웠다는 걸 알아. 한의약 방면에서 원 어르신은 존경할 만한 모범이야. 그러나 원 어르신조차도 그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 봐, 사람들이 한의약을 받아들이게 하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나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 한의약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야!"“교수님이 하는 건 한의약을 홍보하는 게 아니고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 내놓아 돈을 더 많이 벌려는 속셈이라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원 철수는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철수야!”그러자 이 교수의 목소리가 조금 더 엄숙해지며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이런 태도로 내게 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잊지마, 네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는 건 내가 추천해서야! 프로젝트를 더 하고 싶지 않다면 언제든 나가도 좋아!”“이 교수님, 난 이 프로젝트의 방향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사실 원철수는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고 싶은 게 아니다.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가 가장 불만을 가지는 것은 이 교수가 자기의 말은 듣지 않으면서 한소은 그 여자에게는 고분고분하다는 것이다.그는 연구소에 들어간 후부터 한소은을 만나지 못했고, 어제 연구 교류회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한소은은 약초에 대해 조금만 아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향수와 화장품을 만드는 여자가 널리 날려진 남편의 명성을 의지하는 기고만장한 여자의 말이 명문가를 스승으로 모신 제자인 그의 말보다 쓸모가 있다니! 원철수는 이 사람들이 모두 돈에 눈이 멀었다고 생각했다.“그만해, 이 프로젝트는 이미 몇 달 전에 승인이 끝난 프로젝트야. 이제와서 이의를 제기해도 소용없어. 만약 네가 실험 수
원철수가 고개를 돌리자, 한소은이 그들의 방향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이 교수님.”한소은이 이 교수에게 인사를 했다.“마침 잘 왔어요. 방금 실험을 끝냈는데 결과가 여전히 틀리게 나왔어요.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좀 봐줬으면 좋겠는데…….”이 교수는 곧장 그녀를 연구소로 데려가려 했다.“이 교수님…….”그 모습을 보던 원철수가 이 교수를 불러 세웠다.“읏…….”그러자 이 교수는 손을 들어 원철수를 가리키며 한소은에게 소개했다.“이 사람은 원철수예요. 어제 만났다고 들었어요.”“최근 며칠 동안 연구소에 오지 않았잖아요. 그때 새로 들어온 연구원이에요. 그…… 명문가의 제자예요!”이 교수가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철수는 약초 방면에서 전문가고 소은 씨는 향료 방면에서 전문가이니 두 사람이 함께 프로젝트에 힘을 써준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믿어요!”한소은은 원철수를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담담한 표정이었다.한소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어느 명문가의 제자인가요?”“그게…….”이 교수는 난처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업계에서는 모두 원철수가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는 것을 묵인하고 있지만, 모두 묵인하더라도 직접 말하지 않는다.원 어르신도 이 마지막 제자에 대해 침묵하며 어떤 태도도 표명하지 않았다. 그가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히자 다들 알아도 모른척했다.“명망이 높은 어르신입니다. 한 의약계의 원로급이지만 어르신이 밝히길 원하지 않으셔서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이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원철수는 손을 앞으로 겹치고 허리를 곧게 폈다.“제 스승님은 명예와 이익을 중시하지 않고 자기의 이름을 밖에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세요. 나도 스승님의 이름을 대고 편의를 구하고 싶지도 않고. 우리 같은 한의사들은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하지, 이런 허무한 명예와 이름은 언급할 가치도 없어요.”“그래요?”한소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원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