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환은 자신이 어머니한테 상처를 주기 싫어서 매사에 어머니를 생각하고 타협한 것이 4년 전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강주환은 못을 박아 확실히 말했다.“어머니, 송아름 혹은 또 다른 누군가가 온대도 저는 그 사람이 아니면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한 번도 고은희의 앞에서 윤성아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강주환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나 단호한 태도로 고은희 앞에서 말했다. “어머니가 좋든 싫든 받아들이시지 않으셔도 제가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윤성아 하나뿐이에요. 윤성아는 제가 유일하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예요. 그 여자를 빼고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윤성아를 빼고는 다른 누구도 싫었다. 강주환은 윤성아여야만 했다. 이번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고 평생을 함께하고픈 나의 아내. 강주환은 자신의 어머니더러 이 일은 그만 관여하시라고 했지만 고은희한테 그게 가능하지는 않았다. 고은희는 화병이나 죽을 것만 같았다.“안돼! 그런 여자는 절대 우리 집에 들일 수 없어! 강주환, 잘 들어,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너하고 윤비서가 이어지는 일은 절대 없게 만들 거야!”항상 체면을 중시하던 고은희도 자기 아들 일에서는 평소의 우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여자가 어떤 신분인지는 알아? 내연녀 같은 여자야, 돈을 위해서 자신을 팔 수도 있는 여자. 그런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그런 여자는 그냥 놀다가 버려야 해. 그 여자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 안 돼. 나는 그런 여자가 너랑 하성이를 망치는 꼴은 못 봐. 주환아, 그거 알아? 그 여자가 하는 모든 것이 다 돈을 위한 거야. 너랑도 애인 사이로 지냈지. 내가 듣기로 인기배우하고 베린 그룹 대표하고도 뭐가 있었대. 이미 더러워 질대로 더러워진 여자야. 그리고 4년 동안 돈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남자하고 잤을지 누가 알아. 인제 와서 너하고 하성이를 흔들어 놓는 것도 다 돈을 위해서야. 그런 여자는 꽃뱀...”강주환은 더는
송아름은 하성이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집사가 가져온 복숭아 나뭇가지를 하성이의 머리맡에 옮겨놓았다. 전에 농촌에 있을 때 배웠던 귀신 쫓는 방법이었다. 송아름은 아까 저녁을 먹고 난 후 집사더러 복숭아 나뭇가지를 꺾어달라 부탁했다. 송아름의 세심함이 통했는지 이날 밤에 하성이는 다시 놀라 깨어나서 보채거나 열이 나는 일이 없었다. 그 시각, 강주환은 그동안의 일들로 인해서 호진 그룹에 밀린 일이 너무나 많아 그것들을 처리하기 바빴다. 윤성아는 안 씨 집안에서 가족들이 잘 돌봐줄 거라 믿고 있었기에 급하게 운성으로 달려가서 만나지 않고 영주에 남아 회사 일을 처리했다. 그날은 점심때 송아름이 도시락을 싸 들고 회사로 찾아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대표 이사 사무실의 방문이 열리자 7㎝는 되어 보이는 하이힐을 신고 한껏 꾸민 송아름이 걸어들어왔다. 송아름은 사무실 책상 앞에 자신을 쳐다볼 새도 없이 바쁜 남자를 한눈에 찾아냈다. 햇살 좋은 점심, 반짝이는 햇빛이 통유리를 통해 완벽한 슈트핏을 가진 남자를 비추었다. 조각처럼 음영이 풍부한 남자의 무결점 얼굴은 정말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 같았다. 이렇게 자기 일에 열중하는 남자의 모습은 더욱 사람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주환씨.”송아름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본 강주환의 눈썹이 빠르게 좁혀졌다. “아름씨가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강주환의 태도를 송아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주환씨가 바쁘면 밥을 잘 챙겨 드시지 않는다고 은희 이모가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이것 좀 가져다 달라 부탁하셨어요. 전부 집에서 주방장님이 특별히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제가 만든 것도 있는데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요.”“됐어요.”강주환은 냉담한 눈빛과 가라앉은 목소리로 거절의 의사를 표하며 말했다. “저의 어머니가 몇 년간 윤미 이모를 많이 찾았기도 했고 제가 알기로는 두 분이 오랜 친구 사이세요. 그래서 저의 어머니가 혼자 너무 앞서 나가
송아름은 언뜻 강주혜랑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송아름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여동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름 씨는 제 말을 뭐로 들으셨어요? 저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과 결혼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저는 절대로 윤성아가 아닌 다른 여자를 좋아할 수 없어요. 거기다......”강주환은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송아름을 쳐다보았다.“아름 씨하고 제 동생 강주혜가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아름 씨를 보면 주혜 생각이 나요. 그러니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아름 씨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한테 아름 씨는 그냥 동생이에요, 아시겠어요?”송아름의 얼굴이 순간 굳었지만 이내 다시 밝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저하고 강주혜 씨가 닮았다고 해도 저는 당신의 여동생이 아니에요. 주환씨 이러는 거 솔직히 저한테 너무 불공평하세요. 하지만 지금 저를 동생같이 느낀다 해도 저는 괜찮아요.”송아름은 눈을 깜빡이며 짐짓 귀여운 동생인 듯 애교를 부렸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게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여자였다.“그래서 이제는 밥 좀 드시겠어요? 제가 밥을 여기까지 가져왔는데 안 드시면 저 좀 있다 돌아가서 은희 이모한테 뭐라고 말해요.”강주환은 아까처럼 냉정하게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냥하지도 않았다. 냉랭한 얼굴은 여전히 내 마음에 네 자리는 없다고 말해주었다.“거기다 둬요. 바쁜 거 끝나면 먹을게요.”“안돼요.”송아름의 투명한 눈동자가 강주환을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같은 일 중독자들은 일을 시작하면 항상 시간이 없잖아요. 은희 이모가 저한테 준 임무라서 저는 꼭 눈앞에서 당신이 밥을 먹는 모습을 봐야겠어요.”이렇게 말하면서 송아름은 자신의 손에 있던 도시락을 소파 테이블에 올려놓고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송아름은 강주환의 앞까지 걸어와서 강주환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빼서 내려놓으며 말했다.“일은 끝이 없어요. 밥을 다 먹으면 저는 바로 나가서 절대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않을 테니까 일단
고은희는 강주환한테 송아름과 결혼하는 데서 생기는 여러 가지 좋은 점 등을 수다스럽게 떠들었다. "어머니, 그만 얘기해요."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눈빛을 한 강두환이 싸늘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뭐라고 말하시든 저는 송아름이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자리를 뜬 강주환은 곧장 서재로 올라갔다. 떠나는 강주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은희도 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은희는 반드시 송아름을 며느리로 삼아 집에 돌아오도록 하게 하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 때 고은희 또 송아름을 칭찬하면서 강주환을 부추겼다. 저녁밥을 먹은 후 휴식할 때 강주환과 송아름을 함께 묵게 하려고 하는 고은희의 말에 강주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강주환이 거절의 말을 꺼내기 전에 송아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모, 지금 주환 씨는 저를 싫어해요. 저도 자신을 얕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와 주환 씨에 관한 일은 이모도 더 이상 부추기지 말아 주세요, 알겠죠?” 송아름은 고은희에게 애교를 부렸다. 송아름은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은희에게 말했다. "지금 주환 씨가 저를 밀어내지 않고 저와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걸요. 다른 일은 천천히 해요. 주환 씨가 끝까지 저를 좋아하지 않고, 주환 씨가 생각하는 여자와 함께 하겠다고 고집해도, 저는 축하해 줄 거예요. 저도 나름 괜찮은 여자니까요! 저를 원하지 않는 건 주환 씨의 손해잖아요.” "그런데...”"괜찮아요.” 송아름은 얌전하게 웃고는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 "은희 이모, 저를 예뻐해 주세요. 저와 주환 씨의 일은 먼저 신경 쓰지 말고요.” "제발요... 그냥 될 대로 되게 내버려 둬요.” "저도 일단 주환 씨와 지내보고 싶어요. 며칠 동안 함께 지내고 나면 제가 주환 씨를 좋아하지 않게 될 수도 있잖아요?” 송아름의 말에 고은희는 알겠다고 했다. 고은희는 다정하게 웃고는 송아름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 송아름의 말이 어색
원이림은 조용히 말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끝나면 바로 와서 돌봐줄게. 착하지?" 그리고는 또 강주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일부 상관없는 옛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쫓아내면 돼." "…"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주환은 사실 원이림과 한판 뜨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곳은 병원 병실이고, 게다가 지금 쫓겨난 사람은 원이림이지 자신이 아니었기에 강주환은 꾹 참았다. 그렇게 원이림이 나가고 병실에는 강주환과 윤성아, 둘 뿐이었다. 강주환의 얼굴은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 듯 신속히 어두워졌다. 그는 몹시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원이림이랑 연락한 거야?" "저는 계속 원이림과 연락하고 있었어요."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뜻이지?" 만족할 만한 대답을 원하는듯, 윤성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강주환. 그 시선에 그녀 역시 당당하게 맞서며 말했다."4년 전에 저랑 나엽 씨가 배에서 불에 타 죽을 뻔했어요. 아주 심하게 다쳤는데 이림 씨가 우리를 도와줬어요." "저는 F 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그 후에는 계속 F 국에서 지냈어요. 지난 4년 동안 이림 씨는 저를 잘 보살펴 주셨어요." 윤성아가 4년 전 큰 화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은 강주환은 마음 한구석이 습관적으로 아파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도 윤성아를 찾아내지 못해서 이미 죽은 줄 알았던 4년 동안, 강주환은 잦은 협심증때문에 심장이 말라 죽을 정도로 아팠다. 윤성아가 나타남으로써 강주환의 죽었던 심장이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시체처럼 살지 않았고 세상만사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원이림이랑 사귀는 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윤성아와 원이림이 사귄다는 가능성만 생각해도, 강주환은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마치 질투라는 바다에 던져진 것처럼 온몸에 질투가 치밀어 올랐다. '성아는 내 여자야. 성아가 다른 남자와 사귀는걸 절대
강주환은 말했다. "내가 있는 한 원이림은 기껏해야 명분밖에 가질 수 없어. 너와 잠자리를 가지는 남자는 나일 수밖에 없어!” "윤성아, 넌 결국 나에게로 올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원이림이 너한테서 버림받고 혼자 남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게 해 줄게!” "내가 옛사람이라며?" "옛사람인 내가 평생 원이림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원이림에게 내가 너와 잠자리를 가지는 걸 죽을 때까지 보게 할 거야!” 윤성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말했다. "꺼져!” 그리고 그다음 날 강주환이 아침 일찍 병원에 왔을 때, 역시나 또 원이림을 만났다. 다만 이번에는 원이림이 강하성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를 데려왔다. 아이는 아주 예쁘게 생겼고 속눈썹은 너무 길어서 깜박거렸다. 크고 검은 포도 같은 눈동자 속에는 수많은 별들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자그마한 코에 쭉 내민 분홍빛의 입은 부드러워 보였다. 아이는 정말 귀여웠다. 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녹아버리게 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되고 품에 안고 싶어지게 했다. 아이는 공주 치마를 입고 검고 긴 머리에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목소리도 맑고 듣기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어린 여자아이가 뜻밖에도 원이림을 '아빠'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으며 병상에 누워 있는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 "엄마, 아빠 좀 봐, 바보 같아!"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강주환은 병실의 훈훈한 장면을 보았다.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끔찍하게 싸늘해졌다. "왜 춥지?” 어린 아이가 말했다. 아이는 들어오는 강주환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지?' 큰 눈을 깜박이면서 아이는 애교 많은 목소리로 강주환을 불렀다. "아저씨.” 강주환이 대답하려고 할 때 원이림이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야, 모르는 사람한테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 어린 여자 아이의 이름은 윤지안이었다. 윤지안은 작은 눈썹을 찡그렸다. '낯선 사람이라고? 이 아저씨가 내 친아빠가 아니라는 건가?'
강주환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눈을 부릅뜨며 쳐다보았다.“왜 그렇게 아이를 입양하려고 해? 그것도 하필이면 빌어먹을 원이림과 같이!?”“흥!”강주원은 씩씩대며 윤성아를 향해 말했다. “내 아들의 엄마를 다른 애와 같이 나눠줄 수 없어! 다른 애를 입양했으니, 하성이를 내놔!”“하성이는 내 아이예요! 주환 씨, 이미 하성이를 나에게 줬다는 걸 잊지 마세요!”“그게 뭐 어때서?”강주환은 윤성아에게 똑똑히 일깨워 주었다.“네가 그렇게 하성이를 원한다면, 더 이상 원이림과 어떠한 이유로든지 엮이지 마! 그 빌어먹을 놈에게서 떨어지라고! 그리고 아까 그 여자애, 만약 당신이 원이림과 같이 입양한 거라면 둘 중 하나를 골라! 원이림이 입양할지, 윤성아, 네가 입양할지.”“어찌 되었든 간에 원이림의 아이가 당신을 엄마라고 부를 수 없다고!”“그럴 수 없어요!”윤성아는 강주환이 말도 안 되는 생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했다.“내가 얼마나 더 얘기해야 해요? 저는 절대로 원이림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요! 그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리고 주환 씨, 당신은 나를 간섭할 권리가 없어요!”강주환에게는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화가 극도로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윤성아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주환은 윤성아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당신은 내 여자야! 당신이 다른 사람 아이의 엄마가 되게 놔둘 수 없다고!”“좋아요!”강주환은 한발 양보하기로 했다.그윽한 눈동자로 윤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아이를 좋아하는 걸 알아. 그래서 굳이 그 여자애를 입양한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내가 받아들이면 되지! 그 여자애도 하성이처럼 아빠라고 불러서 아들 하나, 딸 하나면 단란한 온 가족 네 식구가 되잖아.” 사실 강주환은 그 여자애를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단지 여자애가 원이림을 아빠라고 부르는 게 몹시 불쾌했다.하지만 그토록 귀여운 여자애를 데려와 아빠라고 부르게 한다면... 그러면 강주환은 여자애를 입양하는 것도 괜찮아
고은희는 애처로워하며 강하성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을 닦아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하성이가 원하면 이제부터는 아름 이모가 하성이 엄마가 될 거야. 아름 이모가 하성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리고 하성이도 아름 이모를 엄청나게 좋아하잖아!”강하성이 아무리 송아름을 좋아한다 해도 그런 느낌과는 달랐다.그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고은희를 쳐다보며 똑 부러지게 말했다.“싫어요! 전 엄마가 있어요!”이 말에 고은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엇을 말하려던 그때, 송아름이 강하성의 우는 모습을 보고는 재빨리 달려왔다.“어떻게 된 거예요?”송아름의 시선은 한껏 안색이 어두워진 강주환에게로 향했다.“은희 이모, 무슨 일이에요?”이윽고 고은희를 보고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강하성을 품에 안았다.“자, 아름 이모에게 알려줄래? 왜 얼룩 고양이가 될 때까지 울었는지?”강하성은 눈물을 닦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송아름에게 말했다.“전 엄마가 있어요! 아름 이모가 제 엄마가 될 수는 없어요!”송아름은 한순간 움찔하더니 다시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아, 그럼 하성이 말대로 하자.”송아름은 손으로 강하성의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부드럽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하성이가 원하면 엄마 말고 계속 이모 할게. 그럴까? 하성이 착하지? 이제 울음 뚝 그치자, 응?”“이모든 할머니든 하성이가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이모가 약속할게!”그러자 송아름은 금방 강하성의 울음을 멈추게 했고 강하성이 왜 울게 되었는지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송아름은 말없이 강주환을 힐끗 쳐다보았다.“아름 이모...”강하성은 울음은 그쳤지만 목소리에는 울먹임이 남아 있었고 검은 보석같이 똘망똘망한 눈망울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아빠가 저한테 거짓말하는 거죠? 맞죠? 무조건 엄마랑 다퉜을 거예요! 엄마가 얼마나 저를 이뻐하고 사랑하는데 어떻게 저를 버릴 수 있겠어요?”송아름은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하성이가 얼마나 착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