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성은 윤성아의 팔목을 보며 마음 아파 눈물을 떨굴 지경이었다.그는 윤성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병원에 가요!”윤성아의 마음이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윤성아는 강하성의 앞에 꿇어앉아 자애로운 표정으로 부드럽게 말했다.“귀염둥이, 이모는 괜찮아. 병원 안 가도 돼.”강주환은 ‘귀염둥이’라는 말에 또 자극받았다. ‘귀염둥이’에 과민 반응해 뭐라고 하려는데 강하성이 강주환을 보며 얼굴을 굳히고는 성질을 냈다.“아빠, 나랑 약속했잖아요, 이모한테 잘하기로!”이건 하소연이었다.“...”강주환도 윤성아를 잘해주고 싶었다. 온몸을 바쳐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엇나갔다.윤성아가 몸을 일으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하성이는 오늘 나한테 둬요. 늦었으니 강 대표님은 이만 가보세요.”강주환이 강하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강하성은 이를 외면한 채 강주환을 도울 마음이 일도 없어 보였다.“그래.”강주환이 이렇게 대답하더니 갑자기 강하성을 안고 나가려고 했다.“강 대표님, 내가 가라고 한 건 강 대표님이에요.”윤성아가 막아서며 말했다.“하성이 내 아들이야. 내가 가면 같이 가야지.”강주환이 차갑게 말했다.“아빠, 나 안 가!”강하성이 자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 작은 얼굴을 굳히니 강주환과 똑 닮아 있었다. 하지만 성격은 윤성아처럼 고집이 셌다.“난 오늘 남아서 이모 옆에 있어 줄 거예요!”“네 마음대로는 안돼!”강주환이 이렇게 호통을 치더니 큰 걸음으로 나가려고 했다.윤성아가 강주환의 앞에 막아서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내일 하성이 돌려보낼게요!”“안돼!”강주환이 고집을 부리며 강하성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다.“하성이 갖고 싶어 했잖아, 생각 정리되면 그때 다시 찾아와!”강주환은 까만 눈동자로 윤성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강주환은 윤성아에게 선택을 맡길 셈이었다. 강하성인지, 아니면 귀염둥이라는 그 자식인지 말이다.강주환은 윤성아를 밀쳐내고 차갑게 떠났다. 강하성도
어제 안효연이 퇴근할 때 또 습격당했다고 김은우가 윤성아에게 말해줬다. 다행히 김시우가 있어서 안효연은 큰 봉변을 면할 수 있었고 큰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그래도 머리를 맞은 터라 지금은 병원에 있다고 했다.“누가 그런 거예요?”“아마도 재민 그룹과 연관된 것 같습니다.”김은우는 백 퍼센트 확신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말했다.“알겠어요.”윤성아는 김은우와 통화를 마치고 바로 안효연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효연아, 괜찮아?”“괜찮아.”안효연은 어제 김시우가 구해줬다. 김시우를 보고 나서야 안효연은 윤성아가 경호원을 붙여 자신을 보호해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크게 감동하였다.“성아야, 고마워!”“네가 이렇게까지 생각이 깊을 줄이야. 김시우를 붙이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몰라.”자매간의 대화였다.“재민 그룹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지금 대표로 있는 사람도 조사한 적 있는데 십여 년 전에 감옥살이했더라고. 재민 그룹을 인수하고는 무슨 사업이든 닥치는 대로 다해. 깨끗한 사업이든 더러운 사업이든 떳떳한 사업은 아니야.”“효연아, 아마도 재민 그룹에서 한연 그룹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내 추측이 맞는다면, 전에 너 유괴되었다가 아버님이랑 차 사고 난 적 있었잖아. 그 일도 재민 그룹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안효연은 지금 한연 그룹을 관리하고 있다. 그녀도 요새 재민 그룹이 한연 그룹을 노리고 있는 걸 알고 있었고 이미 재민 그룹과 대치 중이었다. 어제 갑자기 습격당한 것도 재민 그룹이 한 짓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다.“효연아, 내가 운성시로 넘어가서 도와줄까?”“아니야, 아직은 괜찮아.”안효연이 말을 이어갔다.“아직은 나 혼자 대처할 수 있어. 김시우도 뒤에서 내 안전을 지켜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성아야, 지금 너한테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안효연은 윤성아가 지금 강하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걸 알고 있었다. 자기 일까지 얹어줘서 윤성아의 큰일을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안효연은 웃으며 말했다
강하성은 결국 강주환이 업어 키운 아들이다. 그는 작은 얼굴을 들어 윤성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이모, 아직 아빠 때문에 화난 거면 우리 왕따시켜요.”“그리고 무슨 벌이든 줘도 돼요.”“근데 이모, 하성이 데려갈 때 아빠도 같이 데려가면 안 돼요?”“...”윤성아는 바로 거절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아들의 부탁을 거절할지 잘 몰랐다.“하성아, 만약에 아빠가 하성이를 선물로 이모한테 줬다면?”“만약에 이모가 하성이 친엄마고 아빠랑 엄마 중에 한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아빠를 선택할래, 엄마를 선택할래?”강하성이 침묵을 지켰다. 생각에 잠긴 얼굴로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이모가 친엄마라면? 진짜 그렇다면 너무 좋은데. 이모는 따듯하기도 하고 엄마 냄새도 나고... 근데 왜 한 명만 골라야 하지?’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강주환이 집으로 돌아왔다.윤성아가 강주환을 보고는 강하성에게 속삭였다.“귀염둥이, 아까 이모가 말한 거 잘 생각해 봐.”“근데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이모가 말한 거 아빠한테 얘기하면 안 돼, 알았지?”강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주환은 이미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날 그렇게 다툰 뒤로 일주일이나 사라진 이 여자, 화는 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화를 내면 또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사라질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아직도 그 ‘귀염둥이’라는 말이 계속 신경 쓰였고 가시처럼 마음속에 박혀 있었다.“왔어?”끝내 강주환은 어두운 얼굴로 이 말밖에 내뱉지 못했다.“네.”강주환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윤성아도 강주환과 말을 걸기가 싫었다.윤성아는 강하성의 손을 잡고 강하성의 방으로 올라가 “쾅”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강주환은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강주환의 반응이 빨라서 그렇지, 조금만 늦었으면 윤성아가 닫은 문에 코뼈를 부딪쳐 쌍코피가 터졌을 것이다.강주환은 닫긴 문을 보면서 별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성질머리 하고는.”그러고는 몸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윤성아
강주환은 도망가려는 윤성아를 단번에 품에 끌어안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상냥하게 말했다.“아직 일러. 좀만 더 자.”“...”아직 이르다니, 이미 점심이 다 된 시간이었다.윤성아는 강주환을 밀어내며 말했다.“주환 씨, 이거 놔요.”강주환이 눈을 떴다.그는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부드럽게 물었다.“안 피곤해?”윤성아가 눈을 흘겼다.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온몸에서 전해지는 아픔이 그녀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면 아마 이 남자 손에 죽임을 당한 게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피곤하면 더 자.”강주환이 손을 내밀어 윤성아의 허리를 감으며 더 자려고 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눈을 다시 뜨더니 말했다.“혹시 배고파?”강주환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어제 널 너무 피곤하게 해서. 가만히 있어. 내가 먹을 거 가져다줄게.”그는 이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가기 전 그는 몸을 숙여 윤성아의 이마에 뽀뽀하고는 말했다.“얌전히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강주환은 잠옷을 입은 채로 내려갔다.점심이라 햇볕이 따듯하게 그의 몸에 비쳤다. 지금의 그는 마치 모든 차가움을 해제하고 와이프를 예뻐하는 남편 같았다. 강주환은 지금 아주 부드러웠다. 내뿜는 아우라는 햇볕보다도 더 따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래층에서 아침을 들고 올라왔다. 윤성아가 옷을 챙겨입는 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일어나지 말라고 했잖아.”윤성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강 대표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어젯밤 있었던 일은 거래에 불과해요. 하룻밤 자면 하성이 나한테 주기로 했었죠?”“응.”강주환이 웃으며 말했다.“약속한 건 지킬게.”그는 여전히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다.“그전에 뭐 좀 먹자.”“됐어요.”윤성아가 차갑게 거절했다. 이에 강주환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는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말 들어. 밥 먹으면 같이 가서 수속해 줄게.”“무슨 수속이요?”윤성아가 물었다.“하성이 달라면
윤성아가 계속 대답했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되어 다시 한번 말했다.“내 새끼, 한 번만 더 불러줘.”“엄마.”“엄마.”……강하성도 계속 불렀다.윤성아는 울면서도 다 대답했다.이렇게 예쁜 아이를 안효주에게 3년이나 빼앗겼다. 드디어 다시 찾았고 엄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엄마, 울지 마요.”강하성이 작은 손을 내밀어 마음 아프다는 듯 윤성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응, 안 울게.”윤성아는 말로는 울지 않겠다고 했지만,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눈에는 부드러움과 자애로움으로 가득 찼다.“내 새끼, 엄마 기분 너무 좋아!”윤성아는 그녀의 기쁨과 희열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그러면서도 강하성을 꼭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조금 진정이 되어서야 윤성아는 강하성에게 말했다.“내 새끼, 총명하기도 하지. 이미 보고 느꼈지? 사실 오래전부터 엄마랑 아빠는 아는 사이였고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하지만 그때는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깊었어.”“그래서 아빠랑 더는 있기가 싫었던 거야. 이해할 수 있겠어?”강하성은 알아들은 듯 만 듯 고개를 끄덕였다.윤성아는 그런 강하성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래도 우리 귀염둥이는, 내 새끼야. 엄마는 너만 있으면 돼.”“이 모든 건 아빠와 아무 관련이 없어. 난 더는 너희 아빠랑 엮이고 싶지 않아.”강하성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윤성아에게 물었다.“그럼, 하성이는 지금 엄마가 있으면 아빠는 더는 없는 거예요?”“...”윤성아는 강주환이 강하성을 업어 키우다 보니 부자지간의 정이 돈독한 걸 잘 알고 있었다. 강하성은 지금 강주환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아빠를 버리는 건 아니야.”“엄마는 그냥 하성이가 하나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하성이는 엄마 아들이야. 그리고 이건 엄마랑 하성이 둘 사이 일이고.”“아빠랑 하성이는 또 아빠랑 하성이 둘 사이 일이고.”“엄마는 간섭하지 않을 거야. 아빠를 외면하라고 하지도 않을 거고. 근데 엄마랑 아빠는 이어질
그의 전화에 찍힌 건 누군가 헬리콥터로 실시간 찍은 나엽이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장면이었다. 나엽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종횡무진하며 영웅처럼 한 폐공장에 들어갔다. 그곳엔 테러범들에게 잡힌 많은 인질이 있었다.나엽은 이 테러범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이 사람들 손에서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는 게 임무였다. 주인공인 나엽은 참 멋졌다.신명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핸드폰에 촬영된 장면을 보더니 칭찬했다.“역시 톱배우는 다르긴 다르네요. 연기가 참 좋단 말이에요.”“근데...”신명훈이 귀띔했다.“다음 촬영 신이 폭발 신이라던데?”“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죠? 나엽 씨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데 폭발 신에서 사고로 죽으면 참 안타깝지 않을까요?”안효연은 총명한 사람이었다. 신명훈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녀는 신명훈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신 사장님,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하하하.”신명훈이 웃었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바로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저 안효연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재민 그룹에서 한연 그룹을 매우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한연 그룹과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어요.”“하지만 협력 방안을 무슨 원인인지 아가씨께서 계속 사인을 안 하면서 통과를 안 해주더라고요. 혹시 저 신명훈을 얕잡아 보는 게 아닌지 궁금해서요.”신명훈은 계속 호시탐탐 안 씨 일가를 노리고 있었다.안 씨 일가를 무너트리기 위해서라면 함정을 파는 것도 태클을 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말하는 협력 방안도 신명훈의 다음 계획에 불과했다. 안효연이 사인해서 재민 그룹과 협력하게 되면 후속 협력 과정에서 재민 그룹에 끌려다닐 게 뻔했다. 한연 그룹은 최소 20%의 지분을 그냥 사라지게 된다.이런 원인으로 안효연은 협력 방안에 절대 사인해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신명훈이 이렇게 비겁하게 찾아와서 나엽으로 안효연이 협력 방안에 사인하게 협박할 줄은 몰랐다.“신 사장님, 만약 진짜 나엽 촬영장에 무슨 짓을 해서 나엽이 사고라도 생긴다면 당신은 법을
그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촬영장에서 사고가 좀 있었어. 심각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응.”안효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병원에 남아 나엽을 조금 더 돌보다가 나엽이 밥 먹는 것까지 보고 병원에서 나왔다.안효연은 지금 아주 바쁜 상태다. 재민 그룹과의 협력 방안에 사인하면서 따라오게 될 막대한 손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졌다. 어떻게든 손실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났다.나엽은 상처가 다 나아 퇴원했다. 그는 한연 그룹으로 안효연을 찾으러 왔다. 미간을 찌푸리고 바삐 돌아치는 안효연을 보면서 그는 왜 일주일이나 자기를 보러오지 않았는지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아팠다.나엽은 안효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특출난 능력은 없어도 연기는 잘하는 톱배우였다. 하여 몇 년간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나엽은 자신의 모든 자산과 모든 돈을 안효연에게 주겠다고 했다.“내 것은 다 네 것이야.”“효연아, 현재 한연 그룹의 자금은 모두 프로젝트에 묶여있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해도 은행 투자는 어렵잖아.”“비록 얼마 되지 않는 돈과 자산이지만 그래도 도움은 될 거야.”안효연은 크게 감동하였다나엽이 몇 년간 연기자로 일하면서 모은 돈과 자산이 적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돈이라면 한연 그룹의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이 돈만 있으면 안효연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재민 그룹에서 한연 그룹의 20% 지분을 먹어버리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이튿날, 나엽의 어머니가 안효연을 찾아왔다.나엽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였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나엽의 어머니가 안효연에게 말했다.“고생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너 때문에 다시 빈털터리가 돼서 죽을 순 없잖니.”나엽의 어머니는 심지어 안효연에게 무릎까지 꿇으려 했다. 나엽을 놓아달라고, 나엽이 안 씨 일가의 혼란과 위험에 휘말리지 않게 해달라고, 제발 나엽과
나엽은 별장 앞으로 달려가 힘껏 별장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효연아! 나와! 너 다른 남자와 같이 있으면 안 돼!”별장 문이 열렸지만, 나온 사람은 안효연이 아닌 양씨 일가의 경호원이었다.경호원이 나엽을 밖으로 쫓았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빨리 가요. 안 그러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나엽은 이런 경고를 무서워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큰소리로 안효연에게 나오라고 소리쳤다. 그는 막무가내로 그를 막아서는 경호원과 맞섰고 안으로 뛰쳐 들어가려고 했다.“우르릉, 쾅!”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깜깜하던 하늘이 번개에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비가 쏟아져 내렸다.나엽과 양씨 일가의 경호원은 비를 맞고 금세 다 젖어버렸다.경호원들도 짜증이 났는지 나엽을 힘껏 밀쳤다.“진짜 미친놈 아니야!”그러고는 넘어진 채 비를 맞고 있는 나엽을 버려두고 별장 문을 닫고 들어갔다.나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젖은 채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문을 두드렸다.“효연아, 나와! 나와 같이 돌아가자!”그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드디어 별장문이 다시 열리고 양준회와 안효연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안효연은 어느새 원래 입던 옷을 벗고 실크 잠옷 치마를 입고 밖에 방한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양준회도 잠옷 차림이었다. 그는 체격이 다부졌고 안효연 옆에 서서 안효연이 비에 젖을까 봐 친절하게 우산을 씌워줬다.안효연이 나엽을 보며 말했다.“가.”안효연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우린 이미 끝났어.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없어. 난 이미 양준회 씨 선택했고 사귀기로 했어.”별장 문 밖은 노란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나엽이 안효연의 목을 보니 애매한 빨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엽이 씁쓸하게 웃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효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난 내 모든 걸 너한테 줬는데 넌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나를 부정하냐고.”“이렇게 쉽게 다른 남자랑 잠자리를 가질 수 있냐고!”“...”안효연은 솟구치는 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