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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그런 거 없어

Author: 권시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11-27 19:00:00
윤성아는 아주 긴장해졌다.

“이림 씨, 저 연기를 잘 못 해요. 이따 아버님이 만약 처음 언제 만났냐고 물어보시면 어떡하죠? 아이에 대해서는요?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 만약 제가 말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게다가...”

원이림은 다정한 눈길로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 아버지는 잘 속으시는 분이야. 별로 그렇게 신경 쓰진 않으셔. 어쨌든 너무 긴장하지 마. 그냥 나한테 맡기면 돼.”

그렇게 두 사람이 탄 차는 원씨 가문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다.

F국에선 원이림의 가문은 명망이 높은 가문이었다.

초기에 원씨 가문은 F국 전체를 장악하는 가문이기도 했었고, F국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대를 잇는 자손 중 망나니가 생기면서 점점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속했다. 더군다나 원씨 가문에 다시 정상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자손들이 생기면서 점차 원씨 가문은 F국에서의 위치를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백 년을 이어온 가문이었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원씨 가문은 또 한 번 멸문의 위기에 놓였었다. 그렇게 그 후로 그들은 은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원씨 가문의 직계 가족도 점차 적어졌다.

그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은퇴하였고 더는 F국의 모든 것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소소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씨 가문의 권세는 여전히 F국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F국에 있는 원씨 가문 본가는 아주 크고 거대했다. 커다란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몇 세기 전부터 있었는지 모를 거대한 성이 하나 있었고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여전히 화려하고 역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보는 사람마저 감탄하게 했다.

물론, 정원 안에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도 많이 추가되었다. 인공분수라든지, 정자라든지 말이다. 정원의 경치는 아주 아름다웠고 경호원의 훈련장소와 각종 분야 도우미의 전용 숙소도 있었다. 그리고 사이사이로 인공지능 시스템도 설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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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승진은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아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당부하듯 윤성아를 향해 말했다.“성아야, 시간만 나면 날 보러 와야 한다.”그는 아주 자상한 아버지였고 고집이 센 어르신이기도 했다. 칠순이 된 그는 젊었을 때보다 더 자손을 돌보는 것을 원했고 아이들이 그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네, 꼭 올게요.”연이은 나날, 윤성아는 줄곧 원이림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녀가 임신 20주 차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원이림과 함께 원승진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두 부자 사이에 깊은 오해가 있음을 눈치채게 되었다.원승진은 나이가 많았기에 원이림과 다투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오해는 풀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오해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원승진을 다시 한번 만나러 가게 된 그 날, 두 사람은 대판 싸우게 되었고 서재에서 나오던 원이림의 안색은 잔뜩 어두워진 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녀를 데리고 나와버렸다. 나중에 그녀는 원이림이 어머니와 누나가 뜻밖의 사고 당한 일로 원승진과 싸우게 되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젊었을 때의 원승진은 지금보다 더 고집이 센 편이었고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 탓에 누군가의 원한을 사게 되었고 보복으로 원이림의 어머니와 누나가 세상을 뜨게 된 것이었다. 원이림은 줄곧 이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원승진을 미워하고 있었다.윤성아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가 원이림에 향했다.“이림 씨를 제일 아끼고 사랑했던 어머님과 누나가 아버님의 하나뿐인 아내이자 딸이라는 것은 안 생각해보셨어요?! 아버님의 슬픔이 이림 씨보다 덜하진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분명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살고 계셨을 거예요.”“...”원이림은 그런 생각을 안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는 줄곧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고집스러운 결정으로 어머니와 누나가 보복을 당했기 때문이었다.“우리 다시 돌아가요.”윤성아는 따스한 빛을 담은 두 눈으로 그를 보았다.

    Last Updated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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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안씨 가문에서는 그와 안효연의 사이를 반대한 적이 있었다. 그 탓에 안효연은 집안사람과 싸우게 되었고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만약 그가 지금 바로 안씨 가문에게 알려 안효연을 데려가게 한다면, 나엽은 두 번 다시 안효연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는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저 안효연의 곁에서 안효연을 지켜주고 돌봐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안효연의 기억부터 되찾아 주려고 했다. 그리고 남은 일은 안효연이 기억을 되찾은 후에 다시 해결하려고 했다.윤성아가 말했다.“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요?”나엽은 윤성아에게 말했다.“성아 씨는 효연이랑 똑같이 생겼잖아요. 그 사람들도 쌍둥이라고 생각할 거예요.”나엽은 윤성아를 안효연의 쌍둥이 동생인 척 데려가 안효연을 F국으로 데려올 생각이었다.윤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엽의 계획은 안효연을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그건 사기잖아요.”“하지만 성아 씨, 이건 그냥 사기가 아니에요. 하얀 거짓말이죠. 효연이를 여기로 데려오기만 하면 바로 큰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줄 거예요. 기억을 되찾으면 효연이도 모든 걸 알게 될 거예요. 효연이는 성아 씨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나엽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제발 도와줘요. 그냥 딱 한 번만 효연이 동생인 척해줘요. 저랑 같이 효연이를 이곳으로 데려와요, 네?”윤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같이 가 드릴게요.”비록 그녀는 안효주인 척 연기하는 것이 싫었고 거짓말하는 것도 싫었지만 이 모든 건 나엽과 안효연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하기로 했다.“고마워요, 성아 씨.”나엽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더욱더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럼 우리 지금 바로 운성시로 가요. 가서 효연이를 데리고 와요!”“그래요.”윤성아와 나엽은 그렇게 함께 운성시로 가게 되었다.이때의 운성시는 겨울이었다. 윤성아와 나엽이 비행기에서 내렸을 땐, 운성시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 큰 눈이 거위 털처럼 흩날리고 있었고 마치 운성시

    Last Updated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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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는 놀라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강주환은 바로 문을 열고 익숙한 형체가 보이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하하.”강주환은 씁쓸한 듯 웃었다. 이번에도 환각이 생긴 거라 생각했다. 윤성아를 잃어버린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그는 윤성아와 닮은 사람만 있으면 바로 달려가 확인했다. 하지만 번마다 그의 허상이었다. 그녀가 너무 그리운 나머지 환각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 강주환은 씁쓸한 얼굴로 몸을 틀어 다시 차에 탔다. 그의 얼굴엔 허탈감과 공허감이 남아있었다.“다시 운전해.”기사는 감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의 말대로 바로 시동을 걸었다.이때, 강주환이 아까 허상을 보았던 곳에서는 나엽과 윤성아, 그리고 안효연이 밀크티 가게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윤성아와 안효주는 손에 각각 따뜻한 밀크티를 손에 들고 있었고 나엽은 두 사람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애틋하고 그윽한 눈길로 안효연을 보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밀크티 가게에서 나와 계속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높은 건물을 지나쳐 옆으로 방향을 틀자 드디어 나엽이 말한 식당에 도착하게 되었다. 식당 주인은 40대의 여사장이었다. 여사장은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비록 나엽과 안효연은 몇 년 동안이나 찾아온 적이 없었지만 바로 한눈에 나엽과 안효연을 알아보았다. 다만 살짝 머뭇거렸다. 여사장은 안효연의 이마에 생긴 흉터 때문에 안효연과 똑같이 생긴 윤성아를 안효연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었다.“하하, 그때도 두 사람이 그렇게 사이가 좋더니, 그간 찾아오지 않은 게 이미 결혼한 거였어요? 심지어 아이까지 생겼네요?! 축하해요!”여사장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나엽과 안효연이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긴 것에 아주 기뻐했다. 심지어 특별히 축하의 의미로 두 개의 요리를 더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나엽은 바로 안효연의 손을 잡으며 여사장에게 설명했다.“잘 못 보셨어요. 임신한 사람은 효연이 동생이에요. 이 사람이 효연이에요.”여사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

    Last Updated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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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는 그래도 안효연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18년간의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으니 어딘가 부족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안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정한 두 사람이 곁에서 걱정하고 있으니 마음속 어딘가가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도 얼른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기억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극심한 두통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두통이 느껴졌다. 안효연은 결국 미간을 찌푸렸고 아프다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나엽은 바로 알아챘다.“효연아, 그만 생각해. 괜찮아, 언젠가는 생각날 거야.”그는 큼지막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감쌌다.“지금 우리는 그냥 산책하고 있는 거야. 야경만 구경하면 돼.”안효연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곧이어 세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윤성아도 두 사람과 같이 가고 싶었지만 이미 임신 40주 차가 지난 그녀는 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녀는 결국 더는 걸을 수가 없다고 판단해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나엽에게 말했다.“효연 언니랑 계속 산책하면서 둘러봐요. 난 먼저 호텔로 돌아가 볼게요.”나엽은 바로 윤성아가 힘들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여 그와 안효연도 윤성아와 함께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괜찮아요.”윤성아는 거절했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계속 산책하고 계세요. 여긴 호텔이랑 멀지 않으니 저 혼자서도 찾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하지만 만삭이 된 그녀의 모습에, 조금 전까지 눈이 내린 탓에 길이 아주 미끄러웠기에 나엽과 안효연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두 사람은 먼저 윤성아를 호텔로 데려다주기로 했고 다시 나와서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나오기로 했다.“정말로 괜찮아요.”윤성아는 웃으면서 말했다.“제 몸은 제가 더 잘 알아요. 갈 때 조심히 갈 거고, 힘들면 쉬다가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게다가 호텔도 멀지 않잖아요.

    Last Updated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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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여라도 거리가 부족해 완벽하게 죽이지 못할까 봐 그녀는 일부러 뒤로 후진했다가 액셀을 꾸욱 밟았다. 그녀의 차는 그렇게 윤성아를 향해 무섭게 돌진하게 되었다. 윤성아는 뒤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무섭게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를 발견한 윤성아는 바로 옆으로 달려 피해버렸다. 하지만 안효주는 윤성아를 죽일 계획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안효주의 차는 무섭게 다시 한번 윤성아를 향해 돌진했다. 윤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차가 일부러 자신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다시 한번 피하려고 했지만 무거운 배 탓에 동작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그녀는 뒤에 잇던 풀숲까지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쿵! 윤성아의 몸은 결국 치어버려 멀리 2, 30M나 되는 곳까지 나가떨어지게 되었다.온몸이 아파졌지만 그중 배가 더욱 아팠다. 그녀의 몸에서는 바로 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하지만 안효주는 멈추지 않았다. 저승사자 같은 얼굴로 살기를 띠며 바닥에 누워있는 윤성아를 보았다. 윤성아의 몸에서 다량의 피가 흘러나오자 그녀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하하, 빌어먹은 년이 이번엔 꼼짝없이 죽겠네!'밤은 어두웠고 안효주의 차는 풀숲 근처에 세워졌다. 마침 윤성아를 가리고 있었다.“살려... 살려주세요. 아이가...”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윤성아는 안간힘을 쓰며 손을 뻗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누군가가 그녀와 아이를 살려주길 바랐다.하지만 지금은 이미 어둠이 내린 시각이었고 주차된 차 때문에 그녀는 풀숲에 숨겨지게 되었다. 안효주는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윤성아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직접 두 눈으로 윤성아가 죽는 모습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였다.그녀는 심지어 계속 후진하면서 윤성아와 배 속에 있는 아이를 깔아 죽이고는 현장을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지금 뭐 하는 거지?'안효주는 윤성아가 힘겹게 바지를 벗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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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몸엔 힘이 없었다. 심지어 기어가는 것도 불가능했다.눈보라는 점점 더 심해졌다.윤성아는 지하주차장 근처와 2, 30M 떨어져 있는 풀숲에 쓰러져 있었다. 이곳엔 야외 주차장 입구 외에서는 지하주차장 입구가 있었다. 폭설이 내리는 날씨에 거기다 밤이었으니 지나가는 차량도 적었다. 그나마 지나다니는 차량도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살려주세요...”윤성아는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해주길 바랐고 배 속에 아이를 구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밤은 어두웠다. 주차장의 은은한 불빛 아래 누구도 풀숲에 쓰러진 그녀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었다...윤성아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추운 눈밭에서 점차 생명이 다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살아야 했다! 배 속에 남아있는 아이와 함께 살아야 했다!“살려주세요, 제 아이를 살려주세요...”윤성아는 마치 황무지에서 죽어가는 새끼를 품은 동물 같았다. 살고 싶었고, 아이도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눈은 점점 그녀의 몸을 덮어갔다. 심지어 풀숲에 쓰러져 있던 터라 쉽게 발견되기도 어려웠다.제일 중요한 건, 이런 날씨에 누구도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부 바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밤은 더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희망에 장막이 드리워지면서 그녀의 끝을 알리는 것 같았다.‘정말 이렇게 죽는 건가? 신이 있다면, 제발 저와 아이를 불쌍히 여기고 살려주세요! 모든 것을 바칠 테니 제발 살려만 주세요! 한 명이라도 절 발견하여 저와 아이를 살려주세요...'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윤성아의 눈꺼풀은 점점 더 내려오고 있었고 극한의 추위에 언제든 정신을 잃고 죽어갈 준비가 되어있었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속으로 계속 누군가가 그녀와 아이를 구해주길 바라며 윤성아는 있는 힘껏 눈밭에서 몸을 움직여 기어갔다. 그녀는 힘겹게 손을 뻗어 주머니에서 빠져버린 핸드폰을 잡으려 했다.핸드폰을 잡자마자 나엽에게 연락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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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9화 드디어 맺은 결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8화 집으로 돌아가다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7화 그녀 마음속의 매듭은 너만 풀 수 있어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6화 그때 벌어졌던 일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5화 임신했어요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4화 익살꾸러기 커플 강하영과 우양주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3화 혼인 신고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2화 여보 사랑해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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