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자리를 뜬 강주환은 술집으로 향했고 술을 많이 마셨다. 운전기사는 잔뜩 술에 취한 그를 운성시에 있는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 잠이 오지 않자 그는 윤성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윤성아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 있어요? 지금 어디예요?”“보고 싶어.”강주환은 어린애처럼 그녀에게 어리광을 부렸다.“오늘 안씨 가문으로 당신 찾으러 갔었는데 입구에서 경호원들이 날 막아섰어. 성아야, 나 많이 취한 것 같아. 너무 괴로운데 나 좀 보러 올래?”“알았어요.”그녀는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강주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베란다의 창문이 열려있었고 산들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그가 베란다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 듬직한 남자의 뒷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둠 속에 쌓여있는 남자의 뒷모습은 마치 길을 잃어버린 아이의 모습 같았다.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발걸음 소리에 강주환은 고개를 돌렸고 그녀를 보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리 와.”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윤성아면 있다면 모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물음에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성아야, 만약 내가 모든 걸 잃게 된다면 네가 나 먹여 살릴래?”윤성아는 흠칫했다.그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다. 호진 그룹의 대표인 그는 늘 당당했고 거침이 없었다. 그의 이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남자의 능력으로 어떻게 빈털터리인 신세가 될 수 있는 건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강주환의 기분이 안 좋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가진 게 없는 당신을 내가 왜 먹여 살려요?”진지하게 대답하는 그녀를 쳐다보며 강주환의 마음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내, 그녀가 손을 뻗어 그
강주환은 싸늘한 눈빛을 한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호진 그룹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삼촌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20년 전의 호진 그룹과 지금의 호진 그룹이 어떤 모습인지는 삼촌이 모를 리가 없죠. 내가 오늘 날의 호진 그룹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겁니다.”강주환의 오만함은 그의 뛰어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허락하지 않은 한 그 누구도 내 손에서 호진 그룹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강씨 집안의 핏줄이 아니면 뭐 어때서요? 난 태어나서부터 이 집안에서 자랐고 할아버지께서 날 후계자로 키우셨으니 강씨 집안의 명예와 흥망은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겁니다.”“삼촌의 능력이 어떤지는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난 호진 그룹을 삼촌에게 넘기지 않을 겁니다. 삼촌이 이 회사를 말아먹는 일은 눈 뜨고 볼 수 없죠.”사실 강주환은 강태오를 이 영주시에서 쫓아내고 예전처럼 발도 못 붙이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강태오는 그의 신분에 대해 알고 있었고 또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에 대해 당부하셨기 때문에 참고 있는 것뿐이었다. “삼촌, 노후 자금이 필요한 거라면 내가 줄게요. 그리고 삼촌도 이제 나이가 드셨으니 영주시에 돌아와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호진 그룹과 회사 지분은 꿈도 꾸지 마세요.”강주환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그의 말에 강태오는 사나운 눈빛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강주환,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강씨 집안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어.”“뜻대로 하세요.”강태오가 떠난 뒤, 강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고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의 고층빌딩을 쳐다보았다. 10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그에게 했던 말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위독한 상황이었던 할아버지께서 그를 옆으로 불렀었다. 강진성의 어렴풋한 눈동자에서는 더는 빛을 찾아볼 수가 없었지만 여전히 자애로운 모습이었다.“주환아, 네가 너희 아버지 일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는
전에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던 것을 돌이켜보면 그는 감탄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만약 네가 진짜 우리 강씨 집안 애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당시에 강주환은 자신이 잘 못 들은 줄 알았다.이제껏 되돌아보면 어쩌면 할아버지는 모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강주환은 또 할아버지가 특별히 자신에게 알려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주환아 명심하렴! 무슨 일이 있어도 너 우리 강씨 집안의 아이야!”이 모든 것을 떠올리며 강주환은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래.할아버지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어찌 30년 전 애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저 할아버지는 알면서도 폭로하지 않았을 뿐이지.강주환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변함없이 밝고 꿋꿋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영원히 자신은 강씨 집안 사람이다. 절대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하지 않고 또한 강씨 집안을 잘 돌보면서 호진 그룹을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하였다!둘째 삼촌은...그도 강씨 집안사람이고 할아버지의 아들이니까! 그리고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봐서 강주환이 그를 방임하고 봐주는 것이다.하지만 만약 둘째 삼촌이 판을 뒤집어놓으려 하면 안 될 짓까지 벌인다면 그는 당연히 둘째 삼촌과 옛날 그의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낱낱이 밝혀내고 말 것이다.둘째 삼촌이 편히 삶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감옥에서 썩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강주환은 핸드폰을 꺼내고 전화를 걸었다. “오윤미와 송아름, 둘의 행방을 찾아봐. 둘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어!”“네.”핸드폰을 끊은 강주환은 또 창 옆에 잠시 서 있었다.그리고...똑똑똑.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사모님과 송아름 씨가 왔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고은희와 송아름이 들어왔다.“넌 나가 있어.”고은희가 비서더러 나가라 했다.그리고 그녀는 직접 사무실 문을 잠그고 긴장해서 하며 물었다. “주환아 둘째 삼촌이 찾으러 왔다면서?”“뭐라 했니?”“그래서 요점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강주환은
그는 마저 더 말할 기회가 없었다.이때 마침 한 쪽에 있던 송아름이 말했다. “주환 씨, 어머님이랑 이제는 고집부리지 말아요.”“어머님은 당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잖아요.”“비록 주환 씨가 어머님의 친아들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주환 씨를 키우건 어머니예요! 그러니까 당신이랑 어머니 사이는 가까워야 한다고요!”“하지만 난...”송아름이 말을 멈추었다.그리고서는 치욕을 참고 무겁게 말을 이어 나갔다. “난 30년 전에 바꿔치기 돼서 강씨 집안 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주환 씨 당신만 계속 호진 그룹의 대표 자리에 있어만 준다면 당신이 여태껏 가진 모든 것들은 위협을 받지 못할 거에요!” 송아름은 그윽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저 당신이 잘 살길 바라요!” “어떤 상황이든지 난 오직 당신이 저 높은 곳에 있었으면 바라고 당신이 추락하길 원하지 않아요.” 고은희가 말했다. “너 애도 참...”그녀는 마음 아파하며 송아름을 바라보았다. “너 어머니한테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니? 어머니 곁에 있고 싶지 않아?”“그러고 싶죠!”송아름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그녀는 눈이 불그스름해서 어쩔 수 없이 답했다. “저도 사실 어머님 곁에 돌아가고 싶고 주환 씨 집에 들어가서 살고 싶어요.”“그렇지만 저희 부모님...”송아름은 어릴 적 힘들게 살았다는 사실을 꺼내지 않았고 또 오윤미가 우울증을 앓았던 것도 송지훈이 살갑게 자신을 대하지 않은 것도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눈동자를 추켜올리고 애틋하게 말했다. “주환 씨, 당신이 날 좋아하든 말든 그리고 나랑 결혼하든 말든 난 다 상관없어요.”“당신은 영원히 강씨 집안 사람이니까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머님은 오로지 당신의 어머니지 내 어머니는 아닌 거로 할 거예요!”고은희가 어찌 찬성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며 강주환에게 말했다. “주환아 보았니? 아름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어려서부터 내가 직접 키웠어. 하지만 이 모든 걸 누릴 사람은 원래 아름이었다고.
윤성아가 감동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다.강주환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성아야, 나 호진 그룹과 강씨 집안의 모든 걸 송아름에 돌려줘야 할 것 같아. 그 말은 즉 난 곧 빈털터리가 될 거란 말이야!”강주환은 아이처럼 도움의 손길이 절절해 보였고 애교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성아야, 자기가 날 먹여 살려주면 안 돼? ”“그래요!”윤성아가 확신에 차 말했다.그녀는 애틋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에 말했었잖아요. 강 대표님의 얼굴만 있으면 난 충분히 만족한다고요. 당신이 가난뱅이가 된다 해도 내가 먹여 살릴게요!”윤성아가 장담하며 말했다.그녀는 지극히 강주환을 바라다보며 불현듯 토론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에 제가 대표님 애인이었을 때 매달마다 대표님한테서 용돈을 적지 않게 받았잖아요. 저도 대표님한테 쓰는 돈을 아깝지 않아요. 강 대표님을 먹여 살리려면 매달마다 6억이면 어때요? 모자라면 10억도 되고요.”강주환은 어리둥절해 났다.이 여자가 진짜 그를 먹여 살리겠다고 한다니. 그가 그녀의 뒤에서 빛도 못 보는 애인으로 몰래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예전에는 그의 애인이었던 그녀가 이젠 바꿔서 그가 그녀의 애인이 되다니!강주환은 윤성아의 턱을 잡고 가없이 여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복수하겠다는 거야? 예전에 내가 널 애인으로 삼았을 때 네가 겪었던 서러움을 나보고도 느껴봐라 거야?”윤성아가 말했다. “왜요? 안 돼요?”강주환, “...”그가 안 된다고 어찌 말하겠는가?전에 그가 이 여자한테 서러움을 그렇게도 많이 주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도 그러한 느낌을 느끼며 만회할 수 있으니 그는 당연히 된다고 하였다.그리고 그녀가 그의 애인이었을 때를 돌이켜 보면 그녀는 매일 그의 말에 잘 순종했고 또 밤마다 저택에서 그를 기다려주었었다.강주환은 이 여자가 자신을 먹여 살릴 나날들을 상상해 보니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그의 온몸에 DNA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눈동자는 야수처럼 변하면서 위험하게 윤성아를 바
그래서 그녀는 얼굴에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제가 성아 씨를 불러낸 이유를 짐작은 하고 있죠?”윤성아가 차분하게 대답했다.“네, 어느 정도는요.”“그래요,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주환 씨 옆에서 떠나줘요.”윤성아는 대답 없이 송아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송아름은 본모습을 드러낸 채 차가운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윤성아의 예상대로였다.“주환 씨가 그쪽한텐 얘기하지 않았죠? 사실 그 사람 강 씨 집안 친아들이 아니에요. 그 집안 친자식은 나라고요!”송아름은 30년 전 자식이 바뀌었던 일을 간단히 얘기했다.윤성아는 놀란 기색이 없었다.송아름은 윤성아를 추궁했다.“아름 씨, 이 사실 알고 있었어요?”“주환 씨가 알려줬어요.”송아름은 강주환이 이런 일까지 윤성아에게 말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질투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그럼 둘째 아주버님께서 돌아와 이 일을 폭로하려 하는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아주버님께서 주환 씨의 주식을 탐낸다는 것도요.”송아름은 강주환이 처한 위기에 대해서 얘기하고는 대단한 것이라도 알려주는 듯 윤성아에게 말했다.“지금 상황이 그래요. 주환 씨는 저와 결혼해야만 가진 것들을 지킬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모든 걸 잃고 길바닥에 나앉게 될 거예요!”송아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비웃음 조로 말을 이었다.“성아 씨, 똑똑하시다면서요. 주환 씨가 모든 잃게 놔두지 않으실 거라 믿어요. 더군다나 아무것도 없는 남자와 함께하지도 않으실 거고요. 그렇죠?”윤성아는 옅게 웃었다.“아름 씨 생각대로 되진 않을 것 같아요, 죄송하게 됐네요.”송아름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빛이 깊고 차가운 어둠으로 물들었다.“성아 씨, 왜 이렇게 이기적이에요? 주환 씨는 어릴 적부터 모든 걸 가진 채 자랐어요. 귀한 대접을 받고, 모든 게 뜻대로 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고요. 그런 사람이 빈털터리가 돼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면... 못 견뎌할 게 뻔해요. 그건 주환 씨를 망치는 일이에요!”윤성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
그때 강태오는 굉장히 화가 났다. 그의 친구는 그보다 더 화가 나있었다. 강태오의 친구는 얼굴도 그보다 잘생기지 못했을뿐더러 사회적 지위도 낮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한량이었다. 그러나 송아름과 잘해보려는 남자들은 줄을 섰었다. 송아름은 돈이 필요했기에 강태오와 그의 친구 모두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씨발! 그래봤자 몸이나 파는 주제에. 난 오늘 꼭 너랑 자고 말 거야!”그날 밤, 강태오의 친구는 송아름을 룸에 가둬놓고 온갖 희롱을 가했다.그 대가는 다음 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조사 결과 자살로 판명 났다는 것이다!그날 이후 송아름은 화류계에서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강태오는 강 씨 집안에서 송아름을 다시 만날 줄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고은희가 바꿔 친 강 씨 집안 친딸이라니! 이거 생각보다 흥미진진한걸!’“아름 씨, 난 내 친구의 죽음이 뭔가 수상쩍다고 생각했어. 그렇게나 목숨 중요한 줄 아는 사람이 어떻게 자살을 하지? 게다가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말이야, 정말 참혹한 모습이더구먼. 그런데 오늘 그 이유를 알 것 같아!”30년 전 고은희가 아이를 바꿔치기했고 그 아이가 송아름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강태오는 사람을 시켜 송아름을 뒷조사했다. 그래서 그녀가 장미 아가씨란 사실은 물론이고 과거 최면을 배운 적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그리고...“아름 씨, M국에 있을 때 말이야, 최면 기술이 썩 좋진 않았지? 금방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었나? 정말 재능이 있긴 하네, 최면을 배우자마자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시험해 보려 했으니. 그런데 들켰었지, 아마?”강태오는 당시 M국의 부자가 송아름에게 푹 빠져 소꿉친구였던 아내와 이혼할 뻔했던 일을 전해 들었다. 나중엔 이 사실을 들켰는지 송아름이 원하던 대로 그녀와 결혼하기는커녕 사람을 붙여 그녀를 감시하게 하고 그녀가 접대부 일만 할 수 있게 통제했다.그랬기에 송아름이 사람을 죽인 것이다!송아름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잊고 살았던 일이 이제 와 까발려
송아름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호진 그룹, 나아가 강 씨 일가의 모든 것을 빼앗은 뒤로 미뤄도 되는 문제였다.생각을 마친 강태오는 콧방귀를 뀌며 송아름을 힘껏 밀쳤다.하이힐은 신은 송아름은 중심을 잃고 곧 차도에 넘어질 듯이 크게 휘청댔다. 이때, 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아!”송아름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차에 치인 자신의 미래가 보이기라도 하는 듯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차가 날 짓밟고 지나가겠지. 지금쯤이면...남궁성우는 마침 근처에서 강주혜와 데이트를 하고 있던 중 강태오와 송아름의 말다툼을 목격하고는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이 장면을 본 후 송아름의 손목을 휘어잡은 뒤 그녀를 힘껏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괜찮아요?”“네, 괜찮아요.”송아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구한 사람이 남궁성우라는 것을 보자 급히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성우 씨, 방금은 고마웠어요. 성우 씨가 절 구해주지 않았다면...”그녀는 끝장이었다!강태오는 남궁성우를 보고는 곧바로 차에 몸을 싣고 떠났다.남궁성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저 사람이 시비 건 거예요?”그는 송아름이 오윤미와 송경훈의 딸이라 추측했기에 송경훈을 봐서라도 송아름을 챙겨줘야 했다.남궁성우는 조심스레 물었다.“도와드릴까요?”송아름은 고개를 저었다.“아뇨, 괜찮아요.”강태오는 송아름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있었다! 어떻게든 강태오와 제삼자의 접촉을 줄여야만 들통날 확률이 줄어들 것이었다.“네, 그럼.”남궁성우가 별것 없다는 듯 대답했다.햇빛 아래 반짝이는 은색 안경테 뒤로 다정한 두 눈이 송아름에게 향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요.”송아름은 멍해졌다. ‘이상하다, 왜 날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지? 전엔 모르는 사람처럼 쌀쌀맞게 굴었는데.’그런데 지금은... 그녀를 친동생처럼 아끼고 있었다. ‘바로 이거야!’남궁성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