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강주환에게 말했다. “조윤정에게서 며칠 동안 최면술을 배웠던 건 사실이에요. 그녀의 제자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전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었어요. 저는 조윤정의 하는 일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조윤정은 너무나 악랄한 사람이에요. 주환 씨, 현재로서는 전 조윤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녀 또한 더 이상 저의 사부님도 아니고요. 그녀에게서 배운 그 어떤 것들도 저는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요!”강주환은 차갑게 웃어 보였다.송아름이 최면술로 사람을 해쳤는지, 해치지 않았는지는 강주환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강주환은 비록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송아름의 목숨은 살려달라고 했던 고은희의 부탁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송아름은 고은희가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친딸이었다!그러나 강주환은 결국 고은희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분을 생각해서라도 강주환은 더 이상 송아름이 이전에 저질렀던 모든 만행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아름이 끝까지 잡아뗀다고 하면...강주환도 더는 봐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조윤정이 사는 곳이 어딘가요?”송아름은 정성스럽게 대답해 주었다. “주환 씨, 제가 같이 가 드릴게요. 비록 지금은 조윤정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지만, 지금의 저의 신분이라면 조윤정도 제 체면을 생각해서 너무 과하게 몰아붙이진 못할 거에요. 주환 씨가 저와 함께 가면, 조윤정도 주환 씨에게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강주환은 단칼에 거절했다.“필요 없어요.”그는 송아름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뒤돌아서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훌쩍 떠나버렸다! 송아름은 우울한 눈빛으로 떠나가는 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입가에 쓴 웃음을 짓고는 다짐하며 말했다. “주환 씨, 당신이 이미 M 국에 온 이상, 나는 쉽게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딱 기다려요, 당신은 반드시 나와 결혼하게 될 거예요!”M 국 서원산.이곳의 사계절은 마치 봄 같았고, 대지에
그녀가 몇 번의 시도 끝에 개선한 지금의 렌즈는 그 위력이 더욱 강력했다! 그녀가 착용하는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손쉽게 최면을 걸 수 있었다. 비록 강주환에게는 최면이 통하지 않았지만, 조윤정이 생각건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강주환을 공격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했다!하물며 이곳은 그녀의 집인데! 그녀가 큰 소리로 외치기만 하면, 수많은 경호원이 얼른 달려와, 그녀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우양주와 진하상, 그들은 각기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달려왔다.“주환아, 못 찾았어.”“대표님, 없어요!”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 방금 그들은 각기 경호원들을 이끌고 조윤정의 별장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별장의 그 어느 곳에서도 강주혜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강주환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남궁성우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우양주와 진하상등 사람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조윤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녀는 우선 남궁성우에게로 다가가 그를 부추겼다. 남궁성우는 그녀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조윤정을 보며 말했다. “주혜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조윤정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금 손을 뻗어 남궁성우를 부축해 주며 관심하듯 말했다. “너 지금 다쳤잖아. 우선 내가 너를 데리고 가서 치료해 줄게...”“필요 없어!”남궁성우는 다시금 조윤정을 뿌리쳤다. 그의 눈동자에는 단지 혐오와 살기만이 남아있었다. “네가 말한 대로 나 여기 온 지도 두 날째고, 너와 함께 있어준지도 두 날째야! 네 입으로 말했잖아, 며칠만 너와 함께 있어주면 주혜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그러니까 주혜 지금 어디 있어?”조윤정의 눈빛은 처량함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남궁성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설마 너 정말로 그 계집애를 좋아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어!”조윤정은 마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고 싶었던 남궁성우는 서서히 자신의 힘을 키워갔다.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턱도 없었다.원래 강주혜를 남궁 가문으로 데려가도 아무 일도 없이 잘 보호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를 크게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행방불명까지 되었다.강주혜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에 남궁성우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냉큼 남궁태문의 앞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태문 삼촌, 지금 저를 도와줄 사람은 삼촌뿐이에요. 제발 주혜를 찾아주세요. 지금 위험한 것 같습니다!”남궁태문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일어나.”그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찾아줄게!”곧바로 그는 아랫사람에게 당부했다. “지금 당장 성우가 말하는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찾아봐!”“네.”이때.정원 멀리서부터 집사가 다가왔다. “어르신, 누군가가 어르신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남궁태문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말했다.“돌려보내!”요 몇 년 동안, 남궁태문은 전혀 외부인을 만나지 않았다. 집사도 당연히 그가 거절할 것을 알고 이런 일은 그의 손에서 잘라내곤 했었다.하지만 이번만은...“Z 그룹의 베일드 씨입니다.”“어르신께서 오늘 만나주지 않으면 남궁 가문의 미래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대하라고 말씀 전해달라고 합니다.”현재 M 국에서 강주환의 세력이 점점 세지고 있다.또한, Z 그룹의 본사도 사실상 M 국에 있다.어쩌면 M 국에서는 아직 강주환을 아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Z 그룹 배후의 진짜 오너, 투자하는 것마다 대박치는 투자의 신, 몇 번이나 M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풍운아인 베일드라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남궁태문도 당연히 베일드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하지만...“흥!”“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군!”순간 남궁태문의 주변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그는 오랫동안 남궁 가문의 가주로서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여태껏 누구도 감히 남궁 가문을
송아름은 오직 강주환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남궁태문에게 그녀의 진심을 알려주고 싶었고 남궁태문이 강주환을 압박해서 어쩔 수 없이 그녀와 결혼하게 만들고 싶었다.송아름은 여전히 강주환을 매우 사랑했다.영주에서 발생했던 일들을 잊지 않았고 윤성아에 대한 원망도 여전했다.그녀의 신분 때문에 더욱.만약 강주환이 그녀와 결혼만 해준다면 나중에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상관없다.비록 송아름은 남궁태문의 친딸이 아니지만 만약 강주환의 아내가 되고 거기에 임신해서 그의 아이까지 낳게 된다면...송아름은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하지만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기 싫었던 남궁태문이 송아름의 말을 잘랐다.“너를 사랑하지 않잖아!”“근데 저는 사랑해요!”송아름은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 “저는 진심으로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리고 누구도 저를 막을 수 없어요! 이 사람과 결혼해야만 진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아버지는 항상 제가 행복하기만을 바라지 않으셨나요?”남궁태문의 눈살이 한껏 찌푸려졌다.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예전에 영주에서 너와 이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분명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었어!”남궁태문은 또 송아름을 타일렀다. “옛말에 억지로 딴 참외는 달지 않다는 말이 있어. 남자의 마음이 너를 향하지 않는데 결혼해도 절대로 행복하지 않을 거야!”송아름은 이미 이성이 끊어진 상태라 감정조절이 불가했다.“그럼 평생 아버지처럼 살라고요?”“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렸던 것처럼 여기서 포기하고 평생 저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살라고요? 그 정도로 제가 무능한가요?”그녀의 말에 남궁태문의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변했다. “죄송해요.”송아름은 냉큼 사과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싹싹 빌었다.“아버지,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그저 이 사람을 너무 갖고 싶었어요!”“무슨 이유든지 제가 좋아하는 것은 포기하고 싶지
하여 남궁설하도 냉큼 자태를 감추고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역시 언니가 집에 있을 줄 알았어요.”“언니 찾으러 왔거든요.”“프라다에서 신상이 나왔던데 언니가 무조건 좋아할 것 같더라고요...”남궁설하가 여기에 온 목적이 송아름과 같이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기 위해서였다.송아름도 그녀의 부탁에 동의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저택에서 나와 M 국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송아름이 무심코 강주환을 언급하자 남궁설하는 부쩍 경각심을 가지고 말했다.“아름 언니, M 국에 돌아오기 전에 강주환 씨랑 썸씽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언니가 하마터면 그의 약혼녀가 될 수도 있었다면서요?”“설마 아직도 좋아하는 건 아니죠?”송아름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저 눈을 아래로 깔고 한껏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무슨 소용이 있을까?”“그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걸.”“그 여자 때문에 나와 파혼하고 큰 상처까지 남겼지.”송아름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이미 그에게 실망할 대로 실망한 상태라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그래요?”남궁설하는 너무 기뻤다.그리고 송아름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저는 첫눈에 그 강주환 씨한테 빠졌거든요. 그 사람이 무조건 저를 좋아하게 할 거예요!”“아름 언니, 이왕 강주환 씨한테서 오만 정이 다 떨어진 상태면 이제 아무것도 바라지 말아요.”“제가 고백하려고요.”남궁설하는 당차게 그녀의 포부를 말했다.그녀는 자신이 남궁 가문의 큰딸이라는 신분을 강조하면서 모든 방면에서 강주환과 어울린다고 했다.“설하야. 나도 네가 모든 방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근데 강주환이 너를 좋아하게 만들기는 힘들 거야.”송아름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그녀에게 말했다.그녀는 디테일하게 강주환이 윤성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남궁설하에게 알려줬다. 그리고 윤성아는 강주환이 직접 옆에 두고 일했던 비서였고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줬다.그리고 두 사람이
그리고 뻔뻔하게 조건을 제시했다.“어르신께서 만약 남궁 가문의 그 저택을 저한테 주면 그 주방 도우미를 내놓을게요.”“허!”남궁태문이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온몸에서 냉기를 뿜었다.그는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궁태문을 바라보며 경고했다.“장만석, 내가 존댓말까지 써주니깐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아?”“너랑 말장난할 기분이 아니니까 지금 당장 그 주방 도우미더러 나오라고 해.”남궁태문은 단번에 그에게 명령했다.장만석은 할말을 잃었다.“...”사실은 남궁태문이 무서웠다.아무리 지금 남궁태문이 휠체어에 앉아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더라도 그의 능력과 전설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현재 남궁 가문에서의 지위까지 모두 잘 알고 있다.남궁태문이 마음만 먹으면 전체 M 국을 들썩이게 만들 수 있다. M 국의 모든 사람이 아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장만석은 웃음으로 이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려 했다.그리고 남궁태문을 보고 말했다.“화낼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던 그 주방 도우미는 제가 곧 데려오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장만석은 부하직원에게 명령했다.“가서 당장 데려와.”“네.”빠르게 그 주방 도우미를 데려왔다.여자는 대략 50대로 보였다.몸매부터 그녀와 달라 보였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을 본 남궁태문은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졌다.아직 여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오윤미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장만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더니 그녀에게 고개를 들어보라고 명령한 뒤 남궁태문에게 담담하게 말했다.“이 사람이 제가 최근에 데려온 주방 도우미입니다.”“덮밥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요.”“만약 어르신께서 마음에 들면 제 쪽에서 즉시 어르신께 넘겨드리겠습니다.”하지만 남궁태문의 흥미는 이미 진작에 떨어졌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장만석을 보며 말했다.“자네가 최근에 데려왔다는 주방 도우미가 저 사람이 확실한 거야?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리고 남궁태문에게 보고했다. “아름 씨께서 베일드 씨를 만나러 갔는데 뜻대로 안 된 것 같습니다. 와서 밥도 안 드시고 계속 울고만 있습니다.”“그래.”남궁태문이 가볍게 대답했다.그는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아 그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그냥 내버려둬.”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쓸쓸하게 앉아서 여태껏 지새웠던 수많은 밤과 마찬가지로 마음속의 그 여인을 그리워했다.임준서도 남궁태문의 뒤에 가만히 서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지나갔다.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하염없이 까마득한 창밖만 바라보던 남궁태문이 갑자기 물었다.“준서야, 진짜 윤미가 여기로 와봤을까? 나를 그렇게 미워했는데 설마 M 국에 다시 발을 들일까?”“내 눈에 띄면 이번에야말로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란 걸 모르고 있나?”임준서는 10대 때부터 남궁태문의 곁을 따라다녔다.그는 어릴 때부터 남궁태문과 오윤미 사이의 모든 원한 갈등을 보고 자란 사람이고 예전에 오윤미가 목숨까지 구해줬던 적이 있다.그때 남궁태문은 임준서를 오윤미에게 보내면서 그녀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했지만, 오윤미는 그를 다시 남궁태문에게 돌려보냈다.지금 이 순간.남궁태문의 물음에 임준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어쩌면 아름 씨가 잘못 봤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조사 결과 아름 씨는 오윤미 여사님께서 낳은 친딸이 맞지만 그때 여사님께서 몸이 너무 아픈 나머지 아름 씨를 잘 돌보지도 못했습니다.”“송지훈이라는 사람도 아름 씨를 잘 대해주지 않았고요.”“이미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왔는데 어쩌면 오윤미 씨의 얼굴을 까먹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남궁태문은 또다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얼마 지난 뒤.그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M 국으로 온 것도 아니면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야?”임준서는 대답하지 못했다.남궁태문의 핼쑥해진 얼굴은 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만들었다.그리고 다시 임준서에게 당부했다.“나는 오히려 그녀가 M 국에 왔으면
임준서는 생각할수록 강주환이 남궁태문의 친아들인 것 같았다.그리고 잊지 않고 한마디 더 보탰다.“성우 씨도 아마 이점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어르신의 어릴 적 모습은 본 적이 없었을 테니깐요.”“성우 씨는 아름 씨가 오윤미 여사님의 딸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르신의 친자식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아름 씨를 어르신 곁으로 다시 데려온 거고요.”남궁태문은 그의 말에 흥분된 나머지 온몸이 떨렸다.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준서야. 만약 그 아이가 정말 나와 윤미의 아들이라면 너무 좋겠다!”이 시각, 남궁태문은 당장에라도 강주환에게 찾아가 진짜 자기 친아들이 맞는지 유전자 검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다시 차분해졌다. 그리고 임준서에게 말했다.“이 일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고 비밀리에 조사해 봐.”“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장만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최근 그 사람을 도와 많은 일을 했고 또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한 모양이야.”“만약 윤미가 진짜 M 국으로 온 거라면 장만석네 있을 가능성이 커.”매번 저 남궁 가문의 늙은이가 말썽이었다.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더 발악하는 것 같았다.예전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어찌 보면 남궁 가문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사람이 남궁성우 한 명뿐이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남궁성우는 태생적으로 착한 사람이라 이 거대한 남궁 가족을 이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또한 이쪽 일보다는 의술에 더 관심이 있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무능하거나 욕심이 너무 많았다.남궁태문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거니와 진작에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그가 죽고 나면 남궁 가문이 아무에게나 돌아가도 그는 상관없었다.남궁태문은 원래 남궁성우에게 세력을 물려주면 그래도 그 빌어먹을 늙은이의 친손주이기에 남궁성우의 목숨만은 살려줄 것 같았다.하지만 오늘...방금 만난 강주환을 떠올려보니 또다시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 것이다.한편, 장만석의 저택.주방.비록 40대지만 기껏해야 3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