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머리도 이해할 수 없었다.“아가씨가 지시한 거야. 우린 그냥 하면 돼.”“네.”전봇대는 대답하고 명령에 따라 검은 천을 찾은 후 안효연에게 다가가 눈을 단단히 가린 후 돌아왔다. “형님, 하룻밤이 지났어요. 저희...”노란 머리가 욕했다. “하찮은 놈.”그리고 전봇대에게 말했다. “아가씨랑 이 여자가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 같아. 아가씨가 와서 동의하면 성관계를 할 수 있게 해줄게.”전봇대는 기뻐서 얼른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형님!”그리고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형님, 저희 사장님 자식 없지 않아요? 왜 갑자기 아가씨가 생겼어요?”“내가 어떻게 알아?”30분 후, 스포츠카 한 대가 다가왔다. 차가 멈추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옷차림이 화려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모든 사람이 흠칫하더니 묶여있는 안효연을 바라봤다. 이게...그들은 심지어 자신이 사람을 잘못 납치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 온 사람은 안효주였다. 표독한 눈빛으로 자기소개를 한 후 노란 머리를 나무랐다.“쓸모없는 것, 어떻게 사람을 잘못 납치해?”납치를 잘못했다고?노란 머리는 사장의 지시대로 안씨 가문 큰아가씨를 납치했는데?노란 머리가 말하기도 전에 안효주가 계속 말했다. “그래도 똑같아, 어차피 언젠간 다 죽을 테니까.”안효주의 얼굴에 독기가 가득했다. 하이힐을 신고 묶여있는 안효연을 향해 다가가 의자에 묶여있는 안효연을 단번에 차 넘어뜨렸다.그걸로 모자라 안효주는 옆의 막대기를 집어 안효연을 죽일듯 한대 또 한 대 때렸다. 안효연은 금방 머리에 피가 흐르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안효주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노란 머리, 전봇대, 뚱보 그리고 현장에 있던 수십 명의 남자 모두 안효주의 행동에 놀랐다. 그들은 여자가 이렇게 독할 수 있을지 몰랐다. 마침내.안효주가 더 이상 때릴 힘이 없자 그제야 멈췄다. 핏물 속에서 숨이 끊어질 듯 쓰러져있는 안효연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언니, 이
꿈에서 8년 전, 누군가 그녀에게 약을 먹인 듯 눈꺼풀이 무거웠다. 누군가 다가와서 비수로 그녀의 얼굴을 그었다...“하지 마, 하지 마!”안효연은 눈을 꼭 감고 중얼거렸다. “효연아!”나엽이 안효연을 깨우고 싶었지만 그녀는 깨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악몽 속에서 얼굴을 그은 후 그 사람이 번쩍거리는 비수를 들고 죽이려고 하는 걸 보고 있다.그러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 “효연아, 일어나봐.”“효연아!”귓가에 조급한 나엽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안효연이 드디어 눈을 떴고 온몸이 아팠다. 허스키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나엽.”“응.”나엽이 흐느껴 울었다. “깼어?”안효연이 오랫동안 혼수상태로 있다가 드디어 깼다. 그녀는 너무 허약했다. 그리고 이때,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전부 떠올라 화수분처럼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효연아, 어디 불편해? 머리 아파?” 나엽이 긴장해서 얼른 물었다. 그리고 안효연이 대답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나엽이 뛰어나갔다. 잠시 후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병실에 들어왔다. 의사는 안효연을 자세히 검사하고 몇 가지 물어본 후 웃으며 말했다. “큰 문제 없어요.”“환자분이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 뇌진탕과 출혈이 있는데. 다행히 예전에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았어요. 이것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죠.”병실에 안효주도 있었다. 며칠 동안 안효연의 상황을 주시했고 죽이려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었다. 안효연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찾아왔다. 지금 의사의 말을 듣고 안효주는 놀라 눈이 커지고 낯빛이 창백해졌다. “어떻게?”날카로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병실의 모든 사람, 의사, 나엽과 안효연의 눈길이 그녀에게로 갔다. 안효주는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웃으며 의사에게 물었다. “저희 언니가 예전 기억을 찾은 게 확실한가요? 예전에 많은 의사를 찾았는데 다 실패했어요.”“확실해요.”“그래서 화로
마치 훼손된 필름처럼 희미해서 자신을 다치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혹시 안효주인가?그런데...그녀는 기억하려 애썼다. 그러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졌다. 안효연은 참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억이 안 나. 8년 전, 누군가 약을 먹이고 얼굴에 상처를 낸 것 같은데...”“그사람이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나.”나엽이 얼른 안효연을 끌어안았다. “그러면 생각하지 마!”이틀 동안 밤새 안효연 옆을 지키느라 빨갛게 충혈된 그의 두 눈엔 안효연에 대한 사랑과 아끼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는 지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지막이 안효연에게 말했다. “네가 예전 기억이 있든 없든, 얼마나 기억하든 중요하지 않아. 그저 내 옆에 있으면 돼.”안효연이 끄덕였다.“응.”안효주는 마음속으로 비웃었다.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질투심과 구역질이 났다. “언니, 이미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며, 어떻게 기억이 안 나? 진짜 8년 전 우리가 당한 일 기억 안 나?”“그럼, 이번에 납치당한 일은? 얼마나 기억해?”이때, 나엽이 냉랭한 눈빛으로 안효주를 보며 말했다. “효연이 금방 깨서 아직 몸이 허약해. 아무것도 물어보지 마.”안효주는 어떻게 물어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언니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안효연은 안효주의 표정 하나하나 모두 주의 깊게 관찰하며 말했다. “언니 진짜 8년 전 누가 언니를 해쳤는지 기억 안 나?”“그때 강도를 만나서 내가 강도에게 잡혔는데 언니가 날 구하려고 애썼던 것도 기억안 나?”8년 전, 안효주와 안효연이 같이 사고를 당했는데 안효주만 살았다. 그때 그녀가 섲전해 준 상황은, 두 자매가 강도를 만났는데 안효연이 목숨 걸고 안효주를 구하다 강도에게 맞아 기절하고...지금 안효주가 이 말을 꺼내는 것은 안효연이 그녀의 말을 이어서 할지, 아니면 진실을 밝힐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그리고, 안효주가 계속 말했다. “이번에 납치당할 때 유용한 정보는 발견 못
안효주는 자기 능력을 어필하며 서연우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는 저와 언니 두 딸밖에 없잖아요.”“지금 아빠가 교통사고 당해서 언제 깨어날지 모르고 언니도 심하게 다쳤으니, 저밖에 없잖아요.”“엄마, 걱정하지 마세요.”“아빠가 깨어나서 잘 회복되면, 제가 꼭 온전하게 한연 그룹을 돌려드릴 거예요.”“그래 좋아.”서연우는 안효주가 회사로 출근하는 걸 동의했다. 그리고 안효주 앞에서 안진강의 전담 비서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한연 그룹의 부사장, 안진강의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해 안효주가 회사로 출근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안효주를 도와 회사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안효주의 목적이 달성됐다. 그녀는 병실에 조금 있다 떠났다. 오후, 의사가 안진강을 검사한 후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안진강은 깨어나지 않았다. 언제 깨어날 수 있는지는 의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아직 장담할 수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날 수도 있고, 지금처럼 쭉 식물인간으로 있을 수도 있어요.”“모든 것은 기적이 발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서연우는 하염없이 울었다. 안진강의 손을 잡고 말했다. “왜 계속 잠만 자고 있어요? 진강씨, 어떻게 나만 남겨두고 혼자 이렇게 자요?”“깨어나요, 제발.”서연우는 오랫동안 울었다. 저녁 무렵.서연우는 허약한 몸을 이끌고 안효연을 보러 갔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 흘렸다.“효연아, 우리 집에 이게 무슨 일이라니. 어떻게 이런 재앙이 연속 발생할 수 있는지.”“네가 8년 전 사고로 엄마, 아빠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다 인제야 돌아왔는데. 지금 또...”서연우는 안효연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엄마, 울지 마세요.”모녀가 대화했다. 하지만 서연우는 안진강의 교통사고를 말하지 않았다. “아빠는?”안효연이 물었다. “왜 엄마랑 같이 안 왔어요?”서연우는 또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안효연
원이림이 말했다.“우리 아버지도 널 엄청 맘에 들어 하셔.”“몇 년 동안 나와 아버지는 이미 널 우리 원씨 집안의 며느리로 생각하고 지안이를 우리 원씨 집안의 핏줄로 여겼어...”원이림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윤성아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4년이야. 이제 나에게 확답을 줬으면 좋겠어.”“성아야, 나랑 결혼할래?”윤성아는 너무 미안하지만 거절했다. “미안해요...”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예전과 같은 이유로 원이림을 거절했다. “당신이 더 좋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요.”“저는...”윤성아가 말했다.“이번 생에 다시는 누군가를 만날 생각이 없어요.”“지금은 그저 3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지안이와 셋이 오붓하게 살고 싶어요.”원이림이 웃었다. "진짜 그것뿐이야?"그는 비통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두 손을 뻗어 윤성아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강주환과 다시 엮이지 않을 거라 장담해?”“성아야, 아직도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거 아니지?”“지금 네가 그 남자 곁으로 돌아갔는데, 만약 그 사람이 네가 아이를 데려 가는 걸 거절하면, 아이를 위해 그 사람 옆에 남을 거야?”윤성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아니요.”“진짜 아니야?”원이림은 믿지 못하는 듯했다. “성아야, 지금 일부러 회피하는 거야? 아니면 자기 마음을 아직도 모르는 거야?”이날, 원이림은 처음으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윤성아와 싸웠다. 화가 난 원이림은 차를 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떠나갔다. 윤지안이 뛰어와 손을 뻗어 윤성아의 옷깃을 당기며 해맑은 눈동자로 말했다. “엄마, 이림 파파 화나게 했어요?”“응.”윤성아는 윤지안을 안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원이림과 싸우느라 비행기를 놓쳐 F 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잠시 미루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한편, 거절당한 원이림은 클럽에 가서 술을 마셨다. 술을 많이 마셔 취기 가득한 얼굴로 핸드
여은진의 창백해진 작은 얼굴을 보고 원이림은 끝내 부드러운 말을 내뱉었다.“조금만 참아, 좀 지나면 그렇게 아프지 않을 거야.”“저…”원이림은 얼굴색이 점점 검고 무섭게 변했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난 널 가만히 놔둘 수 없어.”다음날.따사로운 햇볕 아래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따사로운 햇볕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금빛 찬란한 큰 침대 위의 남자와 여자를 비췄다.원이림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인지 눈을 채 뜨기도 전에 머리가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머리만 아픈 게 아니라, 온몸이 시큰시큰한 것이 마치 어젯밤에 술에 취해 다른 사람과 한바탕 싸우고 10㎞를 달린 것만 같았다.그리고 가슴팍도 묵직한 것이 마치 한 사람이 머리로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원이림은 눈을 번쩍 떴다.그는 자신에게 안긴 채, 자신의 가슴팍을 베고 자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며 바로 그 여자를 밀었다.여은진도 잠에서 깼다.그녀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눈을 뜨니 깜짝 놀라 있는 원이림이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분노, 고민, 후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원이림은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자기 자신을 더 죽이고 싶었다.원이림은 마치 생선을 훔쳐먹다가 걸린 고양이처럼 가시가 목에 걸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여은진은 마음속으로 씁쓸함을 느꼈다.그녀는 원이림이 술을 깨고 나면 분명 자신과의 일을 후회하리라는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예상대로 되자 그녀는 뜻밖에도 마음이 씁쓸하고 괴로웠다.“대표님.”여은진은 은은한 눈빛으로 원이림을 쳐다보며 말했다.“어젯밤에 일어난 일들은 대표님께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저도 원했고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껏해야 성인 남녀들이 호르몬의 분비하에 한 정상적인 운동일 뿐이에요.”그녀는 아주 가볍게 원이림에게 이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대표님 귀찮게도 하지 않을 거고, 또 저를 책임지라는 말도 하지 않을
원이림은 매우 괴로웠다.그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거두고 윤성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삼 년 전, 네가 지안이를 낳고 나서 바로 별장에서 나갔잖아. 몇 년째 일하면서 지안이 돌보고, 지금은 잃어버렸던 그 아이도 되찾아야 하는데 넌 너 자신은 생각 안 해?”원이림이 윤성아의 팔목을 잡으며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아이를 되찾아 줄게, 그러면 우리에게도 기회를 줘, 안돼? 나 진짜 너 많이 좋아해, 네가 아니면 안 돼. 그리고 성아야, 우리 아빠도 몇 년째 자꾸 결혼을 독촉하셔, 아빠도 우리가 빨리 가정을 이루고 살길 바라…”원이림이 천천히 말했다.“예전에 그 망나니 같은 자식은 네가 소중한 걸 몰라서 너에게 상처를 줬지만, 모든 남자가 걔와 똑같은 건 아니야. 성아야, 마음의 문을 닫지 마. 넌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모르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것도 모르고.”원이림은 또 한 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윤성아에게 말했다.“넌 아직 젊어, 한 남자의 보호와 사랑을 받으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사람은 누구나 사랑이 필요하고 너도 마찬가지야.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너 혼자 외롭고 쓸쓸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너무 비참해 질 거야. 그리고 지안이에게도 아빠가 필요하고, 걔는 나 좋아해…”원이림이 간절하게 말했다.그는 비굴하게 윤성아에게 기회를 달라고 빌었다.“나를 친구나 가족으로 보지 마. 성아야, 날 한 번만 받아줘.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받아줘, 나란 사람을 받아줘! 적어도 네가 나에게 기회를 준 적이 있고, 나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네가 끝까지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땐 나도 단념할지도 몰라, 지금처럼 집착하고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게.”윤성아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이림 씨, 저 이림 씨와 만나는 거 한번 생각해 볼게요. 하지만 저는 진짜로 이림 씨를 가족으로 생각해요, 이림 씨와 만나는 쪽으로 생각해 본다고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사랑하지 않는
안효주는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부릅뜨며 윤성아에게 말했다.“감히 네가 나를 개라고 욕해?”“응.”윤성아가 대답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안효주를 쳐다봤다.“병원 병동에서는 조용해야 해, 개들이 들어와서 짖으면 안 돼. 그러니까 넌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윤성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난 문을 닫고 개를 때릴 수도 있어.”3년 전 안효주는 차로 윤성아를 치어 죽이려 했다, 하마터면 배 속에 있는 아이들까지 모두 목숨을 잃을 뻔했다. 안효주는 심지어 윤성아의 아이를 3년째 훔쳐 키우고 있었다.윤성아는 바로 손을 대지 않았다, 그녀가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여기는 안효연의 병실이었기 때문이다.윤성아는 안효연의 체면을 봐줬다.그리고 이렇게 큰 원한을 안효주에게 어떻게 하나하나 갚을지 윤성아는 아직 생각 중이었다.그러나 안효주가 스스로 맞으려고 한다면 그녀는 먼저 이자를 받는 셈 치고 그녀를 때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안효주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는 윤성아의 차가운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너… 윤성아, 말하는데 지금 여기는 우리 언니의 병실이야! 언니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오늘은 따지지 않고 그냥 갈게. 하지만, 너 딱 기다려.”안효주는 이를 꽉 깨물고 눈이 찢어질 듯 윤성아를 노려보다가 떠났다. 그녀는 윤성아가 몹시 미웠다, 그녀는 차를 몰고 신명훈이 머무는 곳으로 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안효주는 집사를 보고 물었다.“아빠는요?”“서재에 계세요.”안효주는 계단을 올라갔다.이 층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바로 서재에 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아빠, 하나밖에 없는 딸이 괴롭힘을 당했어요. 예전에 아빠보고 납치하라고 했던 윤성아 있잖아요, 그 천한 년이 돌아왔어요. 조금 전에 나를 개라고 욕했어요…”안효주는 말을 마치고는 이를 갈며 비명횡사를 당하라고 윤성아를 저주했다.그리고는 신명훈을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아빠, 아빠 부하들이 사람을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