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혜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저도 영원히 오빠만 따를 거예요. 평생 내 친오빠여야 해요!”“저 송아름...”강주혜는 갑자기 모든 것을 떠올리며 일러바쳤다.“오빠, 송아름이 조윤정과 결탁해서 저를 해친 거예요! 조윤정이 저를 죽기 내기로 때릴 때, 저더러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하라고 했어요.”“어머니도 송아름이 죽였어요!”“송아름이 인정했어요. 어머니를 독살한 것도, 그만 살라고 한 것도 사실이고...”강주환의 주위는 오싹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눈빛은 날카로웠고 마치 비바람이 몰아치려는 것만 같았다.“이제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야!”모두가 섬을 떠났다.우양주는 감옥에서 구출된 초희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고 이들의 가족을 일일이 찾아주려 했다.강주환과 양준회, 남서훈 등은 장만석의 저택으로 돌아갔다.이때 장만석의 저택은 이미 남궁태문의 사람들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었다.강주환이 돌아온 것을 본 임준서는 공손히 말했다.“태문 어르신을 포함해 모두 장만석의 서재에 있습니다!”“그래.”강주환이 대꾸했다.강주환은 양준회와 남서훈에게 강주혜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고 윤성아를 데리고 장만석의 서재로 향했다.“윤미 씨,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에요!”“당신을 이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당신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어요?”장만석은 모든 것을 부인했다.장만석은 음흉한 눈빛으로 남궁태문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에요. 남궁태문이 윤미 씨의 가족을 죽였어요! 윤미 씨, 이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원수예요! 그에게 현혹되지 마세요.”“윤미 씨도 지금 기억을 잃었을 뿐이에요...”장만석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오윤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각났어요!”장만석은 놀랐다.곧바로 장만석은 환희에 찬 모습으로 오윤미를 바라보았다.“기억을 되찾았나요?”오윤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잘됐어요.”“윤미 씨, 기억을 되찾았으니 당시 남궁태문이 이기적인 일로 오씨 가문을 망쳤다는 사
“당신을 죽이고 가족들의 복수를 할 순 없어요! 그래서 너에게 다시는 Z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내기를 강요한 거야!”“저도 몸이 매우 아팠어요.”“고통스러웠어요. 결국, 그 모든 것이 저를 우울증에 시달리게 했어요.”남궁태문은 마음이 아팠다.늙고 큰 손을 들어 오윤미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다.오윤미는 남궁태문의 손을 잡았다.한편으로 눈물을 흘리며 계속 말했다.“저는 기억을 되찾았고 모든 것이 생각났어요. 당시 오씨 가문에게 생긴 일이 태문 씨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장만석과 남미자가 벌인 일이었더군요.”“그러니까 죽지 마세요, 제발요.”“저희는 오해로 서로 삼십여 년을 놓쳤잖아요.”“태문 씨가 살아서 친히 오씨 가문과 저희 둘을 위해 정의를 찾아주세요!”“그리고 남은 인생을 저와 함께 보냅시다.”오윤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았다.“제 아들의 보호보다 당신이 제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요.”“그래."남궁태문은 승낙했다. “네가 나의 죽음을 원하지 않으니, 잘살아 볼게!”오윤미 덕분에 남궁태문은 드디어 남궁성우에게 병을 고쳐 달라고 했다.남궁태문과 오윤미는 강주환의 식구랑 아는 사이였다.그리고 손에 있던 세력의 절반을 강주환에게 주었고, 강주환더러 섬으로 가 사람을 구하고, 남미자가 세운 암시장을 파괴하게 했다.남궁태문과 오윤미는 나머지 세력을 이끌고 장만석을 만나러 갔다.오윤미가 장만석을 바라보는 순간, 부드러웠던 눈망울을 차갑게 변했다.“당신이 남미자와 결탁해서 오씨 가문을 해치고 남궁태문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거 다 알아요!”“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오윤미는 고통스러웠다.“당신이 저의 일생을 망친 거 알아요?”장만석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오윤미가 알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장만석은 어제 남서훈과 함께 암시장에 갔다가 돌아온 후, 오윤미가 행방을 잃은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오윤미가 남궁태문의 사람에게 끌려간 것을 발견했을 때, 장만석은 매우 초조했다.오늘 아침 일찍, 사람을 데리고 남궁태문을
남미자는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평생을 열심히 계획하고 모략하며 살아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망칠 수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엄마.”남궁수영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다 진짜예요. 방금 장만석에게 전화했는데 경찰서 사람이 받았어요. 장만석은 정말 경찰서에 갇혔어요.”“어떡하지?”“엄마, 우리 진짜 졌어요.”송아름은 강주환이 윤성아와 함께 나타난 것을 보고 바로 안방으로 숨어버렸다.이 말을 들은 송아름은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쓸모없는 자식!”남미자, 남궁수영 그리고 장만석은 쓸모가 하나도 없다! 평소에는 사나워 보이던 그들이 이렇게 쉽게 패배하다니.안 된다.그녀는 그들과 함께 죽을 수 없었다!송아름은 이런 생각에 지금 서둘러 이곳을 떠나 남궁태문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는 남궁태문의 친딸이니 그 늙은이가 반드시 그녀를 도울 것이고, 이렇게 그녀가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송아름은 곧 안방의 창문으로 뛰어나가 남미자의 저택을 탈출하려고 했다.그때, 남궁성우가 조윤정을 데리고 왔다.‘조윤정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건가?’남궁성우가 그녀를 찾아내 데리고 저택으로 오고 있다. 조윤정은 남궁성우가 마침내 그녀와 결혼하려는 줄 알고 기뻐했다.자신을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들어오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꼈다.특히 남미자는 미친 듯이 화를 내며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말도 안 돼! 절대 안 돼!”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함께 들어온 조윤정을 본 남미자는 음침한 눈빛으로 한마디 뱉었다.“두 사람 다 죽여버려.”그녀는 손가락으로 강주환과 윤성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조윤정, 이들에게 최면을 걸어. 나는 이들이 당장 죽었으면 좋겠어! 당장 죽여버려!”이 두 빌어먹을 놈들이 그녀의 평생 심혈을 망쳐 놓았으니 반드시 죽어야 한다!하지만...조윤정은 가만히 서 있었다.그녀는 강주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이 이 남자에
하지만...“고모, 저는 이미 해독했어요!”남궁성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남궁수영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그는 남궁수영에게 설명했다.“주혜를 만나고 그녀의 열정과 단순함에 매료되었어요. 그녀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저는 해독 방법을 계속 생각해왔는데 결국 이렇게 해독을 했네요. 주혜랑 우리 사이에는 아무 장애도 없을 거예요!”남궁수영은 말문이 막혔다.그래서 정말 모든 것이 이렇게 끝장나는 것인가?“성우야, 난 네 친고모야! 할머니는 네 친할머니고! 오빠가 너를 매우 좋아하니 남궁 가문을 모두 네 손에 넘길 거야. 하지만 넌 항상 나약하고 남궁 가문의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지, 안 그래?”"할머니와 고모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게 낫지 않겠어? 너랑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과 같은 편에 서서 고모나 할머니를 상대하는 건 아닌 건 같아.”남궁수영은 곧 또 감정 패를 내들고 남궁성우가 남궁 가문의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맡기도록 이끌었다.심지어 그는 남궁성우에게 은혜를 베푸듯 말했다.“조윤정은 끝났어. 너와 강주혜의 일은 나와 네 할머니가 반드시 너희를 도울 거야...”남궁성우가 대답했다."저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어요.”남궁수영은 깜짝 놀랐다.남궁성우에게 맡기지 않았다니? 그러면 지금은...남궁성우는 덤덤하게 대답했다.“현재 남궁 가문은 새 주인이 바뀐 게 맞아요. 바로 태문 삼촌의 친아들이죠. 이 일은 고모께서 이미 알고 계시지 않나요?”남궁수영은 할 말을 잃었다.그 말은, 눈앞의 이 마귀 같은 남자가 그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오빠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망했다.’남궁수영은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허허.”남미자도 의기소침한 얼굴이었다.그녀는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이때 이르러서야 남미자는 그녀가 왜 갑자기 이렇게 철저하게 패했는지 알게 되었다.처음부터 그녀는 남궁태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그 남자는 항상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비록 지난 몇 년
모든 것이 밝혀졌으니 이 연극도 막을 내려야 한다.“허허.”송아름이 갑자기 웃었다.그녀는 미친 듯이 웃고 있었는데 정신줄을 놓은 것 같았다!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워낙 고상한 남궁 가문 가주의 딸이었고 강주환의 마음을 얻어 윤성아로부터 순조롭게 강주환을 빼앗아 그녀의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망상했다.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드러났고,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어두컴컴한 감옥일 뿐이다! 심지어 그녀는 죽을 수도 있다.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굳이 죽으려면 저승길을 함께 걸어줄 누군가를 찾을 것이다.“주환 씨...”송아름이 강주환의 이름을 불렀다.그녀는 강주환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내가 한 모든 게 다 주환 씨 때문이에요. 당신 때문에 오윤미가 날 다른 곳으로 돌렸고, 그래서 어려서부터 고생했어요! 우리의 운명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단단히 묶여 있다고요.”"고은희 빌어먹을! 내 친어머니이면서 내가 고생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니...”"어릴 때부터 제 덕분에 넉넉한 가정생활을 누렸으니 저한테 너무 많은 빚을 졌어요! 왜 당신은 저를 더 많이 봐주지 않는 거예요? 왜 저를 좋아해 주지 않고 저와 결혼할 수 없는 거예요?”"그렇게 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예요. 하지만 지금은...”송아름은 더 미친 듯이 웃어댔다.그녀는 일어서서 웃으며 갑자기 강주환을 향해 돌진했다.송아름은 죽기 전에 강주환을 안고 싶었다. 그의 품에 안겨 그의 품에서 죽고 싶었다.하지만 강주환은 그녀를 뱀이나 전갈을 보듯 피했다.송아름은 다가가자마자 강주환의 발길에 걷어차여 날아갔다.‘쾅!’송아름이 다시 땅에 떨어졌다.‘풉...'그녀는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해내고 손을 들어 입가를 닦았다.아무도 못 본 건지, 아무도 그녀의 생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아무도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송아름은 알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그리고 다시 일어서지도 않고 바닥에 넘어진 채 악령 같은 눈망울로 강주환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당신은 저
그녀는 고통에 시달리며 피를 토하는 강주환을 바라보며 심장이 떨렸다!“김은우 씨, 남서훈을 찾아와요! 지금 당장 가서 남서훈을 여기로 데려와요!”그녀는 거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알았어요."김은우가 쏜살같이 나갔다.“쓸데없는 짓이야!”남미자는 자신이 만든 독극물에 자신 있었다.“누구를 불러도 소용없어. 송아름은 죽을 거야. 강주환의 목숨은 나만이 구할 수 있어!”윤성아는 두 눈이 빨갛게 변했다.“구해줘요.”그녀는 온몸으로 차갑고 매서운 기운을 내뿜었고 당장 이 빌어먹을 늙은이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강주환을 위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그의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게요.”“하하...”남미자가 웃었다.그녀는 활짝 웃으며 역전승의 기쁨을 만끽했다.한참이 지나서야 끝내 웃음을 멈춘 남미자는 강주환을 매섭게 바라보며 말했다.“허허, 생각지도 못했지? 네놈 하나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내 평생의 계획을 망치려고 하다니.”“죽어 마땅해.”남미자는 남씨 가문의 딸로서 의학에 소질과 조예가 뛰어나다. 특히 독극물 사용에 있어서는 더욱 신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녀의 오빠인 남유성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해 가족과 사이가 나빠진 후 남미자는 일찍이 M 시에 간 적이 있다.그녀는 그곳에서 제작법을 보고 배웠다. 그리고 공을 들여 정고라는 물건을 만들어냈다.남궁수영은 송아름을 찾아가 출생의 비밀로 위협하며 송아름이 반드시 남궁태문 그들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송아름이 남궁태문에게 독을 투약하도록 요구했을 때 송아름도 대뜸 승낙하지만 남미자의 정고를 그녀에게 줘야 한다는 조건을 제기했다.남미자는 곧 송아름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녀는 송아름에게 정고를 주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어미 독충이 죽으면 새끼 독충을 가진 자도 함께 죽는다고 했다.송아름은 당시 매우 기뻤다.그녀가 정고를 원한 건 강주환에게 몰래 쓰려고 한 것뿐이었다. 이것으로 강주환을 컨트롤하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잘 닦이지 않자 강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온몸의 세포가 터지고 뼈를 깎는 통증을 참고 있었다. 괴로운 신음을 내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자신을 이토록 아끼는 윤성아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난 괜찮아, 죽지 않아.”그의 까만 눈동자는 여전히 온화하고 사랑으로 가득 찼다.그녀의 부드러운 품과 팔에 누운 그의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비쳤다.“당신이 여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있겠어? 두려워하지 마. 잘 살아낼 거야! 저승사자가 와도 날 못 데려가!”이건 강주환이 윤성아에게 한 약속이다.하지만...강주환이 또 검은 피를 토해냈다.강주환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터지는 것 같은 아픔이 조금 더 악화한 것 같았다. 몸 안에서 벌레가 피와 살을 갉아 먹고 그의 심장을 갉아 먹는 것 같았다.그는 송아름을 사랑하지 않는다. 송아름에 대한 느낌은 사랑이 아니라 혐오와 징그러움 뿐이었다. 마음 가득히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시종 눈앞의 윤성아 뿐이었다!새끼 충이 발작하기 시작하면 더욱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강주환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더는 참을 수 없던 강주환은 끝내 신음을 냈다.“윽...!”“주환 씨...”윤성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강주환의 입에 대고 물게 하려고 했다.이렇게 억지로 참는 것이 안쓰러웠다. 강주환이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러도록 허락할 수 있는 강지환이 아니었다.이 통증이 마침내 끝나가자 강주환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힘없이 윤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성아야, 내가 죽으면...”“안돼요!”윤성아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주환 씨는 죽지 않을 거예요.”드디어 남궁성우가 송아름의 목숨을 잠시 안정시켰다. 해독은 안 됐지만 송아름이 독극물 때문에 바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는 급히 와서 강주환을 살펴보았다. 콧등까지 흘러
그녀는 몸을 숙이고 강주환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오윤미는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주환아, 미안하다.”“엄마가 잘못했어!”“엄마랑 아빠의 갈등 때문에 네가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자랐어.”“그때 내가 너를 고 여사네랑 바꾸지만 않았어도, 아니, 내가 그때 앓지 않았다면 아름이에게 더 잘해주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저렇게 변하지 않았을 거야...”“다 엄마의 잘못이야...”오윤미는 대성통곡했다.그녀는 미안하고 강주환이 너무 가슴 아팠다. 만약 하느님이 천벌을 내려도 달게 받을 수 있고 아들 대신에 저 고통을 자기가 감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윤미야.”남궁태문이 휠체어를 끌고 다가왔다. 아까까지는 매우 태연해 보이던 남궁태문도 아내가 서글프게 울자 마음이 안 좋았다. 그는 오윤미의 손을 잡고 그녀를 자기쪽으로 돌렸다.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주환이에게 아무런 일도 없게 할게.”남궁태문과 오윤미 두 사람은 약방에 오래 머물렀다.그리고 돌아갈 때 오윤미더러 자기는 남미자를 만나고 가겠으니 먼저 가라고 했다.이때 오윤미가 말했다.“저도 같이 갈래요!”오윤미는 오씨 가문의 사람 전부를 죽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또한 그녀의 아들까지 해친 늙은이를 꼭 만나고 싶었다.“그래.”두 사람은 남미자의 별장에 도착했다.분명 낮이었는데 커튼을 전부 닫아 놓은 탓에 방안은 어두컴컴했다.한 백발노인이 창문 쪽에 앉아 커튼 사이로 창밖을 지켜보고 있었다.방문이 열리자 칠흑 같던 방안이 순간 밝아졌다.오윤미는 남궁태문의 휠체어를 밀고 방안으로 들어왔다.남미자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휠체어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를 듣더니 차갑게 미소를 지었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한 손으로는 커튼을 열면서 창밖을 내다보는 척했다.한참이 지나서 남미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태문아, 네가 드디어 왔구나!”하지만 남궁태문의 얼굴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