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주는 손을 뻗어 다시 한번 강주환의 바짓자락을 붙잡으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주환 씨, 우린 이미 결혼식도 했잖아요! 영주시랑 운성시의 모든 가문도 알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겐 이미 저는 주환 씨 아내라고요. 절 쫓아낼 수 없어요! 주환 씨가 저를 버릴 거라고 해도 버릴 수 없다고요!”강주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강주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당신이라는 여자는 대체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죠? 인제 보니 그냥 꽃뱀이 아니고 쉽게 뗄 수 없는 거머리 같은 사람이었어요?”강주혜는 바로 시선을 돌려 강주환을 보았다.“오빠, 이 거머리 같은 여자를 아무리 떼어내기 힘들다고 해도 반드시 깔끔하게 떼어내야 해! 안 그러면 또다시 역겨운 짓을 할 거야!”안효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강주혜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듯했고 다시 고은희 앞으로 기어가 통곡하며 말했다.“어머님, 제발 부탁드려요. 저 그동안 어머님 말씀 잘 들었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만 저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전 그동안 계속 어머님께 효도해 왔어요. 정말로 주환 씨를 사랑한다고요. 이렇게 버려지고 싶지 않아요!”안효주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있었고 목멘 소리로 말했다.“어머님, 제가 가져온 그 약들은 어머님 건강에 아주 좋은 거예요! 몸보신하는 거라 다른 문제가 전혀 없어요! 정말이에요!”안효주는 계속 말을 이었다.“어머님, 전 안씨 가문의 딸이에요. 저야말로 주환 씨에게 어울리는 결혼 상대라고요. 주환 씨 아내는 저뿐이고, 앞으로 안씨 가문의 모든 것이 다 주환 씨 것이 될 거예요! 게다가 어젯밤에 전 주환 씨랑 같이 있었다고요.”안효주는 일부러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며 고은희에게 목에 남은 흔적들을 보여주었다.“어머님, 어쩌면 제가 또 주환 씨의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부탁드릴게요. 주환 씨 좀 말려주세요. 제발 절 버리지 말라고 말려주세요, 네?”강주혜는 바로 미간을 확 찌푸리며 실망 가득한 눈길로 강주환
고은희는 본능적으로 강주혜를 혼내려고 했다. 어떻게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항상 아이들을 위해 움직여왔고, 항상 강주환이 잘 되길 바랐다. 하지만 강주환이 그동안 행복하지 않았을뿐더러 윤성아가 죽은 일로 마치 혼이라도 잃은 사람처럼 공허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너...!”고은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됐다, 이젠 너희들은 상관하지 않을 거다! 앞으로 너희들이 누구를 만나든 알아서 해! 앞으로 더는 내 허락도 구할 필요 없다!”...강주환은 결국 안효주와의 모든 것을 끝내고 안효주를 본가에서 쫓아냈다. 그리곤 안효주에게 앞으로 다시는 영주시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되고, 그의 앞에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그는 심지어 더는 안효주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며, 그와 안효주는 그저 아픈 어머니를 위해 연기를 했던 것뿐이라며 세상에 밝혔다.안효주는 울면서 운성시로 돌아가게 되었고 모든 걸 알게 된 안진강은 바로 강주환을 찾아왔다.“강 대표와 효주 사이의 일은 이미 효주를 통해 다 알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이 가짜일 줄은 몰랐네요!”모든 것을 알게 된 안진강은 화가 났다. 하지만 안효주가 동의한 일이었고 안효주는 강주환과 결혼하기 위해 자존심마저 다 버린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아무리 화가 나도 도저히 분노를 표출할 수가 없었다. 안효주는 강주환과 결혼하기 위해 자살 소동까지 벌였었기 때문이다.여하간에 이 모든 건 그의 딸 탓이었다. 그랬기에 안진강은 자존심을 꺾어가며 강주환을 찾아와 얘기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결혼식을 치렀잖아요, 아닌가요? 이 일은 영주시와 운성시의 모든 사람이 알아요. 만약 이 일을 전부 밝힌다면, 그건 제 얼굴에 흙칠하는 거와 뭐가 다르죠! 더군다나 효주는 확실히 강 대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잖아요!”안진강은 딸을 위해 체면까지 내려놓으면서 강주환에게 말했다.“제가 전에도 말했잖아요. 안효주는 지금 제게 남은 유일한 딸이라
윤정월은 바로 눈을 붉혔다.“효주야, 얼른 봐봐. 어디 또 다친 곳은 없어?”“난 괜찮아요!”안효주는 차가운 얼굴로 윤정월의 따스한 손길을 거절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정월을 보며 말했다.“잘 들으세요. 앞으로 이 집에서는 저를 아가씨라고 불러요. 절대 제 엄마라고 밝히면 안 돼요. 그리고 얼른 이 일을 그만두세요!”안효주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성형하기 전의 얼굴이 윤정월과 얼마나 닮았는지 말이다. 예전에는 눈치 못했지만 윤정월이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아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안효주는 불안했다. 윤정월의 등장으로 안진강과 서연우가 자신이 친딸이 아닌 것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정말로 망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윤정월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다소 상처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효주야, 난 그냥 네 곁에 가까이에서 널 보살펴 주고 싶었어! 앞으로 내가 널 효주라고 안 부를게, 그러니까 응? 넌 아가씨고, 난 그냥 널 보살피는 도우미야. 아가씨가 좋아서, 나 스스로 네가 시키는 모든 것을 하는 도우미가 될게.”윤정월은 말을 이었다.“그 사람들 앞에서든, 뒤에서든 절대 입 밖에 꺼내는 일도 없을 거야. 절대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을게! 정말이야! 그러니까 아가씨, 나를 옆에 둬. 분명 도움이 될 거야!”안효주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선택을 내렸다.“알았어요. 남아있어도 돼요. 하지만 잠시일 뿐이에요. 만약 시킨 일 제대로 못 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안효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정월이 바로 대답을 했다.“절대 그럴 일 없어!”윤정월은 맹세하듯 말했다.“난 분명 모든 걸 다 해낼 거야. 절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고!”“그래요.”안효주는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윤정월은 안효주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얼굴에 난 상처와 몸에 있는 상처를 보니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은 음험하게
의사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로 대답했다.“확실합니다. 윤성아 씨는 지금 이미 임신 8주 차입니다.”윤성아가 임신하기 어렵다는 상태도 사실이었다.“임신하기 어렵다는 말은 임신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윤성아 씨가 임신하셨잖습니까, 아닌가요?”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을 들어 아직 평평한 배 위에 올렸다. 배 안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아이에 윤성아는 그대로 통곡하게 되었다. 의사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알릴 것을 말해준 뒤 바로 나가버렸다.윤성아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시에 기쁜 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나엽 씨, 저 임신했대요. 방금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이미 배 속에 아이가 있대요!”윤성아는 일전에 송유미에 의해 혀가 잘리고 아이도 유산했었다. 그런 그녀를 먼저 찾은 것도 나엽이었다. 그는 그때 당시 윤성아의 곁에서 그녀의 치료를 도왔고 두 눈으로 직접 그녀가 아이를 잃은 고통에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도 봤었다. 그녀는 하마터면 우울증을 앓을 뻔했었다.그리고 지금, 그도 윤성아만큼 기뻤다.“맞아요. 성아 씨는 임신했어요. 성아 씨, 지금 이미 강주환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었어요. 아이도 가졌고요. 나중에 성아 씨 몸이 완전히 회복된다면 아이와 함께 성아 씨가 바라왔던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신은 공평했다.예전 윤성아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으면 그만큼 신은 윤성아에게 더 큰 보상을 내렸다. 그녀는 강주환에게서 벗어난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만 있다면, 그건 신이 내려준 제일 큰 보상일 것이다!평정심을 되찾은 윤성아는 나엽에게 그녀가 정신을 잃은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그러자 나엽이 입을 열었다.“그날 밤 우리가 크루즈에서 뛰어내린 후, 성아 씨는 바로 파도에 휩쓸려 버렸어요. 저도 파도에 휩쓸려 성아 씨와 점점 더 멀리 떨어지게 되었고요. 성아 씨 곁으로 어떻게든 가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우연
나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픔과 슬픔이 담긴 눈빛을 보였다.‘정말 그럴까요? 소식이 없이 지낸 지 벌써 5년이나 되었는데 정말로 돌아올까요?! 정말로 제가 찾을 수 있을까요?'이내 그의 눈빛에 서렸던 안개가 걷히고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 그에겐 돈과 권력이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연예계로 발을 들였을 땐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모든 사람이 그가 이미 죽어버렸을 거라고 믿고 있었고 심지어 그의 매니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언론에는 이미 그가 연예계를 은퇴했다는 기사가 뜨게 되었다.이건 좋은 일이었다. 5년 동안 열심히 산 끝에 나엽은 돈과 권력을 어느 정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에겐 시간도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그녀를 찾아 떠나도 되었다. 그는 분명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깊은 밤, 병실은 아주 고요했다.윤성아는 일주일간 의식 없이 잠들어 있었던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크루즈에 무서운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결국 그녀는 선실에 갇혔던 나엽을 구하고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거센 파도에 휩쓸려 그녀는 정신을 잃게 되었을 때, 어렴풋이 남은 정신으로 생각했었다. 이대로 죽는 걸까 하고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임신도 했다. 윤성아는 저도 모르게 손을 여전히 평평한 배 위로 올리며 살살 어루만졌고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목멘 소리로 말했다.“아가야, 또 엄마한테 찾아온 거야?”일전에 임신했을 때, 그녀는 아이의 존재를 모른 채 유산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임신하게 되었고 아이가 하늘에서 엄마를 선택할 때 다시 한번 그녀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또다시 임신한 거라고 여겼다.윤성아는 분명 전에 배 속에 있었던 아이가 그녀가 너무 슬퍼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그녀를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디. 촉촉해진 눈가엔 어느새 눈물 한 방울이 볼을
원이림은 안경 뒤로 보이는 온화한 눈빛으로 윤성아를 보며 얘기했다.“날 좋아하지 않은 것도, 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다 정상적인 일이야. 그래도 우린 아직 친구잖아, 그렇지? 난 내가 노력하면 언젠가 너도 날 좋아할 거라 믿어!”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물론 만약 끝까지 네 마음에 들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건 내가 부족한 탓이라는 거겠지. 그때면 나도 포기할 거야.”어찌 됐든 지금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원이림은 그윽한 눈길로 윤성아를 보았다.“우린 이미 친구가 되었으니까 예전처럼 나한테 선을 긋지 말아줬으면 해.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 너도 더는 우리 회사 직원도 아니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더는 날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마.”원이림은 기대감이 있는 눈길로 윤성아를 보았다.“앞으로 날 이림이라고 불러줘. 내 가족과 친구들은 다 그렇게 날 부르거든.”“...”윤성아는 다소 어색했다. 하지만 진심과 기대가 담긴 그의 두 눈을 보니 그녀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이림 씨.”“응.”원이림은 바로 대답했다. 그는 큰 손을 들어 윤성아의 머리에 올려두더니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애틋함이 묻어나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착하네...”“...”강주환을 제외하고 그녀에게 이런 다정한 행동을 한 사람도, ‘착하지...'라는 말을 한 사람도 별로 없었기에 그녀는 너무나도 어색했다. 다행히 원이림은 바로 손을 거두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윽한 눈길로 휠체어에 앉은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기억해.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줘, 알았지?”“네.”“아, 그리고 또 한 가지 더.”“네?”윤성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원이림이 그녀에게 말했다.“난 이미 아버지께 네가 내 약혼녀라고 말해뒀어. 네 배 속의 아이도 내 아이라고 했고. 미안해, 너한테 먼저 상의하지 않아서.”원이림은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아버지는 이미 70세가 되셨어. 고집이 세고
윤성아는 아주 긴장해졌다.“이림 씨, 저 연기를 잘 못 해요. 이따 아버님이 만약 처음 언제 만났냐고 물어보시면 어떡하죠? 아이에 대해서는요?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 만약 제가 말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게다가...”원이림은 다정한 눈길로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괜찮아. 아버지는 잘 속으시는 분이야. 별로 그렇게 신경 쓰진 않으셔. 어쨌든 너무 긴장하지 마. 그냥 나한테 맡기면 돼.”그렇게 두 사람이 탄 차는 원씨 가문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다. F국에선 원이림의 가문은 명망이 높은 가문이었다.초기에 원씨 가문은 F국 전체를 장악하는 가문이기도 했었고, F국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대를 잇는 자손 중 망나니가 생기면서 점점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속했다. 더군다나 원씨 가문에 다시 정상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자손들이 생기면서 점차 원씨 가문은 F국에서의 위치를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백 년을 이어온 가문이었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원씨 가문은 또 한 번 멸문의 위기에 놓였었다. 그렇게 그 후로 그들은 은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원씨 가문의 직계 가족도 점차 적어졌다. 그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은퇴하였고 더는 F국의 모든 것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소소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씨 가문의 권세는 여전히 F국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F국에 있는 원씨 가문 본가는 아주 크고 거대했다. 커다란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몇 세기 전부터 있었는지 모를 거대한 성이 하나 있었고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여전히 화려하고 역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보는 사람마저 감탄하게 했다. 물론, 정원 안에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도 많이 추가되었다. 인공분수라든지, 정자라든지 말이다. 정원의 경치는 아주 아름다웠고 경호원의 훈련장소와 각종 분야 도우미의 전용 숙소도 있었다. 그리고 사이사이로 인공지능 시스템도 설치되어 있었다.
원승진은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아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당부하듯 윤성아를 향해 말했다.“성아야, 시간만 나면 날 보러 와야 한다.”그는 아주 자상한 아버지였고 고집이 센 어르신이기도 했다. 칠순이 된 그는 젊었을 때보다 더 자손을 돌보는 것을 원했고 아이들이 그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네, 꼭 올게요.”연이은 나날, 윤성아는 줄곧 원이림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녀가 임신 20주 차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원이림과 함께 원승진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두 부자 사이에 깊은 오해가 있음을 눈치채게 되었다.원승진은 나이가 많았기에 원이림과 다투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오해는 풀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오해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원승진을 다시 한번 만나러 가게 된 그 날, 두 사람은 대판 싸우게 되었고 서재에서 나오던 원이림의 안색은 잔뜩 어두워진 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녀를 데리고 나와버렸다. 나중에 그녀는 원이림이 어머니와 누나가 뜻밖의 사고 당한 일로 원승진과 싸우게 되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젊었을 때의 원승진은 지금보다 더 고집이 센 편이었고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 탓에 누군가의 원한을 사게 되었고 보복으로 원이림의 어머니와 누나가 세상을 뜨게 된 것이었다. 원이림은 줄곧 이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원승진을 미워하고 있었다.윤성아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가 원이림에 향했다.“이림 씨를 제일 아끼고 사랑했던 어머님과 누나가 아버님의 하나뿐인 아내이자 딸이라는 것은 안 생각해보셨어요?! 아버님의 슬픔이 이림 씨보다 덜하진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분명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살고 계셨을 거예요.”“...”원이림은 그런 생각을 안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는 줄곧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고집스러운 결정으로 어머니와 누나가 보복을 당했기 때문이었다.“우리 다시 돌아가요.”윤성아는 따스한 빛을 담은 두 눈으로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