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잘 닦이지 않자 강주환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온몸의 세포가 터지고 뼈를 깎는 통증을 참고 있었다. 괴로운 신음을 내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자신을 이토록 아끼는 윤성아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난 괜찮아, 죽지 않아.”그의 까만 눈동자는 여전히 온화하고 사랑으로 가득 찼다.그녀의 부드러운 품과 팔에 누운 그의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비쳤다.“당신이 여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있겠어? 두려워하지 마. 잘 살아낼 거야! 저승사자가 와도 날 못 데려가!”이건 강주환이 윤성아에게 한 약속이다.하지만...강주환이 또 검은 피를 토해냈다.강주환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터지는 것 같은 아픔이 조금 더 악화한 것 같았다. 몸 안에서 벌레가 피와 살을 갉아 먹고 그의 심장을 갉아 먹는 것 같았다.그는 송아름을 사랑하지 않는다. 송아름에 대한 느낌은 사랑이 아니라 혐오와 징그러움 뿐이었다. 마음 가득히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시종 눈앞의 윤성아 뿐이었다!새끼 충이 발작하기 시작하면 더욱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강주환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더는 참을 수 없던 강주환은 끝내 신음을 냈다.“윽...!”“주환 씨...”윤성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강주환의 입에 대고 물게 하려고 했다.이렇게 억지로 참는 것이 안쓰러웠다. 강주환이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러도록 허락할 수 있는 강지환이 아니었다.이 통증이 마침내 끝나가자 강주환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힘없이 윤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성아야, 내가 죽으면...”“안돼요!”윤성아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주환 씨는 죽지 않을 거예요.”드디어 남궁성우가 송아름의 목숨을 잠시 안정시켰다. 해독은 안 됐지만 송아름이 독극물 때문에 바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그는 급히 와서 강주환을 살펴보았다. 콧등까지 흘러
그녀는 몸을 숙이고 강주환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오윤미는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주환아, 미안하다.”“엄마가 잘못했어!”“엄마랑 아빠의 갈등 때문에 네가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자랐어.”“그때 내가 너를 고 여사네랑 바꾸지만 않았어도, 아니, 내가 그때 앓지 않았다면 아름이에게 더 잘해주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저렇게 변하지 않았을 거야...”“다 엄마의 잘못이야...”오윤미는 대성통곡했다.그녀는 미안하고 강주환이 너무 가슴 아팠다. 만약 하느님이 천벌을 내려도 달게 받을 수 있고 아들 대신에 저 고통을 자기가 감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윤미야.”남궁태문이 휠체어를 끌고 다가왔다. 아까까지는 매우 태연해 보이던 남궁태문도 아내가 서글프게 울자 마음이 안 좋았다. 그는 오윤미의 손을 잡고 그녀를 자기쪽으로 돌렸다.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주환이에게 아무런 일도 없게 할게.”남궁태문과 오윤미 두 사람은 약방에 오래 머물렀다.그리고 돌아갈 때 오윤미더러 자기는 남미자를 만나고 가겠으니 먼저 가라고 했다.이때 오윤미가 말했다.“저도 같이 갈래요!”오윤미는 오씨 가문의 사람 전부를 죽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또한 그녀의 아들까지 해친 늙은이를 꼭 만나고 싶었다.“그래.”두 사람은 남미자의 별장에 도착했다.분명 낮이었는데 커튼을 전부 닫아 놓은 탓에 방안은 어두컴컴했다.한 백발노인이 창문 쪽에 앉아 커튼 사이로 창밖을 지켜보고 있었다.방문이 열리자 칠흑 같던 방안이 순간 밝아졌다.오윤미는 남궁태문의 휠체어를 밀고 방안으로 들어왔다.남미자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휠체어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를 듣더니 차갑게 미소를 지었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한 손으로는 커튼을 열면서 창밖을 내다보는 척했다.한참이 지나서 남미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태문아, 네가 드디어 왔구나!”하지만 남궁태문의 얼굴
남궁태문은 씁쓸하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남미자를 노려보았다.“당신이 계획한 모든 게 다 남궁 가문의 주인 자리를 원해서가 아니었나요? 제가 그 자리를 주면 되잖아요! ”남궁태문은 지금 남궁 가문의 주인 자리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남미자가 강주환의 목숨을 구해서 그가 무사하기만 한다면 기꺼이 그 자리를 내줄 수 있었다.하지만 남미자는 그의 말이 가소롭기 그지없었다.“태문아, 이제 와서 네가 그 자리를 나에게 넘겨준다고 말했지만.”“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일찍이 나한테 고분고분 넘겨줬었다면 오늘날 같은 일은 없었을 거 아냐. 심지어 오씨 가문도 그렇게 멸망되지 않았을 것이고!”“근데 이제 와서 내가 바보도 아니고.”남미자는 이미 모든 걸 알아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너는 이미 네 절반의 권력을 아들한테 넘겨줬잖아, 아니야?”“근데 내가 지금 남궁 가문의 주인 자리를 넘겨받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네 아들이 살아있는 이상 내가 원하는건 다 갖지 못하는데! 언젠가는 모든 걸 빼앗아 갈 게 뻔하잖아! 안 그래?”“어찌 지금 상황에서 가문의 주인 자리로 만족이 되겠어?”남미자는 자기 요구를 말했다.예전에 윤성아에게 요구했던 조건보다도 더 염치가 없었다.지금 당장 장만석과 조윤정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남궁태문더러 불법 시장을 다시 열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강주환에게도 예전 조직에 있었던 모든 사람을 풀어주고 남궁 가문을 통째로 그녀에게 넘기라고 했다.또한 강주환의 Z 그룹도 내놓으라고 했다.그래야만 자신이 안심될 것 같다면서.아니면...“태문아, 만약 이 모든 조건을 들어줄 수 없으면 그저 강주환이 죽어가는 걸 보고 있으면 될 것 같아.”“지금으로서는 내가 아니면 누구도 구하지 못하거든.”남궁태문의 눈살이 삽시에 찌푸려졌다.그는 터져 나오는 화를 애써 억누르며 남미자에게 말했다.“당신도 이게 일흔 살이 넘었죠?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 같나요?”“주혁이랑 수영이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 중에서 과연 누가 남궁 가문을
그녀는 냉큼 휠체어를 남궁태문쪽으로 밀고 가서 그를 앉혔다.두 사람이 자리를 뜨면서 남궁태문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당부했다.“저 연세는 더 이상 영양가 있는 음식은 먹어도 소용이 없어. 오늘부터 매일 국이랑 기름기가 없는 야채볶음만 먹이도록 해.”“굶어 죽지만 않으면 되니까!”“또 매일 두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자기가 죽였던 모든 사람을 추모하게 해.”그리고 다시 방문을 닫았다.남미자의 방안은 또다시 어둠 속에 갇혔다.오윤미가 남궁태문의 휠체어를 밀고 마당에 나왔을 때였다.“쿨럭!”남궁태문이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깜짝 놀란 오윤미가 재빨리 그에게 몸을 숙여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요? 왜 갑자기 피를 토해요?”“괜찮아.”남궁태문은 오윤미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애써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방금 참았던 게 한꺼번에 나왔을 뿐이야. 뱉고 나면 괜찮아.”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남궁태문은 돌아오자마자 기절했다.임준서는 남궁주혁을 찾으러 약방으로 왔다.“우리 집 어르신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가주셔야 할 것 같아요.”남궁주혁은 수년 동안 이 약방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냉큼 대답했다.“알겠어요.”“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약상자를 가져올게요.”임준서는 그를 기다렸고 남궁주혁은 재빨리 자기 방에 가서 약상자를 가져오려고 했다.이때, 웬 남자가 갑자기 남궁주혁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장만석이 예전에 남궁태문 옆에 심으려고 했던 스파이이자 나중에는 송아름을 따라다녔던 사람이다.이름은 송태성, 예전에 천우혁이라고도 불렸다.이번에 강주환이 너무 빠른 시간내에 장만석과 남미자의 세력들을 박살 내버린 관계로 그 누구도 그물망에 걸린 물고기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었다.송태송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송아름과 같이 남미자의 저택에 왔다가 그만 발목을 붙잡히게 되면서 재수 없게도 마침 남궁주혁의 거처에 숨어들게 되었다.그리고 방금 임준서와 남궁주혁의 대화도
남서훈은 은침을 송아름의 혈 자리에 꽂았다. 그리고 환약 한 알을 송아름의 입에 넣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아름은 구역질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양의 피를 토해냈다.구토가 잦아들 때쯤, 송아름은 갑자기 벌레들이 온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 같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악!”그녀는 자지러지듯 비명을 질렀다.그리고 몹시 괴로워하며 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는데 당장 몸 안에서 기어다니는 벌레를 손으로 도려내고 싶었다.“제발 저를 그냥 죽여주세요...”송아름은 너무 고통스러웠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죽고 싶었다.설령 그녀가 죽는다고 해도, 강주환이 지금 당장 그녀와 같이 죽는 게 아니라도 상관없었다.이런 고통은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여 송아름은 혀를 깨물고 죽으려고 했다.남서훈이 재빨리 발견하고는 냉큼 침 하나를 꽂아서 송아름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그녀의 허락 없이는 송아름은 함부로 죽지도 못했다.강주환 쪽.초반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하지만 빠르게 해독반응이 생기면서 강주환도 똑같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온몸에 경련이 올 정도로 아파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참았다. 곁을 지키고 있는 윤성아가 이 모습을 보면 분명 걱정하기 때문이다.그는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다.그러면서 애써 그와 윤성아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렸다.하지만 윤성아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예전의 일들이 같이 떠오르면서 더 괴로워졌다.요 며칠 계속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심지어 강주환은 해독 때문인지 머릿속의 윤성아와의 기억들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금방모든 걸 잊어버릴 것 같았다.이러면 안 되지!강주환은 병마의 싸움에서 지기 싫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죽어도 잊기 싫었다.“성아야.”“네?”윤성아가 대답했다.그녀는 남자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사실과 지금 아픔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채고는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두 눈은 요 며칠 동안 너무 많이 울어서 이미 빨갛게 부어올랐다.강주환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윤성아에게 말했다. “대표님의 몸속에 고독이 퍼진 이상 아마 점차 두 사람의 과거와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아마 대표님도 그걸 인식하고 있어서 지금 외롭게 맞서 싸우고 있는 겁니다.”“하여...”남서훈은 방 안에 누워있는 강주환을 한번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잊지 않으려 할수록, 맞서 싸울수록 그는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할 겁니다.”윤성아는 오랫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방안에서는 남궁성우가 은침 몇 개로 찌른 뒤로는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 강주환이 남궁성우의 도움을 받고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다시는 저 사람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독이 없어질 때까지 다시는 안 나타날 거라고요!”이 남자가 독충의 영향으로 그녀를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더 이상 죽을 만큼의 고통을 겪는 강주환을 보기 힘들어서 윤성아는 아예 남자의 시선에서 멀어져서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떠나기에는 그가 너무 그리웠다.하여 언제나 방문 밖에 서서 묵묵히 바라보고 남들 몰래 그의 곁을 지켰다.그러다 밤이 깊어지고 남자가 잠든 후에야 그녀는 비로소 방에 들어가 침대 옆에 앉아 살며시 남자의 수척해진 얼굴을 쓰다듬어보곤 했다.빠르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윤성아가 강주환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은 뒤로 더 이상 괴로워하는 일이 사라졌다. 이것은 윤성아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하지만 남서훈은 여전히 해독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윤성아도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었다. 이날, 그녀는 남미자를 찾아왔다. 남미자는 이미 그곳에 일주일째 갇혀있었다.남궁태문에 의해 부러진 팔은 여전히 절단된 상태였다. 그리고 매일 멀건 국물과 배가 전혀 부르지 않는 야채만 먹어야 했고 매일 두 시간씩 무릎을 꿇고 죽은 망령들에게 사죄했다.그동안 남미자는 살이 좀 빠지고 많이 초췌해졌다.그녀는 지금의 모욕감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그래서 윤성아가 다시 찾아와 강주
남미자는 이미 오래전 죽은 남궁 가문의 어르신을 생각하며 낮게 중얼거렸다.“제일 우수했던 당신 아들이 죽었어요! 근데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소원을 이뤄드릴게요.”“제가 비록 여자지만 남자보다 못하지 않거든요.”언젠가 그녀는 정상에 도달한 뒤 모든 걸 손에 넣어서 다시는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그렇게 이틀이 지났다.강주환도 결국에는 남궁태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여 그와 윤성아, 그리고 남궁성우는 남궁태문이 살고 있는 성으로 갔다.그들은 남궁태문을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다.남미자와 남궁수영은 두 눈으로 직접 남궁태문이 안장되는 모습과 오윤미가 통곡하다가 기절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날 밤 저녁.남궁성우는 남미자의 저택으로 돌아와 자기 아버지인 남궁주혁에게 눈물을 머금은 채 따져 물었다.“아버지,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어요?”“왜 태문 삼촌을 구해주지 않았나요?”“분명히 살릴 수 있었잖아요. 아닌가요?”“태문 삼촌은 아버지 이복동생이잖아요. 그렇게 아버지를 믿고 잘 대해주고 예전에 어머니랑 제 목숨도 살려줬는데....”남궁주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리고 겨우 세 글자만 내뱉었다.“미안해...”남궁성우는 자기 아버지에게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컸다.하여 곧바로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왔다.이튿날, 남궁성우는 그렇게 강주혜와 함께 모든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M 국, 어느 섬.이미 ‘죽은’ 남궁태문, 오윤미, 남유성 그리고 사라졌던 남궁성우와 강주혜가 모두 여기에 있었다. 남궁태문은 그때 혼수상태에 빠진 뒤 건강이 더 악화되었다.남궁주혁이 지속적으로 치료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지금으로서는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는데 바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나는 겁니다.”남궁주혁이 임준서와 오윤미에게 말했다.“제게 약이 있는데 태문을 가짜로 죽게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심맥을 보호한 뒤 더 훌륭한 의사에게 치료받는 겁니다.”“제가 알기로는 남유성 씨도 지금 여기
웃음이 멈춘 뒤 남미자는 고개를 들어 남서훈을 보며 말했다.“난 지금 그 의서가 필요해!”“너랑 강주환네는 서로 친구 사이잖아? 설마 그가 죽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남씨 가문의 의서만 내놓으면 내가 두 번째 단계의 처방전을 줄게.”남서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래서 지금 고모할머니는 했던 말을 번복하려는 거죠? 예전에 성아 씨랑 약속했던 모든 걸 지키지 않겠다는 건가요?”“그래.”남미자는 그녀의 변덕스러움을 인정했다.현재 그녀는 거의 남궁 가주로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남궁태문은 죽었고, 강주환은 고독에 중독된 지금 상황에는 어쩔 수 없이 남미자에게 의지해서 해독해야 한다.종사도 다시 그녀의 지시를 따르기 시작했다.그래서 남미자는 지금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그녀가 아무리 이랬다저랬다 말을 바꾼다고 한들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남서훈의 얼굴이 더욱 찡그러지더니 남미자에게 물었다."근데 고모할머니께서 지금 찾는다는 의서는 저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그럴 리가."남미자는 믿지 않았다.그리고 의심스레 물었다.“네가 남씨 가문의 상속자잖아, 네 할아버지가 너한테 의서를 안 줬을 리가 없는데?”“준 건 맞아요.”“근데 멍청하게 제가 잃어버렸어요.”남미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련한 놈, 그때 네 부모님이 돌아가고 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분명히 여자아이였거든? 근데 왜 또 지금은 남자로 되었을까?”“너무 궁금했어.”갑자기 남미자가 아랫사람들에게 손가락으로 남서훈을 가리키며 외쳤다.“잡아!”온통 검은색 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남서훈은 차가운 냉기를 뿜으며 남미자를 쏘아보며 말했다.“그때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던 일도 당신이 수를 쓴 거죠?”“미안.”남미자는 갑자기 눈물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그리고 다시 눈물을 닦고는 남서훈에게 말했다.“죽이려던 건 아니었어.”남서훈의 눈도 금세 빨개지더니 분노에 차서 남미자에게 외쳤다.“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