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주는 애써 웃는 얼굴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언니,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 그래, 한연 그룹이 투자한 몇 가지 프로젝트에 작은 문제가 생겼었어, 하지만 지금은 다 해결됐잖아. 그리고 그 프로젝트들로 인해 한연 그룹에서도 돈을 벌었잖아.”안효연이 차갑게 웃으며 안효주를 쳐다보며 말했다.“내 친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한연 그룹이 위기를 이렇게 쉽게 넘길 수 있었을 거로 생각했니? 아마 한연 그룹은 파산했을 거야.”안효연은 단단히 준비하고 찾아왔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안효주가 서명한 프로젝트의 문건과 이후에 나타났던 문제들, 그리고 안효주가 회사에 초래한 손실들을 모두 나열하게 했다.하나하나 분명하게 나열하자 안효주는 변명할 거리도 없었다.“그래, 그때 내가 일 처리를 잘못했어, 그렇게 맹목적으로 그 프로젝트들에 사인하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마지막 결과는 좋잖아. 그리고 언니,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이제 와서 왜 이래?”안효연이 말했다.“다 지나간 일이면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니?”안효주가 효연을 쳐다보며 말했다.“뭘 어쩌려고?”“글쎄?”안효연이 오늘 온 것은 안효주를 회사에서 쫓아내려고 온 것이었다.그녀는 안효주를 쳐다보며 말했다.“넌, 어릴 때부터 노는 걸 좋아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예전처럼 부잣집 아가씨로 놀면 돼. 이제부터 회사의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질게.”안효주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안효주를 쳐다봤다.“지금 나를 회사에서 내쫓는 거야?”안효연이 대답했다.“그래.”안효주는 회사를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회사에 기여한 것은 없지만 고생한 것은 있다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회사가 안씨 가문의 거라고 소리를 질러대며 자신과 언니 모두 아버지의 딸인데 안효연이 언니라는 이유로 자신을 회사에서 내쫓을 권리는 없다고 발악했다.안효주는 회사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회사에 출근한 요 며칠 이미 회사에는 그녀를 옹호하는 그녀의 편들도 생겼다.결국, 안효주는 회사에서 쫓
강주환은 일찍이 속으로 질투했다.그는 강하성과 함께 놀고 있는 윤성아를 원망의 눈초리로 계속 쳐다봤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하성아.”강주환이 차가운 눈초리로 아들을 쳐다보며 말했다.“너무 늦었어, 빨리 가서 씻어.”강하성은 씻으러 가고 싶지 않았다.잠잘 시간이 되었지만 강하성은 계속 윤성아와 함께 놀고 싶었다.강주환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말 들어.”강하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윤성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이모, 안 가면 안 돼요? 씻고 와서 이모랑 계속 놀고 싶어요.”“알았어.”윤성아가 바로 대답했다.강하성은 그제야 잠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그렇게 강하성의 방에는 강주환과 윤성아 둘만 남게 되었다.강주환의 눈빛이 너무 뜨겁고 방 안의 공기도 희박해서 그녀는 일어나서 베란다로 향했다.강하성이 있을 때는 무시하면 되었지만, 지금은…굶주린 남자를 피하는 것이 좋았다.하지만 윤성아는 피할 수가 없었다.강주환이 어느새 다가와 그녀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 그는 익숙하게 윤성아를 자신의 탄탄한 품속으로 끌어당겨 꼭 안았다.그는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그는 눈앞에 있는 작은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내 방은 언제 정리해 줄 거야?”그의 저음 목소리는 마치 아름다운 첼로 소리처럼 귓가에 가볍게 울려 퍼지며 사람을 도취시켰다. 그의 목소리는 전율처럼 또렷하게 윤성아의 귀속으로 파고들었다.윤성아는 움츠리며 손으로 강주환을 밀어냈다.“강주환 씨, 저 좀 놔줘요.”“싫어!”강주환은 마치 애지중지하는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윤성아를 잠시도 놔주지 않고 꼭 껴안았다.그는 큰 손으로 가볍게 그녀의 허릿살을 만졌다.강주환은 엄청 기분 좋아 보였다,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내 방 언제 정리해 줄 거야? 너 아직 대답 안 했어. 오늘 밤, 어때?”강주환이 진지하게 요청했다.강주환은 당장 그녀를 끌고 방으로 가고 싶었다, 그녀가 방 정리를 다 하면 그들은 정리된 방에서…
강주환은 너무 화가 났다.“언제까지 고집 피울 거야?”강주환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키스하려고 했다, 그는 윤성아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녀도 자신과 똑같이 심취되어 그와의 키스를 좋아하고 있다는걸.하지만 윤성아는 그를 피하며 거절했다.이때, 윤성아는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바로 있는 힘껏 그를 밀었다.강주환은 두 걸음 정도 뒤로 밀려났다.강하성이 물었다.“아빠, 왜 그래요?”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아들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강하성은 믿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하다는 듯이 물었다.“내가 씻으러 간 사이에, 이모 괴롭혔어요?”“아니야.”강주환은 윤성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강하성을 보며 말했다.“아빠는 이모와 함께 게임을 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모가 거절하고 아빠를 밀었어.”강하성은 강주환의 정장이 흐트러짐이 없는 걸 봤다, 진지하게 말하는 아빠의 모습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강하성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정말요?”강주환이 말했다.“이모에게 물어봐.”강주환은 물음을 윤성아에게 던져줬다.강하성은 윤성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이모, 아빠가 한 말 모두 사실이에요?”윤성아가 대답했다.“맞아.”윤성아는 강하성의 앞으로 다가가서 따뜻하고 인자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머리가 아직 젖어있네? 이모가 말려줄게.”윤성아는 강하성을 데리고 머리 말리러 갔다.그녀는 강하성의 머리를 말려준 뒤, 어린이 로션을 강하성의 작은 얼굴과 손에 발라줬다.그러고는 강하성을 안고 침대에 눕혔다.그녀는 강하성의 침대 옆에 앉아서 강하성과 함께 게임을 하고 놀아줬다, 그리고 잠잘 시간이 되어 강하성이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부드럽게 바라봤다.“이모, 나와 함께 자면 안 돼요?”강하성은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자라왔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모가 함께 자주길 바랐다. 윤성아가 바라왔던 일이었다.윤성아는 강하성이 3년 전에 잃어버렸던 아이임을 알고 난 뒤부터 일분일초라도 강하성의 옆에서
윤성아는 강하성의 작은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는 하성이를 데리고 왼쪽으로 돈 뒤, 지문 인식으로 아파트 문을 열었다.“하성아, 여기가 이모 집이야. 가자, 이모가 구경시켜 줄게.”윤성아는 강하성의 손을 꼭 쥐고 아파트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강하성에게 이곳의 모든 환경을 익숙해지게 하였다.“여기는 오픈형 주방이야. 앞으로는 이모가 여기서 하성이에게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줄게… 여기는 서재야… 여기는 안방이야, 이모 방이야, 하성이의 방이랑 아주 가까워…”크지는 않지만 아늑하게 꾸며 놓은 방이었다.특별히 강하성의 방은 윤성아가 사람을 시켜 강하성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어린이 방으로 꾸몄다.벽은 파도 같이 파란색, 비행기 모양의 어린이 침대, 그리고 책상과 의자 등등이 있었다.방에는 특히 어린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비행기와 자동차 모형의 장난감, 스파이더맨 피큐어 등이 많이 놓여 있었다.“하성아, 여기 좋아?”“네.”강하성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모가 있는 곳은 그는 어디든지 좋아했다.하지만…강하성은 머리를 들고 윤성아를 쳐다봤다.“이모, 내 방까지 준비해 줬는데 나 앞으로 여기에서 살아요?”윤성아가 머리를 끄덕이며 강하성에게 물었다.“좋아?”“좋아요, 그런데 아빠는요?”강하성이 물었다.“아빠도 여기서 함께 살아요?”윤성아는 강하성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하성아, 여기서 하성이와 이모만 살 거야, 괜찮아? 이모가 하성이에게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하성이와 항상 같이 있어 줄 수 있어! 그리고 하성이가 아빠가 그리우면 별장으로 돌아가도 돼, 어때?”강하성은 한참 생각하다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아빠도 방 하나 내주면 안 돼요? 아빠를 서재에서 자게 해도 괜찮아요.”윤성아는 강하성과 강주환의 부자 사이의 감정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긴 싸움을 준비했다.윤성아는 강하성과 먼저 친하게 지내며 감정을 키워 차츰 자신을 좋아하게 만든 뒤, 그녀는 다시 적당한
안효주는 더는 윤성아를 욕하지 않았다.이때, 윤성아가 물었다.“하성이 진짜 네 아들 맞아?”안효주가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윤성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안효주를 은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그냥, 네가 이런 아들을 낳을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안효주가 소리치며 말했다.“하성이 내가 낳았어! 윤성아, 내 아들 뺏어갈 생각 하지도 마! 하성이가 너 좋아하면 네가 내게서 주환 씨를 뺏어갈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때나 지금이나 넌 주환 씨와는 어울리지 않아! 주환 씨도 너 같이 아무런 쓸모없는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윤성아는 냉소를 지었다.“하!”그녀 주위의 공기마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너무 무서웠다.지금, 이 순간의 윤성아는 마치 3년 전에 죽은 그녀의 영혼이 원한을 갚으러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윤성아는 한 발짝 안효주에게 다가갔다.겁을 먹은 안효주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뒤로 물러섰다.“윤성아, 너…”윤성아는 냉랭한 눈빛으로 안효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삼 년 전, 운성에 백 년에 한 번 내릴까 말까 한 폭설이 내린 적이 있어. 그날, 나는 차에 치여서 죽을 뻔했고. 피로 범벅이 되었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아이를 낳았어, 그런데 누군가 와서 내 아이를 뺏어갔어, 나는 어렴풋이 그 여자의 뒷모습을 보았지.”윤성아가 물었다.“안효주, 너야?”안효주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뭐라는 거야? 난 네가 임신한 줄도 몰랐어, 그런데 어떻게 나야? 그리고 차로 너를 쳤다고?”윤성아는 정말 귀신처럼 음산하게 웃었다.“그래?”윤성아는 안효주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그녀는 음산한 눈빛으로 안효주를 보며 말했다.“3년 전에 차로 날치고 내 아이를 뺏은 여자를 난, 무조건 찾아서 내게 진 빚을 천천히 갚게 할 거야. 안심해, 내가 반드시 그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지옥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 거야.”안효연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윤성아는 안효주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마치 사신의 부르는 것 같았다, 윤성아는
강하성은 아주 의리있게 와치폰으로 강주환에게 위치를 보내줬다.몇십 분 뒤.윤성아네 집 초인종이 울렸다.그녀는 걸어와서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예쁜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어떻게 왔어요?”강주환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내 아들이 여기 있잖아.”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주환은 뻔뻔스럽게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강주환은 식탁에 앉아있는 강하성과 한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보았다, 젓가락은 두 개가 놓여 있었다.그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젓가락을 가지고 나왔다, 그는 자리에 앉으며 마치 남편처럼 반찬을 한입 집어 먹으며 말했다.“음, 4년 전과 맛이 똑같네, 맛있어.”강주환은 4년 전의 모든 것을 그리워했다.엠피어 가든에 있을 때는 그녀는 말을 잘 듣는 내연녀였다, 그때 윤성아는 강주환에게 잘 보이려고 종종 그에게 밥을 해줬다.하지만 지금은…강주환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그녀의 차갑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지금은 이 고집스러운 여자를 정말 꼬시기 힘들다고 느꼈다.“네가 4년 전처럼 말을 잘 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윤성아는 눈을 부릅뜨고 강주환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4년 전의 윤성아는 이미 죽었어요.”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성은 말없이 가만히 있는 아버지를 쳐다보다 차가운 표정의 윤성아를 쳐다봤다. 그는 윤성아의 편에 섰다.“이모,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강하성이 말했다.“이모는 좋은 사람이라서 죽지 않을 거예요.”윤성아는 웃으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강하성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그래, 이모는 하성이와 함께 백 살까지 살 거야.”말을 마친 윤성아는 강하성이 밥을 먹는 걸 도와줬다.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마치 모자 사이처럼 따뜻했다.강주환도 끼고 싶었지만 마치 투명한 유리 벽에 차단 된 것처럼 낄 수가 없었다.식사 후.윤성아는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했다.강주환은 거실에 남아서 강하성을 보며 말했다.“잊지 마, 넌 내 아들이야. 내 편이라고. 아빠를 도와줘야지. 아빠가
강주환은 예전에도 말했었다, 하성이가 좋다면 하성이를 그녀의 아들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조건은 강주환도 함께 받아들이는 거였다.하지만 윤성아는 아들만 원하고 강주환은 원하지 않았다.“이게 내 유일한 조건이야.”강주환은 손을 뻗어 윤성아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당겨 그녀를 품속에 꼭 안았다. 그러고는 깊은 키스를 했다…조용한 방안의 정적을 깨고 강주환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성아야, 날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다시 내가 널 사랑할 수 있게 해줘. 넌 우리의 아름다웠던 지난 4년이 그립지 않아? 내가 그립지 않아?”강주환은 말을 마치고 다시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그는 뜨겁게 키스하며 그녀의 호흡과 모든 것을 삼켰다…밤바람이 불어왔다.윤성아는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강주환을 밀치며 차갑고 무서운 눈빛으로 말했다.“강 대표님, 저는 강 대표님을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어요. 좋아할 수도 없고. 저는 하성이를 좋아해요.”윤성아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서늘한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강 대표님, 저한테 빚 진 거, 설마 잊으셨어요? 송유미 때문에 저는 아이를 유산했어요. 하성이는, 하늘이 잃어버렸던 아이를 다시 제게 돌려준 것 같아서 저는 하성이가 너무 좋아요.”윤성아가 이어 말했다.“강 대표님과는 상관없이 저는 그냥 하성이를 제 아들로 키우고 싶어요. 예전에 저는 5년이나 강 대표님의 내연녀였어요, 너무 힘들어요. 이번 생은 강 대표님과 다신 얽히고 싶지 않아요.”붉어진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강주환을 쳐다보며 울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그때 저에게 빚졌잖아요, 아이 저에게 주시면 안 돼요? 하성이 데려가게 해주세요.”윤성아는 더는 강하성을 데려가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강주환을 보고 말했다.“강 대표님께서 하성이만 데려 갈 수 있게 해주신다면 어떤 요구라도 다 받아들일게요. 돈이 던 지 뭐든지 다 드릴게요, 하지만 강 대표님의 여자는 하지 않을래요.”강주환이 비통한
윤성아의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우리 귀염둥이 지금 이 시간에 엄마한테 전화를 다 하고, 엄마 보고 싶었어?”“네!”윤지안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엄마뿐만이 아니라 오빠도 보고 싶었다.윤지안의 까만 보석 같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고 긴 속눈썹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같이 춤을 췄다.“엄마, 지금 오빠랑 같이 있어요?”“오빠 보고 싶은데, 봐도 돼요?”윤지안은 항상 자기가 쌍둥이 중 막내라는 것과 엄마에게 다른 아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지안은 엄마가 그 아이를 3년이나 찾아다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칠 전 윤지안의 생일날 엄마는 F국으로 돌아와 윤지안에게 쌍둥이 오빠를 찾았다고 알려주었다.윤지안은 오빠를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윤성아는 허락하지 않았다.그리고 윤성아는 윤지안에게 당부했다.“지안아, 오빠는 아직 엄마가 오빠 친엄마라는 걸 모르고 있어. 동생이 있다는 것도 아직 몰라.”“엄마가 먼저 오빠 만나고, 때를 기다려서...”그때 윤성아는 윤지안에게 많은 얘기를 해주었고 윤지안은 다 알아들었다.윤지안은 고분고분하게 말했다.“엄마, 난 가만히 있을게. 엄마가 몰래 오빠만 보여주면 안 돼요?”“그래.”윤성아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조금 늦게 오빠 잠들면 그때 엄마가 전화할게. 그래도 되지?”윤지안이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네!”윤성아와 윤지안은 조금 더 얘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윤성아는 화장실에서 나왔다.밖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는 깜짝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주환 씨, 여기서 귀신처럼 서서 뭐 해요?”강주환은 원망의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봤다.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질투에 사로잡혀 있었다.“누구랑 통화한 거야?”“다 들었어! 귀염둥이는 누구야?”윤성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의 질문에 대답하기 귀찮았다.강주환이 윤성아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진짜 다른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