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준이 양준회에게 말했다.“그 여성분이 아이를 남기고 떠났습니다.”양준회는 순간 의심이 들었지만 아예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잠깐은 아이를 낳은 그 여자가 남서훈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남서훈은 남자니까!...4대 가문에 속해 있는 남씨 가문은 다시 운성으로 돌아갔다.4대 가문 중의 하나인 백씨 가문, 그중에서도 백씨 가문의 큰 아가씨인 백나연은 남서훈의 여자 친구로 알려져 있었고 아직은 약혼식을 올리지 않은 그의 예비 신부였다.백씨 가문에서 연회를 주최하면서 4대 가문의 양씨 가문, 안씨 가문도 당연히 초대 받았다.한편.강하성과 윤지안의 4살 생일 파티가 열렸던 다음날, 나엽과 안효연은 M 국 Y 시의 작은 시골에 있는 농장에서 생활하려고 운성을 떠났다. 강주환과 윤성아가 두 사람의 가는 길을 배웅해 주었다.돌아오는 길.윤성아는 일주일 후 백씨 가문에서 연회를 개최한다면서 강주환에게 물었다.“혹시 그날에 시간 돼요? 괜찮으면 저와 백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해요.”“당연히 시간 되지!”연회에 참석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와 함께 백씨 가문의 연회, 즉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비출 수 있는 건데. 양준회도 참석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더욱 참석해야만 했다!윤성아는 그런 강주환이 약간 한심했다.이 남자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자기를 믿고 있다더니 결국에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아무리 거칠고 때로는 속이 좁아 질투가 많아도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었다! 도가 지나지 않게 윤성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라면 그다지 나무라지 않았다.다른 한편, 나엽의 별장.유산할 뻔한 임설영은 병원에서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금은 퇴원하여 다시 별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전에도 나엽에게 목 졸려 생명에 위험을 느낀 적도 있었고, 바다에 끌려가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하여 임설영은 두번 다시 안효연을 찾아갈 수도, 나엽앞에 나타날 수도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배
남숙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임설영이 돈을 받자마자 도망갔을거로 의심했다.“젠장!”남숙자는 화가 치밀어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마음이 조급해 나면서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임설영이 돈을 사기 쳐서 도망쳤다! 사라졌다고! 무조건 배 속의 아이를 지웠을 거라고! 그래서 그 아이가 진짜로 나엽의 아이가 맞기는 해?아니면 처음부터 나를 속였던 걸까?...이번 일로 인해 남숙자는 화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M 국 Y 시의 작은 시골 농장에서 나엽은 남숙자가 병원에 입원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안효연에게 말했다.“여보,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는데 운성에 한번 가봐야겠어!”안효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머니가 갑자기 어디가 아프셔? 늘 건강하시던 분이 왜?”나엽도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사실대로 안효연에게 털어놓았다.“임설영이 어머니에게서 20억을 가져갔어, 그리고 돈을 받자마자 어머니가 사주셨던 명품들을 갖고 도망쳤나봐.”“어머니는 사기를 당했는 생각과 임설영이 아이를 없애 버릴 조바심에 화병으로 쓰러지신 것 같아.”안효연은 낮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나엽에게 말했다.“그럼 같이 가자.”“그럴 필요는 없어.”나엽이 안효연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애정과 사랑이 물씬 느껴졌다.“임신도 했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 난 그저 집에 가보는 건데 뭐. 며칠만 지나면 당신이랑 우리 애기 보러 다시 올 거야.”운성으로 돌아온 나엽은 병실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남숙자를 보았다. 안색이 무척 어두워 보였다.“나엽아.”남숙자는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눈물을 보이며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임설영이 도망갔어. 만약에 아이를 지우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얼른 임설영을 찾아야 해! 절대로 아이를 다치게 해서는 안 돼. 네 유일한 혈육이야.”“임설영이 나와 약속했었어. 200억을 주면 기꺼이...” 나엽은 남숙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었다.“임설영이 내 아이를 가질 수가 없다고 오래전에
나엽은 다시 한번 말했다.“효연이가 임신했어요. 제가 정관수술을 하기 전에 임신하였어요!”“임신했어, 효연인가 진짜로 임신했어...”남숙자는 이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지금 그녀는 이 소식에 기쁘기도 했지만 애초에 안효연이 임신을 못 한다고 했던 말들이 후회되었다. 그 때문에 이혼하라고 강요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미련한 짓을 저질렀었다. 죄책감에 당장이라도 자기 뺨을 갈기고 싶었다!“미안해...”남숙자는 다시 사과하면서 나엽을 바라보았다.“이젠 가봐. 엄마는 괜찮으니까. 얼른 M 국에 있는 며느리에게 가봐! 그리고 효연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 난... 효연이를 볼 면목이 없다!”나엽은 운성에 며칠간 머물다가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남숙자가 퇴원하고 나서야 M 국으로 돌아갔다. 한편 임설영은 사기죄로 경찰서에 붙잡혔다.처음에 임설영은 자신의 사기행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찰서에서 자기가 나엽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통곡했고 모든 명품과 20억은 남숙자가 원해서 준거라고 했다.하지만 임설영이 나엽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는 진실이 밝혀졌다!그러면서 임설영이 남숙자를 통해 금품과 사치품을 갈취하고 20억 원의 금액을 사기 쳤다고 밝혀졌으며 모두 돌려주지 않으면 10년 형을 구형받을 상황이 되었다.임설영은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돌려주었다.이렇게 한바탕 소란이 막을 내렸다.임설영도 결국에는 운을 다했는지 그렇게 바라던 나엽과는 결혼을 하지 못한 채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녀가 바래왓던 화려한 삶은 저만치 멀어져 갔다.이틀 후, 임설영은 유산의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자궁을 적출하면서 영원히 엄마가 될 자격을 박탈당했다!임설영은 이 모든 책임을 윤지안에게 덮어씌우면서 증오로 가득 찼다.“이 모든 일이 그 계집년 때문에 틀어졌어!”만약 병원 앞에서 윤지안과 부딪히지만 않았어도 그가 어렵게 얻은 나엽의 정자를 깨버리지 않았다면 무조건 나엽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 결과를 원한 게
우양주는 강주환이 백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돌아가려는 것을 알고는 소리 질렀다.“그냥 백씨 가문의 연회일 뿐이잖아! 이렇게 부랴부랴 서두르니까, 누가 보면 집에 여자라도 숨겨 둔 줄 알겠어!” 언제나 그렇듯 강주환은 우양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자 우양주도 바로 꼬리를 내리고 항복했다.“그래, 내가 말실수했어. 여자를 숨겨도 내가 숨기지 귀하신 어르신이 숨길 여자가 있을 리가 있나!”강주환이 차갑게 받아쳤다.“이번 생의 여자는 윤성아 하나면 충분해!”“그리고 네가 여자를 숨겨둘 능력이 될까!”“...”말을 마친 강주환은 사무실에서 나갔다. 강주환이 차에 앉자 우양주가 따라와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다.강주환이 그를 빤히 쳐다보자 우양주는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강주환에게 잘 보이려 들었다. “연애를 안 해본 지가 너무 오래 됐어! 간만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결국에는 이름도 모르고 헤어졌다고. 백씨 가문의 연회에는 참석하는 미녀들도 많겠지? 친구야, 나 좀 같이 데려가 줘.”우양주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강주환과 함께 백씨 가문의 연회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곧바로 영주를 떠나 백씨 가문으로 향했다.강주환은 연회에 도착하자마자 한 눈에 얘기를 나누고 있는 윤성아와 양준회를 발견했다. 그 순간 강주환 주변의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그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쯧!”우양주는 느긋하게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구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구석에 앉아 있는 강하영을 발견했다.저 여자다!자신에게서 6억 원을 가지고 하룻밤을 보내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여자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우양주는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때 강하영은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이 입고 있던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들에 영감이 폭발하여 미친 듯이 스캐치하고 있었다.갑자기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우양주의 잘생긴 얼굴이 강하영의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화
우양주도 강하영을 바라보며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듯한 눈빛을 발사하고 있었다."예쁜 아가씨, 얼른 당신의 이름과 당신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세요. 이제는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싶어요."강하영은 알려줄 리가 없었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날 밤은 이미 지났어요. 당신이 저한테 300만 원을 준 대신, 저는 당신과 잠자리를 가졌어요. 우리 이젠 서로 빚진 것 없어요."우양주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말대로 그들은 확실히 서로 빚지지 않았다.하지만 어떻게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이 아름다운 여인의 맛을 알아버린 순간 그는 이미 중독되어버리고 말았다.그래서..."제가 이미 당신의 몸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윤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 신분으로서 이런 자리에서 다른 남자랑 만날필요없어요."강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이 망할 놈의 바람둥이가 설마 내가 동창 윤성아 때문에 백씨 가문 연회에 와서 호구를 꼬신다고 생각하는 건가?'"이것 놓으세요!"강하영은 냉랭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녀는 우양주 같은 사람에 대해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멀어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발버둥 치고 있었다.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런지 강하영의 부드러운 몸은 우양주의 가슴을 스쳤다.순간, 우양주의 피가 끓어 올랐다.그의 봉안에는 이 여자를 갖겠다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눈빛이 불타고 있었다. 그는 강하영을 음흉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놓으라면서 또 이렇게 달라붙네요?”강하영은 말문이 막혔다."…"'누가 달라붙었다고?'그리고…"이 변태야!”강하영은 욕을 퍼부었다.그녀는 반대쪽 손으로 우양주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손목이 잡혀 실패하고 말았다.응큼한 눈빛으로 가득 찬 우양주의 눈동자는 강하영을 뚫어지라 쳐다보았고 목소리는 말도 안 되게 느끼했다."제가 변태라고요? 강하영 씨가 함부로 들이대지 않았더라면 제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였겠습니까? 그리고 그날 밤, 하영 씨가 매우 좋아하지 않았습니까?"강하영의 얼굴은 빨
이토록 서로 얽히고설킨 것도 모자라 자꾸 그날 밤의 일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이는 분명 그녀에게 빌붙어 어떻게든 그녀를 자신의 잠자리 상대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지이다.허, 정말 얼마나 얕봤으면 그녀가 그렇게 쉽게 넘어가고 괴롭힘당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그때 강하영의 눈빛이 순간 반짝 빛났다.강하영은 입꼬리를 치켜들더니 반짝반짝 빛나는 영롱한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매혹해 버릴 듯 우양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저더러 당신의 잠자리 상대가 되어달라는 말씀이시죠?”강하영은 우양주 더러 더욱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가락을 까딱하였다.그러자 우양주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위치는 한창 파티가 진행되고 있는 연회장 높은 창가의 열린 커튼 뒤 모서리였다.커튼이 가리고 있었기에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모퉁이 벽 쪽에 있기에 창가밖에 서 있는 사람들도 그들을 발견할 수가 없다.우양주 역시 여인을 자신의 몸과 벽 사이에 가둬놓은 채 한 손으로 강하영의 손목을 높게 치켜들고는 자신의 다른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있었다.마침 우양주가 강하영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뭐라 말하려 입을 열던 그 순간, 강하영은 몸 옆에 내리 드리워진 채 미리 꽉 쥐고 있던 주먹을 그대로 우양주의 콧등을 향해 휘둘렀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우양주는 미처 그녀의 주먹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게다가 강하영의 주먹은 매우 날렵하고 독했다.“너...”코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고 이내 의문의 액체가 콧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걸 보니 이 여자의 주먹을 맞고 코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우양주는 뒷걸음질하여 몸을 빼내고는 손을 들어 흘러나온 코피를 닦았다.바로 그때.기회를 노린 강하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굽히고 다리를 들어 올려 남자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향해 돌진했다.우양주 역시 그녀의 움직임을 보았기에 재빨리 후퇴했다.강하영은 비록 목표물을 가격하지는 못했지만, 이
백나연의 둘째 오빠인 백시현이 담소를 나누며 물었다.백시현과 양준회는 친구 사이인 데다가 성격도 원래 경솔한지라 말을 할 때 항상 주의하지 않는 편이었다.백나연의 큰 오빠 백주현은 백시현과 쌍둥이이고 현재는 모 구역의 사령관이다.전에 양준회가 용병으로 근무할 때 바로 백주현의 부하로 근무했었다.백주현은 명령을 내리는 데에 익숙해졌는지 그의 모습은 상당히 정직하고 올곧았다.이윽고 백주현이 양준회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찌 되었든 남서훈은 나연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별다른 상황이 없다면 오늘 밤 그와 나연이의 혼사가 정해질 거야. 그러니까 너도 앞으로 남서훈을 만나게 되면 예의를 차려.”양준회는 그 누구의 말에도 수긍하지 하지 않았고 오히려 두 형제를 바라보며 비난했다.“남서훈처럼 감정을 중요히 여기지도 않고 맨날 사람 마음 갖고 노는 사람한테 꼭 마음 놓고 너희들 여동생 시집 보내. 알았지?”계속하여 양준회는 자신이 굳게 믿고 있는 것을 입 밖에 꺼냈다.“남서훈은 결코 여생을 맡길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니야!”“그럼 어찌할 건데?”남서훈의 방탕한 도련님 이미지가 너무 강한지라 사실 백시현과 백주현을 포함한 백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남서훈은 사위가 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동생이 좋다는데 그들에게 무슨 수가 있겠는가.백씨 가문의 어르신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어찌 됐든 백나연이 남서훈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게다가 백나연은 예전에...백씨 가문의 세 형제와 양준회가 나란히 서서 백나연과 남서훈의 이야기를 나눴다.그리고 강주환은 윤성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떴다.둘의 신분에 의해 때때로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조금 여유가 생기자 윤성아는 강하영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게 되었다.하여 윤성아는 사방을 돌아다니며 강하영을 찾기 시작했다.그렇게 그녀가 백씨 가문 별장의 정원에 들어서자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성아가 목소리를 따라 다가가자...“서훈아, 이번 일은 내 말 들어! 6년
강주환과 우양주를 떠나 두 사람은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윤성아가 먼저 물었다.“양주 씨 설마 지금 너한테 치근거리고 있는 건 아니지?”강하영:“아니야.”강하영은 그들의 관계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았다.윤성아도 더 깊이 묻지 않았다.하지만!“하영아, 우양주 씨 외모도 훌륭하시고 성격도 좋은 분이셔. 게다가 여성을 대할 때 무척 매너 있으시고. 하지만 동시에 모든 여성에게 잘해주시는 바람둥이 같은 분이셔. 그리고 엄청 방탕하게 살아왔던 분이라 그가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친구 수는 두 손으로도 셀 수 없어. 우양주 씨는 무척 의리 있고 친구가 곤란할 때도 선뜻 나서주시는 분이셔서 주환 씨와도 사이가 좋으신데 남자로는 좋은 선택이 아니야.”강하영이 싱긋 웃으며 화사한 살굿빛 눈망울로 윤성아를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 너도 잘 알다시피 학교 다닐 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 바로 여기저기 감정을 흩뿌리고 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꼬셔놓고 책임지지 않는 방탕한 사람이잖아. 우양주 같은 사람은 내가 눈이 머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넘어갈 리 없어.”윤성아도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담담하게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그래.”이윽고 그녀는 강하영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전에 백씨 가문 아가씨를 만났을 때 이미 네 얘기를 아가씨께 해드려서 원래 오늘 밤 널 데리고 아가씨 만나 뵙고 싶었는데...”정원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린 윤성아는 오늘 밤은 백나연과 강하영을 만나게 해줄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아가씨께서 오늘 저녁 엄청 바쁘시대.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널 데리고 아가씨를 뵈러 갈게.”강하영은 백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하여 연회에 참석한 남자와 여자들이 입고 온 거장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그리고 백나연의 보좌관이자 요셉의 제자가 되는 건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하여 강하영은 환히 웃으며 윤성아를 다독였다.“괜찮아. 성아야, 넌 이미 나의 백락이야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